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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α

더블유 앤 웨일(W&Whale), 변화와 성장의 증거 [CIRCUSSSS]를 내놓다

코나(Kona), Where the Story Ends 그리고 더블유 앤 웨일(W & Whale).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Where the Story Ends 그리고 Whale.. 줄여서 '더블유 앤 웨일(W & Whale)'이라고 부른다. 남성 3인조인 더블유(Where the Story Ends)는 배영준 (Guitars, Leader), 한재원 (Keyboards, Programming), 김상훈 (Bass, Guitars, Drums)이며, 여성 멤버 웨일(Whale, 박은경)은 Vocal과 Guitar를 맡고 있다. 플럭서스 뮤직(Fluxus Music) 소속으로, 예전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밴드인 이들이 새로운 EP(extended play, 전체 곡 수가 싱글보다는 많고 통상적인 정규 앨범보다는 적은 음반, 흔히 '미니앨범'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음)인 [CIRCUSSSS] 앨범을 발표했다. 행복한 마음으로 지금부터 밴드 소개와 함께 앨범 리뷰를 시작한다.

[왼쪽부터 배영준, 웨일, 한재원, 김상훈]

W의 리더 배영준(69년생)은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5장이 넘는 앨범을 발표했던 듀오 '코나(Kona)'로 활동했고, 발표곡 중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로 큰 주목을 받았다. 가수 이소라의 매혹적인 목소리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당시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는데, 발표 자료를 보면 한재원(74년생)과 김상훈(75년생)이 Kona 시절에 서포트 뮤지션이었다고 한다. 그럼 (1999년에 결성된) 더블유의 시작을 짐작해 보기 위해, 딱 15년 전에 발표되어 인기를 끌었던 코나의 곡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를 한 번 들어보자.

코나 -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이런 곡을 발표했던 뮤지션들이 다시 뭉쳐서 Where the Story Ends를 결성했고, 전자음악인 일렉트로니카(Electronica, ...+synthesizer+keyboard+sampler...) 앨범을 들고 2001년에 돌아왔다. 이들은 W라는 이름으로 정규앨범을 2장 발표한 것을 비롯해 각종 드라마 OST 등 다양한 음반에 참여했고, 2006년엔 제3회 한국 대중음악상 그룹 부문 '올해의 음악인상'과 '최우수 팝 앨범상'을 수상할 정도로 그 음악성을 인정받았다.

사실 일렉트로니카라고 해도 더블유는 기본적으로 '차가운' 음악보다는 '따뜻한' 음악에 가까웠고, 배영준의 서정적인 가사와 밴드 전체의 팝적인 감성 그리고 여러 가지 장르와의 퓨전을 통해 나름대로의 개성 있는 색깔과 평단의 찬사, 수준 있는 팬층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 어떻게 보면, 예전 코나(Kona)의 음악이 Electronica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확장이 일어났고, 그 결과 상당히 '긍정적'인 발전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쯤에서 Where the Story Ends의 'Everybody wants you'를 듣고 넘어 가는 게 좋을 듯하다.


W - Where The Story Ends - 10점
더블유 (W, Where The Story Ends) 노래/로엔

W - Everybody wants you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더블유는 작사, 작곡, 편곡 등 음악 내적인 부분에서의 높은 완성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적인 부분, 이를테면 전반적인 무대 위 퍼포먼스라든가 소위 말해서 밴드의 얼굴인 보컬의 측면에서 그리 깊은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던 것 같다. 엄밀한 의미의 음악성과는 별개로 이런 부분들은 상업적으로 꽤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것인데, 의도적이었든 의도적이지 않았든, 결국 이들의 소속사인 플럭서스 뮤직(Fluxus Music)은 오디션을 통해 여성 보컬 웨일(85년생)을 영입한다.

