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스(Blues)와 소울(Soul), 그리고 보니의 알앤비(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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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앤블루스(Rhythm and blues, R&B)는 아프리카계 미국인(African American, Black American or Afro-American)의 음악으로부터 시작된 장르이다. 처음에는 백인들에 의해 서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로 끌려온 흑인 노예들의 필드 홀러(Field holler)가 있었고, 이것이 종교와 만나 가스펠(Gospel)이 되는 한편 세속적으로는 블루스(Blues)가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재즈(Jazz)가 출현했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드디어 좀 더 대중적인 형태인 리듬앤블루스(Rhythm and blues, R&B)가 나타난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알앤비(R&B)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이런 상황을 분명히 알아야 하고, 그래야만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말하는 블루스와 소울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알앤비 뮤즈'라고 소개되고 있는 보니(Boni, 1986~ )의 새 싱글 [아파]의 리뷰를 위해, 나름대로 전체 맥락을 정리하면서 사전 작업으로 작성한 아래의 포스트를 먼저 읽어봐 줬으면 한다. 이번 글에서는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하니까 말이다.

 
관련글: 리듬앤블루스(R&B)와 로큰롤(rock & roll), 가스펠(Gospel)과 블루스(Blues) 그리고 재즈(Jazz) [클릭]


지금부터 살펴볼 보니(Boni, 신보경)는 통칭 흑인 음악인 알앤비를 하는 20대 중반의 여성 보컬리스트이다. 각종 인터뷰를 통해 교회에 대한 얘기도 자주 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가스펠적인 영향이 있을 듯하고, 그렇다면 가스펠(Gospel)과 리듬앤블루스(Rhythm and blues)가 뭉쳐진 소울 뮤직(Soul music)에 대한 얘기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어차피 다 연관된 장르들이고 뚜렷하게 구별되는 것들은 아니니, 한꺼번에 알아보면 되겠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바로 위에서 언급했던 블루스와 소울이다. 

도대체 '블루스'가 뭘까? 그리고 '소울'은? 감히 말하건대, 이걸 명확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흑인 힙합 뮤지션들이 말하는 '그루브'도 마찬가지다. 그루브가 뭔가? 이건 설명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느끼는 것이다. 블루스와 소울도 언어로는 정의될 수 없는, 마치 우리의 한(恨)처럼, 정서적이며 사회적인 '그 무엇'이라고 할 수 있다. '한(恨)'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가? 한(恨)은 그저 우리가 가진 것이고, 우리도 모르게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한(恨)을 느낄 때, 저들은 블루스와 소울을 느낀다. 흑인 노예들의 필드 홀러(Field holler)가 블루스(Blues)가 되었고, 또 재즈(Jazz)가 되었다. 결국, 같은 것이다.

그럼 여기에서, Blues와 Jazz의 전설적인 여성 보컬리스트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 1915~1959)의 역사적인 곡 'Strange Fruit'를 한 번 들어보고 넘어가는 게 좋을 듯하다.

Billie Holiday - Strange Fruit - 10점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 노래/굿인터내셔널



Billie Holiday - Strange Fruit

Southern trees bear a strange fruit
남쪽지방 나무에는 이상한 열매가 열렸네
Blood on the leaves and blood at the root
이파리에 묻은 피와 뿌리에 고인 피
Black bodies swinging in the Southern breeze
검은 몽뚱이가 남풍을 받아 건들거리네
Strange fruit hanging from the poplar trees
이상한 열매가 포플러 나무에 매달렸네

Pastoral scene of the gallant South
당당한 남부의 전원적인 풍경
The bulging eyes and the twisted mouth
부어오른 눈과 뒤틀린 입
Scent of magnolias, sweet and fresh
목련의 향기, 달콤하고 신선한데
Then the sudden smell of burning flesh
어디선가 갑작스런 살 타는 냄새

