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의 음악은 어떻게 우리 모두의 음악이 되었는가.

음악은 예술이다. 예술은 과학처럼 분명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틀린 과학은 있을지 몰라도, 틀린 예술은 없다. 단지 '다른' 예술이 있을 뿐이다. 대부분의 예술은 그 기원을 찾기 힘들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양해진 각 예술의 세부 장르들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구별하기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여타의 예술보다 상대적으로 추상성이 강한 음악인 경우 더욱 그렇고, 또 그것이 약자들로부터 시작된 음악일 때에는 훨씬 더 그럴 것이다.

현재 전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미국의 음악 중에 태반은 본래 약자였던 아프리카계 미국인(African American, Black American or Afro-American)들의 문화로부터 나왔다. 아마도,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음악은 이들이 미국에 끼친 가장 큰 영향들 중에 하나일 것이며, 세계의 대중음악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업적일 것이다. 한 예로 미국의 대중음악을 얘기할 때 가장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것이 바로 빌보드차트일 텐데, 명목상으로는 단지 미국 내 Popular Music의 인기 순위 정도로 볼 수 있을 듯하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음악팬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으며 음악시장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어떤 기준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빌보드차트에 등장하는 음악들의 세부 장르만 봐도 상당수가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부터 시작된 것이고, 각 장르의 대표 뮤지션이나 지금 차트에 직접 올라 있는 뮤지션이 흑인인 경우도 많다.


즉, 현재 지구상에서 인기 있는 Pop 중에 많은 부분이 African American의 것이며, 이 음악들의 원류를 살펴보는 게 지금의 우리 대중음악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포스트에서는 미국의 흑인들이 만든 음악 장르인 가스펠(Gospel)과 블루스(Blues), 재즈(Jazz), 리듬앤블루스(R&B)와 로큰롤(rock & roll) 등에 대해 좀 구체적으로 알아보려고 한다.

다만 여기서 꼭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맨 위에서도 말했듯이, 음악은 분명하게 설명되지 않으며 각 장르 역시 명확하게 정의되거나 구별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래에 서술하는 내용은, '1+1=2'라거나 '2 다음에는 3이고 3 뒤에는 4가 온다'라는 식의 일방적 설명이 아닌, African American의 음악에 대한 전체적인 맥락과 기본적인 의미를 알기 위한 개괄적인 안내일 뿐이다. 그러니 객관식 문제의 정답을 찾듯이 읽지는 말기를 바라며, 어디까지나 예술, 그 중에서도 음악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 명심했으면 좋겠다.


노예들의 필드 홀러(Field holler)

[19세기]
다들 알다시피 원래 미국의 흑인들은, 소수의 백인들이 남부의 대농장을 경작하기 위하여 온갖 폭력적인 수단을 다 동원해서, 서아프리카로부터 노예로 끌려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유럽에서 아메리카로 건너온 백인들에게 아주 억압적인 인종차별을 당했고, 너무나 비인간적인 처우 속에서 엄청난 노동을 감내해야만 했다. 숫자가 적은 백인들이 많은 흑인들을 노예로 부리며 광대한 농장을 관리하는 상황 하에서, 농장주들은 일상적인 폭력을 사용하면서도 항상 긴장할 수밖에 없었고,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어떤 불상사를 가져올지도 모를) 흑인 사이의 대화를 금지시켰다. 평화로운 아프리카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던 흑인들은 말도 할 수 없는 답답한 처지에서, 야만적인 백인의 총부리 앞에 동물보다도 못한 노예 생활을 했던 것이다.



결국 흑인들은 살기 위해서 뭐든지 표현하고 힘든 노동을 버텨내기 위하여, 하늘에라도 대고 자신들의 울분을 토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곧 필드 홀러(Field holler)와 같은 노예들의 노동요가 되었다. 이것은 같은 흑인들과는 거의 대화를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이 원치 않는 노동을 해야 하는 흑인들의 고통과 답답함, 설움을 신께 호소하는 영적인 노래였다. 또한 백인들 입장에서도 힘든 노동을 해야만 하는 흑인들이 노래의 리듬에 맞춰 묵묵히 일하는 것(노동요 자체의 기능)으로 비춰질 수도 있었기에, 대화를 못하게 막은 대신 Field holler만큼은 완전히 금지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필드 홀러를 그저 단순히 노래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으며, 순수한 노동요 그 이상의 사회적 맥락과 의미가 흑인 노예들의 필드 홀러(Field holler)에는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가스펠(Gospel)과 블루스(Blues)

[19세기 말 ~ 20세기 초]
오랜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흑인 노예들의 Field holler는 종류도 많아졌고 형태도 다양해졌다. 마치 민요처럼, 여러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기에 이는 당연한 일이었고, 구전된 필드 홀러는 종교와 만나서 가스펠(Gospel)이 되는 한편, 산업의 변화와 흑인들의 이주 등으로 보다 넓은 사회와 접촉하면서 블루스(Blues)가 되었다. 다시 말해서, 흑인의 음악 중에 상대적으로 종교적인 측면이 강한 것들이 가스펠이고, 이에 반해 세속적인 측면이 강한 것들이 블루스인 셈이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가스펠은 교회에서 부르는 찬송가와 비슷한 형태의 음악이고, 블루스는 일반적인 팝에 훨씬 가까운 내용의 음악인 것이다.