그리고 드디어 2008년, W & Whale의 이름으로 앨범 [Hardboiled]가 발표된다. 이 음반은 그 동안 세 남자가 쌓아온 음악적 성취 위에 상당히 재능 있는 보컬리스트 웨일의 목소리가 더해져 빛을 발했고, 비주얼적으로 신경 쓴 뮤직비디오와 광고음악으로 사용된 수록곡 등을 통해 큰 인기를 얻게 된다. 이제 바야흐로 음악적인 완성도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성공까지 이뤄낸 것이다. 여기까지 왔으니, 더블유 앤 웨일 1집 [Hardboiled]의 'R.P.G. Shine'을 듣지 않을 수 없다.

W & Whale - R.P.G. Shine

자, 이제까지 더블유 앤 웨일(W & Whale)이라는 밴드가 걸어온 길을 대강 훑어보았다. 각 시기의 음악에서 드러나듯이, 코나(Kona)에서 더블유(Where the Story Ends)로 오면서 장르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고, W에서 더블유 앤 웨일(W & Whale)이 되면서는 상당한 표현상의 전환도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들은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발전하며 진지하게 음악적 완성도를 높여왔다는 것이다.

이것은 코나의 음악으로부터 10년이 훨씬 지난 뒤에 '한국 대중음악상'으로 인정받았고, 작년에는 영국의 유명 잡지 <모노클(Monocle)>에서 '가장 참신한 아티스트'로 선정되어 스튜디오 라이브까지 가졌으며, 올해 일본의 '썸머소닉(Summer Sonic)' 페스티벌에서 공연하게 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음악적으로든 상업적으로든 '물오른' 밴드 더블유 앤 웨일의 대중적인 지지도 상당한데, 이 시점에서 나온 새 EP [CIRCUSSSS]를 이제 본격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일단, 앨범의 비주얼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음악이 좀 강해진 느낌이 든다. 이전까지의 소프트한 일렉트로니카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약간 하드한 색깔이 짙어진 듯하고, W와 Whale이 세대차에도 불구하고 무리 없이 잘 어우러지고 있으며, 미니 앨범이라 그런지 음반의 컨셉이 정말 확실한 것 같다. 이들이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서커스와 인생의 희로애락(喜怒哀樂, 기쁨ㆍ노여움ㆍ슬픔ㆍ즐거움)을 연결시켜서 앨범을 구성했고, 모든 곡이 이 컨셉에 딱 맞아 떨어지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분명한 컨셉 앨범이고, 전체가 6곡이니 이번 리뷰에서는 1번 트랙에서 마지막 트랙까지 모두를 한 번 개별적으로 서술해 보겠다.

1. Burlesque
첫 번째 곡 Burlesque(해학적인, 광대의; 풍자적 희극)는 앨범의 Intro로서, 특별한 가사랄 게 없는 약 2분 정도의 그리 길지 않은 Iinstrumental 이다. 마치 현실 세계의 우리를 서커스의 세계로 안내하는 듯한 빠른 템포의 곡이며, 신나게 질주하는 전자 음악 본연의 형태를 그대로 들려주고 있다. 이 곡을 플레이하는 순간, 우리는 짧은 여행을 시작하게 되고 급속도로 서커스에 빠져든다.

2. C'mon Yo!!!
이 곡은 electronic dance music이 아닌 Electronica를 하는, 그러니까 더블유 앤 웨일의 음악적 방향성이 가장 잘 나타나는 곡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재즈에서 스윙이 춤을 출 수 있는 음악이라면 비밥은 춤을 출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같은 악기를 사용해도 춤을 출 수 있는 게 있고 그럴 수 없는 것이 있듯이, W & Whale의 음악은 나이트 클럽보다는 락 페스티벌이 더 잘 어울린다. 그리고 C'mon Yo!!!는 인간의 감정 중에 즐거움(樂)을 주로 표현한 걸로 보인다.


