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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트렌드로 알아보는 2014년의 화두 10가지 (2부)

꼬리에 꼬리를 무는 화두, 2014년 한 해 동안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게 될 문제들.

 

일주일 전에 포스팅한 제1부에서는 아마존과 이케아의 한국 진출, 수입맥주와 국산소주의 성공, 유튜브와 TV방송의 변화, 익스플로러와 크롬의 세계시장 점유율 등에 관해서 살펴봤다. 모두 2014년에 의미 있는 변화로 다가올 화두들인데, 여기에 이어서 제2부에서도 눈에 띄는 글로벌 트렌드를 나름대로 5가지 선정해서 정리해 보겠다.

 

 

   2014/01/06 - 글로벌 트렌드로 알아보는 2014년의 화두 10가지 (1부) [클릭]

 

 

6. 진정한 모바일 시대의 도래

 

2014년의 화두 중에 가장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면서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 '모바일'일 것이다. 최근 2~3년 동안 모바일 관련 산업은 급격하게 성장했는데, 아마 올해 모바일 네트워크가 드디어 고정형 네트워크와 대등한 수준으로 성장하거나, 어쩌면 2014년이 처음으로 모바일이 고정형을 뛰어넘는 기념비적인 해가 될지도 모른다. 이제 모바일은 '보조'가 아니라 '중심'이다!

[2013년에 유튜브 트래픽 중 40%가 모바일에서 발생했고(2012년엔 25%), 페이스북은 지난 3분기 모바일 매출이 전체 매출의 49%를 차지했다(2분기엔 41%)]

 

지난해 미국의 연말 대규모 세일 기간인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 때 온라인 쇼핑에서 [Branding Brand 조사 결과] 모바일 매출이 전년대비 무려 187% 증가하였고, 평균 구매금액도 22% 증가하였으며, 방문자는 76% · 페이지뷰는 88%가 증가했다고 한다. 요즘 인터넷 쇼핑몰들은 앞다퉈 모바일 상품구매를 지원하고 있고, 모바일 결제와 관련된 혁신과 서비스가 하루가 다르게 새로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모바일 앱 시장은 전세계 영화관 티켓 판매 수익의 2배가 훨씬 넘는 규모로 성장했으며, 앱 사용에 보내는 시간(120분)은 벌써 웹에서 보내는 시간(80분)을 뛰어넘어 이젠 TV를 보는 시간(160분)까지 따라잡을 기세다.

 

[이미지 출처: Business Insider]

 

최근에 일본이 미국을 누르고 전세계 모바일 앱 시장규모 1위를 차지했는데, 보통 앱 카테고리별 보내는 시간은 '게임'이 약 40% 내외를 차지하고, 그 다음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서 전체의 4분의 1 정도를 점유한다(엔터테인먼트 10%, 유틸리티 10%). 전세계 모바일 게임 매출은 120억 달러 규모이며, 이 중에서 절반이 일본(26%)과 미국(25%)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에도 모바일 게임이 특히 더 인기를 끌고 있는데,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세계 1위)과 준수한 Wi-Fi · LTE 환경 그리고 모바일 게임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인 '카카오톡'의 역할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7. 메신저 앱의 전성시대

 

모바일 시대에 메신저 앱은 가장 중요한 의사소통 도구다. 한국에는 카카오톡(Kakao Talk)이 있고, 중국에는 '위챗(WeChat)'이 있으며, 일본에는 '라인(LINE)'이 있다. 유럽과 러시아·북미와 남미에서는 전세계 이용자수 3억 5천만 명을 자랑하는 '왓츠앱(WhatsApp)'이 대세이고, 이런 모바일 메신저들은 '차세대 트렌드'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청소년들이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다.

