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노동시장과 지식경제, 혁명과 사회발전에 관한 근본적 물음.

 

단언컨대, 21세기가 시작되자마자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엄청난 위기를 맞았고 2013년 현재도 이 위기는 거의 해결되지 않고 있다. 대표되지 못하는 시민들의 불만과 정치적 무관심, 저조한 투표율, 다양한 반민주적 행태 등으로 인해 민주주의는 명백히 훼손되었으며, 일자리 자체를 얻기 힘든 젊은이들, 전지구적인 고학력·저임금 현상, 비정규직의 확산, 노동력 착취 등으로 인해 신자유주의 경제의 새빨간 거짓말들이 만천하에 흉물스럽게 그 몰골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할 '국가권력'과 시장경제를 준수해야 할 '경제권력'의 음험한 결합은, 국가의 주인이자 시장의 소비자인 일반 시민들이 전혀 통제할 수 없는 (다수의 국민이 아니라 권력을 가진 소수를 위한) 그들만의 배타적인 지배체제를 구축해 버렸다. 보통 사람은 절대 헤어나올 수 없는 빈익빈 부익부 속에서 사회 양극화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으며, (정부와 기업의 많은 관심 속에서 한때나마 전성기를 구가하는 것처럼 보였던) 소위 말하는 '중산층'은 지금 이 순간 빠르게 붕괴되고 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올가을, 이 질문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이 몇 권 출간되었다. 그래서 이번 포스트에서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노동시장과 지식경제, 혁명과 사회발전에 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신간 5권에 대한 프리뷰를 한 번 해보려고 한다.

 

 

사회계약론
장 자크 루소 (지은이) | 이재형 (옮긴이) | 문예출판사 | 280쪽
원제 Du Contrat social ou principes du droit politique (1762년)

 

일단, 언제나처럼 고전으로부터 시작한다. 그 이름도 유명한 '장 자크 루소(Jean Jacques Rousseau, 1712~1778)'의 <사회계약론 (1762)>이 문예출판사에서 새로 출간되었다. 절대권력의 신분제가 존속하던 당시에 주권자의 개념을 혁명적으로 설파함으로써 프랑스 혁명의 기폭제가 됐다는 바로 그 책이다. 이번에는 프랑스어 원저 번역이고, 부록 '주요 개념'을 통해 책 속에 나오는 여러 가지 개념도 힘들지 않게 이해할 수 있도록 루소와 연관지어 잘 설명했다고 한다. 그리고 상세한 작품해설도 덧붙여서 고전을 읽을 때 종종 맞닥뜨리게 되는 어려움을 덜 수 있도록 최대한 쉽게 풀어서 서술했다니, 이번 기회에 한 번 제대로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사회계약론
국내도서
저자 : 장 자크 루소(Jean Jacques Rousseau) / 이재형역
출판 : 문예출판사 201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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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왜 혁명을 말하는가 -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들려주는 시대의 지성 9명의 조언
하워드 진 | 노엄 촘스키 | 우르바시 바이드 | 피터 퀑 | 위노나 라듀크 | 벨 훅스 | 바버라 에런라이크 | 매닝 매러블 | 마이클 앨버트 (지은이) | 강주헌 (옮긴이) | 시대의창 | 224쪽

원제 Talking About A Revolution (1998년)

 

냉전 종식과 소련 붕괴 이후 유일한 슈퍼파워가 된 미국의 1990년대는 마치 21세기 초의 전지구적 위기를 미리 경고하는 것 같았다. 노동운동이 크게 위축되었고 시민권이 후퇴했으며 기업의 힘이 무시무시하게 강해졌고 사회변화를 위한 노력은 지리멸렬했다. 젊은이들의 투표율에 대한 논쟁은 선거 때마다 반복되었으며, 대학 등록금 문제도 있었고, 정치인들은 서로 비난과 고발만을 일삼았다고 한다(결국 새 밀레니엄이 시작되자마자 조지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명분 없는 '테러와의 전쟁'과 충격적인 '미국발 세계금융위기'가 이어졌다).

