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클라이넨버그 [Going Solo: 싱글턴이 온다], 1인가구 사회에 대한 종합보고서.
일반적으로, 사회의 변화를 가장 빨리 알아차리는 사람은 아마도 언론인일 것이다. 어차피 '뉴스'를 전하는 게 그들의 사명이다 보니, 뭔가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날 때 제일 먼저 그것에 관심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언론인 다음으로 사회 변화에 민감한 부류는 보통 기업인일 텐데, 이들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고 그걸 이용해서 사업 선점을 하면 큰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론과 기업이 한창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그것을 해석하고 정리하는 이들이 등장하는데, 여기서 주축이 되는 사람들은 주로 대학교수나 연구원과 같은 '학자'들이다. 어떤 사회현상이 마침내 학자들에 의해 유의미하고 본질적인 변화로 인정되면, 이때부터 그것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어떤 경향성을 띄는 보편적인 흐름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뉴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자 <Public Culture>와 <Cultural Production in a Digital Age>의 편집장을 맡고 있는 에릭 클라이넨버그(Eric Klinenberg, 1970~ )가 쓴 [Going Solo: The Extraordinary Rise and Surprising Appeal of Living Alone (2012)]이다.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언론인인 동시에 학자라고 볼 수 있을 테고, (출생연도와 출판연도를 포함해서) 그의 짧은 프로필과 <대중문화>나 <디지털 시대의 문화생산> 등의 이름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뭔가 굉장히 '첨단'에 서있는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유명대학교의 사회학과 교수라는 타이틀이 어느 정도의 신뢰감을 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무튼 한국어판은 올해 1월에 출간되었고, 번역된 제목은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 - 1인가구 시대를 읽어라]이다. 과연 이 흥미로운 책은 어떤 이야기들을 담고 있을까?
싱글턴 = 혼자 사는 사람
이 책에서 말하는 '싱글턴(singleton)'은 혼자 사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단순히 '독신(獨身)'인 사람들은 혼자 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독신자들은 가족 또는 룸메이트 등과 함께 산다. 그러므로 독신자라고 해서 모두 싱글턴은 아닌 것이다. 이렇게 싱글턴이라는 개념에 대한 설명만 봐도 [고잉 솔로]의 핵심 소재가 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을 텐데, 이 책에서 묻고 답하는 건 크게 두 가지다. '어떻게 혼자 살 것인가'와 '어떻게 함께 잘 살 것인가'..
저자가 현역 사회학자인 만큼, 이 두 과제에 대한 연구와 분석의 방법도 상당히 전문적이고 엄밀하게 진행되었다고 한다. 물론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책이기에 그 자체를 학문적으로 깊게 파고 들어가진 않지만, 여느 과학서적처럼 주석과 참고문헌도 꽤 되고, '들어가는 글'에서도 기본 원칙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사회학 연구의 기본 원칙은 자신의 선입견을 인정하되 그것을 넘어서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원칙을 따르려고 최선을 다했으며,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그 원칙을 따라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그리고 책 말미에 '연구와 분석의 방법'을 간단히 정리한 챕터에서는 에릭 클라이넨버그가 이 책에 사용한 1차 자료의 주된 출처가 "문화기술적 관찰(ethnographic observation)과 혼자 사는 사람 3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장시간의 반구조화(semi-structured) 인터뷰 기록"임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모든 관찰과 인터뷰는 대도시 지역에서 진행되었고 이 책의 주요 관심사 역시 '도시에서 혼자 살기'이며,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발행한 1인가구에 관한 2차 자료를 광범위하게 검토했다고 한다.
인터뷰 대상 선정도 '지목 눈덩이 표본추출법(targeted snowball sample)'을 이용해서 출신과 지역과 직업이 각기 다른 사람들을 골라냈고(인터뷰 대상자에게 그들 자신과는 다르지만 혼자 사는 사람들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함), 인터뷰 참여 대가나 실명 노출 부분에서도 사회과학 연구에서 보편적으로 쓰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적시하고 있다.
