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화두, 2014년 한 해 동안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게 될 문제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이다(The future is already here. It's just unevenly distributed)."
- William Ford Gibson
1. 텔레비전의 위상 변화
뉴욕타임즈가 지적하고 있듯이, 이제 주머니속의 스크린은 스마트폰이며 책상위의 스크린은 컴퓨터이고 쇼파위의 스크린은 태블릿이다. TV 구매 주기는 자동차 교체 주기 만큼이나 길어지고 있으며, 텔레비전 관련 전체 매출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전세계의 TV 생산 업체들은 큰 화면과 높은 화질로 승부를 걸고 있지만, 과연 전통적 의미의 텔레비전이 앞으로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구글 '크롬캐스트(Chromecast)'의 예에서 보는 것처럼(지난 12월 중순 구글은 2014년에 크롬캐스트 사업의 공격적 확장을 본격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사실 요즘은 여러 사람이 함께 보는 '텔레비전'이 아니라 그저 개인화 기기를 위한 '스크린'으로서의 기능이 더 중요한 시대다. 쉽게 말해, TV 방송보다 각종 VOD(Video On Demand)나 게임(XBOX, PlayStation, Steam 등)을 위한 하드웨어일 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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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미국에서도 케이블TV 가입자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텔레비전 보유 가정도 감소 중이라고 한다. 게다가 TV 광고와 직결된 '시청률'도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데(특히 10대와 20대의 시청률이 많이 하락했다), 지금도 이 사람들이 아예 텔레비전 방송을 안 보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태블릿·컴퓨터·스마트폰으로 넘어간 건지를 아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단다(이런 상황은 아마 한국도 비슷할 것이다).
결국, 현재 시점에서 정확한 시청률 통계 자체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아직도 전통적 의미의 텔레비전 시청 패턴에 맞춰진 샘플 패널 조사 결과만 있을 뿐, 멀티 스크린 시대에 적합한 시청률 조사 방법은 그 누구도 모르고 그 어디에서도 명확하게 기준이 정해진 바가 없다(미국 인구의 절반 가량이 주문형 비디오로 방송을 본다는데, 과연 며칠 후에 본 것까지 그 방송을 봤다고 해야할까?). 그런데도 소수점 이하 시청률의 미세한 변화에도 심각하게 울고 웃는 게 한국의 방송 현실이니, 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가..
[출처: Business Insider (2013/11/24)]
2. Video = YouTube
전세계적인 방송 환경 변화를 논하면서, 우리는 유튜브를 절대 빼놓을 수 없을 듯하다. 미국의 전체 인터넷 트래픽 중 약 20% 정도가 바로 유튜브와 관련된 것이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미국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 5명 중에 1명은 전부 유튜브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위의 그래프에서 보면 최근에 글로벌 모바일 비디오 트래픽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데, 작년에 유튜브 트래픽 중 무려 40%가 모바일에서 발생했다고 한다(2011년에는 고작 6%, 2012년에는 25%인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급격하게 모바일 트래픽이 상승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YouTube의 2013년 광고 매출은 자그마치 56억 달러(약 5조 9000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유튜브가 앞으로 방송 채널을 훨씬 더 늘리고 유료 음원 서비스까지 시작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승자독식구조에서 전세계인들은 이제 유튜브를 벗어나기가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얼마 전 [Bloomberg Businessweek]의 보도에 따르면, 텍사스 대학의 경제학자들이 유투브에서 잘 나가는 비디오 클립의 특징을 분석했는데, 사람들이 '많은 사람이 본 동영상을 더 보게 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소셜러닝(social learning, 많은 사람들이 봤다는 건 뭔가 좋으니까 그랬을 거라고 믿는 현상)이고, 둘째는 네트워크 효과(화제의 동영상은 대화의 소재가 되기 때문에 한 번 유명세를 타면 너도나도 동영상을 보게 됨)란다.
<what happens in a minute on six of the Web’s biggest services — and how that’s changed in just one year>
[출처: Pew Research Center (2013/11/27)]
3. 아마존과 이케아의 한국 진출
비디오 세상의 공룡이 유튜브라면, 인터넷 쇼핑 세계에서의 왕은 단연 아마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표에서 보듯이, 유튜브에서는 2012년에 분당 30시간의 비디오가 등록됐지만 2013년에는 100시간의 비디오가 나왔고, 아마존에서는 2012년에 분당 8만 3천 달러의 매출이 이뤄졌지만 2013년에는 무려 11만 8천 달러의 매출이 발생했다. 이렇게 단 1년 만에 활동량이 엄청나게 늘어난 이유는 물론 여러 가지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큰 요인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점점 더 빠른 인터넷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국제통신협회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38.8%인 27억 5천만 명이 인터넷에 접속했는데, 2012년에 비해 2013년은 인터넷 속도가 평균적으로 17%나 빨라졌다고 한다.
