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지만 천한 악인, Alain Delon의 초기 대표작 [태양은 가득히(1960)] 줄거리.

 

알랭 드롱은 참 잘생긴 배우다.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 Norma Jeane Mortensen Baker, 1926~1962)가 섹스 심벌의 대명사이듯, 알랭 들롱(Alain Fabien Maurice Marcel Delon, Alain Delon, 1935~ )은 미남의 대명사였다. 전문가들이 이 여성과 남성의 연기를 어떻게 평가하든, 이 두 사람은 영화에서 그 존재만으로도 대중의 눈을 확실하게 사로잡았다.

 

어쩌면 1세기에 한두 명 나올까 말까한 스타인 알랭 드롱과 마릴린 먼로에게 있어서 소위 말하는 연기력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이들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눈빛과 표정, 움직임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황홀감을 느낄 수 있고, 다른 어떤 설명도 필요없이 이것 자체가 '예술'이다. 아름다움이란 건 원래 그런 것이고, 본인에게 있어서는 이것이 축복이자 저주가 될 수 있을지언정 대중들은 바로 이런 점에 매혹된다.

 

1957년에 데뷔했다는 알랭 들롱은 불과 2~3년 뒤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 Purple Noon, 1960)]라는 영화로 대중들에게 엄청난 주목을 받게 된다. 이 영화는 1955년에 출간된 파트리샤 하이스미스(Patricia Highsmith, 1921~1995)의 [The Talented Mr. Ripley]를 원작으로 하는데, 이 소설은 1999년에도 맷 데이먼, 기네스 팰트로, 주드 로, 케이트 블란쳇,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한 [리플리(The Talented Mr. Ripley)]로 한 번 더 영화화된 바 있다.

 

아무튼 [태양은 가득히]에서 알랭 드롱은 주인공인 톰 리플리 역을 맡았고, 음악은 나중에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 1939~ ) 감독의 명작 [대부 1, 2(The Godfather)]의 음악을 담당해서 우리에게도 유명한 니노 로타(Nino Rota, 1911~1979)가 맡았다.

 

시오노 나나미가 자신의 책에 "알랭 들롱은 미남이다 ... 그러나 왠지 풍기는 분위기가 천하다 ... [태양은 가득히]에서의 알랭 들롱은 정말 좋았다"라고 썼다는데, 아마도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많은 사람들이 시오노 나나미의 표현에 공감할 듯싶다. 지금도 멋있지만, 20대 중반의 알랭 드롱은 진짜 잘 생겼다. 아니, 그저 잘 생겼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남자가 보기에도 정말 아름다울 정도로 매력적이다.

 

그런데 [Plein Soleil]의 주인공은 열등감에 빠져있는 하류층 젊은이다. 아래 줄거리를 보면 알겠지만, 아름다운 약혼녀가 있는 부자 친구를 살해하는 악인이고, 죽은 친구 행세를 하며 돈을 흥청망청 쓰는 천박한 인물이다. 그러나 톰 리플리는 단순히 나쁘기만 한 놈이 아니다. 이 캐릭터 안에 당시 사회의 부조리와 방황하는 젊은이의 심리가 다 반영되어 있다. 관객들이 주인공을 무조건 미워하기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요즘 우리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악인이 주인공인 영화'의 초기 형태 아닐까?).

 

 

관련 기사에 따르면, Alain Delon은 네 살 때 부모가 이혼했고 계부 품에서 자랐다고 한다. 가톨릭 기숙학교에서 몇 번이나 쫓겨났으며, 열네 살 때부터 계부의 푸줏간에서 일했단다. 몇 년 뒤 군대에 자원입대했고, 해외에 파병되어 5년 간 낙하산 부대에 있으면서 거의 1년 동안 감옥에서 지내기도 했다고 한다. 불명예 제대한 뒤 파리로 돌아와서 웨이터와 세일즈맨 등을 전전하다가 영화배우가 되었단다.

 

결국, 스물 네 살의 알랭 드롱은 [태양은 가득히(Purple Noon)]의 '톰 리플리'가 된다. 다시 한 번 시오노 나나미의 말을 곱씹어 보자. "알랭 들롱은 미남이다 ... 그러나 왠지 풍기는 분위기가 천하다 ... [태양은 가득히]에서의 알랭 들롱은 정말 좋았다" 그리고, [태양은 가득히]의 줄거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살펴보자.