"사회학자로서 나의 목표는 혼자 사는 사람들의 세계를 연구하면서 접한 충격적인 이야기들을 널리 알리는 것이 아니라, 1인가구의 기본적 특징들에 대해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해 주는 공통적인 경험과 성향을 밝혀내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뉴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인 저자는 사회'과학자'로서 정확한 과정과 설득력 있는 방법을 통해 [고잉 솔로]를 집필했다. 이 책에는 아주 많은 실증적 자료와 각종 조사 수치들이 나오는데 이것들 중에 어느 하나도 과학적 방법론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그 내용에 구체적으로 등장하는 각 인물과 이야기들은 선정 과정 자체에서부터 1인가구 분석 결과에 얼마나 '유의미한' 가치가 있는가를 기준으로 정리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이와 같은 학문적 접근법에 대한 설명이 중요한 이유는, '여기서 중요하게 다루어진 주제들은 보편적인 사회현상이며 혼자 사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진 세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주제들'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지적하기 위함이다. 나라마다 수치에 약간씩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일반 대중의 반응도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혼자 살기'가 21세기 인류의 변화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흐름 가운데 하나라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되는' 틀림없는 사실인 것이다.
[고잉 솔로]에서 서술하고 있듯이 1인가구 시대의 도래는 당연히 역사적인 맥락도 있고, 인류 문화의 본질적인 변동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옛날부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누군가가 혼자산다는 이유만으로도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 또는 '부도덕한 사람'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었으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혼자 사는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낙인'이 많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독신생활과 가족생활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크게 바뀌었고(물론 결혼 문제나 '은둔형 외톨이'와 같은 문제를 다룰 때에는 여전히 부정적인 반응이 드러나긴 한다), 비로소 제대로 된 토의가 가능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바로 이 시점에서 에릭 클라이넨버그의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는 무척이나 시의적절하고 진정 필요한 책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혼자 살 것인가
지금 당장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1인가구' 또는 '독거노인' 또는 '미혼남녀' 등등을 입력하면, 무수히 많은 웹페이지들이 검색된다. 그 중에는 앞서 말한 언론인들의 뉴스기사도 있고, 기업인들의 상품광고도 부지기수며, 각종 통계자료들도 많다. 이미 언론과 기업에서는 싱글턴에 대해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고, 각종 연구보고서들도 1인가구 시대의 도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일부 선진국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도 절대 예외가 아닌데,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에 처음으로 1인가구가 2인가구를 제치고 제일 많은 가구형태가 되었다고 한다. 2012년 현재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네 가구 중에 한 가구 꼴로 혼자 살고 있으며, 1~2인가구의 비중은 향후에도 계속 늘어날 걸로 보인다(2035년경에는 세 가구 중 한 가구가 1인가구이고, 나머지 두 가구 중 한 가구는 2인가구). 이제 싱글턴 사회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셈이다.
[Going Solo: The Extraordinary Rise and Surprising Appeal of Living Alone]은 바로 이 시점에서 전세계적인 1인가구의 폭증을 사회과학으로서 본격적으로 다룬 저작이다. 그 동안 몇몇 연구소나 작가들이 이런 변화의 일면을 다룬 보고서나 책들을 낸 적은 종종 있었지만, 1인가구에 대해 이처럼 종합적인 통찰력을 제공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남으로써 사회적으로 어떻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를 소위 말하는 '전문가'들이 단편적으로 판단하고 신문이나 잡지 등에 자신의 짧은 글을 기고하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사회학자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과학적인 엄밀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일반 대중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최신 역작을 작년에 내놓았고, 운 좋게도 한국에 곧바로 번역되어 출간된 것이다. 관련 연구를 오랫동안 진행해온 저자가 자신 있게 지적하듯이, "혼자 살기는 점점 증가하는 보편적인 현상이며, 공동체의 중요한 화두로 취급받을 자격이 있다."
에릭 클라이넨버그에 따르면, 혼자 살기의 사상적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개인주의'가 세계 각지에 뚜렷한 영향을 끼친 것은 겨우 20세기 중반 이후의 일이라고 한다. 여성의 지위 상승, 통신혁명, 대도시의 형성, 혁명적 수명연장이라는 네 가지 거대한 사회적 변동은 개인이 활약하기에 좋은 여건을 창출했다는 것이다.