아무튼 세계 최대의 온라인쇼핑몰 Amazon이 2014년 상반기에 마침내 한국에 진출한단다. 지금까지 아마존은 일본과 달리 한국에는 직접 들어오지 않았고(현재 일본은 미국·독일과 함께 아마존이 가장 큰 매출을 올리는 시장인 걸로 알려져 있다), 아마존의 자체 태블릿인 '킨들(Kindle)'도 한국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요즘은 해외 직접 구매도 많고 국내 소비자들이 국내기업에 굳이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아마존의 한국 진출이 과연 얼마나 파괴력을 가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세계 최대 가구업체인 스웨덴의 이케아(IKEA)도 2014년 11월에 국내 첫 매장을 연다고 한다]
[출처: 시사IN (2013/09/10), <KTX 광명역 인근에 있는 이케아 한국 1호점 공사 현장>]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외국 기업들이 한국에 진출해서 성공한 것보다는 실패한 사례가 훨씬 더 많았다. 대표적으로 대형 할인마트가 그랬고, 원래 스마트폰이나 자동차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폰이 한국에 판매되자마자 큰 성공을 거두더니, 바야흐로 2013년을 기점으로 수입자동차와 수입맥주가 (상당히 의미 있는 수치라고 할 수 있는) 국내시장 점유율 10%를 바라보고 있다. 이는 국내 자동차 업계의 '국내 소비자는 차별해도 될 정도로 봉'이라는 태도나 국내 맥주 업계의 '차마 외국인들에게 맥주라고 내놓기도 창피한 퀄리티'가 가장 큰 원인일 테고, 이와 동시에 21세기는 일종의 '세계 시민의 시대'인 것도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아무튼 2014년 이케아와 아마존의 국내 진출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무척이나 의미심장한 변화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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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국내시장은 수입맥주, 해외시장은 국내소주
방금 말했듯이, 두 거대기업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가 독과점을 형성하면서 (※ 얼마 전 롯데주류도 맥주시장 진출을 선언함) 마치 철옹성 같았던 국내 맥주시장에서 수입맥주의 시장점유율이 한자릿수에서 두자릿수로 막 넘어가는 과정에 있다. 매월 전년 동기 대비 10~20%가 넘는 높은 신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2014년의 지속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1~2년 내에 전체 시장 점유율 10%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걸로 보인다(대형마트에서 전체 맥주 판매량 가운데 수입 맥주 비중은 요즘 20~30%를 웃돌고 있다고 한다).
[2013년 8월 22일 서울신문(상), 2013년 12월 8일 세계일보(하)]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크게 주목되는 사실이 하나 있다. 작년 12월에 영국의 유력한 진보 일간지인 [The Guardian]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진로 소주는 2013년 9리터 박스를 6,500만 개나 판매하며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술'에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세계적으로 유명한 보드카 '스미노프(Smirnoff)'의 세 배에 다다르는 양]. 가디언은 소주가 이제 80개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LA 다저스 야구구장에 시험삼아 제공된 소주 판매점은 세 게임 만에 재고가 바닥나는 인기를 보였단다. 이제 뉴욕의 힙스터(hipster, 자신들만의 패션과 독립영화·인디음악 문화를 따르는 부류)들은 사과소주를 마시고, 샌프란시스코의 Tonight Soju Bar에 가면 수박소주나 파인애플소주 등을 김치전과 김치볶음밥에 곁들여 마실 수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국내시장에서는 수입맥주 판매가 급격하게 신장되고 있으며, 해외시장에서는 국내소주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는 말이다. 앞으로는 우리가 다른 나라 사람들과 함께 소주를 마실 기회도 점점 더 늘어날 것이며, '맥주 같지도 않은 국산맥주'를 벗어나 훨씬 더 다양한 수입맥주를 접할 기회도 크게 늘어날 텐데, 아마도 2014년은 국내소주와 수입맥주의 성공에 있어서 무척 중요한 분기점이 될 듯하다.