 

태양은 가득히 (Plein Soleil, Purple Noon, 1960)
프랑스, 이탈리아 | 범죄, 스릴러, 드라마 | 118 분
각본, 감독: 르네 클레망(Rene Clement) | 음악: 니노 로타(Nino Rota)

주연: 알랭 드롱(Alain Delon, 톰 리플리 役)

 

 

발단 - 돈이 많고 아름다운 약혼녀가 있는 필립 그리고 가난한 톰.

 

천한 집안 출신에다가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톰. 부유한 필립의 아버지로부터 아들을 데려오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톰은 필립을 찾아와 함께 지내게 된다. 필립과 그의 친구 프레디 그리고 톰은 셋 다 아무 일도 하지 않지만, 필립과 프레디는 집안이 부유하기에 흥청망청 잘 놀고 먹으며 인생을 즐긴다. 반면 가난한 톰은 필립에게 심하게 무시당하면서도 그를 계속 따라다니며 세월만 보내고 있다. 그런 톰은 장난삼아 필립의 서명을 연습한다.

 

애인도 없이, 그저 필립이 재미로 만나는 여자들이나 같이 만나는 톰. 한편 필립에게는 아름다운 약혼녀 마르쥬가 있다.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전혀 존중해주지 않는 필립 때문에 마르쥬는 많은 상처를 받는다. 그러면서도 마르쥬는 필립과 헤어지지 못하고, 결혼까지 앞두고 있다. 톰은 마르쥬를 좋아하지만 그것을 표현할 수 없고, 마르쥬도 필립이 있는 이상 톰을 만나줄 리 없다. 이런 상황의 톰은 필립의 옷을 입고 그를 흉내내 보기도 한다.

 

 

전개 - 필립을 죽이고, 필립 행세를 하는 톰.

 

필립은 자신을 아버지에게 데려가려는 톰의 계획을 비웃는다. 필립은 마르쥬에게 톰의 악담을 늘어놓고, 마르쥬와 애정행각을 하기 위해 톰에게 일을 시키며 밖으로 내몬다. 필립은 항해를 하면서 구명 보트에 아무 것도 없이 톰을 내버려두어 뜨거운 태양 아래 그를 쓰러지게 만든다.

 

필립과 다툰 마르쥬가 배에서 내려, 단 둘이 항해하게 된 필립과 톰. 톰은 필립을 죽이고, 그의 시체를 끈으로 묶어 바다에 던져 버린다. 필립의 옷을 입고, 필립의 서명을 사용하며, 필립의 타자기를 이용해 마르쥬에게 편지를 쓰는 톰. 그는 필립의 돈을 쓰면서 편하게 지낸다.

 

 

위기 - 필립의 친구를 죽이고, 필립을 자살로 위장하는 톰.

 

필립의 친구 프레디가 나타나 필립을 찾는다. 톰을 본 프레디는 그가 필립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지만, 다른 사람들이 톰을 필립으로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을 프레디가 눈치챌 만한 상황이 벌어진다. 위기에 빠진 톰.

 

급기야 필립 행세를 하던 톰은 프레디를 죽이고, 이 일은 필립(사실은 톰)이 친구인 프레디를 죽인 것처럼 되어 버린다. 수사가 시작되고, 톰은 필립의 유언장을 작성하여 필립이 자살한 것으로 위장한다. 사회적으로 완전히 사라진 필립.

 

 

절정, 결말 - 마르쥬의 마음을 얻고 최후의 희열을 맛보는 톰.

 

톰은 이제 껍데기로서의 필립 행세는 그만 두지만, 그의 재산을 가지고 필립이 살았던 것처럼 부유하고 편한 생활을 마음껏 누린다. 마르쥬 역시 필립이 자살했다고 생각하게 되자 톰에게 마음을 준다. 태양은 가득히 온 세상을 비추고, 해변 근처의 술집에 편하게 누워 제일 비싼 술을 마시는 톰.

 

하지만, 배를 팔기 위해 온 필립의 아버지는 아들의 배를 인양하고, 뭍으로 배가 올려진다. 결국 끈이 배에 걸려 그대로 매달려 있던 필립의 시체가 발견되고, 경찰을 술집 안에 둔 채 톰은 자기 인생의 마지막 자유를 느낀다.

