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적이지만 감동이 있는, 폴 해기스 감독의 휴먼 드라마 [Crash(2004)].

한국은 오랫동안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는 중이고, 상황이 극적으로 반전되지 않는 한 20여 년 후에는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다. 게다가 아주 빠르게 고령화 역시 진행되고 있기에 근로인구가 감소하는 동시에 부양인구가 급격히 증가할 테고, 이것은 공공재정에 커다란 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인구 성장이 멈추고 '제로 성장' 단계에 진입하는 2030년 즈음에는, 경제활동인구가 확연히 감소하고 세수 감소와 함께 사회보장비가 증대하며, 재정수지가 악화될 가능성이 아주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때쯤에는 1~2인 가구가 전체가구 대비 5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10가구 중 1가구는 독거노인이고 치매환자도 크게 증가할 걸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서 대외적으로는 20~30년 내에 오일 피크(석유생산 정점)에 도달하며 석유 고갈이 현실화될 테고, 아무리 많은 돈을 주고도 석유를 살 수 없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다. 값싼 화석연료시대의 종말은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모든 생활의 전반에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며, 인류의 경제 기반 자체를 뒤흔들고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요구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기간 동안에도 전세계 인구는 계속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그에 비해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저지대와 해안지역의 침수를 가져오며 다수의 섬나라를 지도상에서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 결국 전지구적으로 기후난민이 속출할 수밖에 없고,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것은 한국과 같은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 말하자면 인도주의적으로 기후난민의 유입을 허용하거나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실시하도록 하는 명분이 될 수도 있다.


[2011년 5월 16일 문화일보 보도(좌), 2011년 11월 21일 한국일보 보도(우)]

사실, 꼭 이러한 환경의 변화가 아니더라도 한국이 점점 더 다문화 사회가 되어 가는 건 이제 피할 수 없는 일이고, 아마 앞으로는 한국인들이 지금까지 의식 또는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던 단일민족국가에 대한 환상을 서서히 버려야 할 것이다. 보통 한 세대를 30년 정도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감히 말하자면 한두 세대 이내에 한반도는 남부한국과 북부한국의 통일과 함께 (마치 미국처럼) 피부색이 전혀 다른 사람들이 어딜가든 한 공간에서 같이 살아가는 완전한 다민족 사회가 될 가능성이 무척 높고, 이와 관련해서 전체적으로 사회 갈등의 불씨가 굉장히 광범위하고 복잡다단하게 우리 생활 곳곳에 깊숙이 퍼져나갈 것이다.

인간의 모든 역사가 그렇듯이, 피할 수 없는 시대의 변화와 사회의 변동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잘 적응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이런 물결 자체를 반동적으로 거부하며 반항하는 사람들도 도처에 있기 마련이다. 향후 약 한 세대 동안 이와 같은 종류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그것은 한반도의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그리고 원주민은 전과 같지 않은 조국의 모습에 낯설어 하며 불안감을 드러낼 테고, 이주민은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진 나라에 적응하면서 여러 가지로 해결이 쉽지 않은 혼란을 겪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원주민이든 이주민이든 전혀 익숙하지 않은 상황들을 여기저기서 지속적으로 경험하면서 어쩔 수 없이 모든 사람들이 이방인의 감정을 느끼게 될 텐데, 이것은 모두에게 참 힘든 과정이 될 것 같다.

바로 이 시점에서 모든 이방인들을 위한 감동적인 영화, 폴 해기스(Paul Haggis, 1953~ )가 만든 휴먼 드라마의 수작 [크래쉬 (Crash, 2004)] 줄거리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 작품의 각본과 감독을 맡은 폴 해기스는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가 연출해서 호평을 받은 [밀리언 달러 베이비 (Million Dollar Baby, 2004)]를 각색했던 사람인데, '크래쉬'를 통해 연달아 평단과 대중의 열광적인 호응을 받게 된다. 흔치 않게 이 작품은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로 상당히 많은 주요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면면이 너무나 판이하며, 얘기가 사방으로 마구 얽히고설킨 구조를 보여준다. 그러나 탁월한 각본가인 Paul Haggis는 관객이 자칫 헷갈리기 쉬운 이야기를 정말이지 능수능란하게 잘 구성하여 캐릭터와 내러티브 측면에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있으며,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제78회 아카데미시상식(2006)에서 작품상과 각본상, 편집상을 수상한다. 워낙 다양한 인물들과 여러 가지 사건들이 있는 영화이기에 일단 설명은 여기에서 멈추고, 곧장 [크래쉬 (Crash)]의 등장인물과 줄거리를 정리해보겠다. 자 그럼, 앞으로 몇 년 후 우리의 현실이 될 수도 있는 영화속으로 그대로 들어가보자.


