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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신간 프리뷰 (인문, 사회, 과학, 예술 분야)

패셔너블 · 디퓨징 · 조선백성실록 · 아프리카 대륙의 일대기 · 에너지 노예, 그 반란의 시작 · 플루토크라트 · 산체스네 아이들 · 런던 특파원 칼 마르크스 · 1913년 세기의 여름.

 

최근 3개월 동안 출간된 책들 중에서 주목할 만한 도서(인문, 사회, 과학, 예술 분야)를 모아서 짧게나마 한 번 정리해 본다.

 

 

1913년 세기의 여름
플로리안 일리스 (지은이) | 한경희 (옮긴이) | 문학동네 | 양장본 (396쪽)

원제 1913 Der Sommer des Jahrhunderts (2012년)

 

인류 역사를 보면, 특정한 시대에 특별한 위상을 가진 장소들이 있다. 17세기 초 카라치와 카라바조 시대의 로마나 18세기 말 하이든과 모차르트와 베토벤 시대의 비엔나가 그렇다. 서양미술사에서 17세기 초의 로마는 굉장히 특별한 장소이고, 서양음악사에서 18세기 말의 비엔나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역사적 장소이다.

 

이와 비슷하게, 특정한 연도를 기준으로 특별한 인물과 사건을 재구성할 수도 있다. 1787년 봄, 하이든보다 38살 어리고 모차르트보다는 14살 아래인 베토벤이 난생 처음 비엔나를 방문한다(서양음악사 최고의 두 작곡가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만남은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1956년 초, 재즈 역사에 있어서도 가장 극적인 순간이 만들어진다. 바로 위대한 두 천재 클리포드 브라운(트럼펫)과 소니 롤린스(색소폰)가 함께 녹음을 한 것이다(클리포드 브라운은 56년 6월에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만다). 이 얼마나 흥미로운 접근법인가.

 

1913년 세기의 여름 (양장)
국내도서
저자 : 플로리안 일리스(Florian Illies) / 한경희역
출판 : 문학동네 2013.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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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13년 유럽 사회의 풍경을 1월부터 12월까지 월별로 나누어 그려나간다. <1913년 세기의 여름>에 등장하는 인물은 300명이 넘는다는데, 그 면면을 보면 다음과 같다. 프란츠 카프카,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마르셀 프루스트, 제임스 조이스, 토마스 만,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그문트 프로이트, 카를 구스타프 융, 파블로 피카소,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프란츠 마르크, 마르셀 뒤샹, 카지미르 말레비치, 아르놀트 쇤베르크, 아돌프 로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코코 샤넬..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1913년, 이들은 모든 문화 영역에서 사회적, 정신적 위기를 견디고 극복하며 모더니즘을 찬란하게 꽃피웠다.

 

 

런던 특파원 칼 마르크스
국내도서
저자 : 칼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 / 정명진역
출판 : 부글북스 2013.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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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특파원 칼 마르크스 - 세계의 중심 런던에서 격동의 1850년대를 해부하다
칼 마르크스 (지은이) | 정명진 (옮긴이) | 부글북스 | 반양장본 (356쪽)

 

칼 마르크스는 저널리스트였다. <런던 특파원 칼 마르크스>는 1850년대 칼 마르크스가 쓴 기사들을 모은 책이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읽을 이유가 충분할 듯한데, 과연 '기자' 칼 마르크스는 그 당시 사회의 어떤 문제들을 바라 보았고 또 그 시대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었을까? <자본(Das Kapital, Capital: Critique of Political Economy, 1867)>은 굉장히 길고 어렵지만, 그가 저널리스트로서 발표한 글들은 아무래도 짧고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한 사람의 기자로서 칼 마르크스의 세계관과 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

 

 

산체스네 아이들
국내도서
저자 : 오스카 루이스 / 박현수역
출판 : 이매진 201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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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체스네 아이들 - 빈곤의 문화와 어느 멕시코 가족에 관한 인류학적 르포르타주
오스카 루이스 (지은이) | 박현수 (옮긴이) | 이매진 | 반양장본 (759쪽) 

원제 The Children Of Sanchez (1961년)

 

이 책은 '빈곤의 문화'라는 개념을 만든 20세기 빈민 연구의 역작이자 인류학의 고전이다. 인류학자 오스카 루이스는 아내 루스 루이스와 함께 멕시코시티 빈민가에서 살아가는 어느 가족의 생애사를 4년에 걸쳐 치밀하게 인터뷰하고 세세하게 기록했다고 한다. 그런 <산체스네 아이들>이 처음 한국에서 출간된 지 35년 만에 '50주년 기념판'이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나왔다. 마가렛 미드의 편지, 개정판 서문과 후기, 산체스네 아이들이 출간된 이후의 논쟁과 후일담까지 더해진 50주년 기념판.. 고전을 읽는 쏠쏠한 재미가 바로 이런 것 아닐까?