["친구들끼리 유대감과 친밀감을 높여주는 도구이자, 어느덧 하나의 세대 현상이 되어버린 '셀카'를 공짜로 주고 받는 데 가장 적합한 수단", "사진과 대화 뿐 아니라 음악, 게임, 악세사리 등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 역할을 하고 있다" (The Guardian)]

 

그래서 기존에는 친구끼리만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었던 페이스북도 지난해 11월에 메신저 서비스를 개편하면서 (설사 페이스북 친구가 아니더라도) 스마트폰에 전화번호만 저장되어 있으면 서로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고, 얼마 전에는 트위터마저 메신저 앱을 만들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트위터는 메신저 앱의 폭발적 성장을 언급하며, 모바일 메신저가 자신들의 잠재적인 위험요소일 수 있다고 말했단다).

 

[이미지 출처: Business Insider]

 

라인의 경우 지난 3분기 누적매출이 전분기 대비 58% 성장했는데, 전체 수익 중 60%가 게임에서 나왔다고 한다. 카카오톡의 지분 14%를 인수했던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는 위챗에 카카오톡과 비슷한 게임 플랫폼을 얹는 작업을 추진했고, 매출의 절반 이상을 게임사업 부문에서 내고 있다(20세기가 '영화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명백히 '게임의 시대'다!).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페이스북이 이미 소셜게임 로그인의 표준인데, 어쩌면 2014년에는 이들 지역에서도 메신저 앱 자체로써 뿐만 아니라 소셜게임 플랫폼을 두고도 페이스북과 메신저 앱이 정면 승부를 벌일 수도 있겠다.

 

8. 자동차와 IT 기술의 본격적인 랑데뷰

 

원래 'mobile'이라는 단어의 뜻이 명사로는 '가동장치'이고, 형용사로는 '움직이기 쉬운'이다. 손에 들고 다닐 정도로 작고 가벼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도 온갖 IT 기술이 다 들어가는데, 기본 목적이 바로 이동하는 것이고 태블릿이나 스마트폰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비싼 자동차에 최신 IT 기술이 들어갈 수 있는 여지는 거의 무궁무진하지 않을까? 그래서 예전에는 '기계장치'였던 자동차가 이제는 '전자장치'로 탈바꿈하고 있으며, 앞으로 자동차 산업은 최첨단 모바일 기술의 경연장이 될 것이다.

 

"다음 세대 자동차의 진화는 IT와 협업을 이룬데서 나온다. 연결성을 강화하는 데 IT 기술은 필수적인 요소 ... IT 기술의 진보가 자동차보다 빠르지만, 이를 맞춰가는 회사가 성공을 할 것이다. 자동차를 사람은 물론 도로와 주변 환경에까지 연결해야 한다."

-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4, 아우디(Audi) 회장의 기조연설 중에서

 

미국 라스베이거스 현지시간으로 2014년 1월 7일부터 10일까지 개최된 세계 최대 소비자 가전전시회 CES 2014에는 총 9곳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나왔고, 무려 125개 이상의 자동차 기술 및 서비스 업체도 참여했다. 관련 전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25% 가량 커졌으며, 거의 모터쇼장을 방불케 했다고 한다. 아우디는 구글과 함께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적용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포메이션+엔터테인먼트)을 채택했고, 포드는 MS와 손잡고 윈도 기반의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BMW를 삼성전자의 스마트 워치를 이용한 응용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애플은 작년에 'iOS in the Car'라는 자동차 통합 플랫폼을 발표했고, 구글은 이번에 자동차 제조사들과 'OAA(Open Automotive Alliance)'라는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사진자료: 경향신문]

 

이제 자동차는 지난 100년의 변화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변혁을 앞두고 있다. IT 모바일 기술의 발달로 단순히 스마트 자동차의 Operating System을 스마트폰처럼 주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기서 더 나아가 자동주행기술을 바탕으로 도시 교통 네트워크의 일부로 통합될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전기자동차'와 관련된 예를 들어볼 수 있는데, 뉴욕시에서는 도시 곳곳에 퍼져있는 맨홀을 이용해서 무선으로 전기자동차를 충전시키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무인자동차' 시험주행을 실시하고 있는 구글은 고속도로에서 실제로 '자동운전 모드'를 통해 요즘 직원들이 출퇴근을 하고 있다. 그러니 CES 2014의 놀라운 풍경처럼, 올해는 스마트카의 비전이 본격화되는 첫 해가 될 것이다.

