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의 선택과 미래.

 

바둑으로 세계랭킹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이세돌과 '바둑의 형태를 띠고 있는 컴퓨터 게임'을 벌인 알파고(AlphaGo)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라는 회사가 만들었고, 하드웨어적으로는 100억 원 정도로 추정되는 슈퍼컴퓨터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 핵심은 소프트웨어인 알고리즘(논리구조)에 있다. 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기계적 계산을 통해 이세돌과 5번의 대국 중 4번을 이겼다.

 

알파고는 이세돌과 대전을 벌일 때에도 바둑돌을 어디에다 놓을지만 화면에 띄울 뿐, 실제로 바둑판에 돌을 놓는 건 알파고를 대신한 인간이 했다. 한마디로 알파고는 지금 머리는 있지만 아직 몸은 없는 상태인데, 바로 이 몸의 역할을 하는 게 우리가 예전부터 흔히 말해온 하드웨어 측면에서의 '로봇'이라고 볼 수 있겠다. 결국 나중에는 알파고가 로봇의 형체를 갖고 직접 바둑돌을 움직일 수도 있는 것이다.

 

[출처: 구글코리아(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현장)]

 

다들 알다시피, 인간의 육체는 웬만한 다른 동물들보다도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할 수 있다. 육상에서 인간은 맹수와 1:1로 힘을 겨뤄서 이기기 힘들며, 해상에서도 헤엄을 쳐서 더 빠르게 움직이기 어렵고, 공중에서 역시 날 수 없는 인간은 적수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기계는 다르다. 어떤 목적에 따라, 지구상의 그 어떤 동물보다도 훨씬 더 능력이 뛰어나게 만들 수가 있다.

 

아마도 이게 이세돌을 바둑 게임에서 이긴 알파고를 향한 현재의 야단법석에 깔려 있는, 그러니까 저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일종의 반감에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차피 육체적으로는 사람이 기계에 맞서기 힘든데, 이젠 지적 능력으로도 인간이 뒤쳐졌다는 걸 인정하기 싫은 정서인 듯하다. 그런데 사실 역사를 보면, 이런 분위기가 인간 사회에 팽배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우리는 인간이 기계의 진보에 희생되도록 용납하면 안 됩니다"

 

영국의 대표적 낭만파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George Gordon Byron, 1788~1824)'이 기계가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대신하는 '산업화'에 대해 어느 편지에서 쓴 말이다. 지금은 우리가 육체적으로 인간이 기계에 맞설 수 없다는 걸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지만, 불과 2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그건 절대로 당연한 게 아니었다. 이때 사람들은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상황에 강한 거부감을 느꼈고, 바이런은 그로 인해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는 데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졌다.

 

 

결국 이때가 육체적으로 인간이 기계에게 자리를 내준 1차 혁명이었고, 앞으로는 지적 능력의 측면에서도 기계가 점점 더 사람을 대체하는 2차 혁명이 벌어질 것이다. 하드웨어적으로는 인간의 모습과 흡사한 휴머노이드의 형태로, 또 소프트웨어적으로는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이 사회 곳곳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어쩌면 10~20년 내에 우리는 바둑을 두는 휴머노이드와 함께 여가시간을 보내는 걸 당연시하게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달에 착륙했다"

 

구글 딥마인드의 CEO인 '데미스 허사비스(Demis Hassabis, 1976~ )'가 이세돌과 알파고의 제1국 결과 인공지능이 승리하자 트위터에 남긴 말이다. 그만큼 알파고를 직접 만든 본인들도 굉장히 놀랐다는 뜻일 텐데,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번 경기를 보고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쪽은 그 누구보다도 이 인공지능을 만든 구글이 아닐까 싶다.

 

다른 사람들이야 알파고의 실체에 대해 아는 부분도 별로 없고 기껏해야 피상적으로 놀랄 뿐인데, 딥마인드는 이 인공지능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을 테니 그 파괴력에 대해서도 잘 알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충격을 받은 구글은 아마도 향후 인공지능 분야 투자에 다른 어떤 기업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이미 로봇과 자율주행차 부문에 대해서도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인류가 인공지능에 대해 가지게 되는 근본적인 '불안감'의 정체도 역시 확인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곧 자가학습 능력의 발달이고, 데미스 허사비스 본인이 직접 "특정 영역에서 학습한 것을 다른 영역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알고리즘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듯이 이들의 목표가 '범용 인공지능'이라면, 그런 인공지능을 만든 인간조차도 이 존재를 쉽게 예측할 수 없고 마음먹은 대로 통제하기 힘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딥마인드는 창립 3년 후 구글에 인수될 때 특별히 '윤리위원회(Ethics Board)'의 설치를 조건으로 내걸었다고 한다. 이 스타트업의 공동창립자도 한 인터뷰에서 "인류의 멸망이 온다면 기술(technology)이 그 이유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라고 말했고, 우리가 수많은 SF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는 암울한 미래도 기술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인류의 비극이 주된 소재다. 200년 전 바이런의 시대부터 기계는 하드웨어적으로 인간을 능가하기 시작했고(점점 더 정밀하고 강인한 몸을 갖게 될 것이다), 앞으로는 소프트웨어적으로도 인간을 압도하며 차츰 대체 범위가 늘어날 게 뻔하다.