 

 

이상으로 알랭 들롱의 고전명작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 Purple Noon, 1960)] 줄거리를 전체적으로 정리해보았다. 개인적으로 볼 때, 고작 데뷔 2년 만에 이 영화에 출연한 알랭 드롱은 사실 여기서 특별한 연기력을 보여주진 않는 것 같다. 물론 연기를 못한 것도 아니고 눈빛 역시 살아 있지만, 뭔가 배우로서 출중한 능력을 뽐내고 있진 않다. 그도 그럴 것이 Alain Delon은 정식으로 배우 공부를 하지도 않았고 이전에 오랫동안 연기를 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어쩌면 신인배우로서는 이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영화는 알랭 들롱의 대표작 중에 하나라고 할 만큼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으며, 시오노 나나미가 "정말 좋았다"고 표현할 정도로 그에게 참 잘 맞는 역할이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아마도 그가 20대 중반까지 살아온 삶의 궤적이 큰 역할을 했을 테고, 이와 동시에 알랭 드롱의 아름답지만 천한 분위기도 한몫 했을 것인데, 이건 '연기력'이라는 말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것인 듯싶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알랭 들롱은 참 잘 생긴 배우다. 하지만 단순히 잘 생기기만 한 게 아니다. 눈빛이 살아 있었으며, 아름답지만 천한 자신만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그래서 알랭 드롱은 세기의 배우가 될 수 있었으며, 미남의 대명사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잘 생기기고 예쁘기만 한 배우는 예나 지금이나 많다. 이들은 운이 좋으면 한 시대를 풍미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마릴린 먼로나 알랭 들롱처럼 되기 위해서는 뭔가 더 필요하다.

 

한국에도 예쁘고 잘 생긴 배우가 많은데, 자신만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배우는 찾기가 쉽지 않다(이런 배우는 악인이 주인공인 영화에서 밑바닥 인생을 연기하면, 알랭 드롱처럼 자신의 매력을 강하게 어필할 수 있으리라). 과연 김태희나 장동건이 연기력만 키운다고 위대한 배우가 될 수 있을까? 오로지 연기력만 뛰어난 배우가 위대해질 수 없듯이, 아무리 잘 생기고 예쁘더라도 자신만의 분위기가 없는 배우는 위대해질 수 없는 것 아닐까? 다음번에는 우리의 위대한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의 영화를 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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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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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프라텔라 2012.10.17 00: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알랑드롱 세대가 아니라 그런지, 처음 들은 영화네요! 책으로 한번 보고싶어요!!

    • 아서정 Arthur Jung 2012.10.17 13: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알랑드롱 세대가 아니지만, 영화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보게 됐네요~
      두 번이나 유명 감독과 배우들의 선택을 받은 걸 보면, 책도 상당한 매력이 있을 듯..

  2. Char 2012.10.24 22: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알랑드롱 세대 그런 건 사실 없을지도요 +_+)/ 영원한 오빠 응?? ㅋㅋㅋㅋ

  3. 프라텔라 2015.11.17 20: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알랑드롱 세대가 아니라 그런지, 처음 들은 영화네요! 책으로 여셧번 보고싶네요!!

    • Artlhur Jung 2015.11.17 20: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알랑드롱 세대가 아니지만, 영화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보게 됐네요~ 일곱 번이나 유명 감독과 배우들의 선택을 받은 걸 보면, 책도 상당한 매력이 있을 듯..

  4. 클루니 2016.08.19 11: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서 정님 글 잘 쓰시네요.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스스로에게 자신을 가지세요. 굳이 자꾸 시오노 나나미의 말을 인용할 필요 없지요. 그녀의 작품을 한국사람들이 좋아하지만, 그녀의 역사관은 철저히 일본 황국 사관으로 인류애나 정의라고는 찾을 수 없는 (한 가지에 철저히 몰입하는 일본인의 장점을 가진 것은 인정) 삭막한 인물이지요.

    그런 사람보다는 님 자체의 평가가 더 권위있고 소중하답니다.

    • 아서정 Arthur Jung 2016.08.19 11: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영화를 편하게 보고 자유롭게 리뷰를 남기듯이, 그냥 편하게 인용한 겁니다(시오노 나나미는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도 아닙니다). 클루니님 말씀은 감사하지만, 너무 큰 의미를 두실 필요는 없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