Here is a fruit for the crows to pluck
여기 까마귀들이 뜯어먹을 열매가 있네
For the rain to gather, for the wind to suck
비를 모으고, 바람을 빨아들이는
For the sun to rot, for the trees to drop
햇볕에 썩어 문드러지고, 나무에서 털썩 떨어질
Here is a strange and bitter crop
여기 이상하고 쓰디쓴 열매가 하나 있네


이게 바로 블루스다. 이 노래의 가사와 이미지가 보이는가? 이상한 열매는 곧 흑인의 주검인 것이다. 백인들에 의해 학살되어 참혹하게 나무에 매달린.. 이 노래는 인종차별을 직접적으로 다룬 것이며, 동족의 죽음에 대한 빌리 홀리데이의 눈물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소리 내어 울지 않는다. 가슴 속의 슬픔을 밖으로 터뜨리지 않고, 시종일관 읊조리듯이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1939년에 처음 Strange Fruit을 들은 백인들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고, 같은 흑인들은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꼈을 것이다. 이런 걸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과연 이 노래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까? 그건 도저히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제대로 한 번 다룰 계획이다]

곧바로 이어서, 역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여성 보컬리스트이자 '소울의 여왕(The Queen of Soul)'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 1942~ )의 기념비적인 곡 'Respect'도 들어보자.


[수입] Aretha Franklin - Respect & Other Hits - 10점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Rhino



Aretha Franklin - Respect

1967년, 인종차별에 반발하여 폭동을 일으킨 흑인들은 시위 기간 동안 '소울의 여왕' 아레사 프랭클린의 Respect를 소리쳐 불렀다고 한다. 제목의 의미를 생각하며 노래를 들었다면 이유는 굳이 말 안 해도 알 수 있을 텐데, 가사 자체도 그런 내용들을 담고 있다. 아무튼, 이게 바로 소울이다. 부잣집 도련님이 자기가 영어로 노래 좀 한다고 아무렇게나 막 갖다 붙이는 게 아니란 말이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순전히 장르적인 소개를 위해, 그저 설명의 편리함을 위하여 블루스니 소울이니 하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진정한 의미의 블루스나 소울을 알기 위해서는 좀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자리에서 리듬앤블루스(Rhythm and blues, R&B)는 흑인만이 할 수 있다거나 블루스나 소울을 모르는 한국인의 노래는 알앤비가 아니라는 등의 편협한 얘기를 하려는 건 절대 아니다. 다만, 그래도 우리가 '(한국에서는 지극히 마이너적 장르인) 흑인 음악을 듣는다'라고 말하거나 '(한국 보컬리스트) 누구의 소울풀한 노래를 듣는다'라고 말하려면, 최소한 블루스와 소울의 느낌은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어떤 식으로든 제대로 된 감상이 가능하고, 새로운 뮤지션의 음악이나 더 좋은 노래를 찾아 듣는 데에 약간이라도 도움이 될 것 아닌가.

어쨌든, 알앤비의 기본이 되는 블루스와 소울에 대해서는 이쯤에서 마무리 짓고,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보니(Boni)의 디지털 싱글 [아파]에 대해 리뷰를 해보도록 하겠다. 우선 뮤직비디오를 통해 노래를 한 번 듣고 시작하자.

http://www.youtube.com/watch?v=J7ihrqRmFps

이번 디지털 싱글은 보니가 이제까지 들려줬던 앨범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좀 더 팝에 가까운 알앤비라고 볼 수 있을 듯한데, '제8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4개 부문 (올해의 신인,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 여자 아티스트)의 후보에 올랐던 만큼 새 싱글 '아파'에서도 그녀의 가창력이나 호소력은 상당하다는 것을 금새 느낄 수 있다. 음반 소개에 언급이 없는 걸 보니 싱어송라이터는 아닌 것 같고, 보컬 자체에 집중하고 있는 뮤지션으로 보인다. 말 그대로 딱 한 곡의 디지털 음원이 발표된 것인데, 일단 노래가 전반적으로 대중적이며 그냥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가사와 멜로디를 가지고 있는 편이다.