 

9. 드론, 하늘에 출사표를 던지다

 

땅에서는 무인자동차나 전기자동차가 주목 받고 있다면, 하늘에는 드론(drone, 소형무인기)이 떠오르고 있다. CES 2014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조종할 수 있는 드론이 등장했지만, 실리콘밸리의 거부들이 각종 로봇 프로젝트에 뛰어든 지는 꽤 됐으며, 특히 드론 개발사들이 거액의 펀딩을 받거나 거대기업에 인수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지난해 6월 '도미노피자'의 영국 체인에서는 드론을 이용해 피자를 배달하는 비디오를 올리기도 했고, 11월에는 아마존의 CEO인 제프 베조스(Jeff Bezos)가 드론을 이용한 택배서비스를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남아프리카의 한 맥주회사는 소형무인기에서 낙하산으로 캔을 떨어뜨려 배달하는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여러 가지 다양한 사회적·법적 이슈들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드론의 기술적 발전은 계속되고 있지만, 현재 미국에서는 드론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이게 당장 상용화 될 수는 없겠지만,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배송업체인 UPS도 물류시스템 혁신을 위해 차세대 배송용 소형무인기를 테스트하고 있다니, 물류산업의 미래가 드론에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아마존은 이미 물류센터 안에서 수천, 수만 가지 상품을 골라 옮기는 일을 로봇에 맡기는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한다]

 

 

아마존의 경우 GPS로 작동되는 드론 'Amazon prime air'로 2.3kg 정도 무게의 상품을 실어나를 수 있으며, 출발점으로부터 16km 이내 거리에서 운용할 수 있고, 주문 즉시 30분 내에 배송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건 거의 물류혁명이라고 부를 만한 변화인데, 사람이 물건값을 치르고 직접 들고오는 것보다도 더 빠른 드론 택배가 만약 현실화된다면, 이제는 '쇼루밍(Showrooming,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본 후 실제 구매는 온라인에서 하는 것)'이 다수에게 보편적인 쇼핑 방식이 되지 않을까 싶다. 대형매장에서 상품을 구경한 다음에 곧바로 각종 혜택이 있는 모바일 쇼핑으로 결제를 하면, 자신이 집에 도착하기 전에 물건이 벌써 도착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10. 2014년은 디지털 저널리즘 원년

 