크래쉬 (Crash, 2004)
미국, 독일 | 드라마, 범죄 | 113 분 | 각본, 감독 : 폴 해기스(Paul Haggis)
출연: 산드라 블록(Sandra Bullock, 진 카봇 役), 브랜든 프레이저(Brendan Fraser, 리차드 카봇 役), 돈 치들(Don Cheadle, 그레이엄 워터스 役), 제니퍼 에스포지토(Jennifer Esposito, 리아 役), 맷 딜런(Matt Dillon, 라이언 役), 라이언 필립(Ryan Phillippe, 핸슨 役), 테렌스 하워드(Terrence Howard, 카메론 테이어 役), 탠디 뉴튼(Thandie Newton, 크리스틴 테이어 役), 루다크리스(Ludacris, 앤소니 役), 라렌즈 테이트(Larenz Tate, 피터 役), 션 터브(Shaun Toub, 파라드 役), 바하 수멕(Bahar Soomekh, 도리 役), 마이클 페나(Michael Pena, 다니엘 役)

주요 등장인물 소개
- 선거에 출마 예정인, 백인 검사 ‘리차드 카봇’
- 백인 검사의 백인 아내 ‘진 카봇’
- 흑인 수사관 ‘그레이엄 워터스’
- 아버지가 푸에르토리코인이고 어머니가 엘살바도르인인, 히스패닉 여형사 ‘리아’
- 투병 중인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백인 경찰 ‘라이언’
- 백인 경찰 ‘핸슨’
- 흑인 드라마 프로듀서 ‘카메론 테이어’
- 흑인 프로듀서의 흑인 아내 ‘크리스틴 테이어’
- 흑인 차량 강탈범 ‘앤소니’
- 그레이엄의 동생인, 흑인 차량 강탈범 ‘피터 워터스’
- 영어를 잘 못하는, 이란인 이민자 ‘파라드’
- 이란인 이민자의 딸 ‘도리’
- 멕시칸 열쇠수리공 ‘다니엘’


- 파라드는 딸 도리와 함께 권총과 총알을 사러 총포상에 가는데, 총포상 주인의 아랍인 혐오증과 총에 대한 무지, 어설픈 영어로 인해 말다툼을 벌인다. 결국 영어를 좀 더 잘하는 도리가 총알을 고른다.
- 앤소니와 피터는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데, 음식이 늦게 나오고 커피를 제때 따라주지 않자 그게 자기들 피부색 때문이라며 불만을 터뜨린다. 식당에서 나와 길을 걷는데 카봇 부부가 자신들을 보고 몸을 움츠리자, 그것도 자신들 피부색 때문일 거라며 총을 들고 위협해 카봇 부부의 차를 강탈한다.
- 그레이엄과 리아는 권총 살인 사건이 발생한 현장으로 가는데, 그 사건은 도로 상에서 차에 타고 있던 흑인 경찰과 백인 경찰이 총격전을 벌여 백인 경찰이 흑인 경찰을 죽인 사건이었다.



- 진은 자동차를 강탈 당하자 극도로 신경이 예민해져서, 집에 자물쇠를 교체하러 온 다니엘을 의심한다. 유색 인종이며, 머리를 빡빡 깎았고, 문신을 한 다니엘이 곧바로 열쇠를 팔아먹을 거란 이유에서다. 리차드에게 신경질을 부리며 진은 내일 당장 자물쇠를 다시 바꾸겠다고 말하고, 리차드는 백인이 아닌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하느라 함부로 말하지 말라며 말싸움을 한다.
- 라이언은 병으로 잠도 잘 못 이루는 아버지 때문에 의료 상담사와 통화하지만 도움을 받지 못하고, 흑인 상담사에게 검둥이라며 화를 낸다. 화가 채 가시기도 전에, 라이언은 핸슨과 같이 순찰을 나가고 자동차 강탈사건과 관련된 무선 통신을 듣는다. 라이언은 테이어 부부의 차를 세워 검문한다. 운전하는 카메론에게 크리스틴이 오럴섹스를 해주는 모습을 보고 배알이 뒤틀렸던 것이다. 카메론은 검문에 순순히 응하지만 술을 마신 크리스틴은 불만을 터뜨리고, 라이언은 운전 중 오럴섹스는 법위반이라며 협박한다. 몸 수색을 구실로 크리스틴의 몸을 마구 더듬으며 성추행하는 라이언. 카메론은 아무 말도 못하고, 오히려 잘못을 빌어서 겨우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크리스틴은 자신을 성추행한 경찰에게 대항하지 못한 카메론을 향해, 신문에 이름이 날까 봐 두려워하고 흑인인 걸 부끄러워 한다며 비난한다.



