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폭탄 테러를 다룬 영화 [천국을 향하여 (Paradise Now, 2005)] 줄거리.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 특수부대와의 교전 중에 사살당했다고 한다. 그는 세계무역센터와 미국 국방부에 대한 항공기 납치 자살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인물이며, 9.11 이후에도 알 카에다의 최고지도자로서 미국의 집요한 추적을 10년 동안이나 따돌렸다. 빈 라덴의 정체와 서방세계와의 관계, 9.11테러 자체의 의구심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을 남긴 채 그의 사망은 기정사실화되어가는 모양새이고, 이슬람의 일부 세력은 보복을 다짐하고 있다는 뉴스도 보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도처에서 테러가 발생하고 있으며,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수많은 매체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뉴스가 보도된다. 그런데 의문인 것이, 겉으로만 보기에는 다른 점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비슷비슷한 사건들. 이를테면 '어디에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해 몇 명이 죽고 다쳤다'라는 개별 뉴스가 과연, 제3자에게는 그 자체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하루에도 몇 건씩 보도되는, 그러니까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끊임없이 발생하는 테러에 대해서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은 어떻게 입장을 정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테러'는 무조건 나쁜 것인가? 도대체 '테러'가 왜 발생하는가? 우리가 학교 다닐 때 배웠던 일제시대 독립투사들의 '의거'가, 만약 요즘처럼 인터넷을 통해 세계 각국에 뉴스로 보도된다고 가정해 본다면, 과연 '테러'가 아닌 다른 어떤 이름으로 보도가 됐을까? 한국인이나 일본인이 아닌 제3자의 입장에서, 하루에도 몇 건씩 매일매일 보도되는 테러 뉴스들 가운데 독립투사들의 의거를 따로 구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그럼 입장을 바꿔서, 억압을 당하는 누군가의 투쟁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거' 또는 '테러'에 대해서 우리는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가? 관련 뉴스들을 보면서 '테러'와 '의거'를 구별하는가, 아니면 그냥 계속되는 테러 중에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는가?

테러: 폭력을 써서 적이나 상대편을 위협하거나 공포에 빠뜨리게 하는 행위.
의거: 정의를 위하여 개인이나 집단이 의로운 일을 도모함.
(출처 - Daum 국어사건)

자 그럼, 영화 한 편의 줄거리를 살펴보자. 이 영화는 흔치않게도, 자살폭탄테러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메인플롯 자체가 자살폭탄테러의 실행자로 선택된 두 주인공의 이야기이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 문제는 가장 큰 갈등요소로 등장한다.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인이 감독을 했고, 이스라엘 정부의 영화기금을 지원 받아 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에서는 제대로 상영되지 못했다고 한다. 2005년에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2006년에는 골든글로브시상식에서 상을 받았고, 전세계 60여 개국에서 상영되었다.

 


천국을 향하여 (Paradise Now, 2005)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 91 분 | 각본, 감독 : Hany Abu-Assad

이스라엘군이 점령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거주지역 나불러스. 팔레스타인 영웅 '아잠'의 딸 '수하'가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다. 자동차 정비소로 차를 찾으러 가고, 그 곳에서 일하는 두 청년 '자이드'와 '할레드'를 만난다. 자이드와 할레드는 단짝친구인데, 수하와 자이드는 서로를 마음에 들어 한다. 자동차 정비소에서 트집을 잡으며 두 사람을 모욕하는 손님과 다툰 일로,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될 처지에 놓인 할레드와 자이드.

팔레스타인 비밀조직에 의해, 암살당한 팔레스타인 사람의 복수를 위한 이스라엘 텔 아비브에서의 자살 폭탄 임무의 실행자로 선택된 할레드와 자이드. 당장 내일 있을 그 임무를 신의 뜻으로 순순히 받아들이는 두 사람. 가족들에겐 비밀로 한 채, 하룻밤을 보낸다. 새벽녘, 잠을 이루지 못한 자이드는 수하의 집으로 찾아가 대화를 나눈다.

자이드 : 진짜 영웅 아잠의 딸이예요? 사람들이 영웅이라고 그러더군요. 자랑스럽겠어요.
수하 : 영웅보단 살아있는 아빠가 좋아요.
자이드 : 그분 덕에 우리의 이상이 살아있는걸요.
수하 : 이상을 지킬 딴 방법도 많아요.
자이드 : 저항밖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수하 : 저항에도 여러 형태가 있어요. 우리에겐 군사력이 없다는 걸 인정하고, 대안을 찾아야 해요.