물론, 저명한 재즈 비평가 요하임 E. 베렌트(Joachim Ernest Berendt)가 했던 것처럼, 블루스를 정서적으로, 인종적으로, 사회과학적으로, 선율적으로, 화성적으로 또는 형식적으로 정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복잡하고 길게 설명하는 것보다, 우리는 그저 대표적인 블루스 싱어와 가스펠 싱어의 노래를 한 곡씩 들어보는 걸로 족할 듯 싶다.

먼저, '블루스의 여왕(The Empress of the Blues)'이라고 불리는 베시 스미스(Bessie Smith, 1894~1937)의 노래 'Downhearted Blues'를 들어보자.


[수입] Bessie Smith - Downhearted Blues - 10점
베시 스미스(Bessie Smith)/Naxos


Bessie Smith - Downhearted Blues

- In 2002 Smith's recording of the single, "Downhearted Blues", was included by the National Recording Preservation Board in the Library of Congress' National Recording Registry. The board selects songs on an annual basis that are "culturally, historically, or aesthetically significant." "Downhearted Blues" was included in the list of Songs of the Century by the Recording Industry of America and the 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 in 2001. It is in the Rock and Roll Hall of Fame as one of the 500 songs that shaped rock 'n' roll.

다음으로, '가스펠의 여왕(The Queen of Gospel)'인 마할리아 잭슨(Mahalia Jackson, 1911~1972)의 gospel song 'Move On Up A Little Higher'를 들어보도록 하자.

Mahalia Jackson - The Very Best of Mahalia Jackson : Queen of Gospel [2CD] - 10점
마할리아 잭슨(Mahalia Jackson) 노래/포니캐년(Pony Canyon)


Mahalia Jackson - Move On Up A Little Higher

- "Move On Up A Little Higher" was honored with the Grammy Hall of Fame Award in (1998). In 2005, the Library of Congress honored the song by adding it to the National Recording Registry. It was also included in the list of Songs of the Century, by the Recording Industry of America and the 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 and is in the Rock and Roll Hall of Fame as one of the 500 songs that shaped rock.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음악 장르인 Blues와 Gospel을 확실하게 구별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어차피, 가스펠과 블루스 간에 뚜렷한 경계를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렇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필드 홀러(Field holler), 가스펠(Gospel), 블루스(Blues)를 알지 못한다면, 흑인 음악을 절대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흑인들이 살아가는 환경은 백인들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에, 백인들은 블루스를 가질 수 없었으며, 이런 형편은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재즈(Jazz)

[20세기 초]
드디어, 재즈까지 왔다. 필드 홀러(Field holler), 가스펠(Gospel)과 블루스(Blues)가 바탕이 되어 재즈(Jazz)가 출현했으며, 여러 위대한 뮤지션들에 의해 Jazz는 아주 특별한 음악 장르가 되었다. 이것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팅을 통해서 앞으로도 많이 다룰 것이니, 이번 글에서는 더 깊숙이 들어가지 않겠다. 아무튼 재즈를 기점으로, 흑인 음악은 진정으로 미국 음악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다음에 나올 리듬앤블루스(R&B), 로큰롤(rock & roll) 등은 전 세계의 음악시장을 평정하게 된다.

리듬앤블루스(R&B)와 로큰롤(rock & roll)

[20세기 초중반]
미국 사회의 전반적인 변화에 따라, 농촌의 필드 홀러(Field holler)가 도시적인 스타일로 확장되고, 블루스(Blues)와 가스펠(Gospel)이 재즈(Jazz)와 본격적으로 상호반응을 일으킨 시간이 누적되면서, 리듬감이 풍부하고 훨씬 더 대중적인 형태인 리듬앤블루스(Rhythm and blues, R&B)가 나타난다. Rhythm and blues는 비트가 강하고, 내용상으로도 덜 어두운 편이며, 미국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흑인 음악에 대한 편견이 적은 영국에서 많은 뮤지션들에게 전파된다 [그래서 이후에 영국 출신의 록 뮤지션들이 대중음악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데에 크게 기여한다]
그리고 리듬앤블루스는 급기야, 백인들의 대중음악인 컨트리뮤직(country music)과 만나서 그 이름도 유명한 로큰롤(rock & roll)로 재탄생하게 된다. 바야흐로 흑인들만의 음악이었던 것이 Jazz를 거치고 country music과 연결됨으로써 백인들까지 함께하는 음악으로 변모한 것이다.

