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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α

비 오는 날 들으면 좋은 재즈 연주곡 듣기

50년대 Hard bop, 60년대 Free jazz, 70년대 Fusion jazz.

요즘 계속 비가 내리고 있다. 워낙 많이 와서 야외 활동보다는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는데, 이럴 때 밖에서 내리는 빗소리와 함께 재즈를 들으면 참 좋다. 그래서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재즈 연주곡을 3개 정도 추천하려고 하는데, 그냥 아무 기준이 없이 그저 좋기만 한 곡을 이야기하는 건 너무 범위도 넓고, 별로 의미도 없으며, 그다지 재미도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시대에 따라 각 장르별로 한 곡씩을 직접 들으려고 하는데, 인터넷을 5분만 검색해보면 금방 나오는 재즈 장르들에 대한 (복잡하면서도 그리 와닿지 않는) 설명은 굳이 하지 않을 것이니, 그저 음악 자체를 편하게 들어주면 좋겠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재즈하면 가장 많이 떠올리는 단어들 중에 장르와 관련된 것이 비밥(bebop), 프리 재즈(Free jazz), 퓨전 재즈(Fusion Jazz) 등인 것 같다. 이런 것들을 많이 들어보았든 그렇지 않든 재즈 장르라고 하면 이 세 가지를 자주 예로 들고, 이들 중에서도 비밥을 가장 많이 듣지 않을까 싶다. 물론 비밥 이전의 스윙(Swing)을 프리 재즈나 퓨전 재즈보다는 훨씬 더 많이 들을 테고, 넓은 의미의 비밥 중에서도 재즈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시기에 만들어진 하드 밥(Hard bop)을 가장 많이 들을 듯하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50년대의 하드 밥 1곡, 60년대의 프리 재즈 1곡, 70년대의 퓨전 재즈 1곡을 나름대로 선정해서 추천해 보려고 한다. (시대별 재즈의 역사와 관련해서도) 세 작품 다 정말 말이 더 이상 필요 없을 정도로 각 장르의 대표적인 앨범들인 [Workin' with The Miles Davis Quintet (1956)], [This Is Our Music (1961)], [Heavy Weather (1977)]에 담겨있는 곡들인데, 듣기에도 그리 어렵지 않고 빗소리와 함께 들으면 좀 더 그 즐거움이 배가되는 것 같다.

 


일기예보를 보니 오늘뿐만 아니라 이번 주 내내 비가 온다고 하는데, 이 재즈 연주곡들은 이럴 때 진정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다. 따로 구구절절 텍스트를 많이 붙이기보다는 가장 기본적인 내용들만 최소한으로 남기려고 한다. 음악은 귀로 듣는 것이고, 자기 스스로 자유롭게 느끼면 되니까.. 그럼,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재즈 연주곡 Miles Davis Quintet의 It Never Entered My Mind, Ornette Coleman Quartet의 Embraceable You, Weather Report의 Birdland를 지금부터 들어 보겠다.


Hard bop in the 1950s

[수입] Miles Davis Quintet - Workin' With The Miles Davis Quintet [RVG Remasters] - 10점
마일스 데이비스 퀸텟 (Miles Davis Quintet) 노래/Prestige


Miles Davis - It Never Entered My Mind


[Workin' with The Miles Davis Quintet (1956)]

1. It Never Entered My Mind
2. Four
3. In Your Own Sweet Way
4. The Eheme
5. Trane's Blues
6. Ahmad's Blues
7. Half Nelson
8. The Theme

Miles Davis (trumpet)
John Coltrane (tenor saxophone)
Red Garland (piano)
Paul Chambers (bass, cello)
Philly Joe Jones (drums)

 

재즈 역사상 가장 위대한 퀸텟(quintet, 다섯 명으로 구성된 밴드)으로 손꼽히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첫 번째 퀸텟(그가 60년대에 결성한 두 번째 퀸텟도 유명하다)이 내놓은 결과물 중에 하나다. 이후 모든 재즈 퀸텟의 전범이 됐다고 일컬어지는 Miles Davis Quintet은 하드 밥에 있어서 최고의 작품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들의 모든 앨범은 소위 말하는 재즈 필청 음반이라고 할 수 있다.


