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씨를 보면 생각나는 영화,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의 줄거리.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오세훈 시장은 8월 12일 금요일,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추진하면서 내년 대통령 선거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무상급식과 오세훈씨의 대선 출마가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을까? 이에 대한 유력한 해석으로, 13일부터 광복절인 15일까지의 연휴가 끝난 후 16일 화요일에 '무상급식 주민투표 집행을 정지시켜 달라'고 서울시의회가 요청한 사안에 대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 있기 때문에, 이 판결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일 것이라는 데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사실상, 실질적인 의미는 거의 없는 '대선 불출마 선언'을 통해 법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있고, 절차상으로도 중대한 하자가 있는 주민투표를 끝까지 관철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관한 전국 법학교수 및 변호사 기자회견 공동보도자료 [클릭]


오세훈 시장은 원래 변호사였고, 환경운동연합의 창립멤버였으며, MBC의 '오변호사 배변호사'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잘 생긴 외모와 신사적인 모습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쌓았다. 대학에서 민사소송법의 겸임교수로 재직하기도 했고, 대한변호사협회 환경문제연구위원회 의원과 환경운동연합 법률위원회 위원장 겸 상임집행위원 등을 지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2000년 한나라당 소속으로 16대 국회의원이 되었는데, 당시에만 해도 젊고 신선한 정치인으로 대중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얻었고, 2004년에는 정치개혁과 공천혁명을 위한다며 17대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국회를 떠난 뒤 변호사로 돌아온 그는 2500만원의 의정활동 잔여금 중 1500만원은 환경재단에, 1000만원은 서울문화재단에 기부했고, 신문광고 수익금 3000만원을 장애 아동과 북한 어린이들을 위해 사회복지법인 대한사회복지회에 기탁하기도 했다.

이후, 오세훈은 2006년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됐고, 당시 열린우리당의 강금실 후보와 맞붙는다. 성별의 차이였는지 아니면 외모의 덕을 본 건지, 그는 서울시장에 첫 번째로 당선되었고, 2010년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한다. 공교롭게 이번에도 민주당의 한명숙 후보와 경합을 벌이고, 개표 내내 한명숙 후보에게 열세를 보이다가 막판 강남 3구의 개표가 시작되면서 근소한 차이로 역전하며 끝내 서울특별시장에 재선되었고 현재까지 온 것이다. 그는 두 번이나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최초의 여성 시장이 탄생하는 기적을 막은 남성이 됐고, 급기야 지금은 무리하게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추진하며 자신의 정치 행보에 일대 전기를 만들고자 한다. 자기 스스로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며 (차기 대통령이 아닌 19대 대선으로) 다음 번에는 분명히 자신이 보수층의 대표가 되고자 함을 드러냈고,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통해 그것을 확고히 하려는 듯하다.


그런데, 어차피 무상급식은 그리 멀지 않은 시일 내에 결국 이뤄지지 않을까? 당장은 아닐지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어쨌든 무상급식을 전면적으로 실시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계속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 이것은 시기의 문제일 뿐이고, 복지 문제에 있어서 한국은 이제 겨우 시작이다. 복지 수준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는 앞으로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고, (이명박 정권 하에서 좀 위축되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다음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거치면서 복지정책은 분명히 가장 큰 쟁점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세계적으로 다른 나라를 봐도 그렇고, 경제 수치상으로도 한국은 이미 복지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폭발하는 시기에 다다른 것 같다. 18대 대선과 19대 총선 출마자들은 이런 국민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을 테고, 어떻게 보면 복지에 있어서는 한국인들에게 마침내 기회가 온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렇다면,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통해 진짜 바라는 건 뭘까? 그는 1961년생이다. 1941년생인 이명박이나 1952년생인 박근혜에 비해, 오세훈은 아직 여유가 좀 있는 편이다. 그는 굳이 이번 대선에 목숨을 걸 필요가 없고, 작년에 서울 시장에 당선됐기에 이것만 잘 마무리하고 2012년 대선이 아닌 그 다음 대선을 잘 준비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 2012년 총선과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자신의 존재감을 보다 확실하게 해두려는 의도 아닐까? 설사 주민투표에서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한들, 자신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한 셈이고, 이를 무조건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꽤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니까. 아직까지 여기에 과연 서울시장직을 걸 것인가의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그건 올인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본질적으로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다.

