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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α

스틱 컴퓨터와 일체형 컴퓨터를 통해 본 데스크탑 PC의 미래

베어본 PC에서부터 일체형 PC와 스틱 PC까지, 앞으로 개인용 컴퓨터에서 '본체'가 사라진다면..

 

세계 최초의 컴퓨터로 알려져 있는 1946년의 '에니악(ENIAC : Electronic Numerical Integrator And Calculator)'은 무게가 약 30톤, 길이가 24미터, 높이가 5.4미터나 되는 거대한 기계 덩어리였다. 그리고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personal computer, PC)라는 '알테어 8800(Altair 8800, 1974)'과 스티브 잡스의 Apple이 1976년부터 만들기 시작한 애플 시리즈를 거쳐, 요즘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개인용 컴퓨터에 가장 가까운 형태인 'IBM 5150 (1981)'이 세상에 나오게 된다.

 

다들 알다시피, 애플에 비해 호환성이 높았던 IBM이 결국 PC의 표준이 되면서 일반적으로 개인용 컴퓨터는 본체 · 모니터 · 입력장치로 구성되는 형태가 보편화된다(본체의 모델번호가 5150이고, 모니터의 모델번호는 5151이다). 이와 같은 개인용 컴퓨터의 기본 구성은 최근까지 30여 년 정도 계속 이어져 왔는데, 최신 기술의 발달은 PC의 겉모습을 이제 완전히 바꿔 버릴 준비가 된 것 같다. 아마도, 머지않아 개인용 컴퓨터에서는 전통적인 의미의 '본체'라는 개념이 거의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IBM 5150 본체와 IBM 5151 모니터 (출처: 위키피디아)]

 

베어본 PC와 같은 미니 PC의 등장

 

불과 한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본체 크기가 작으면, 대개 성능도 떨어졌다. 모니터의 폭보다 더 긴 본체 또는 모니터의 높이보다 더 높은 본체가 최신 사양을 가졌던 반면, 그보다 크기가 작은 본체는 성능이 낮을 뿐만 아니라 확장성도 부족하고 저장공간도 작았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디자인이나 공간절약을 강조하며 가격은 생각보다 싸지 않았고, 이 때문에 모니터든 본체든 무조건 큰 게 좋다는 생각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각 가정마다 PC 한두 대는 기본적으로 다 있을 만큼 컴퓨터가 일상생활의 가전제품화 되고 성능도 많이 향상되면서, 대다수 일반 사용자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미니 PC가 일부 등장하기 시작했다. 약 10년쯤 전에는 주로 베어본 PC(barebone PC, 본체 케이스와 메인보드·비디오카드·사운드카드 등을 연결해 놓은 반조립 상태의 컴퓨터)의 형태였는데, 보통의 데스크탑 PC 본체보다 크기가 절반에서 3분의 1정도 됐다.

 

[베어본 PC (출처: 위키피디아)]

 

기술 발전으로 점점 더 작아지고, 모니터 일체형으로

 

요즘도 크기는 작지만 성능은 일반적으로 사용하기에 거의 무리가 없는 미니 PC가 많이 출시되고, 디자인 측면에서도 다른 가전제품과 전혀 위화감이 없게 나온다. 무게도 대폭 가벼워져서 그냥 한 손으로 들고 다닐 수 있으며, 최근에는 반조립 상태가 아니라 아예 모든 게 들어가 있는 완제품 상태로 대부분 판매된다. 기존의 데스크탑 PC 못지않게 USB나 HDMI 등 각종 단자도 다양하게 제공되고, 웬만큼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다. 물론 비슷한 사양으로 데스크탑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좀 더 비싼 편이긴 한데, 크기는 점점 작아지면서 성능은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어서 인기도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그리고 미니 PC가 점점 더 작아지다가 마침내 모니터 후면에 그대로 장착할 수 있는 형태로도 나오고 있으며, 그냥 일체형 PC라고 해서 말 그대로 본체가 모니터와 합쳐진 컴퓨터도 있다. 겉으로 언뜻 보기에는 모니터만 있는데, 실제로는 모니터 뒤편이나 아래쪽에 본체 부속품들이 모두 들어가 있는 것이다. 예전에 개인용 컴퓨터의 본체는 양팔로 감싸서 힘겹게 들어올려야 할 정도로 크고 무거웠다. 하지만 지금은 손바닥만한 크기로 모니터 옆에 놓이거나 아니면 모니터의 뒤나 아래에 숨겨지니, 30여 년간 계속 유지되어 온 IBM PC의 외형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셈이다.

