[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종 드 히미코] 그리고 [금발의 초원].

한때 일본 영화가 한국의 극장가에서 상당한 붐을 이뤘던 시기가 있었다. 2000년대 중반쯤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기폭제가 됐던 영화가 바로 이누도 잇신(犬童一心, Isshin Inudou, 1960~ ) 감독의 작품이었던 것 같다. 그것은 2004년에 개봉했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ジョゼと虎と魚たち; Josee, the Tiger and the Fish, 2003)]과 2006년에 개봉한 [메종 드 히미코(メゾン·ド·ヒミコ, La maison de Himiko, 2005)]인데, 관객들의 요청에 따라 이례적으로 장기 상영되었고, 나중에 재개봉되기도 했다.


이누도 잇신 감독은 이 두 영화를 만들기 전에 일명 '경계선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게 이번에 포스팅할 [금발의 초원(金髪の草原, Across A Gold Prairie, 2000)]이다. 이 작품은 사랑과 현실의 경계에 주목했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도 출연한 이케와키 치즈루(池脇千鶴, Chizuru Ikewaki, 1981~ )가 주인공이고, '메종 드 히미코'가 여성과 남성의 경계를 다뤘듯이, '금발의 초원'은 꿈과 현실의 경계를 주 테마로 하고 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ジョゼと虎と魚たち; Josee, the Tiger and the Fish)]과 [메종 드 히미코(メゾン·ド·ヒミコ, La maison de Himiko)]에 비해 [금발의 초원(金髪の草原, Across A Gold Prairie)]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던 것 같은데, 이 참에 본 영화의 줄거리를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금발의 초원 (金髮の草原: Across A Gold Prairie, 2000) 
일본 | 드라마, 멜로/로맨스, 판타지 | 96 분 | 감독 : 이누도 잇신(犬童一心)
출연: 이케와키 치즈루(池脇千鶴, 나리스 役), 이세야 유스케(伊勢谷友介, Yusuke Iseya, 닛포리 役)

시작
도우미 일을 하는 젊은 처녀 나리스는 심장병이 있는 80세 노인 닛포리의 수발을 맡는다.


1일째, 화요일
잠에서 깬 닛포리. 자신은 젊다고 생각하는데, 몸이 너무 무겁고, 가족들도 없이 혼자 집에 있으며, 옆집 아이는 자기를 치매 영감이라고 부른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지만, 아직 꿈에서 깨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던 차에, 오늘부터 도우미로 일하게 됐다며 나리스가 집으로 들어온다. 나리스를 학교 앞에서 항상 마주치던 자신의 마돈나라고 생각한 닛포리. 나리스가 매일 도우미로 온다는 말을 듣고 기분 좋아하며, 정말 멋진 꿈이라고 생각한다.


- 2일째, 수요일
꿈에서 깨기 전에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닛포리. 나리스에게 같이 외출하자고 말한다. 하지만 나리스는 오늘 해야 할 일들이 있다며 거절하고, 닛포리는 하는 수 없이 일이 다 끝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비가 오고 심장병으로 인해 닛포리가 쓰러지면서 외출은 무산된다. 저녁에 남동생과 친구들을 만난 나리스는 닛포리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자신의 친구와 남동생이 사귀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 3일째, 목요일
닛포리의 집 뜰에서 잡초를 뽑던 나리스.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다. 닛포리에게 실연 당한 것 같다고 말하고, 닛포리는 서랍을 뒤져 오래된 수첩을 꺼낸다. 나리스를 위로해주기 위해 수첩에 적혀있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연락을 취하지만, 다들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다. 슬퍼하는 닛포리와 안타깝게 바라보는 나리스. 우연히 닛포리의 일기장 보관함 열쇠를 발견한 나리스는, 기억이 사라졌을 때를 대비해서 닛포리가 써놓은 그의 연대표를 보게 된다.

[그저 심장이 멎지 않도록 살아온 80년 간의 기록]
1919년 무역업을 하시던 아버지와 교사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남.
1923년 관동 대지진. 24년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신 후, 많은 재산을 물려받음.
1935년 고교 입학. 38년 제국대학 입학, 많은 친우들과의 만남. 마돈나와의 조우, 첫사랑.
1940년 발병, 심장판막증. 운동, 결혼, 음주, 흡연… 모든 것이 금지됨. 시한부 삶을 선고.
1941년 태평양 전쟁 발발. 심장 멎지 않음.
1943년 입원, 대학교 중퇴. 심장 멎지 않음.
1944년 친구 엔도, 켄고, 아키오 전사. 심장 멎지 않음.
1945년 종전. 심장 멎지 않음. 47년 퇴원. 심장 멎지 않음.
………


- 4일째, 금요일
학생 때부터 친했던 닛포리의 오랜 친구가 아내와 함께 방문한다. 스스로 20살 이라고 생각하는 닛포리는 늙은 모습의 친구를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옛 이야기를 하며 진짜 친구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늙은 친구는 나리스를 보며 옆에 앉은 자기의 아내가 젊었을 때와 쏙 빼닮았다고 말하고, 닛포리는 이 친구도 자신들의 마돈나였던 나리스를 연모했었다고 말한다. 전쟁에서 한 쪽 팔을 잃은 친구를 향해, 살아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닛포리.