오세훈 시장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2012년 대선과 총선에서 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은 그대로 표출될 것이고, 그 결과에 따라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도 별로 늦지 않다. 그만큼 2017년 대선까지는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고, 이때쯤 되면 오세훈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복지에 대한 정책 드라이브는 필연적이다. 요즘 복지 논란이 한창 일고 있는 건, 단지 이제 시작단계여서 그런 것일 뿐, 내년에 두 개의 선거를 치를 때면 언제 그랬냐는 듯 너나 할 것 없이 모든 정치인들이 자신의 복지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을까? 물론, 2012년 총선과 대선 결과가 참 중요하겠지만, 역사의 도도한 흐름은 벌써 방향이 정해진 걸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오세훈은 이번 주민투표를 통해 보수 지지층에게 자신에 대한 강한 인상만 제대로 남길 수 있다면, 그리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2017년에 가장 주목 받는 보수층의 아이콘이 될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래서 이토록 무리하게라도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이용하려는 것이다.


이런 오세훈씨를 보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바로 1930년대 헐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감독 중에 한 사람이었던 프랭크 카프라(Frank Capra, 1897~1991)의 걸작 정치드라마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Mr. Smith Goes To Washington, 1939)]이다. 이 영화는 정치를 소재로 한 고전 영화 중에 아주 수준 높은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단순히 현실 정치를 고발하는 것이 아닌 정치의 근본적인 이상과 휴머니즘을 잘 보여준다. 오세훈씨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만, 우연하게도 주인공 스미스는 오세훈과 꽤 닮았다. 이렇게 되기 전에 그래도 좀 참신했던 때를 떠올리며, 지금 봐도 충분히 흥미로운 명작 'Mr. Smith Goes To Washington'의 줄거리를 살펴보자.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 (Mr. Smith Goes To Washington, 1939) 
미국 | 129 분 | 드라마 | 감독 : 프랭크 카프라(Frank Capra)


1.
돈을 이용해서 주지사와 상원의원을 꼭두각시처럼 부리는 짐 테일러는, 상원의원 중 한 명이 죽자, 자신의 말을 잘 들을만한 인물을 상원의원에 임명하라고 주지사에게 압력을 가한다. 하지만 시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힌 주지사는 평판은 좋지만 정치에 문외한인 소년 레인저의 단장인 제퍼슨 스미스를 새 상원의원에 임명한다. 댐 개발 계획이 있을 강 주변을 위장 매입해 막대한 이익을 기대하는 짐 테일러는, 같은 주 상원의원이자 백악관 입성을 기대하고 있는 노련한 정치인 조 페인을 통해 스미스를 조종하려고 한다.

2.
순수한 젊은이 제퍼슨 스미스는 갑자기 상원의원이 되어 워싱턴으로 오게 된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친구이자 존경하는 정치인 조 페인, 그리고 어려서부터 워싱턴 정가에서 일한 유능한 비서 클라리사 산더스의 도움으로 상원에 무사히 입성한다. 하지만 타락한 상원에서 정의를 내세우는 스미스를 기자들은 조롱하고, 이에 자극받은 스미스는 의정 활동을 제대로 하겠다고 굳은 다짐을 한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야영장에 대한 안건을 산더스와 함께 열심히 준비하고, 산더스는 스미스의 정의감에 깊은 감명을 받는다.

3.
상원에서 소년단원 야영장에 대한 안건을 제안한 스미스는 상원을 참관하러 온 아이들과 의원들의 박수를 받는다. 그러나 야영장의 위치가 댐을 건설하려는 강 주변이라는 것을 알게 된 조 페인은 스미스를 관련 예산안 심의에서 따돌리려고 한다. 댐 건설과 관련된 예산안을 심의하는 날, 조 페인은 스미스가 좋아하는 자신의 예쁜 딸을 이용해서 그가 상원에 출석하지 않고 딸과 데이트를 하게 한다. 스미스의 정의감이 농락당하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산더스, 워싱턴은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스미스에게 말한다.

4.
산더스로부터 댐 건설 계획에 대해 듣게 된 스미스는 크게 반발하며 관련자들을 몰아 붙이고, 짐 테일러는 워싱턴으로 와서 스미스를 압박한다. 짐 테일러와 조 페인과의 관계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게 된 스미스. 20년 간 짐 테일러와 유착 관계에 있었던 조 페인은, 스미스 아버지와 자신의 관계 그리고 30여 년간 상원에 몸담고 있는 자신의 얘기를 하며 댐 건설 계획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회유한다. 그러나 믿고 따르던 조 페인에 대해 크게 실망한 스미스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조 페인은 안타까워한다.