 

스틱 PC와 마우스 일체형 PC 

 

현재까지는 개인용 컴퓨터의 외형만 바뀌는 수준이었지만, 앞으로는 전통적 의미의 '본체'라는 개념이 거의 사라지는 단계로 갈 것이다. 이는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모바일 환경으로의 급격한 이행과 관련이 깊은데, 우리가 어딜 가나 항상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 자체가 하나의 컴퓨터이기 때문이다. 요즘 웬만한 일은 굳이 PC를 켜지 않고 스마트폰만으로도 할 수 있다. 특별히 고사양의 전문 프로그램이나 엄청난 성능이 요구되는 게임을 이용하지 않는 한 데스크탑 사용할 일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게다가 태블릿이나 노트북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클라우드 서비스(Cloud Sevice, 사용자의 콘텐츠를 서버에 두고 어느 기기에서든 연결해서 사용 할 수 있다)도 보편화 됐기에, 개인용 컴퓨터의 본체에 저장할 필요성도 많이 없어졌다. 과거에는 본체와 모니터가 둘 다 필수적이었지만, 지금은 모니터(디스플레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본체의 중요성이 크게 감소한 셈이다. 그래서 디스플레이만 잘 갖춰져 있다면 딱히 본체에 큰 돈을 쓸 이유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바로 스틱 PC와 마우스 일체형 PC가 등장했고, 개인용 컴퓨터를 스마트폰처럼 휴대하고 다니는 세상이 드디어 도래한 것이다.

 

[컴퓨트스틱 (출처: Intel)]

 

올해 초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 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인텔은 손가락 만한 크기로 모니터에 꽂아 쓰는 신개념의 미니 PC '컴퓨트스틱(Compute Stick)'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일반적으로 컴퓨터 본체가 가지고 있는 기능들(자체 CPU, RAM, 자체 저장소, USB포트, 블루투스, 와이파이 등등)은 다 가지고 있으며, 가격도 150달러(윈도 OS, 리눅스 버전은 110달러) 정도로 일반적인 데스크탑 PC 본체보다 훨씬 더 저렴한 편이다.

 

 

물론 인텔 컴퓨트스틱의 현재 사양이 그렇게 만족스러운 편은 아니지만(이번에 처음 출시됐으니, 모든 컴퓨터가 그렇듯 앞으로 사양은 점점 더 나아질 것이다), 고사양 게임이나 전문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는 곳에서는 괜찮은 디스플레이만 마련해 놓는다면 따로 PC 본체를 구입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차피 스마트폰 · 태블릿 · 노트북을 한두 개씩은 가지고 있을 테고, 요즘처럼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환경이 잘 갖춰져 있는 상황이라면 본체 대신 컴퓨트스틱으로 대체할 수도 있는 것이다.

 

[크롬비트 (출처: Google)]

 

스틱 PC는 인텔뿐만 아니라 구글도 이번 여름에 출시할 예정이다. 크롬OS가 설치될 개인용 컴퓨터 '크롬비트(Chromebit)'는 Intel Compute Stick과 유사한 형태이고, 가격은 100달러 미만이 될 거라고 한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거대 IT 기업인 구글과 인텔이 스틱 PC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전격적으로 내놓는 것인데, 앞으로 다른 업체에서도 다양한 스타일의 스틱 PC를 다수 출시할 듯하다. 이제는 PC의 본체를 어느 한 곳 지정된 장소에 그냥 놔두는 게 아니라, 각자 본인이 들고 다니면서 필요할 때마다 디스플레이에 꽂아 사용하는 시대다.

 

한편, 폴란드의 한 신생회사는 컴퓨터 본체를 아예 마우스에 내장한 '마우스박스(Mouse Box)'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마디로 마우스 일체형 PC인데, 이걸 디스플레이에 연결하기만 하면 곧바로 개인용 컴퓨터가 된다. 쉽게 말해서 '본체+마우스'이고, 이 마우스만 들고 다니면 어딜 가든 PC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휴대성 측면에서 굉장히 뛰어난 콘셉트의 제품이다. 마우스박스 역시 스틱 PC처럼 웬만한 기능은 다 제공하며, 배터리 문제 해소를 위해 무선충전 패드를 채택할 예정이라고 한다.