할레드의 아버지는 한쪽 다리를 저는데, 이스라엘군이 부러뜨린 것이다. 할레드는 그 얘기를 하면서, 자신이라면 나머지 다리도 부러뜨리라고 말했을 것이라고 한다. 자이드의 어머니는 자이드가 아버지를 쏙 빼닮았다고 말하며, 아버지가 어떤 일을 했든 그것은 가족들을 위한 일이었다고 자이드에게 얘기한다. 또, 세상은 변하고 가치판단도 변한다고 말한다. 집을 떠나면서 자이드는 자신을 데리러 온 자말선생의 얘기를 듣는다.

자말 : 자유와 정의 없이 뭘 할 수 있겠나? 우린 정의를 위해 싸워야 돼. 강자가 약자를 삼키는 법에 굴복하는 건, 인간이길 포기하는 거야. 그렇게 사느니 죽는 게 낫지. 자유를 얻기 위해선, 죽음도 불사해야 해. 네가 세상을 바꾸게 될 거야.

비밀 아지트에서 모든 준비를 마치고 폭탄을 몸에 붙인 채, 할레드와 자이드는 팔레스타인 비밀조직 영웅 '아부 카림'의 격려를 받는다. 하지만, 아부 카림은 누가 할레드고 누가 자이드인지도 모른다.

아부 카림 : 축복을 비네.
할레드, 자이드 : 감사합니다.
아부 카림 : 어느 쪽이…?
할레드 : 제가 할레드.
자이드 : 전 자이드.
아부 카림 : 만나게 되어 영광이네. 자네들은 투사야. 이런 영광은 아무에게나 오지 않네. 자네들이 천국에 오른 후엔, 우리가 뒷일을 처리하고 자네들의 영웅적 행동을 기릴 걸세. 소원이 있나?
할레드 : 제 가족이 핍박 받지 않게 해주시고, 우리 포스터를 도심에 크게 걸어 주세요.
아부 카림 : 자네들 가족은 곧 우리 가족이지. 반드시 지켜 주겠네. 이건 2년 만에 재개한 중요한 작전이네. 신중하게 계획했지. 전세계가 놀랄 거야. 우린 자네들이 이번 임무의 적임자라고 굳게 믿고 있네. 영원히 잊지 않겠네. 정말 자랑스러워.
할레드 : 역시 영웅은 달라!


이스라엘 텔 아비브로 가기 위해 경계선에 선 할레드와 자이드.

자이드 : 이게 옳은 일일까?
할레드 : 무슨 소리야? 1시간 후에 우린 영웅이 되서 천국에 가게 될 거야.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한 건 너잖아. 지금 이건 사는 게 아냐.
자이드 : 나도 알아. 하지만, 이 방법밖에 없을까?
할레드 : 겁나냐?
자이드 : 아니. 모르겠어…

경계선을 넘으려다가 예기치 않은 이스라엘 경비병들의 총격을 받게 된 할레드와 자이드. 급하게 도망치다가 자이드는 일행을 놓치고, 할레드는 엉겁결에 일행들과 함께 비밀 아지트로 되돌아온다. 비밀조직은 사라진 자이드를 의심하며 비밀아지트를 옮기고, 자이드도 혼자서 헤매다가 다시 나불러스로 돌아온다.

 

나불러스에서 수하와 다시 만나게 된 자이드.

자이드 : 우리 아버지는 매국노로 처형당했어요. 내가 열살 때…
수하 : 어떻게 견뎌냈죠?
자이드 : 생각보단 힘들지 않았어요.
수하 : 얘기 친구가 돼 줘요?
자이드 : 얘기한다고 해방이 되나? 아버지가 매국노란 게 지워지나? 온 세상이 다 아는데?
수하 : 난 몰랐어요.
자이드 : 뭐는 알겠어? 아잠의 딸로 특혜만 누리고 산 사람이…
수하 : 심하네요…
자이드 : 얘기하면 동정해 줄 거요? 가진 자의 우월감과 관대함으로?…
자이드는 수하에게 키스한 뒤, 다른 곳으로 달려간다.
자이드를 찾아 나선 할레드. 결국 수하를 만나고, 같이 자이드를 찾아 나선다.
수하 : 왜 이런 짓을 하죠?
할레드 : 평등하게 살 순 없어도, 평등하게 죽을 수는 있으니까.
수하 : 죽어서 평등하면 뭐해요?! 평등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지!
할레드 : 그 잘난 인권운동 얘기요?
수하 : 적어도 그건 빌미를 주진 않잖아요!
할레드 : 나약한 생각. 투쟁 없인 자유도 없어! 정의를 위해 누군가는 희생해야 돼!
수하 : 그건 희생이 아니라 복수예요! 살인을 하면 점령자들과 다를 바 없잖아요!
할레드 : 저들은 폭격기를 가졌고, 우린 몸뚱이뿐이란 게 다르죠. 그 차이를 안다면…
수하 : 이게 계란으로 바위 치기란 것도 알아야죠!
할레드 : 평등하게 죽게 냅둬요. 우린 천국에 갈 거니까.
수하 : 천국은 당신 머리 속에 있을 뿐이야!
할레드 : 불경한 소리! 신께서 용서하시길… 아잠의 딸이라 참는 거요. 끔찍한 선택을 하는 건, 더 끔찍한 대안밖에 없기 때문이오.
수하 : 뒤에 남은 가족들은? 당신들 덕에 자유로워질 것 같아요? 우리의 고통은 더욱 커질 뿐이라구요. 이스라엘에 보복의 빌미를 줄 테니까.
할레드 : 빌미를 안 준다고 달라지나?!
수하 : 어쩌면… 우린 신사적으로 싸워야 해요.
할레드 : 놈들이 신사가 아닌데 그게 통하겠냐고?!