- 다니엘은 집에 돌아와, 예전의 총격 사건으로 멀리서 들리는 총소리 마저 아주 두려워하는 5살의 딸을 보게 된다. 다니엘은 딸에게, 자신이 5살 때 요정으로부터 방탄 투명 망토를 받았다며 그것은 총알도 뚫을 수 없다고 말한다. 방탄 투명 망토가 마치 실재하는 냥 딸에게 걸어주며 안심시키는 다니엘.
- 앤소니와 피터는 강탈한 차를 몰고 가다가 본인의 차에 올라타려던 아시아인을 치어 사고를 내고, 고통에 신음하는 아시아인을 병원 응급실 앞에 내려놓고 도망간다.
- 핸슨은 라이언의 인종차별적 행동에 반감을 품고, 상관에게 파트너를 교체해 달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제대로 받아 들여지지 않고, 결국 혼자 근무하게 된다.



- 다니엘은 파라드의 슈퍼마켓에 자물쇠를 고치러 가지만, 문제는 자물쇠가 아니라 문 자체라는 걸 알고는 파라드에게 문을 교체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파라드는 영어도 잘 못하고 사기도 당해봤던 터라, 다니엘을 오해하고 무시해서 서로 다툼만 일어나게 된다. 결국 문을 제대로 고치지 못한 파라드.
- 그레이엄은 리아와의 섹스 도중에 걸려온 어머니의 전화를 받는다. 피터가 집을 나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어머니의 말에 별 관심도 없이 끊어버린다. 어머니에게는 백인과 섹스하고 있다고 거짓말하고, 정작 리아가 멕시칸인 줄 알고 있는 그레이엄. 전혀 멕시코인과 관계가 없는 자신을 그렇게 알고 있는 것에 크게 화를 내는 리아와, 남미인을 무시하는 그레이엄은 말다툼을 벌인다.
- 이란인을 이라크인으로 착각한 강도들에 의해 자신의 전재산인 슈퍼마켓이 아수라장이 된 파라드. 보험회사에 보상을 받으려고 하지만, 문을 교체하라는 다니엘의 말을 무시한 것이 드러나 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된다.


- 카메론을 만나러 촬영장에 갔다가, 화해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크리스틴은 갑작스런 자동차 사고를 당해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그 옆을 순찰하던 라이언은 사고 현장에 뛰어들고, 크리스틴과 라이언은 위기 상황 속에서 마주한다. 라이언을 보고 극도의 혐오감에 도움을 거절하는 크리스틴. 하지만 라이언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찰의 임무를 다해 크리스틴을 구해낸다.
- 권총 살인 사건에서, 흑인 경찰의 차에 거액의 현금이 있는 것을 본 그레이엄. 뭔가 복잡한 내막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흑인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하는 리차드 측은 백인 경찰의 흑인 혐오로 사건을 끌고 가기 위해 그레이엄을 회유한다. 그레이엄은 거부하지만, 피터가 리차드의 차를 강탈했고 누적된 범죄로 인해 이번에 잡히면 종신형을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는 리차드 측의 제안을 결국 받아들인다. 리차드는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을 백인의 흑인 혐오 범죄로 발표한다.
- 모든 재산을 잃게 된 데에 앙심을 품고, 권총을 소지한 채 다니엘의 집으로 찾아온 파라드. 다니엘을 향해 총을 쏘는데, 그때 뛰어든 다니엘의 5살 짜리 딸이 그 총을 맞는다. 충격 받은 파라드, 울부짖는 다니엘. 그러나 어린 딸은 무사하다. 요정의 망토가 아빠를 지켜주었다고 말하는 딸. 사실은 파라드의 총에 든 총알이 공포탄이었던 것이다. 죄책감을 느낀 파라드는 자신과 전혀 다른 민족인 다니엘의 딸을 천사라고 여기며 커다란 안도감을 가지고, 권총을 도리에게 넘긴다.


- 앤소니와 피터는 또 차를 강탈하려고 하지만, 그 차는 카메론의 차였다. 흑인에게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둘은 크게 당황하고, 카메론은 강하게 대항한다. 피터는 도망가고 앤소니는 카메론의 차에 타는데, 경찰의 눈에 띄게 된다. 순찰하던 핸슨도 그 현장으로 가고, 경찰들에 둘러싸인 카메론은 같은 흑인인 앤소니 때문에 경찰에 협조하지 않는다. 내막을 잘 모르는 경찰들은 카메론에게도 총을 겨누고, 카메론은 더욱 더 격하게 반응한다. 큰 위험에 처한 카메론, 이때 핸슨이 나서서 경찰이 카메론을 놓아주도록 한다. 위기에서 벗어난 카메론은 앤소니를 원망하고, 앤소니는 카메론의 차에서 말없이 내린다.
- 집에 혼자 있던 진은 발을 헛디뎌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데, 백인 친구들은 아무도 나타나지 않고, 유일하게 유색인종 파출부의 도움을 받는다. 유색인종 파출부를 향해 가장 좋은 친구라고 말하는 진.