 

 

 번 상상해 보라. 그저 오피스 프로그램만 몇 개 사용하면 업무가 가능한 어느 사무실에서 각 책상마다 디스플레이만 하나씩 갖다놓고, 직원들은 각자 자신의 Chromebit나 Mouse Box만 휴대하고 다니는 모습을 말이다. 이렇게 되면 딱히 자리를 정해놓을 필요도 없다. 그냥 적당한 빈 자리에 앉아서 자신의 미니 PC를 디스플레이에 꽂아 일을 하면 되고, 직원들이 밖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 사무실은 굳이 직원수만큼 디스플레이를 다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직원수가 적고 자본이 넉넉하지 않다면, 비싼 임대료 대신 사무공간과 디스플레이를 제공하는 '공유사무실(Co-working Space)'을 이용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Startup, 자체적인 비즈니스모델을 가지고 있는 작은 그룹이나 프로젝트성 벤처기업)'은 구성원의 나이가 젊고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속도도 빠른데, 초기에는 이런 식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볼 만하지 않을까? 많은 기업이 이렇게 최첨단 모바일 환경을 적극 활용하게 되면, 개인용 컴퓨터의 본체가 사라짐으로써 사무공간의 이용 방식 자체가 바뀌는 셈이다.

미니 PC의 발전과 데스크탑 컴퓨터의 미래

 

이제 한 손에는 Smartphone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Personal Computer를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간단한 일은 스마트폰으로 처리하고, 복잡한 업무는 미니 PC를 이용하면 된다. 태블릿이나 노트북을 가지고 다닐 수도 있겠지만, (이보다 훨씬 더 작고 가벼운) 컴퓨트스틱·크롬비트·마우스박스 등을 손에 들고 디스플레이를 제공하는 카페로 향하 이들도 곧 많아질 것이다. 그래서 아마 수많은 커피전문점에 디스플레이가 비치될 테고, 이런 곳에서 업무를 보는 사람들도 지금보터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고사양 프로그램이나 게임을 위한 데스크탑 PC는 일종의 전문적인 '머신'으로 변화될 수도 있다. 고사양 프로그램 구동을 위해서 불필요한 부분은 빼고 필수적인 기능만 들어간 전용 머신이 나올 테고, 게임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 고음질 오디오 등에 특화된 고급 머신으로 즐기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일반적인 업무는 각 개인이 항상 지니고 다니는 미니 PC로 하고, 특정한 프로그램이 필요한 업무는 전용 머신으로, 그 외 엔터테인먼트는 다양한 고급 머신이 담당하게 된다. 현재의 데스크탑 컴퓨터가 그 용도에 따라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로 분화되는 셈이다.

 

앞으로 디스플레이 산업에도 격변이 찾아올 텐데, 전통적인 의미의 텔레비전 방송이 사라지는 동시에 TV튜너나 안테나는 없어질 것이다. 기존의 스마트TV 역시 살아남기 힘들 걸로 보이고, 평소에 거의 사용하지 않는 온갖 부가 기능들도 점차 자취를 감춘다. 이렇게 단순화된 디스플레이는 그 본연의 기능(화질, 크기, 음향)에 충실한 하드웨어가 될 테고, 말 그대로 '스크린'으로서 스마트폰과 미니 PC의 개인화된 콘텐츠들을 자유롭게 즐기기 위한 도구가 된다. 그래서 하나의 디스플레이를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질 것이다.

 

아울러 자리가 고정되어 있는 사무공간의 개념도 좀 더 유동적으로 바뀔 수 있으며, 가정에서는 '데스크탑 & TV'보다는 '미니 PC+TV'의 형태가 대폭 확대될 걸로 보인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영향으로 요즘도 데스크탑 PC 사용이 많이 줄었는데, 향후에는 '데스크탑(Desktop)'이라는 단어조차 별로 사용하지 않게 될 가능성도 높다. 어차피 데스크탑의 핵심은 본체인데, 본체가 컴퓨트스틱·크롬비트·마우스박스 등과 같은 형태가 된다면 데스크탑이라는 말 자체가 여기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과연, 데스크탑 이후의 개인용 컴퓨터 이름은 어떻게 정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