- 5일째, 토요일
서로 사귀는 나리스의 친구와 남동생이 닛포리의 집을 찾아 온다. 나리스의 친구가 낡은 피아노를 고치고, 닛포리의 연주 속에 노래도 부르며, 바닷가에 드라이브까지 가서 모두들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친구와 동생은 돌아가고, 여전히 꿈 속이라고 생각하는 닛포리는 나리스에게 자신의 꿈 얘기를 한다. 황금빛으로 물든 금발의 초원에 배가 도착하고, 자신은 그 배를 타고 세계를 여행하는 꿈을… 나리스는 그 얘기를 듣고, 남동생과 함께 단 둘이 여행하는 상상을 한다.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지 말라는 닛포리의 투정에, 나리스는 내일 다시 오겠다고 말한 뒤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돌아와보니 자동 응답기에는 남동생이 오늘은 집에 못 들어 갈 것 같다는 말이 남겨져 있다. 다른 남자친구와 술을 많이 마신 나리스는 취해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동생과 이상한 할아버지 닛포리에 대해 얘기한다.



- 6일째, 일요일
밤에 같이 술을 마신 남자와 동침을 한 나리스. 늦잠을 자서 닛포리의 집에 늦게 출근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달려서 집에 도착하니, 나리스가 좋아하는 해바라기로 방을 꾸며 놓은 채, 닛포리는 보이지 않는다. 나리스는 닛포리를 찾아 헤매고, 한참 만에 도로 위를 비틀거리며 방황하는 닛포리를 찾아 낸다. 울면서, 자신은 행복해지는 게 무섭다고 말하는 나리스. 닛포리는 나리스에게 계속 함께 있어 달라며 청혼하고, 나리스도 결혼하겠다고 말한다.

- 7일째, 월요일
집에 돌아오지 않은 나리스를 찾아 온 나리스의 친구와 남동생. 나리스는 닛포리와 결혼하겠다고 말한다. 친구와 동생은 절대 안 된다고 말리지만,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 게 누구냐며, 나리스는 꿈과 현실이 같아졌다고 말한다. 나리스가 숨겨 놓은 자신의 연대표를 발견하고, 혼란에 빠진 닛포리… 나리스와 친구, 남동생이 보는 앞에서 스스로 몸을 던진다.



"이게 꿈이라면, 난 당신과 결혼해요. 정말 행복한 꿈이죠. 만약 그 연대표가 현실이라면, 그건 너무도 가혹한 일… 하지만 당신과 함께 있는 게 현실이라면, 그 이상의 행복은 없을 것 같아요. 동경의 대상이 아닌 현실의 나리스가 내 곁에 있어! 꿈이라면 날 것이고, 현실이라면 떨어지겠죠. 확인하고 싶어! 날아… 떠오르지 않아. 꿈이 아닌 현실이었어. 전부 기억 나. 하지만 나리스를 만났어. 마돈나였던 나리스가 아닌, 현실의 나리스를 만나서 다행이야! 현실로 돌아와서 다행이야. 돌아올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멋져!"


-
자신이 사랑하고 있다고 남동생에게 솔직하게 고백하는 나리스. 그럴 수 없다는 말을 듣지만, 이미 알고 있는 나리스. 동생을 염려하는 말을 건네고, 모두 함께 바닷가로 드라이브를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때를 생각한다. 화창한 하늘을 보며, 미소 짓는 나리스…


금발의 초원 - 8점
이누도 잇신 감독, 이케와키 치즈루 외 출연/와이드미디어

이상으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ジョゼと虎と魚たち; Josee, the Tiger and the Fish)]과 [메종 드 히미코(メゾン·ド·ヒミコ, La maison de Himiko)]의 이누도 잇신(犬童一心, Isshin Inudou) 감독이 연출하고, 이케와키 치즈루(池脇千鶴, Chizuru Ikewaki)가 출연한 [금발의 초원(金髪の草原, Across A Gold Prairie)]의 줄거리를 다 정리해 보았다. 시간이 된다면 이 영화 세 편을 한꺼번에 보는 것도 참 즐거울 듯하다. 괜찮은 일본 영화들을 한국 극장가에서 자주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며, 멀티 플렉스가 그 본분에 맞게 다양한 작품들을 상영하길 바란다. 색다른 영화들을 언제라도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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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of ART

Posted by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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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9.11 13: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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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5.11.17 20: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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