 

 

플루토크라트 - 모든 것을 가진 사람과 그 나머지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지은이) | 박세연 (옮긴이) | 열린책들 | 반양장본 (488쪽)

원제 Plutocrats: The Rise of the New Global Super-Rich and the Fall of Everyone Else (2013년)

 

지그문트 바우만이 말했듯이, 세계는 지금 '가난한 데다 미래도 없는 사람들과, 부유하고 낙천적이며 자신감과 활력이 넘치는 사람들'로 양분되어 있다. 부자들은 단지 부자이기 때문에 점점 더 부유해지고, 빈자들은 단지 가난하기 때문에 점점 더 가난해지는 세상. 이런 상황 자체가 지구촌에 굉장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단순히 슈퍼 리치들을 비난하기는 쉽다. 하지만 그들이 진짜 어떤 사람들인지 파악하고, 어떻게 하면 사태를 완화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다. 

 

플루토크라트
국내도서
저자 : 크리스티아 프릴랜드(Chrystia Freeland) / 박세연역
출판 : 열린책들 201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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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토크라트, 부와 권력을 다 가진 글로벌 슈퍼 엘리트를 의미한다. 사실 이 책은 플루토크라트가 과연 어떤 사람들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우선 이걸 읽은 다음에 자신의 철학에 따라 좌파든 우파든 마음이 가는 비평가의 글을 읽는 게 순서가 아닐까 싶다. 일단 기본적으로, 상대가 누군지는 알아야 될 것 아닌가? 2012년 <파이낸셜 타임스>지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책'이자 2013년 국제 문제를 심도 깊게 다뤄 대중의 이해에 기여한 세계 최고의 논픽션에 수여하는 <라이오넬 겔버>상 수상작.

 

 

에너지 노예, 그 반란의 시작
국내도서
저자 : 앤드류 니키포룩(Andrew Nikiforu)
출판 : 황소자리 201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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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노예, 그 반란의 시작
앤드류 니키포룩 (지은이) | 김지현 (옮긴이) | 황소자리 | 반양장본 (360쪽)

원제 The Energy of Slaves (2012년)

 

예전에 제임스 하워드 쿤슬러의 <장기 비상시대(원제: The Long Emergency)>라는 책을 무척 인상 깊게 읽었다. 석유 없는 세상, 그리고 우리 세대에 닥칠 여러 위기들에 대한 책이었고, 2005년에 출간되었다(한국판은 2011년에 나왔다). 아마도 <에너지 노예, 그 반란의 시작>은 그 뒤를 잇는 최신의 '경고'일 것 같은데, 2012년에 출간된 책이 2013년에 곧바로 번역되어 나온 게 참 반갑다. "지금 우리는 일인당 200명이 넘는 에너지 노예를 부리며 산다. 그 착한 노예들이 내일도 고분고분 내 시중을 들 것이라 믿는가?" 저자인 앤드류 니키포룩은 '레이첼 카슨 환경도서상' 수상자라고 한다.

 

 

아프리카 대륙의 일대기
국내도서
저자 : 존 리더(John Reader) / 남경태역
출판 : 휴머니스트 2013.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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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대륙의 일대기 - 거대한 대륙이 들려주는 아프리카 역사의 모든 것
존 리더 (지은이) | 남경태 (옮긴이) | 김광수 (감수) | 휴머니스트 | 반양장본 (992쪽)

원제 Africa: A Biography of the Continent (2013년)

 

처음에는 모두가 중국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 다음에는 남미, 또 얼마 전에는 인도가 주목을 받았다. 결국 중국은 미국과 쌍벽을 이루는 슈퍼파워의 자리를 예약했고, 남미는 눈에 띄게 약진했으며, 인도 역시 요즘 잘 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제 아프리카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단언컨대, 앞으로는 세계인들이 아프리카로 모여들 것이다. 이 책은 '아프리카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아프리카 평전'이다. 저자는 영국 태생이면서도 아프리카에서 오랜 기간 살아왔다고 하며, 아프리카 대륙의 자연사적 역사에서부터 사회적 환경까지 그 모든 것을 총망라해서 설명한다. 지질학, 지리학, 기후학, 고고학, 고생물학, 미생물학, 언어학, 인류학, 농업경제학, 기생충학.. 아프리카는 미래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이 정도는 읽어줘야 하는 것 아닐까?