 

지금 왜 혁명을 말하는가
국내도서
저자 : 우르바시 바이드(Urvashi Vaid),피터 퀑(Peter Kwong),위노나 라듀크(Winona LaDuke),매닝 매러블(Manning Marable),하워드 진(Howard Zinn)
출판 : 시대의창 201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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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신기하게도, 약 15년 전 미국 사회의 모습이 2013년 한국 사회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하지 않은가? 미국이 정말 그랬을 때, 시대의 지성 9명이 혁명에 관해 논한 인터뷰를 한데 모은 책이 바로 <지금 왜 혁명을 말하는가>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이들이 말하는 미국의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는 중요한 것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노엄 촘스키나 하워드 진은 물론이고, 얼마 전부터 <긍정의 배신>, <노동의 배신>, <희망의 배신>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해진 바바라 에런라이크가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 과연 어떤 해법을 제시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것을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까? - 관리되는 민주주의와 전도된 전체주의의 유령
셸던 월린 (지은이) | 우석영 (옮긴이) | 후마니타스 | 504쪽
원제 Democracy Incorporated: Managed Democracy and the Specter of Inverted Totalitarianism (2008년)

 

의심의 여지 없이 '퇴행'을 거듭하고 있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적어도 한 번 쯤은 이런 의문을 가져봐야 하지 않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체제가 더 이상 민주주의가 아닌 것은 아닐까?"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 <이것을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까?>의 저자 셸던 월린(정치사상가, 프린스턴대 명예교수)은 이렇게 말한다. "민주주의는 실패할 수 있는 체제이자 반민주적 체제에 제 자리를 내줄 수 있는 체제이다. 그리고 이 반민주적 체제는 전체주의 정권에 적합한 대중과, 이들의 지지를 받는 '민주적'인 체제라는 가정을 공급한다."

 

이것을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까?
국내도서
저자 : 셸던 월린(Sheldon Wolin) / 우석영역
출판 : 후마니타스 201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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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되는 민주주의와 전도된 전체주의! 몇 년 전에 나온 책이 어쩜 이렇게 정확하게 2012년의 우리 나라 대통령 선거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을까? 바로 '전체주의 정권에 적합한 대중과 이들의 지지를 받는 민주적인 체제' 말이다. 여론조사 조작과 선거관리, 국가권력과 기업권력의 결합, 국가와 엘리트의 거짓말.. 2013년 현재, 대한민국은 과연 민주주의 국가인가? 아마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는 데에 이 책이 무척 유용할 듯싶다("우리는 더 이상 민주주의 체제가 아니라 '전도된 전체주의' 체제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래 동영상을 보면, (무려 1988년 인터뷰인데도 불구하고) 누구나 셸던 월린의 탁월한 통찰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꼭 한 번 보길 바란다.

 

 

 

 

더 많이 공부하면 더 많이 벌게 될까 - 지식경제의 불편한 진실
필립 브라운 | 휴 로더 | 데이비드 휴스턴 (지은이) | 이혜진 | 정유진 (옮긴이) | 개마고원 | 296쪽

원제 The Global Auction: The Broken Promises of Education, Jobs, and Incomes (2011년)
 

주류 사회와 정치권은 일자리가 부족한 젊은이에게 늘 이런 말들을 한다. '눈높이를 낮춰라', '산업계에서 원하는 능력을 갖춰라', '경제가 안 좋아서 모든 사람이 다 어렵다', '해외로 눈을 돌려라' 등등.. 하지만 이런 말들은 다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 환경의 변화를 제대로 알려 주지 않는 것이고, 지식경제의 실체를 똑바로 말해주지 않는 것이다. 특히 대한민국처럼 세계에서 가장 노동시간이 긴 편에 속하는 나라지만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별로 높지 않은, 한마디로 노동력 착취가 일상화된 곳에서는 더욱 그렇다.

