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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조립식 스마트폰 '아라'가 주목받는 이유 (아라폰의 미래)

단순 조립이 아닌 생태계 개방의 의미, 구글의 'Project Ara'는 휴대전화의 근본 성격을 바꾼다.

 

지난 8월, 뉴욕과 런던에 기반을 둔 모바일 앱 디자인 및 개발 회사인 Fueled는 최근의 혁신들을 바탕으로 가까운 미래의 스마트폰이 보여줄 특징 여섯 가지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1. 화면이 점점 커진다(Bigger is Better).

2. 배터리 사용시간이 길어진다(Battery Life Immortality).

3. 모듈식 스마트폰이 부상한다(The Rise of Modular Smartphones).

4. Smartphone · Laptop · Tablet의 기능을 함께할 수 있는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한다(Smartphone Transformers).

5. 네트워크 신호가 약하거나 없는 곳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출현한다(You Can Hear Me Now!).

6. 3D 프린팅 기술이나 제조사의 다양한 옵션 제공을 통해 나만의 스마트폰을 만든다(Print Your Own Smartphone).

 

그리고 이번달 초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 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인텔은 손가락 만한 크기로 모니터에 꽂아 쓰는 신개념의 컴퓨터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일반적으로 컴퓨터 본체가 가지고 있는 기능들(자체 CPU, RAM, 자체 저장소, USB포트, 블루투스, 와이파이 등등)은 웬만큼 다 가지고 있으며, 가격도 현재 발표된 대로라면 윈도우 버전이 16만원(149달러) 정도로 저렴한 편이다. 인텔은 몇 달 내에 이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아마 앞으로는 컴퓨터 본체 대신 대형 디스플레이 기기에 꽂아서 쓸 수도 있는 스마트폰이 나올 것이다.

 

또 독일 쾰른에서 2년마다 개최되는 국제 사진기재 전시회인 '포토키나(Photokina) 2014'에서는 일본의 종합 가전 생산회사인 파나소닉이 디지털카메라이면서 동시에 스마트폰인 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원래 이 제품은 파나소닉이 기존에 생산해오던 디카에서 출발했지만 4.7인치급 풀 HD디스플레이 · 터치스크린 · 와이파이 · 블루투스 · 안드로이드 4.4 · 전화통화 기능 · 스냅드래곤 801 쿼드 프로세서 · 내장메모리 등등이 자꾸 더해지면서, 결국에는 일종의 스마트폰이 되었다고 한다. 이제는 일반적인 스마트폰에 고성능 카메라가 장착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디지털카메라에 스마트폰 기능이 탑재되는 경우도 생긴 것이다.

 

[출처: Motorola Blog]

 

이렇듯 스마트폰은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그만큼 소비자들의 욕구도 다양해지고 있다. 스마트폰의 변신에서 우리가 또 주목해야 될 것이 바로 구글의 '아라 프로젝트(Project Ara)'인데, 조립식 스마트폰 개념에는 (데스크탑 조립처럼) 단순히 '원하는 부품으로 휴대폰을 조립해서 쓴다'라는 것 이상의 근본적인 변화가 담겨 있다. 요즘도 폐휴대폰 수거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는데 2년마다 스마트폰을 바꿀 필요 없이 친환경적으로 5~6년 이상 휴대전화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건 물론이고, 일상적인 스마트폰의 쓰임새 자체를 비약적으로 확장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부터 올해 하반기에 실제로 출시될 아라폰의 미래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아라 프로젝트에 대해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할 사실들

 

구글의 Project Ara를 통해 세상에 나올 (레고처럼 조립하는) 스마트폰을 흔히 '아라폰'이라고 부르는데, 아라폰 개발팀은 최근에 미국과 싱가포르에서 개발자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출시 일정과 향후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이제까지 나온 여러 정보와 기사들을 나름대로 종합해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출시 일정: 2015년 하반기 중남미 카리브해에 있는 미국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Puerto Rico)'에서 시험적으로 출시됨. 아라 프로젝트 총 책임자 폴 에레멘코(Paul Eremenko) "아직 아라는 완성되지 않았고, 많은 답을 실제 사용자 데이터에서 얻기 위해 푸에르토리코에서만 먼저 발매한다."