 

 

조선백성실록
국내도서
저자 : 정명섭
출판 : 북로드 2013.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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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백성실록 - 우리 역사의 맨얼굴을 만나다
정명섭 (지은이) | 북로드 | 반양장본 (360쪽)

 

<조선백성실록>, 제목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조선왕조실록과 조선백성실록은 다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나 크리스 하먼의 <민중의 세계사> 같은 책이 우리 역사서에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디, 조선백성실록이 그런 책이길 바란다. 남성 중심 문화에 당당하게 저항한 여성들, 이런저런 이유로 조선에 들어와 뿌리 내리거나 자취 없이 사라진 외국인들, 백성들의 피눈물을 흘리게 한 국가 정책과 양반들의 술수, 더없이 사랑받다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외래 동물 등.. 이 책의 목차를 보니, 어쩌면 우리가 지금까지 잘못 알고 있던 조선 민초들의 모습을 교정하고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디퓨징
국내도서
저자 : 조셉 슈랜드(Joseph Aaron Shrand),리 디바인(Leigh M. Devine) / 서영조역
출판 : 더퀘스트 201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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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퓨징 - 분노 해소의 기술
조셉 슈랜드 | 리 디바인 (지은이) | 서영조 (옮긴이) | 더퀘스트 | 반양장본 (352쪽)

원제 Outsmarting Anger (2013년)

 

한국인들은 평상시에 마치 화난 사람처럼 얼굴이 굳어 있는 경우가 많다. 웬만해서는 다른 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설사 마주치더라도 무표정하게 외면하는 게 보통이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자기 앞가림하느라 정신없고, 혹시 누가 잘못을 하면 마구 비난하기 바쁘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 아무리 잘 나가던 사람도 한 번 큰 실수를 저지르면 완전히 매장되기도 한다. 한국 사람들은 도대체 왜 이렇게 분노에 차서 살아가고 있을까?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언젠가 자신도 재물이 될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게 아닐 텐데 말이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가 추천사에서 쓴 것처럼, "한국인들은 화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 <디퓨징>은 분노를 엉뚱한 방향으로 풀어내려는 한국인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패셔너블 (양장)
국내도서
저자 : 바버라 콕스(Barbara Cox),캐럴린 샐리 존스(Carolyn Sally Jones),캐롤라인 스태퍼드(Caroline Stafford),데이비드 스태퍼드(David Stafford) / 이상미역
출판 : ++ 투플러스 북스(Twoplusbooks) 2013.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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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셔너블 - 아름답고 기괴한 패션의 역사
데이비드 스태퍼드 | 캐롤라인 스태퍼드 | 바버라 콕스 | 캐럴린 샐리 존스 (지은이) | 이상미 (옮긴이) |
투플러스 | 양장본 (264쪽) | 원제 Fashionable (2012년)

 

솔직히, 패션을 잘 모른다. 패션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냥 공부할 기회가 없었다. 서양 미술에 관심이 있으면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읽으면 되고, 서양 음악에 관심이 있으면 그라우트의 <서양음악사>를 읽으면 되는데, 패션을 알기 위해서는 도대체 무엇을 봐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매달 나오는 패션잡지를 무턱대고 구독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어떤 분야든 처음에는 역사적인 내용을 먼저 살펴보는 데에서 시작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래서 출판사가 '패션에 관한 최고의 교양서'라고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을 선택했다. 아름답고 기괴한 패션의 역사를 알면 그 시대를 알 수 있을 테고,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들과 자연스레 접목이 될 것이다. 그러면 각 사회와 패션에 대한 안목이 생기면서, 현재의 패션에 관해서도 나름의 관점을 확립할 수 있지 않을까?

 

"책을 무차별적으로 평하는 일을 오랫동안 한다는 건 유난히 달갑지 않고 짜증스럽고 피곤한 노릇이다. 그것은 쓰레기를 칭찬하는 일일 뿐 아니라 그냥 두면 아무 감흥도 불러일으키지 않을 책에 대한 반응을 계속해서 '날조'해내는 작업이기도 하다 ... 모든 책이 서평을 받을 가치가 있다고 당연시하는 한, 어떤 문제도 해결되기 어렵다. 아무 책이나 닥치는 대로 서평을 하다보면 대부분의 책에 대해 과찬하지 않는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 내가 보기에 최선의 방법은 대부분의 책은 그냥 무시해버리고 중요해 보이는 소수의 책에 긴 서평을 쓰도록 하는 것이다. 곧 나올 신간 서적에 대해 짧은 소개를 해주는 건 유익할 수 있되...."
- 조지 오웰(Eric Arthur Blair, George Orwell, 1903~1950), <어느 서평자의 고백>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