 

이세돌과 알파고, 트럭운전사와 자율주행차

 

이번에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은 쉽게 말해 범용 인공지능을 만들어가는 과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현재는 바둑에 특화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지만, 이게 학습의 범위를 더 확장할 수 있다면 체스도 두게 될 것이고, 장래에는 운전도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아직까지는 각 능력별로 인간이 일일이 다 인공지능 프로그래밍을 해줘야 하지만, 향후에는 인공지능이 스스로 다양한 영역에 적응하는 범용 알고리즘이 개발될 것이다. 결국 로봇 운영 프로그램이나 무인자동차의 자율주행 프로그램 역시 '인공지능'이라는 기술로 다 연관되어 있는 셈이다.

 

이세돌은 바둑을 둘 줄 아는 인공지능 알파고와 대국을 펼쳤는데, 장래에는 운전을 할 줄 아는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트럭운전사가 경쟁을 펼칠 수 있다. 이제까지는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세 가지 핵심기술(고성능 카메라와 센서 등 주변 사물을 감지하는 인식 기술 · 도로와 자동차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정밀한 지도 · 각 운전 상황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인공지능) 중 인공지능 부분이 가장 뒤쳐져 있는 걸로 평가됐는데, 무인자동차에서도 알파고와 같이 뛰어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나온다면 자율주행의 현실화도 한 발짝 성큼 다가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실생활과 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무인자동차에 대해 얘기해 보고,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도 좀 고민해 보자. 흔히 말하는 무인자동차를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자율주행 자동차(또는 자동운전 차량)'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단순히 차 안에 사람이 없다는 뜻의 '무인(無人)'이 아니라 실제 주행을 사람이 아닌 컴퓨터(인공지능)가 한다는 의미다. 운전을 하다 보면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때마다 이런 저런 여러 가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여기서 상황 인식은 고성능 카메라와 센서·지도 등을 통해 수행하고, 각 상황별 운전 판단을 바로 인공지능이 하는 것이다.

 

벌써 구글에서는 완전히 컴퓨터로만 운행하는 콘셉트의 자동차(핸들, 가속페달, 브레이크와 같은 기본 조작장치가 아예 없다)를 2014년에 공개한 바 있고, 최근에 BMW는 운전자의 생각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시스템 '얼라이브 지오메트리(Alive Geometry)'를 이용한 자율주행 콘셉트 'BMW 비전 넥스트 100(BMW VISION NEXT 100)'을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공개한 바 있다. 이 시스템은 알파고처럼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운전자의 습관을 익히고 미리 예측하여 운전자와 직관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게 핵심이다.

 

[출처: BMW(비전 넥스트 100 콘셉트카)]

 

무인자동차는 이제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하는 단계이므로, 일반 승용차(사람이 타고 다니는 비영업용 자동차)보다는 각종 난제들(법적 책임 소재 · 보험 제도 · 심리적 거부감 등)을 돌파하는 데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용차(상업상의 이익을 목적으로 승객이나 화물의 운송에 사용되는 자동차)에 먼저 적용될 가능성이 무척 높다. 특히 화물 트럭은 출발지와 도착지가 사전에 확정되어 있고 운송시간이 곧 돈이기 때문에, 가장 우선적으로 무인 주행장치가 탑재되기에 안성맞춤이라고 볼 수 있다.

 

승용차보다는 상용차가 이런 부분들에 훨씬 더 민감하고 얻을 수 있는 이익도 큰 게 당연한데, 문제는 기존에 트럭운전사들이 하던 역할의 대부분을 인공지능이 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이세돌과 대결한 알파고의 경우에 빗대어 보면 아주 쉽게 이해된다. 지구상에서 바둑을 가장 잘 두는 사람을 이긴 알파고는 기계적인 계산을 통해 돌을 놓을 위치를 선택하고 승리 확률을 예측하는 인공신경망을 활용해 최적의 한 수를 찾아낸다. 그리고 인간이 바둑을 둘 때와는 달리 알파고는 당황하지도 않고, 방심하지도 않으며, 흥분하지도 않고, 겁을 먹지도 않는다.