이처럼 Boni는 상당한 가창력과 호소력을 가지고 있으며, 대중이 듣기 편한 노래를 발표했다. 그런데, '알앤비&소울'이라고 할 때의 리듬앤블루스(Rhythm and blues, R&B)로서는 노래를 잘 불렀다고 보기에 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노래를 잘 부른다'라는 말 자체가 사람마다 약간씩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기에 어느 정도는 주관적인 것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보니의 '아파'에서 알앤비의 블루스와 소울을 느끼기는 힘들었다. 이건 단지 Boni가 흑인이 아니어서 그것을 표현하지 못했다는 뜻이 아니라, 보니라는 사람이 자기 나름대로의 블루스와 소울을 가지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즉, 자신만의 감정 표현과 색깔이 아직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것 같다는 뜻이며, '아파'라는 노래는 테크닉적으로는 괜찮을지 몰라도 뭔가 진정한 울림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어떤 노래가 사랑을 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작사와 작곡의 측면에서) 노래 자체가 굉장히 좋거나, 또 그것을 소화하는 보컬이 테크닉적으로 엄청나게 탁월하거나, 그리고 예술로서 어떻게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놀라운 감응을 이끌어내거나.. 인순이나 윤미래, 박정현이나 정인의 대표곡들도 이런 한 두 가지 이유들을 갖고 있는 듯하다. 물론 보컬리스트마다 주력이 다 다를 수 있고, 설사 자기 나름대로의 블루스와 소울이 좀 약하다고 할지라도 다른 부분에서 그것을 상쇄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Boni에게서 약한 블루스와 소울을 보완해줄 만한 장점을 찾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고 노래 자체가 굉장히 좋다거나 테크닉이 엄청나게 탁월하지도 않으니, 뭔가 아직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보니 - 아파 - 6점
보니(Boni) / 인플래닛

정리하자면, 보니의 노래를 듣다 보면 그저 팝으로서 가창력이나 호소력은 괜찮은데, 알앤비로서 특별히 좋은 감동을 주지는 못하는 듯하다. 그냥 듣기에는 나쁘지 않지만,  우리가 왜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의 Strange Fruit과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의 Respect를 들으며 감동하는가? 그것은 이들이 자신만의 블루스, 자신만의 소울을 가지고 노래를 부르기 때문이다. 그 블루스와 소울에 우리는 매료되는 것이며, 평소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순수한 정서적 충만감을 만끽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보니의 '아파'는 분명히 아픈 이별 노래인데, 이런 정신적 카타르시스가 없이 그저 밋밋하고 단조롭다. 실력도 있고 표면적으로는 슬픈데, 블루스와 소울의 부재로 인해 듣는 이에게 깊은 감정의 파동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세련됐지만 특유의 매력이 없다.

자기 나름대로의 블루스와 소울이 없는 알앤비 싱어는 대중을 진정으로 사로잡을 수 없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아예 극한의 테크니션이 될 수도 있겠지만, 보니의 여러 인터뷰를 참고하건대("단순히 노래 잘 하는 가수보다는 노래했을 때 느낌이 다른 가수가 되고 싶다") 그건 본인도 원하는 방향이 아닌 걸로 보인다. 그렇다면 흑인들이 인종차별과 자신들의 고통으로부터 블루스와 소울을 발견했듯이, 보니도 많은 고뇌와 길고 힘든 시간을 겪으면서 자신만의 한(恨)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회를 다니는 보니에게는 굳이 이런 방향만 있는 건 아니지 않을까? 주제넘게 한 마디 하자면, 오히려 가스펠을 좀 더 깊이 있게 해보는 건 어떨까 한다. 어차피 가스펠(Gospel)과 재즈(Jazz)로부터 알앤비가 나온 것이고, 가스펠은 위대한 리듬앤블루스 싱어들의 정신적 기반이다. 원래 교회를 다니던 사람은 종교의 순수함을 통해 자신만의 감정 표현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는 것이다.

부디, 보니(Boni)가 자기 나름대로의 블루스와 소울을 가지며 개성 있고 진정 성숙한 알앤비 뮤지션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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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of ART

Posted by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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