"C'mon & C'mon & C'mon & C'mon Yo! 내일을 위해 오늘은 꾹 참으라니, 그건 또 뭐니? 대체 무슨 소리라니?
Oh~ I don't know, I don't know, I don't know 오늘이 없는 내일이 (Pick it up!)
Wake Up~! 오늘 일은 내일로 쓱 미뤄. 내일은 그냥 스리슬쩍. 모레로 또 미뤄.
Oh~ happy day, happy, happy day 그렇게 난 매일 행복해.
Show me. Show me Girls. Show me, Show me Boys. 여기든 어디든 나와 Play with me.
오늘이 없는 내일은 있을 수 없는 법. 빛나는 하루, 하루, 나를 만들어 가는 법.
Baby wanna know? Baby wanna know? 일단은 저질러 보자.
Hey You~ you can dancing like a star. Hey You~ you can dancing like a star."

3. 소녀 곡예사
세 번째 노래 '소녀 곡예사'는 [CIRCUSSSS] 앨범의 성격을 규정하는 노래로서, 맨 먼저 만들어진 곡이라고 한다. 이것으로부터 나머지 다른 작업들이 가지를 뻗어 나왔고 결국 앨범의 전체적인 컨셉이 정해졌다고 하는데, '소녀 곡예사'라는 제목부터 '서커스'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가사 자체도 외줄타기를 하는 서커스 곡예사의 슬픔(哀)을 드러내고 있으며, 뒤에 바로 붙어있는 소년 마법사와 짝을 이룬다.

"숨 막히는 연기 속의 Circus 흔들흔들 어지러운 Circus
까마득한 높은 하늘 위로 인생이란 슬픈 외줄타기
Oh~ Save you. Save me. Oh~ Save you. Save me.
Oh! Oh! Oh~ Save you. Save me. Oh! Oh! Oh~ Save you. Save me.
지상최대의 Show, 최고의 Finale. 피할 수 없다면 그저 즐길 뿐
언젠가 끝없이 떨어진다 해도 그래. 인생이란 한판의 Circus
두근두근 가슴 뛰는 Circus 비틀비틀 위태로운 Circus
춤을 추는 너의 마음처럼 Let me crazy~ Baby come on & talk to me
숨죽인 사람들 위로 시간을 멈춰 세우고 Close my eyes, make me feel alive.
가득한 연기와 화려한 불꽃과 뜨거운 함성들 널 위한 축배
어딘가 또 다시 떠나간다 해도 그래. 인생이란 영원한 Circus"


4. 소년 마법사
이건 사랑 노래이다. 슬픔(哀, 애)에 곧바로 이어지는 사랑(愛, 애)이다. 인생에는 즐거움도 있고 슬픔도 있지만, 슬픔은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고 또 그렇기에 우리가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소년 마법사' 가사에 나와 있는 대로, 이것은 Magic이다. 희로애락 사이에 결정적으로 사랑이 있는 것이고, 앨범의 전체 흐름 속에서도 가장 편안한 곡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노래에서 웨일의 목소리가 정말 매력적으로 들리고, 참 마음에 든다.

"You can do magic, 단 한 번의 손짓에 고운 빛 가득, 나의 마음속으로
Heartache, 달콤한 아픔들 Yes. Heartache, 그리움의 상처들 믿을 수 없는 마치 마법과 같은 일
Love Is Like A Magic. 하늘을 나는 꿈. Magic, Like A Super Hero. Magic, 가장 아름답고 멋진 Love Story.
사랑, 함께 나눌 웃음. 사랑, 함께 나눌 눈물. 사랑, 가장 아름답고 멋진 Love Story.
You are my hero, 나의 마음속에서 언제나 항상 지금 그 모습으로" 

5.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다섯 번째 곡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말 그대로 "가슴 뛰는 청춘의 초특급 러브 판타지"의 기쁨(喜)을 표현한 곡이다. 4번 트랙을 통해 호흡 조절을 했다가 다시 경쾌한 곡으로 분위기를 업시키고 있으며, 이런 드라마틱한 작품 구성을 통해 듣는 이의 감정을 흥겹게 변화시킨다. 이와 같은 부분 하나 하나가 다 합쳐져서 컨셉 앨범 전체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것 아닐까.. 노래 제목과 가사도 좋다.