20세기 후반에 일어난 이와 같은 변화들은, (성인이라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한 개인이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혼자 살기에 수월한 환경을 만들어냈다. 1인가구의 폭발적인 증가는 우리의 사회적 경험을 크게 바꿔놓는데, 혼자 살기는 각 개인이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가장 가까운 관계들을 이해하는 방식을 변화시킨다. 그러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혼자 사는 법을 배우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생활방식을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혼자 살 것인가? 독신여성이나 독거노인, 부자와 가난한 사람, 각 싱글턴이 살고 있는 지역 등에 따라 좀 다를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는 모든 사람이 다 비슷하다. 역사상 최초로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연령과 장소, 정치적 신념과 무관하게 싱글턴으로서 정착하기 시작한 이 때, 우리는 다 함께 혼자 사는 법을 서서히 배우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의 말대로, 우리들은 "함께 있으면서 서로가 혼자 사는 것을 도와주는" 방향으로 진화해 나가야 한다. 물론, 방금 말했듯이 1인가구 시대에도 역시 독신여성이나 가난한 사람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고잉 솔로]에서도 이 부분의 해결을 위해 많은 비중을 들여 서술하고 있는데 상당히 깊이 있으면서도 알기 쉽게 잘 설명되어 있으므로, 특히 요즘 그 숫자가 급증한 한국의 미혼 여성들은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가뜩이나 양성평등 의식이 부족한 우리 사회에서 혼자 사는 여성이 알고 있으면 좋을 사회적 의미와 이론적 토대를 굉장히 탁월하게 제시하고 있다. 우리의 지적이고 개념 있는 싱글녀들에게 이 책을 진심으로 강력추천하는 바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혼자 살게 될 가능성이 (원하든 원치 않든)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우리 세대 다수의 평범한 싱글남들에게도, 이 책은 우리가 어떤 지향점을 갖고 오랫동안 혼자 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과학적 분석과 풍부한 사례를 통해 실증적으로 상당히 명쾌하게 제공해 주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함께 잘 살 것인가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첫 경험에는 누구든지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이다. 뉴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지적한 바와 같이, (무려 전체 가구의 47%가 1인가구인 스웨덴처럼, 수십 년 전부터 핵가족 제도를 벗어났던 일부 특수한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인류의 광범위한 혼자 살기는 이제 겨우 한두 세대 정도의 '사회적 실험'을 시작했을 뿐이다. 그래서 전통적인 삶의 방식과는 다르게, 혼자 살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공통의 어려움을 겪는다.
일반적으로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에 관한 별로 긍정적이지 않은 사회적 통념이나 선입견과 싸워야 하고(상대적으로 남성보다는 여성이 이런 사회적 압력에 더 자주, 더 강하게 노출되는 듯싶다), 혼자 산다는 이유만으로 온갖 편견과 차별을 견뎌내야 하며, 개인적으로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병에 걸리거나 일자리를 잃어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과연 어떻게 해야 될지에 대해 심각한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1인가구의 급격한 증가 원인이 되는 사회적 변동들(개인의 부상, 여성의 지위 향상, 도시의 성장, 통신기술의 발달, 생활주기의 확장)은 앞으로 계속 확대되고 심화될지언정, 사회가 이런 변동들을 거슬러서 거꾸로 나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걸 우리는 분명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 중에 누군가는 반드시 (결코 적지 않은 숫자가) 새로이 1인가구에 진입하게 될 테고, 그 누구라도 향후에 혼자 살게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방금 위에서 말한 '상대적으로' 작은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굉장한 위험 요소들이 도처에 자리잡고 있다. 엄청나게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그 중 한 가지만 대표적으로 예를 들어 보자. 싱글턴 사회가 됨에 따라 도심에서 떨어져 있으며 지나치게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미국의 교외주택도 서서히 골칫거리가 되겠지만, 한동안 앞뒤 재지도 않고 마구 지어댄 우리 나라의 대형평형 아파트들(특히 주상복합)은 그리 머지않은 시일내에 최악의 흉물이 될 공산이 무척 크다.