이쯤에서, 리듬앤블루스(R&B)와 로큰롤(rock & roll)에서 대표적인 두 사람을 같이 만나보는 게 좋을 것 같다. 한 사람은 흑인이고, 또 한 사람은 백인이다. 둘 다 미국 대중음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며,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동일한 곡을 불렀다. 흑인은 리틀 리차드(Little Richard, 1932~ )이며 1955년에 Tutti Frutti를 발표했고, 백인은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1935~1977)이며 1956년에 Tutti Frutti를 불렀다.

[수입] Little Richard - She Knows How To Rock (2CD) - 10점
리틀 리차드(Little Richard)/Jasmine Music


Little Richard - Tutti Frutti

두 곡의 투티 프루티를 연속해서 들으며, 흑인과 백인의 차이 그리고 이 당시의 변화상을 나름대로 머릿속에 상상해보자.

Elvis Presley - Elvis Presley [수입 재발매] - 10점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노래/소니뮤직(SonyMusic)

 

Elvis Presley - Tutti Frutti

이제, 블루스는 백인의 Popular Music에도 직접 스며들었다. 곧이어 위대한 뮤지션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비틀즈(The Beatles), 롤링스톤즈(The Rolling Stones), 밥 딜런(Bob Dylan)이 등장하며 리듬앤블루스(R&B)와 로큰롤(rock & roll)의 바탕 위에서 자신들의 탁월한 음악을 대중에게 선보인다. 마침내, 흑인의 음악은 명실상부하게 모두의 음악이 된 것이고, 지금 이 순간까지도 그런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 

소울(Soul), 록(Rock), 펑크(Funk), 힙합(Hip hop)....

[20세기 중반 이후]
미국 대중음악의 주류에 있는 소울(Soul), 록(Rock), 펑크(Funk), 힙합(Hip hop) 등은 모두 흑인 음악의 유산으로부터 결정적인 영향을 받은 장르들이다. 현재까지 이런 영향력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며, Disco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Dance music 장르, 이를 테면 Electro, House, Techno 등에서도 모두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결국 아프리카계 미국인(African American, Black American or Afro-American)들의 문화에서 나온 음악이 모든 이의 음악이 되었으며, 요즘 한국의 아이돌들이 보여주는 음악은 물론이고 케이팝(K-pop) 전체적으로 봐도, 사실은 흑인 음악에 그 기본 바탕을 두고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2011/08/21 - [음악 + α] - 빌리 홀리데이의 Strange Fruit, 아레사 프랭클린의 Respect 그리고 보니의 [아파]
 

이렇게, 흑인의 음악은 어떻게 우리 모두의 음악이 되었는가를 살펴보기 위해서, 가스펠(Gospel)과 블루스(Blues), 재즈(Jazz) 그리고 리듬앤블루스(R&B, Rhythm and blues)와 로큰롤(rock & roll)에 대해 알아 보았고, '블루스의 여왕(The Empress of the Blues)' 베시 스미스(Bessie Smith)의 'Downhearted Blues'와 '가스펠의 여왕(The Queen of Gospel)' 마할리아 잭슨(Mahalia Jackson)의 'Move On Up A Little Higher'도 듣고, 리틀 리차드(Little Richard)와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의 노래 투티 프루티(Tutti Frutti)까지 다 들어보았다.

마지막으로, 영국의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1945~ )이 한 말을 그대로 옮기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록은 배터리 같은 것입니다. 자주자주 매번 블루스로 돌아가 재충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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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of ART

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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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oo 쑤 2011.08.12 13: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엘비스 아저씨 음악 오랜만에 들으니 좋은데요~! ㅎㅎ 뚜비두라라..

  2. Char 2011.08.16 09: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흥미롭게 잘 읽고갑니다. ^^* 에릭 클랩튼의 말이 공감가게끔 하는 포스트예요.

  3. GentleGiant 2012.01.03 15: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글이에요^^ 소울음악에 대해 검색하고 있었는데 기원을 처음부터 쭈욱 가볍게 리뷰할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4. DB 2015.02.12 00: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좋은 글이에요~ 잘읽었습니다. 평소에 궁금하던점이 해결됨은 물론이고 더 넓고 깊게 알게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