"내일은 맑음, 보장은 없지만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비단 구두 소리도 경쾌하게 이젠 그만 떠나볼까
시작하자. 가슴 뛰는 청춘의 초특급 러브 판타지
꼬마 마녀의 주문처럼 서툰 사랑의 고백 모든 위대한 사랑은 늘 그렇게 다 시작된 거야.
보랏빛 밤하늘처럼 신비한 너의 눈동자에 건배 핑크빛 고래의 노랫소리 따라 다시 길을 떠나볼까
어제 일은 후회해도 이미 다 지나간 일일 뿐인걸. 한 번 더 시작하자. 가슴 뛰는 청춘의 초특급 러브 판타지
꿈과 환상의 마법처럼 멋진 시간 속으로 우리의 사랑 이야기는 이제 겨우 시작인 거야."

6. Break It Down
타이틀 곡이며, W & Whale의 네 멤버 모두의 역량이 균형 있게 들어간 노래라고 한다. 인생에서 노여움(怒)을 주로 드러낸 것 같고, 배영준(가사)과 한재원(편곡), 김상훈(메인 테마) 그리고 웨일(랩)의 합작품이 얼마나 훌륭한지에 대해 이것저것 글로 쓰는 것보다는 그냥 뮤직비디오를 한 번 제대로 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http://www.youtube.com/watch?v=Dupy9DMG4e0

"So you think it's funny boss? 매일 아침 Calling me, Calling me, Calling me, Calling me, Calling me.
All the time! 어디를 가던 (pains) 도망간 곳엔 (pains) 내게 오직 필요한 건 눈치 볼 것 없이 Burn Out.
Woo~ 눈부신 이 순간 Woo~ 마지막 한 순간 Break it down Break it down, Break it down the world.
나의 꿈 하나로 Give in to me Give in to me, Give in to me To me 그 모습 그대로
매일 밤 시달리는 지긋지긋한 지끈한 Headache No pains, No gains. All we need is cash.
자! 이제 헤드폰을 끼고 잠시 지구를 떠나볼까 5, 4, 3, 2, 1. Lift Off!"

더블유 앤 웨일 (W & Whale) - CIRCUSSSS [EP] - 10점
더블유 앤 웨일 (W&Whale) 노래/씨제이 이앤엠 (구 엠넷)


이상으로, [코나 -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W - Everybody wants you], [W & Whale - R.P.G. Shine]을 듣고, 플럭서스 뮤직(Fluxus Music)의 더블유 앤 웨일(W & Whale)이 새로 발표한 EP 앨범 [CIRCUSSSS]의 각 트랙에 대해 알아 보았다. 정리하자면, 지금까지 계속 변화하며 발전해 온 Where the Story Ends는 그들만으로도 멋지지만, 밴드의 얼굴로서 손색이 없고 거기에 더해서 곡을 쓰는 라이팅 능력까지 겸비한 웨일과 함께함으로써 훨씬 더 나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전 앨범에서 좀 불만족스러웠던 점인 '보컬과 밴드의 불균일한 조화'도 신작에서는 상당 부분 해소가 된 걸로 보이며, 본 음반의 시작점에 있는 '소녀 곡예사'를 웨일이 만들었다는 것만 봐도 이젠 정말 하나의 팀으로서 진정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의 균형을 위해서, 어쩌면 하나의 이름으로 완전히 합치지 않고 Where the Story Ends 더하기 Whale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앞으로도 더 나을지 모르겠다. 예술적으로든 상업적으로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블유와 웨일이 얼마나 서로 잘 주고 받으며 조화롭게 결과물을 낼 수 있느냐가 이 밴드의 발전에 관건이 될 듯하며, 그 시너지 효과의 극대화가 가장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위에서 다 살펴봤듯이, 더블유 앤 웨일은 현재까지 잘 해왔고 일련의 앨범들을 통해 그것을 입증했으며, 앞으로도 제일 기대가 되는 한국의 재능 있는 뮤지션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