 

더 많이 공부하면 더 많이 벌게 될까
국내도서
저자 : 필립 브라운,휴 로더,데이비드 휴스턴 / 이혜진,정유진역
출판 : 개마고원 2013.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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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기본적인 경제구조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에 어떻게 하든 과거처럼 일자리가 그렇게 쉽게 늘어나지 않으며, 설사 더 많이 공부하고 더 열심히 일한다고 해도 노동자들의 형편은 그렇게 쉽게 좋아지지 않는다. 만약 우리가 이 책에서 말하는 '글로벌 옥션(마치 최저가경매처럼 가장 낮은 임금을 제시하는 노동자가 일자리를 얻게 됨)'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최소한 정치권과 주류 사회의 어처구니 없는 거짓 논리에 무방비로 농락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경제발전이 된다고 해도 지식경제 하에서 현재의 실업률이 급격히 낮아질 일은 별로 없고, 근본적인 사회 구조의 변화 없이 노동자들의 생활 수준이 크게 높아질 가능성도 그리 많지 않다]

 

 

사회문제의 경제학
헨리 조지 (지은이) | 전강수 (옮긴이) | 돌베개 | 312쪽 | 원제 Social Problems (1883년)

 

사실,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1897)'는 우리에게 좀 낯설다. 한때 마르크스보다 더 많은 추종자를 거느렸으며, 대문호 '톨스토이'로 하여금 열렬한 '조지스트'로서 살게 만든 바로 그 세계적 경제학자라고 하는데도 말이다("헨리 조지가 쓴 뛰어난 책, 연설문, 그리고 기사 중에서 <사회문제의 경제학>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최고의 작품이다. 이 책에서 드러나는 간결함, 명료함, 논리적 엄밀성, 논박하기 어려운 논증방식, 문체의 아름다움, 진리와 선과 사람에 대한 진실하고도 깊은 사랑이 그것을 입증한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이토록 잊힌 경제학자로 만들었을까? 물론 단순하게 얘기하기 힘든 문제겠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한 듯싶다. 헨리 조지의 사상이 일반 시민들에게 퍼지는 걸 부자들은 원치 않았다는 점이다.

 

사회문제의 경제학
국내도서
저자 : 헨리 조지(Henry George) / 전강수역
출판 : 돌베개 201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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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조지 사상의 주된 내용은, 사람이 창조하지 아니한 것 즉 자연에 의해 주어진 것(토지, 환경 등)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귀속되고 개인은 자신의 노동생산물만 사적으로 소유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란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사회병폐를 야기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부동산 문제를 생각해 보면, 확실히 뭔가 혁명적인 경제학 논리 아닌가? 1883년에 나온 이 책도 고전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항상 고전에 답이 있는 경우가 많다), 헨리 조지의 <사회문제의 경제학>은 '부동산 버블 붕괴'를 앞두고 있는 2013년 현재의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화두를 던져주고 있는 것 같다.

 

올가을에 출간된 이 5권의 책들은 모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민주주의가 훼손되었고, 시장경제가 위기를 맞았는가? 과연 더 많이 공부하고 더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우리 삶의 질이 향상될까? 과연 이 나라를 민주주의 국가라 할 수 있나? (불행히도, 둘 다 그렇지 않다) 지금 바로 더 나은 인생을 위해 삶의 터전을 변화시켜 나가는 것, 즉 혁명이 필요한 것 아닐까.. 여기서 말하는 혁명이 꼭 급진적 무력 투쟁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이는 권력을 가진 국가나 기업에만 사회 문제의 처리를 맡겨두지 않고, 우리 다수가 위와 같은 책들을 읽으며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행동하는 것이다. 130여 년 전에 이미 "우리는 토지를 공공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던 헨리 조지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문명이 진보하기 위해서는 사회문제의 처리에 더 많은 지능이 투입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은 소수가 아니라 다수의 지능이라야 한다. 정치를 정치인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다. 또 정치경제학을 대학교수들에게만 맡겨둘 수도 없다. 국민들이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행동할 수 있는 것은 국민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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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of ART

Posted by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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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즈 2013.10.07 07: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책을 많이 추천해주셔서 구매할 목록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감사합니다.

  2. 티칠 2013.10.07 14: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첨 왔습니다.
    책 프리뷰 참 좋네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3. 김순종닷컴 2013.10.11 08: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두 읽어봐야 할 책이네요

  4. sephia 2013.11.07 16: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운영자님이 제 지갑을 박살내시려고 이러시는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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