[국내 대형 주류제조업체들도 기존의 라거 외에 새로운 에일 맥주를 올해 적극적으로 출시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단다]
[출처: 상-Washington Post(2013/11/05), 하-Economist(2013/08/09)]
5. 인터넷 익스플로러 감옥에 갇힌 한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한국이 세계적인 흐름과는 동떨어져 고립된 분야가 있다. 바로 웹브라우저 시장인데, 구글(Google)의 크롬(Chrome) 브라우저가 전세계에서 점유율 43%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마이크로소프트사(Microsoft Corporation,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 IE)에 완전히 갇혀 있다. 오죽하면 미국 언론사인 워싱턴포스트까지 이 문제를 지적했는데, 그들의 말인즉슨 "한국은 기술적으로 진보한 나라이고 최고 속도의 유무선 인터넷을 자랑하며 국민들은 대부분 테크놀로지 사용에 익숙하지만, 이상하게도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없이는 온라인에서 아무것도 살 수 없는 뒤떨어진 환경"에 살고 있다.
이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ActiveX와 '공인인증서 의무화 제도' 때문이다. 액티브X는 MS의 운영체제인 윈도우즈와 웹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동작하고(다양한 웹브라우저에 호환되지 않는다), 액티브엑스라는 기술 자체가 '국제 표준'도 아니다. 다른 나라 웹사이트를 이용하면서 액티브X를 설치하는 경우는 별로 없으며, 크롬이나 파이어폭스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불편한 사이트는 거의 다 한국 사이트다. 귀찮은 팝업창이 쉴 새 없이 뜨고 수차례에 걸쳐 파일을 설치해야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게 모두 이 액티브액스 때문이고, 오죽하면 인터넷의 '독(毒)'으로까지 불린다.
[제작사인 마이크로소프트조차 컴퓨터 바이러스 노출에 취약한 이 기술에 대해 '사용 자제'를 권장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도 우리가 한국에서 흔히 이용하는 인터넷뱅킹과 쇼핑몰 결제에는 액티브엑스 설치가 필수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에 와서야 액티브X 설치를 요구하지 않는 사이트들이 하나 둘 생기고는 있지만, 여전히 절대 다수의 사이트에서는 결제를 하려면 어쩔 수 없이 액티브엑스를 설치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설사 엑티브X 설치가 필요 없는 사이트라고 하더라도,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30만원 이상 결제를 할 때는 '의무적으로' 공인인증서 인증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그런데 바로 이 공인인증서 자체가 ActiveX 기술에 기반해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이럴 때는 도리없이 액티브엑스를 설치할 수밖에 없다(인터넷뱅킹을 이용하려면 무조건 설치해야 한다. 보안에 특히 취약한 액티브X를 공인인증서 때문에 설치해야 하고, 공인인증서가 있어야만 인터넷뱅킹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작년 5월에 국회 정무위 소속 이종걸 의원(민주당)이 공인인증서 사용을 강제하는 근거가 됐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냈고,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재천 의원(민주당)이 정부 주도 인증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전자서명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이에 대해 우리 나라 국회의원 중에서는 제일 보안에 대해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안철수 의원(무소속, 국내 최대 백신프로그램 연구소인 안철수연구소 설립자)도 지지 의사를 분명히 밝혔으며, 시민단체와 학계도 이번에야말로 잘못된 제도를 고칠 수 있을 거라고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강력한 생태계(시장: 공인인증서 발급시장 연간 1조원)를 구축하고 있던 세력들(모피아나 원자력마피아처럼, 이들도 공직을 그만둔 후에 관련 단체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단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고, 결국 공인인증서 의무화 제도 폐지는 6월 24일에 좌절되고 말았다.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는 이렇게 답답하게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감옥에 갇혀 있어야 할까? 도대체 우리는 왜 자신이 원하는 웹브라우저조차 자유롭게 선택해서 사용할 수 없는가? 6월에 좌절된 공인인증서 의무화 제도 폐지는 원래 가을국회 때 다시 논의될 예정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까지도 특별한 결론 없이 팽팽한 줄다리기만 계속되고 있다. 과연 2014년에는 이 문제가 해결되고 우리가 감옥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IT강국' 대한민국에 대한 워싱턴포스트의 뼈아픈 지적을 인용하면서 <글로벌 트렌드로 알아보는 2014년의 화두 10가지> 제1부를 마친다.
2014/01/13 - 글로벌 트렌드로 알아보는 2014년의 화두 10가지 (2부)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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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인터넷 사이트들에서 액티브엑스를 설치하겠냐는 팝업창에 한국인들은 거의 반사적으로 '예'라고 답하고 있어서, 컴퓨터에 자신도 모르게 무수히 많은 악성코드가 설치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리고 액티브엑스와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사이버공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해 이 또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다. 보안을 위해 도입한 액티브엑스가 오히려 보안에 방해가 되고 있는 아이러니다."
- 원문 기사: Washington Post(2013/11/05), 번역문 출처: 테크니들(techNeed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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