작년에 테크업계 거물들이 뉴스 산업에 마구 몰려들었고, 그 결과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미망인인 '로렌 파웰 잡스(Laurene Powell Jobs)'가 실리콘밸리의 다른 거부들과 함께 뉴스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도 2억 5천만 달러에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를 사겠다고 발표했다. 또 이베이(eBay)의 창업자인 피에르 오미디어(Pierre Omidyar) 역시 지난 10월에 새로이 시작하는 뉴스 사이트에 2억 5천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이후, 요즘은 영리-비영리 투트랙의 방식으로 자본에 종속되지 않는 공익 저널리즘 기관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페이스북으로 큰 돈을 번 사람이 미디어기업을 인수하기도 했고, 각종 뉴스 매체들이 거액의 펀딩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에 '뉴욕타임즈'는 (더 빠르게, 더 직관적으로) 온라인판을 대대적으로 개편했으며, CNN은 탁심광장 시위나 필리핀 하이옌 태풍 화면을 무인항공기로 촬영하면서 '드론 저널리즘'을 실제로 보여줬다. 아마 2014년에는 드론을 통한 촬영이 상당히 빈번해질 테고, 다양한 뉴스에서 활용될 것이다. 또한 모바일을 통해 뉴스 동영상을 시청하는 경우가 급격히 증가했는데,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15초의 짧은 인터뷰 동영상을 올리기 시작한 BBC처럼 모바일 시대의 스마트 기기에 적합한 '짧은 비디오'가 새로운 형태의 뉴스로서 인기를 끌 것이다. 이제 디지털 저널리즘은 단순히 인쇄매체를 재구성하는 게 아니라,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온라인 독자들이 원하는 것을 생산하는 데 집중하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진정한 모바일 시대의 도래는 디지털 저널리즘의 흐름 자체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그저 한자리에 앉아서 여러 뉴스를 소비하기보다는 일과 일 사이 또는 이동 중에 짬짬이 기사를 한두 개씩 읽기 때문에(텔레비전을 보거나 데스크탑으로 작업을 하다가도 잠깐씩 태블릿을 통해 뉴스를 보고, 대중교통 이용 중에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많이 접한다), 외적으로는 사용자의 다양한 기기에 맞춘 '반응형 디자인'의 모바일 뉴스 사이트가 필수적이고, 내적으로는 사용자의 위치나 상황정보(데이터)에 초점을 맞춘 '적응형 저널리즘(adaptive journalism)'이 필요하다. 게다가 현재 뉴스 콘텐츠 전파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소셜미디어도 모바일 접속 비율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결국 모바일이 뉴스 소비의 중심인 셈이다.

 

한국의 경우 '빅데이터'를 활용한 데이터 저널리즘·알고리즘 저널리즘이 많은 이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으며, 얼마 전부터는 '인포그래픽(Information graphics)'이 들어간 국내 기사도 꽤 자주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언론 중에 (개별 기사나 언론인 개인의 활용 외에) 온라인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지면에 반영하는 경우, 예를 들면 온라인 독자의 반응이 어떤 기사가 톱으로 갈지 결정한다거나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끈 이슈가 다음 토픽으로 선정된다든지 하는 식으로 적극적이고 광범위하게 온라인판에 적용되는 사례는 거의 없는 듯싶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측면에서도 여전히 일방적으로 기사만 링크하는 언론사가 많은데, 그나마 작년 하반기부터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사실 이런 부수적인 사안들보다 더 핵심적인 문제는, 개인적으로 뉴스 자체의 표현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일종의 문법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한국의 언론사들 대부분은 지금도 종이신문의 밋밋한 문법을 그대로 따라가는 기사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의 디지털 저널리즘에서는 가장 기본적으로 '링크'를 걸 수도 있고 사진이나 동영상을 비롯한 각종 멀티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으며, 더 깊게는 '인터렉티브 저널리즘'을 시도해볼 수도 있는데 말이다. 다들 알겠지만, 한국의 신문들은 인터렉티브는 고사하고 링크나 멀티미디어를 기사 내에 삽입하는 것조차 무척 인색하다(그래서 기사를 다 읽은 뒤에도 관련 내용을 다시 검색해서 찾아봐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실제 생산되는 뉴스 콘텐츠의 표현방식이 종이신문과 별반 차이가 없는 셈이다. 그저 종이신문을 온라인 페이지에 그대로 옮겨놓은 것에 불과하다. 요즘 한국 언론 중에 '유료화'를 시도하고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는 걸로 아는데, 과연 2014년에는 제대로 된 온라인 뉴스읽기 '경험'을 제공해 주는 언론사가 출현할 수 있을까? 직관적이고 빠른 모바일 페이지 구축과 함께, 종이신문의 문법을 탈피하는 게 2014년에 언론매체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완수한 언론사는 2015년을 웃으며 맞이할 수 있을 테지만, 둘 중 하나라도 잘 못한 곳은 심각한 위기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독자들은 종이신문을 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기 불편한 온라인신문도 더이상 봐주지 않으리라..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이다(The future is already here. It's just unevenly distributed)."
- William Ford Gib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