 

자율주행 트럭도 인간이 운전할 때와는 달리 항상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테고, 병목지점을 앞두고서는 가장 적절한 시점에 차선변경을 시도하며, 연료소비나 운송시간의 측면에서 가장 경제적인 형태로 운행될 것이다. 이세돌이 알파고라는 컴퓨터와 처음으로 대국을 펼친 뒤 많이 놀랐다고 말했듯이, 트럭운전사도 무인트럭의 운행을 직접 본다면 크게 놀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좀 더 기술 발전이 필요한 부분이 있겠지만,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졌다시피)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인간이 운전할 때보다 좀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화물 운송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내려질 수도 있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물류기업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결국 모든 상황에서 최종 결정은 인간이 하는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자율주행 트럭이 크게 문제가 없더라도,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돌발상황에 대비해 트럭운전사들을 앞으로는 전반적인 '물류관리사'로서 계속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도 역시 사람이 할 수 있다. 화물차 운전을 직접 하지는 않더라도, 자율주행을 하는 차량에 탑승해 인간이 화물 상하차와 물류시스템 관리를 하면 된다.

 

반면에 트럭운전사라는 직군을 아예 없애고 그 자리에 그냥 메뉴얼에 따라서 움직이는 알바 노동자를 태울 수도 있겠다. 전문성은 떨어지겠지만 채용과 해고가 손쉬울 테고, 단순한 일인 만큼 임금도 훨씬 낮을 것이다. 어쩌면 10~20년 뒤에는 자동주행 화물차에 탑승하는 일이 요즘 편의점이나 커피 프랜차이즈 아르바이트처럼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저임금 알바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무인트럭 다음엔 무인택배가 나올 테고, 이후 점점 더 많은 일자리가 인공지능에 대체될 것이다. 200년 전 바이런의 시대와 똑같이..

 

[출처: 연합뉴스 - 이세돌과 악수하는 구글 공동창립자 세르게이 브린]

 

인공지능은 더 객관적으로, 인간은 더 인간적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냉철한 평가,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예의

 

이번에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전에서 인간이 3연패를 하자 많은 사람들이 경기 자체의 불공정성 문제를 제기했고, 일부에서는 감정적으로 구글에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국이 벌어지기 전에는 특별히 말이 나오지 않다가 인간이 계속 지니까 원래 인공지능에 대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던 거부감이 폭발한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세돌이 연승을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사람들의 반응은 전혀 달랐을 테고, 인공지능의 패배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놀라운 건, 그 누구보다도 빨리 또 진심으로 알파고를 인정한 이세돌의 자세다. 기존에 인간 대 인간의 바둑과는 많이 다른, 그래서 기풍이나 기세와는 아무런 상관 없이 그저 바둑의 형태를 띠고 있는 컴퓨터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번 대국에서 3연패를 한 이세돌이 알파고의 바둑 실력을 곧장 인정했다는 점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세돌은 인공지능에 패한 인간이지만, 바로 그 인간이 (인공지능을 그저 감정적으로 거부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다가오는 인공지능의 시대에 이세돌은 우리의 미래인 셈인데, 인공지능과 당당히 대면하는 이세돌의 자세는 우리에게 참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서, 구글의 공동창립자인 세르게이 브린을 비롯해 회장 에릭 슈미트 또 딥마인드의 CEO인 데미스 허사비스가 이세돌을 대하는 태도도 눈여겨 볼 만하다. 자신들이 만든 인공지능에 패한 인간을 향해 존경심을 표하는 것, 지극한 존중의 마음으로 이세돌을 평하는 그들의 태도에서 우리는 향후 인공지능의 시대에 인간이 인간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같은 인간이기에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진정 인공지능과는 다른 인간으로서 더 인간적으로 모두를 대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바이런의 시대에 발생한 '러다이트(Luddite, 기계파괴)' 운동은 기계에게 일자리를 뺏긴 노동자들이 그저 기계를 파괴하기만 한 게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노동자들의 계급 투쟁이었고, 노동 착취로 인해 고통 받던 인간들이 단결하여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한 운동이었다. 바이런도 당연히 이들의 편을 들었고, 다수 민중들의 지지 속에서 노동조합은 자본가를 향 교섭권도 확보하려고 했다. 200년 전에도 그러했는데, 만약 앞으로 트럭운전자들이 자율주행 트럭에 대해 러다이트와 비슷한 운동을 펼친다면 우리 사회는 도대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인공지능의 시대는 분명히 기술계급 사회가 될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한 소수의 인류가 상류계급을 이룰 텐데, 이때 중요한 것이 그들에 대한 인류의 견제와 감시다. 구글과 같은 기업을 시민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또 사회 전반적으로 인공지능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인간은 더 인간적으로 대하는 태도가 확립되어야 한다. 인공지능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예의, 이 두 가지가 새로운 시대에는 정말 중요한 인류의 '미덕'이 될 것이다. 그래야만 알파고나 자율주행차에 압도 당하지 않고, 이세돌과 트럭운전사들이 모두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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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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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pogaegi 2016.03.17 15: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도 세상이 빨리변하니..
    두렵네요.

  2. 그별 2016.05.16 23: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도와 시스템의 변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