 

- 기기 가격: 구글은 아라폰의 기본 모델이 50달러(약 5만5000원) 수준이 되길 바라고 있지만, 원론적으로 말하면 시장가격은 파트너 社들에 의해 결정됨. 그리고 구글은 원가 500불짜리 고가 모델도 계획하고 있는데, 소비자가 어떤 부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기기 성능과 가격이 천차만별.

 

[출처: CNET]

 

- 기기 크기: 로드맵 상으로 보면 세 가지 사이즈(Mini, Medium, Large)가 있는데, 중간 크기가 일반적인 스마트폰 사이즈(이번에 공개된 시험모델은 두 번째 프로토타입인 Spiral 2). 두께는 셋 다 1cm 미만으로 계획되어 있고, 크기에 따라 각 부품을 끼울 수 있는 슬롯(slot)의 개수가 달라질 수 있음.

 

 

- Frame & Parts: 아라폰은 모든 부품들이 이미 조립되어 있는 형태가 아니라, 일정한 프레임(기본 틀) 안에 각자가 선택한 파트(부품)를 끼워넣는 방식의 스마트폰. 각 유닛들(프로세서, 카메라,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등)은 다양한 생산자의 다양한 사양으로 고를 수 있고, 구글은 마치 앱스토어처럼 수많은 부품들을 언제든지 사고 팔 수 있는 마켓을 운영할 계획.

 

[출처: CNET]

 

- 나만의 스마트폰: 아라폰의 핵심은 바로 '개인화'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게 일상인 사람은 고성능 카메라를 장착할 수 있고, 무엇보다 음악을 듣는 게 더 중요한 이는 고가의 스피커를 끼우면 된다. 영화를 보는 게 취미인 소비자는 최강의 디스플레이 유닛을 구입하고, 휴대폰 배터리가 아쉬운 사람은 대용량 배터리를 끼울 수 있다. 자신의 욕구에 따라 불필요한 부품은 빼거나 줄이고,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부분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여기에 무슨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마음에 드는 파트를 사서 끼우기만 하면 된다.

 

아라폰이 불러올 스마트폰 생태계의 변화

 

휴대폰을 각 소비자의 입맛에 따라 특징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아라 프로젝트는, 이제까지 소프트웨어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던 스마트폰 생태계를 하드웨어적으로도 엄청나게 바꿔 놓을 것이다. 크고 작은 애플리케이션 개발사들이 다양하게 공존하고 있는 앱스토어처럼, 크고 작은 아라폰 파츠(Parts) 개발사들이 각 기능별로 여러 종류의 부품을 생산하게 된다. 그러면 소비자들은 마치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앱을 구입하듯이, 원하는 유닛을 자유롭게 구매하고 자신의 스마트폰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 화면이 깨지면 예전처럼 수리를 받는 게 아니라 그저 디스플레이 유닛을 구입해서 끼우면 된다]

 

 