자, 한 번 상상해 보자. 앞으로 몇 년 뒤에 전체 가구의 절반 정도가 1~2인가구가 되면, 대형 아파트들은 존재나 소유 자체가 징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은퇴를 앞두고 있는 다수의 베이비붐 세대들이 너무 비싼 관리비와 전기세 등으로 인해 좀 싼값에라도 어떻게든 대형 아파트를 처분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는데, 향후에는 그렇게 투매(投賣)되는 아파트 물량을 받아줄 세대가 아예 없을 수도 있는 상황으로 가는 것이다.
어차피 대한민국은 이제 장기불황과 초저성장 시대에 진입한 상태고, 현재 젊은이들은 보유 자산부터가 별로 없다. 대부분이 1~2인가구인데, 도대체 누가 그렇게 공과금도 많이 나오고 쓸데없이 넓은 아파트를 구입하겠는가? 게다가 전혀 친환경적이지도 않고, 실상 건강상으로도 좋을 게 거의 없는 그런 과거의 유물을 도대체 어떤 바보가 비싸게 돈을 내고 살까? 근본적으로 석유값은 계속 상승할 수밖에 없으며, 모르긴 몰라도 전기세나 가스비 같은 것들도 역시 지속적으로 오를 텐데 말이다.
단언컨대, 한 개인으로만 보면 넓은 평수 아파트(특히 주상복합)는 무조건 한시라도 빨리 처분하는 게 좋다. 그런데, 이게 한 개인의 문제로 끝나는 게 절대 아니다. 곳곳에 엄청나게 지어놓은 대형 아파트들이 나중에 어떻게 되겠는가? 점점 더 불꺼진 아파트들이 늘어날 테고, 그 중에는 단지 전체가 유령아파트처럼 되는 경우도 속출할 것이며, 더 나아가 일종의 슬럼화가 되는 지역도 있을 것이다. 그에 반해 증가일로에 있는 가난한 다수의 싱글턴들은 점점 더 적당한 집을 찾기가 어려워질 테고, 흔히 말하는 '쪽방촌' 같은 저질 주거지로 계속 내몰릴 것이다.
이런 상황 자체가 얼마나 많은 사회문제들을 잉태하게 될지는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주거와 관련해서 단 한 부분의 사례만 해도 이렇게 상황이 심각한데, 이 외에 사회 전분야에 걸쳐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정말 현기증이 날 정도다.
[현재와 같은 상태에서 탐욕에 눈이 멀어 초고층빌딩을 전국에 몇 개나 지으려고 하는 것은 한마디로 진짜 미친 짓이고, 명백한 자살행위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함께 잘 살 것인가? 앞서 잠깐 스웨덴을 언급했는데, 전세계적인 1인가구의 폭증 이전에 몇십 년 전부터 이미 '혼자 살 수 있는 여건'을 정상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노력을 펼친 북유럽의 대표적인 복지국가들이 있다. 이들은 단순히 원자화나 사회적 고립을 걱정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1인가구가 현대사회의 본질적인 특성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공동체의 강화를 위해 혼자 사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일에 전체 사회가 발벗고 나선 것이다.
물론 세계 경제위기로 인해 이런 나라들에서도 여러 가지 쉽지 않은 과제들이 많이 늘어났지만, 그럼에도 스웨덴 같은 국가들은 개인의 존엄성, 인격과 자율성을 유지하며 혼자 떳떳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고잉 솔로]의 저자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당연히 미국의 지식인인데, 그 역시 미국의 '실패'에 대한 돌파구를 북유럽 복지국가에서 찾고 있는 셈이다.
솔직히 말해서, 미국은 그다지 살기 좋은 나라가 못 된다. 원래도 그랬지만 최근 금융위기를 겪으며 그 사실이 좀 더 분명해졌고, 미국 지식인들 사이에서 어떤 책 제목처럼 <Were You Born on the Wrong Continent? (한국판 제목: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같은 반성의 순간이 닥친 것이다. 예상하건대, 21세기의 미국은 더 이상 독보적인 초강대국은 아닐 것이다. 이 책에서도 상세히 그리고 확신에 차서 지적하고 있듯이, 국가의 온갖 서비스를 민영화했고 너무나 많은 자원이 낭비되는 교외주택 시스템을 광범위하게 채택한 미국은 지금 당장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두고 두고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며, 1인가구가 점점 더 증가함에 따라 사회혁신의 요구도 현재보다 훨씬 더 커질 게 자명하다.