재즈계의 양대 슈퍼스타라고 할 수 있는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 1926~1991)와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 1926~1967)이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앨범은 들을 이유가 충분하다. 불멸의 두 천재와 세 명의 재즈 명인들이 만들어내는 궁극의 앙상블을 꼭 한 번 들어보자. 걸작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Free jazz in the 1960s

 

[수입] This Is Our Music - 10점
오넷 콜맨 (Ornette Coleman) 연주/Atlantic

 

Ornette Coleman - Embraceable You


[This Is Our Music (1961)]

1. Blues Connotation

2. Beauty Is A Rare Thing
3. Kaleidoscope
4. Embraceable You
5. Poise
6. Humpty Dumpty
7. Folk Tale

Ornette Coleman (alto saxophone)

Don Cherry (trumpet)
Charlie Haden (double bass)
Ed Blackwell (drums)

오넷 콜맨(Ornette Coleman, 1930)의 콰르텟(quartet, 네 명으로 구성된 밴드)은 1950년대에서 60년대로 넘어가는 찰나에 최초로 프리 재즈를 연주한 그룹이면서도, 그 완성도 측면에서는 이후 모든 프리 재즈 밴드들의 그것을 완전히 충족시키고도 남을 연주를 들려준다.

 
솔직히, 선곡을 하는 데 약간의 고민을 한 건 사실이다. Free jazz가 스윙이나 하드밥보다는 상대적으로 듣기가 약간 더 불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앨범에 수록된 작품들 중에서 유일하게 오넷 콜맨이 작곡하지 않을 걸로 보이는, 재즈 스탠다드(Jazz standard)에 가까운 곡을 들어보도록 하자. 그래도 위대한 개인보다는 자유로운 집단 즉흥연주(improvisation)를 더 중시하는 프리 재즈의 느낌을 어느 정도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Jazz fusion in the 1970s

 

[수입] Weather Report - Heavy Weather - 10점
웨더 리포트 (Weather Report) 노래/Columbia


 Weather Report - Birdland


[Heavy Weather (1977)]

1. Birdland

2. A Remark You Made
3. Teen Town
4. Harlequin
5. Rumba Mama
6. Palladium
7. The Juggler
8. Hanova

Joe Zawinul (piano, synthesizer)

Wayne Shorter (soprano and tenor saxophones)
Jaco Pastorius (electric bass)
Alex Acuña (drum set, tom-toms)
Manolo Badrena (tambourine, percussion)

70년대 퓨전(Fusion) 또는 재즈 록(Jazz rock)의 기념비적인 앨범으로 평가받는 웨더 리포트(Weather Report)의 작품인데, 상업적으로도 상당한 성공을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쯤 되면 재즈 밴드인데도 불구하고 벌써 악기 구성 면에서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전자 장치의 도입으로 인해 이전 재즈와는 확연히 다른 음악을 들려준다.

이와 관련해 저명한 재즈 비평가 요하임 E. 베렌트(Joachim Ernest Berendt)의 말을 빌리자면, "60년대의 록 음악이 50년대의 로큰롤을 세련되게 바꿔놓은 것과 마찬가지로, (록과 재즈를 통합한) 새로운 재즈는 60년대의 록을 세련되게 바꿔놓았다." 그래서 그런지, Hard bop 이후의 재즈를 거의 듣지 않는 사람들도 이 곡은 그리 낯설지 않게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이상으로, 요즘처럼 빗소리가 자주 들리는 시기에 들으면 좋을 재즈 연주곡을 시대 순으로 세 작품 추천해 보았다. 좀 쓸쓸한 곡도 있고, 약간 난해한 곡도 있으며, 꽤 신나는 곡도 있다. 하드 밥도 들었고, 프리 재즈도 들었으며, 퓨전 재즈도 들었다. 비가 내리는 날, 자신의 기분에 따라 다양한 음악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면, 이 또한 정말 행복한 일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