다시 말해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안드로이드'라는 구글의 운영체제를 바탕으로 동작하는 무수히 많은 애플리케이션들이 있는 것처럼,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아라'라는 구글의 기본 프레임 위에 수없이 많은 파츠들이 개별적으로 구성될 수 있다는 말이다. 니콘 디지털카메라를 평소에 들고 다니는 사람은 휴대폰에 카메라 유닛 대신 디스플레이 전문업체의 고성능 화면을 장착할 수 있고, 소니 뮤직플레이어를 애용하는 소비자는 스피커 유닛 대신에 스토리지 전문업체의 대용량 저장소를 끼우면 된다. 각자 사용하는 스마트폰 앱이 천차만별이듯이, 각자 사용하는 스마트폰 부품들도 다 다를 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데스크탑의 그래픽카드별로 응용프로그램이 따로 있는 것처럼, 휴대폰의 각 부품별로 특화된 애플리케이션이 나올 수 있다. 그러면 스마트폰에 다양한 센서의 추가 및 각종 휴대기기 연결 등을 통해서, 전화통화 외의 주된 쓰임새 자체를 특정하는 데에 상당히 유리할 뿐만 아니라 그 성능도 기술 발달에 따라 손쉽게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수많은 앱 개발사들이 혜성 같이 등장하듯이 수많은 하드웨어 파츠 전문업체들이 나타날 테고, 앱스토어에서의 소프트웨어 발전처럼 전세계 업체들이 경쟁하면서 스마트폰 개별 부품들도 나날이 발전할 것이다. 이는 휴대전화의 근본적인 성격 변화이고, 산업적으로도 굉장한 기회가 될 수 있다.

"개방이 폐쇄를 이긴다"

 

구글 Project Ara의 모토가 바로 "개방이 폐쇄를 이긴다"이고, 이와 관련해 아라 프로젝트 총 책임자 폴 에레멘코는 "휴대전화 하드웨어 생태계를 확장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안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구글이 모바일 운영체제인 Android에 이어 Ara까지 세상에 내놓으면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장악한다면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Google play를 통해 수많은 IT기업들이 성공한 것처럼 아라 프로젝트를 통해 이제 하드웨어 업체들도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으며, 구글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애플은 건재할 것이다.

 

악마가 하나뿐인 것보다는 차라리 둘인 게 낫다고 볼 수도 있는데, 기본적으로 개방적인 생태계가 끝까지 유지된다면 아라폰도 우리에게 꽤 괜찮은 대안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이 2년마다 스마트폰을 바꿀 필요 없이 친환경적으로 5~6년 이상 휴대전화기를 사용할 수 있으며, 가격 자체를 자신의 형편에 맞게 구성할 수 있으므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구글의 아라폰이 만약 전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다면, 이와 유사한 형태의 스마트기기들이 다수 시장에 쏟아져 나올 테고 이 역시 수많은 이들의 IT 생태계 접근성을 낮추는 데에 크게 일조할 것이다.

 

그럼, 이 글 맨 앞에서 얘기했던 가까운 미래의 스마트폰과 아라폰을 연관지어서 한번 생각해 보자. 첫 번째로 화면이 점점 커진다고 했는데, 아라 프로젝트를 통하면 단순히 화면이 커지는 게 아니라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나 홀로그램·프로젝션 기능까지 더할 수 있다. 배터리 사용시간 확대나 모듈식 스마트폰 · 다기능 스마트폰은 모두 아라폰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으며, 아라 프로젝트를 보면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나중에는 스마트폰을 일종의 무전기처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3D 프린팅 기술이 대중화되면, 모든 사람이 다 다른 나만의 아라폰을 가지는 날도 올 수 있다.

 

여기에 음성인식과 동작인식 기술이 더 발달하면 스마트폰은 말 그대로 '커뮤니케이션의 필수품'이 될 테고, 단순 조립을 뛰어넘어 생태계를 개방한 아라폰은 인류 의사소통 방식 변화의 중심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과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기술도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으니, 내 손안의 컴퓨터인 스마트폰은 AI · VR의 기본 도구가 될 테고, 이런 기술에 특화된 아라폰 파츠도 미래에는 다수 나오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들 각자가 스스로의 욕구에 따라 필요한 스마트폰을 만들고 활용할 날이 눈앞에 왔으며, 이는 곧 어떤 사람의 스마트폰이 자신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 됨을 의미한다. 이게 바로 기술격차 감소로 인한 특색 없는 스마트폰의 홍수시대에, 개방을 통한 획일성 탈피이자 개성의 발현을 가능하게 하는 아라폰에 전세계가 주목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