그런데 우리에게 진짜 문제는, 소위 말하는 대한민국의 고위층 인사들이 아직까지도 미국에 대한 말도 안 되는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참 안타깝지만, 이렇게 미국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다가 우리도 머지않아 심각한 시련에 봉착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따로 또 같이 잘 살기 위한 사회적 공감대의 재구성
포스팅을 끝내기 전에 잠깐 한마디만 하자면, 한국어판 제목은 너무 지나치게 친절한 것 같은 인상이다. 사실,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 - 1인가구 시대를 읽어라]라는 제목이 특별히 이상한 건 아니다. 책 내용 자체가 1인가구에 관한 것이고, 시대적인 변화를 설명하는 데에도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으니 말이다. 다만 원래 제목 [Going Solo]가 처음 책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궁금증을 한국어판 제목은 괜시리 거세시키는 듯한 느낌이 들고, 학자가 쓴 진지한 분석서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가벼운 처세술 서적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는 게 문제다.
물론 영어판 긴 제목이 갖고 있는 구체성과는 다르게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라는 것만으로는 너무 아리송하고 추상적이긴 한데, 그래도 본래 제목의 매력 자체를 갉아먹는 작명은 어떻게든 피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잠깐 말하고 싶은 건, 이상하게 한국 출판사들은 책의 성격과는 별개로 책표지를 과도하게 요란한 디자인으로 채우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은데, 책표지를 광고판처럼 쓰기보다는 그저 최대한 심플하게 처리하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많지 않을까 싶다. 괜히 똑같은 디자인이 반복되는 띠지도 친환경적으로 좀 생략하는 풍토가 만들어졌으면 하고..
자 그럼, 에릭 클라이넨버그가 [Going Solo: The Extraordinary Rise and Surprising Appeal of Living Alone (2012)]의 맺음말에 쓴 인상적인 문단 하나를 보며 얘기를 마무리 짓자.
"1인가구의 급증을 고독의 증대, 시민사회의 붕괴, 공공선의 종말과 연관시키는 대중적 사회학이 한창 유행하고 있다. 나는 이런 주장들이 단순한 오해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 이런 주장들은 우리에게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 그 모호한 일반화가 진짜로 고립된 사람들, 진정 도움이 필요한 장소들에 관심을 촉구하는 시급한 과제로부터 우리를 멀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사회학자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의 재구성을 위해 혼자 사는 사람들과 같이 사는 사람들 간에 무척 중요한 논의 지점을 포착했다는 생각도 든다. 솔직히 말해서, 혼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 알아서 잘 산다. 대한민국도 벌써 그럴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갖춰지기 시작했고(물론 부족한 부분들이 많긴 하다), 건강상의 문제만 없다면 단지 혼자 산다고 해서 별다르게 고립될 만한 이유도 없다. 1인가구를 딱히 차별하지 않는 한 이들을 굳이 특별한 존재로 대할 것도 없고, 괜히 과도한 참견을 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정말로 우리 모두의 손길이 필요한(예를 들면 건강이 좋지 않은 독거노인이라든가 경제적 어려움이나 천재지변과 같은 외부적 충격이 겹칠 때의 싱글턴 등등) 1인가구가 사회적 안전망 속에서 제대로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혼자 사는 걸 부정적으로만 보며 탄식하는 사회 일반의 목소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사실 누군가가 혼자 사느냐 여럿이 사느냐 자체보다는, 우리가 얼마나 사회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인간적인 존엄성을 갖고 다른 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잘 살아가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것이다.
어차피 혼자 사는 게 대세라면, 각자의 방식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개인의 특성이 전체 집단의 생활도 풍요롭게 해주는 것 아니겠는가? "우리 중 누구라도 언젠가 혼자 살게 될 수 있으니, 혼자 사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건강하고 행복하고 활발한 사교활동을 즐기도록 만들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힘을 합쳐야만 해결 가능한 문제라는 것" 이게 바로 1인가구 시대를 공정하게 읽는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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