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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α

2026년 크리스마스는 반려로봇과 함께

앞으로 10년 뒤 우리의 파트너는 로봇.


지난 2014년부터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에 관한 100년간의 장기 연구 프로젝트에 착수했고, 바로 그 첫 번째 보고서가 올해 9월에 발표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로봇공학(Robotics)'은 이제 막 인공지능혁명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으며, 이미 정적인 환경에서의 로봇 이동에 관한 문제는 대부분 해결됐다고 한다.


현재 로봇공학의 주된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로봇을 다양한 주변 환경에 대해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상호 작용하도록 훈련시킬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또한 주변의 사물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인간과는 어떻게 소통하며 교류하게 만들지도 주요 과제 중 하나다. 결국 로봇공학의 발전은 다양한 상황 대처 능력과 일관성 확보가 핵심인 셈인데, 이는 곧 인공지능 기술의 비약적 발달로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다.


[출처: 스탠포드 대학교의 'One Hundred Year Study on Artificial Intelligence(AI100)'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10년 동안 로봇은 일상생활 곳곳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앞으로의 10년은 인공지능과 기계의 발달을 통해 로봇의 안전성과 전반적인 신뢰도가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아마 2026년 크리스마스 쯤에는 개인용 로봇에도 인공지능 기술이 광범위하게 적용될 테고, 이에 따라 엄청난 사회변화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로봇청소기부터 맞춤형 친구로봇까지


사상 처음으로 상용화된 가사도우미 로봇은 2001년 일렉트로룩스(Electrolux)사의 '트릴로바이트(Trilobite, 삼엽충)'라는 로봇 진공청소기였다. 이제는 기계가 지나간 자리를 기억해 지도로 만들어내는 'vSLAM(visual Simultaneous Location and Mapping)' 기술이 더해져서, 로봇청소기가 집안을 청소하면서 구석구석을 지도로 만들어 기억할 수도 있다고 한다.



지구촌 곳곳의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인공지능을 장착한 가정용 서비스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대부분 사회적 교류에 초점을 맞춰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자동음성인식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나중에는 로봇이 사람과 실제 대화를 나누듯 소통할 수 있게 될 테고, 사물을 인식하는 능력이나 지각력이 향상된 안전한 로봇이 더 많이 보급될수록 이런 상품과 서비스 시장도 비약적으로 확대된다.


딥러닝 기술에 의한 음성 인식과 이미지 분석 기술의 발전은 일상생활에서 로봇과 사람 간의 상호 작용을 한층 강화할 텐데, 대표적인 예로 간호로봇과 교육도우미 로봇을 들 수 있다. 간호로봇 덕분에 환자나 노인들은 옷 입기나 화장실 사용하기 등의 기본 활동에 상당한 자유를 확보할 수 있으며(로봇의 도움을 통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 물리적 형태를 갖추고 다양한 언어로 작동하며 새로운 감지 능력을 탑재한 교육도우미 로봇은 각종 교육현장에서 여러 가지로 활용이 가능하다.



스탠포드의 AI100 보고서에 의하면, 가상현실과 촉각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기술은 이미 우리의 일상에 들어와 있고 맞춤형 친구로봇은 벌써 개발되었다고 한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은 (사람이 신체리듬에 따라 감정이 바뀌듯이) 주변 환경이나 시간대에 따라서 감정이나 공감 능력을 바꾸며 사람과 소통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 로봇은 사람과 물건을 직접 나르는 일에도 투입될 텐데, 지금도 세계 최대의 온라인쇼핑몰인 아마존(Amazon)은 드론(Drone, 소형무인기)을 통한 상품 배송을 '진지하게' 준비하고 있다. 아마존의 전체 배송 물량 중 90% 정도가 2kg 미만이라고 하며, 지난 7월에는 배송용 드론을 위한 도킹 스테이션(드론이 중간에 잠시 착륙하여 배터리 충전, 기상 상황에 대한 정보 다운로드, 비행 계획 재설정 등을 할 수 있는 시설) 특허까지 획득했다.


[출처: ASUS Zenbo 홈페이지 갈무리]


반려동물 대신 반려로봇을


2015년에 일본의 소프트뱅크(SoftBank)가 가정용 휴머노이드 '페퍼(Pepper)'를 판매하기 시작한 데 이어, 대만의 에이수스(ASUS)도 2017년부터 가정용 서비스 로봇 '젠보(Zenbo)'를 시판할 예정이다. 작년에 페퍼는 판매가가 200만 원 정도였는데, 내년에 출시되는 젠보의 가격은 100만 원도 채 안 된다(에이수스 회장 "우리의 야망은 모든 가정에서 이러한 로봇 시스템 가동을 가능케 하는 것").


젠보는 애플의 시리와 같은 인공지능 음성비서가 내장된 로봇인데, 아이들과 노인을 위한 케어 기능을 기본으로 탑재했다고 한다. 질문을 하면 바로 답을 내놓고, 하루 일정을 미리 알려주거나 화상통화, 경비,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젠보는 가정에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경찰에 신고할 수 있으며, 택시회사에 승차예약을 하고 PC와 연결해 온라인쇼핑도 즐길 수 있다.



이미 프리미엄 스마트폰 한 대 가격으로 이 정도 로봇을 구입할 수 있으니, 아마 10년 뒤에는 반려'동물' 대신에 반려'로봇'과 함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반려동물이라는 개념 자체에 근본적인 의문(과연 인간과 동물 서로에게 정말 유익하고 필요한 것일까? 단지 인간의 일방적 욕심은 아닌가?)을 가지고 있는데, 어쩌면 반려로봇의 출현으로 이 문제도 전혀 다른 국면에 접어들지 않을까 싶다.


한편 일본의 IT기업 'vinclu'는 12월 14일부터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홀로그램 기술을 활용한 가상 여자친구 '게이트박스(Gatebox)'를 약 300만 원의 가격으로 예약 판매(한정판 300대를 2017년 말에 순차적으로 발송할 예정)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영화 [그녀(Her, 2013)] 속 인공지능 연인 '사만다'가 곧 현실화 되는 셈이다.



2026년 크리스마스에는..


지난 12월 20일에 영국 런던에서는 국제 컨퍼런스 '로봇과의 사랑과 섹스(Love and Sex with Robots)'가 열려 머지않은 시일 내에 발생할 로봇과의 다양한 문제들을 논의했다. 여기에서 영국 출신의 체스 챔피언이자 인공지능 전문가인 데이비드 레비 박사는 "인간과 로봇이 결혼하게 될 것이며, 로봇이 완벽한 부모 역할을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리고 영국 골드스미스 런던대학 연구팀은 18세부터 67세의 남성 263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5년 내에 섹스로봇을 살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남성이 40.3%로 절반 가까이 됐다. 이미 10여 년 전에 데이비드 레비는 '2050년이면 섹스로봇이 일반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는데, 관련 기술들이 눈부시게 발전하는 요즘 상황을 보면 늦어도 10년 내에는 아마도 제대로 된 섹스로봇의 '프로토타입(prototype, 기본 형태)'이 나올 수 있을 듯하다.


2026년 크리스마스 이브, 우리는 혼자가 아닐 것이다. 어두운 밤 쓸쓸히 집으로 들어가도 가상 여자친구가 반갑게 맞이해 줄 테고, 크리스마스 아침에는 반려로봇이 잠을 깨워줄 것이다. 침대로 와서 말을 거는 로봇에게 우리는 영화 속 '테오도르'처럼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고마워. 사랑해. 너는 내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