5.
제퍼슨 스미스는 상원 본회의에 출석해, 예산안 통과 직전인 댐 건설 계획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그러나 조 페인은 스미스가 자신이 계획하고 있는 소년캠프 야영지를 매입해서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려 한다고 거짓말하며, 징계위원회에 스미스를 회부해 버린다. 주지사까지 동원된 모함에 충격을 받은 스미스, 자신의 명성과 돈을 이용한 조 페인과 짐 테일러의 조직적인 음모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정직한 청년을 위험에 빠뜨린 것에 대해 괴로워하지만, 짐 테일러와의 관계와 권력욕 때문에 모함을 그만두지 못하는 조 페인.

6.
워싱턴 정계에 완전히 환멸을 느낀 스미스는 고향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자신을 진심으로 믿고 사랑하는 산더스의 격려를 받고, 끝까지 진실을 밝혀내기로 결심한다. 상원에 다시 출석한 스미스는 징계 위원회의 제명 판결을 받고, 동료 의원들의 공개 비판까지 받는다. 그러나 스미스는 이에 굴하지 않고 짐 테일러의 정경유착에 관해 폭로한다. 다른 의원들은 발언권 철회를 요구하지만 스미스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의사진행 방해 발언을 이어나가며 정의와 의사표현의 자유에 대해 울분을 토한다.

7.
산더스는 기자들을 이용해 진실을 알리려고 노력하며 유리한 여론을 이끌어 내려 하지만, 짐 테일러는 자신의 돈과 조직, 인맥을 이용해서 언론 보도를 막는다. 보도 통제까지 서슴지 않는 짐 테일러의 공작으로 시민들에게 진실을 알릴 방법이 막혀 버린 산더스. 스미스가 원래 발행하던 소년 신문을 통해 언론의 자유를 지켜나가려 하지만, 이마저도 짐 테일러의 방해로 실패한다. 스스로 진실을 알리려고 노력하는 아이들을 짓밟는, 돈에 의해 동원된 어른들에 의해 진실은 시민들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8.
조작된 편지와 전보를 가지고 상원에 나타난 조 페인, 이것이 지역 주민들의 스미스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그를 몰아세운다. 조 페인과 동료 상원의원들에게 정의감을 호소하던 스미스는 급기야 의사당 안에서 쓰러지고, 24시간 동안 이어졌던 그의 발언은 막을 내린다. 쓰러진 스미스를 본 조 페인은 그 동안의 극심한 갈등과 양심의 가책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자신의 거짓을 만천하에 자백하며 댐 건설 계획은 협잡이라고 말한다. 환호하는 참관인들, 기사를 쓰려는 기자들. 쓰러졌지만 끝내 진실을 밝히게 된 스미스.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 - 10점
프랭크 카프라(Frank Capra) 감독/씨네코리아

이상으로, 프랭크 카프라(Frank Capra, 1897~1991)가 만든 고전 영화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Mr. Smith Goes To Washington, 1939)]의 줄거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정리해 보았다. 탁월한 정치드라마로서 이 명화는 충분한 매력과 미덕을 가지고 있으며, 7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의미 있게 보여준다. 스미스씨와 오세훈씨. 외모는 닮았지만 지금은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앞으로는 조금이라도 닮아가길 바란다면 너무 순진한 바람일까..

마지막으로,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 영남대 법학과 박홍규 교수가 쓴 칼럼의 일부를 그대로 옮겨보고자 한다.


"주민투표란 대의민주주의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의사표현을 해 지방자치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서울시의 첫 주민투표는 도리어 서울시 대의제의 수장인 서울시장에 의해 획책됐다. 이는 주민투표의 본질적 왜곡일뿐더러 재판 중인 사항에 대한 주민투표를 금지한 주민투표법에 위배되는 것이다. 게다가 서울시의 전산조회만으로도 32%의 서명이 무효로 판독되고, 단기간의 부분적 열람에서도 13만4000여건의 불법무효 서명이 발견됐으며, 서명에 법령이 정한 양식을 사용하지도 않았으므로 그 서명들은 법적 요건을 결여해 무효임에도 서울시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이는 법치행정이 아니라 불법행정이다."

불법적인 투표에는 참여하지 않을 권리가 우리에게는 분명히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의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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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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