자이드 아버지의 무덤 가에서 자이드를 찾아낸 할레드. 자이드를 데리고 비밀 아지트로 돌아간다.


자이드를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며,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하는 아부 카림.

자이드 : 저는, 난민캠프에서 태어났어요. 서안지구 밖으로 나갈 허가를 받은 건 딱 한 번. 여섯 살 때, 수술 받으러 나가 본 게 전부였죠. 이곳은 감옥이나 다름 없어요. 해방될 날은 요원하죠. 저들의 가장 큰 악행은 우리의 약점을 이용해서 민족끼리 배신하게 만드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저항군을 색출해 죽이고, 가족들을 파멸시키고, 우리의 존엄성을 무너뜨리고 있죠. 아버지는 제가 열살 때 처형당했어요. 선량한 분이었지만, 천성이 약했죠. 아버지를 밀고자로 만든 놈들을 용서할 수가 없어요. 그들은 대가를 치러야 해요. 존엄성을 잃은 삶은 살 가치가 없죠. 떠오르는 건 굴욕감뿐인 하루하루… 세계는 뒷짐지고 구경만 해요.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면, 홀로 맞설 방법을 찾아야 하잖아요? 우리를 괴롭히면 자기들도 괴로워진다는 걸 저들은 똑똑히 알아야 해요. 이 메시지를 저들에게 전할 방법은 순교뿐인데… 저들은 마치 자신들이 희생자인 양 세계를 향해 떠들고 있어요. 어떻게 점령자가 희생자가 될 수 있죠? 저들이 억압자이자 희생자 역을 맡겠다면, 희생자이자 살인자가 될 수밖에요. 어떤 결정을 내리시든 전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자이드는 재시도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결국 할레드와 함께 텔 아비브에 도착한다.

할레드 : 자이드, 내 말 좀 들어!
자이드 : 넌 왜 따라 왔어?
할레드 : 널 설득하려고. 돌아가자! 수하가 옳아. 이건 무모한 희생이야.
자이드 : 판단은 신께서 하시겠지.
할레드 : 죽고 죽이는 악순환만 계속될 뿐이라구!
자이드 : 저항이 계속되면 뭔가 변할 거야. 난 해야만 해.
할레드 :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다른 투쟁방법도 많이 있어.
자이드 : 내게는 없어.
할레드 : 네게도 있어. 널 죽게 놔두지 않겠어! 돌아가자…

자이드에게 돌아가자고 말하는 할레드. 자이드는 할레드의 뜻을 따르는 듯하다가, 갑자기 할레드만 혼자 차에 태워 돌려 보낸다. 자이드의 사진을 보며 한숨짓는 수하. 그리고 자말, 아부 카림, 자이드의 어머니. 되돌아가는 차에 남겨진 채 울음을 터뜨리는 할레드. 홀로 폭탄을 몸에 붙이고 텔 아비브 거리를 이동해서, 자살하러 가는 자이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스라엘군을 죽이기 위해서..

 

상으로, [천국을 향하여]의 줄거리를 다 정리해 보았다. 영화에는 끝내 자살폭탄테러 장면이 나오지 않지만, 아마도 자이드는 테러를 실행에 옮겼을 것이다. 그리고 세계 각국에는 언제나처럼, "텔 아비브에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해 몇 명이 죽고 다쳤다."라는 뉴스가 보도될 것이고, 우리도 인터넷으로 그 뉴스를 보게 될 것이다. 과연 다른 테러범들과 자이드는 같은가, 다른가? 오사마 빈 라덴과 자이드, 그리고 그 외 다른 투사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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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of ART

Posted by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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