- 피터는 히치하이킹을 하다가, 우연히 핸슨의 차에 타게 된다. 대화를 하다 오해가 생겨 다툼이 일어나고, 피터는 오해를 풀기 위해 주머니에서 인형을 꺼내 보여주려고 한다. 그러나 총을 꺼내려 한다고 의심한 핸슨은 순간적으로 당황해 피터를 쏘아 죽인다. 피터의 시신을 길에 버리고 도망가는 핸슨.
- 피터의 살해 현장에 도착한 그레이엄. 피터의 죽음을 알게 된 어머니는 동생에 대해 무관심했고, 찾지도 않았다며 그레이엄을 원망한다.
- 앤소니는 자신이 치었던 아시아인의 차를 팔아 먹으려고 하지만, 그 안에는 미국에 밀입국한 아시아인들이 타고 있었다. 돈을 줄 테니 아시아인들을 팔라는 백인의 말을 듣는 앤소니. 그러나 앤소니는 아시아인들을 팔지 않고, 자유의 몸으로 놓아준다.

크래쉬 (2disc) - 10점
폴 해기스(Paul Haggis) 각본, 감독/엔터원


이상으로, 비극적이지만 감동이 있는 영화 폴 해기스(Paul Haggis)의 [크래쉬 (Crash, 2004)] 등장인물과 줄거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살펴보았다. 이 작품은 계층과 인종 문제를 바탕으로 도시인의 고독과 현대인의 소외를 깊이 있게 다룬 수작이라고 할 수 있으며, 휴먼 드라마로서 솔직하면서도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는 시각을 우리에게 잘 보여주고 있다. 폴 해기스는 철저하게 현실성에 바탕을 두고 사실상 불가피한 비극들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직시하는 한편, 각 인물들의 내면을 표현함에 있어서는 따뜻한 애정을 가지고 너무나 인간적으로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혹자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인간 군상의 나약하면서도 이기적인 몰골을 보며 꽤나 불편해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불완전하고 유한한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만 있다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크래쉬'라는 영화를 너무 인종주의적 시각에서만 바라보는 것에 대해서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 편인데, 그런 차원으로만 보면 (훨씬 다양한 코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야가 지나치게 협소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백인은 무조건 나쁘고 유색인종은 다 불쌍하다거나, 인종차별을 하는 다수는 절대악이고 힘이 없는 소수는 선하다는 식으로 그렇게 단순하게 사건을 재단하지 않는다. 그 대신 폴 해기스는 모두 다 자기 나름의 사정이 있는 여러 명의 백인과 유색인종을 등장시키며 각자의 사연을 밀도 있게 드러내고, 그저 인종이나 계층에 따른 차이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시점이나 장소, 전반적인 분위기와 위치에 따라 입장이 달라지는 캐릭터들의 모습을 아주 생동감 넘치게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서, 꼭 백인이고 꼭 유색인종이어서 그렇게 약간은 충격적인 사건들이 발생하는 측면도 물론 있겠지만, 이것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그 저변에는 다양한 요인(폭력 만연, 시장 소외, 비인간적 제도, 공동체의식 단절 등등)들이 있다는 걸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종반부에서는 서로에게 결정적으로 도움이 되는 상황을 감동적으로 그림으로써, 화해의 실마리와 결코 적지 않은 그 가능성까지 제시하며 진지하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폴 해기스(Paul Haggis)의 [크래쉬 (Crash)]는 우리에게 묻고 있는 듯하다. 문화적인 배경이 상이하고 피부색이 다르며 의사소통이 좀 원활하지 않은 사람들과 어쨌든 같이 살아가야만 한다면, 우리는 얼마나 인간적으로 그들을 포용할 수 있을지, 또한 각자의 개인적인 불행이 서로간의 몰이해와 무관심으로 인해 사회적인 비극으로 확대 재생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진정한 화합을 위해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게 뭔지에 대해서 말이다. 앞에서 이미 말한 대로, 다가오는 시대에는 한국도 다문화 다인종 사회가 될 수밖에 없으며, 도처에서 이와 관련된 문제들이 무지막지하게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불거져 나올 것이다. 그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영화 속 인물들이 바로 그랬던 것처럼) 공적인 영역에서 절대 흑인과 백인과 황인을 차별하지 않고, 그 사람이 누구든 상관없이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면 손을 내밀어 일으켜 주며, 부당한 폭력에 노출된 사람들에게는 먼저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도 안정된 사회에서 편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으며, 스스로도 소외되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이 30년 뒤에 우리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자, Crash(충돌)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필수적인 덕목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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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of ART

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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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har 2011.12.01 10: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극복 자체만으로 관건이네요... 사람으로 이루어진 벽이 제일 넘기 힘든 것 같습니다
    크래쉬 리뷰 잘 봤어요 ^^* 항상 좋은 포스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