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시장과 자동차시장에서의 독과점 국내기업과 외국업체의 점유율 급증에 대한 단상.

 

결국, 올해 상반기에 수입자동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9.9%를 달성했다(총 판매대수 75만 1112대, 국산차 67만 6625대 : 수입차 7만 4487대). 소위 말하는 국산 자동차 업체들(현대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의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2.7% 줄어들었고, 수입자동차협회에 등록된 수입차 업체들은 지난해보다 무려 19.7%나 성장했다고 한다. 드디어, 수입차가 국내시장에서 마의 10% 점유율을 돌파할 날이 바로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

 

아마도 2013년 올해가 다 가기 전에 수입차는 10%의 벽을 가뿐하게 뛰어넘지 않을까 싶고, 내년부터는 국산차와 수입차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듯하다.

[사실 요즘 같은 시대에 '국산차'라는 말을 쓰는 것 자체가 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지만(국산품 애용이 무슨 숭고한 가치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던 시대도 이미 끝났고, 과연 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자동차를 전통적인 의미의 '국산'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래도 다른 적당한 단어가 없기에 일단 보편적으로 쓰이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한다]

 

그리고 또 하나, 마치 철옹성 같았던 국내 맥주시장에서 수입맥주의 시장점유율 역시 한자릿수에서 두자릿수로 막 넘어가는 과정에 있다. 물론 아직은 자동차시장에서의 수입차만큼은 아니지만, 어쨌든 매월 전년 동기 대비 10~20%가 넘는 높은 신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늦어도 2년 이내에 무난히 전체 점유율 10% 이상을 달성하지 않을까 싶다(대형마트에서 전체 맥주 판매량 가운데 수입 맥주 비중은 대략 20%를 웃돌고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누군가는 "그게 뭐 좋은 일인가?"라는 말을 할 법도 한데, 같은 한국 사람으로서 심정적으로는 일견 이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국내 자동차시장과 맥주시장의 현실을 조금만 더 찬찬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최근의 상황이 국내소비자뿐만 아니라 해당되는 국내기업에게도 좀 더 나은 방향으로의 시장 재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들이 있는데 그중 가장 큰 이슈는 바로 '독과점' 문제이고, 이로부터 파생되는 여러 가지 불합리한 측면들도 많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이 얘기를 좀 해볼까 한다.

 

단 하나의 재벌 대기업이 거의 80%나 차지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시장

 

현행법으로도 '한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셋 이하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의 합계가 75% 이상(이 경우 시장 점유율이 10% 이하인 사업자는 제외)'일 때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서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법적으로만 보면 국내 자동차시장의 약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당연히 시장 지배적 사업자일 테고, 단순히 점유율로만 봐도 무시무시한 독과점 기업이라고 할 만하다.

[세계 최대 자동차기업인 도요타는 일본 내수시장 점유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런데 다들 알다시피, 삼성이나 현대 같은 독과점 재벌들이 국내 소비자들을 대하는 태도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으며, 우리들을 마치 호구(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나 마루타인 양 이용해먹고 있는 게 사실이다. 굳이 '갑을관계'나 '양극화'를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더라도, 국내시장에서 독과점을 하고 있는 한국 대기업들이 국내소비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횡포를 부리며 또 뻔뻔하게 행동하는지는 누구나 쉽게 느낄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현대기아차가 동일한 차종에 사용하는 부품의 내수용과 수출용 품질을 차별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고,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국내 출고가가 세계 평균가보다 무려 2.5배 이상 높은 것도 있었단다).

 

[2012년 2월 14일 한겨레 보도]

 

국내시장에서 국내 독과점 기업의 전횡 사례는 셀 수 없이 많지만, 여기서는 일단 현대기아자동차 얘기만 좀 해보자. 2009년에 대한민국 정부가 국내 자동차산업을 지탱한다는 명목으로 노후차량 교체 시 취득세와 등록세를 70% 깎아줄 때도 현대기아차는 자동차 판매 가격을 인상했고, 최근 6~7년 동안 주력차종들의 가격도 20~30% 정도씩 인상되었다고 한다. 현대기아차는 동일 차종의 신모델을 내놓으면서 매번 가격을 올리는 편인데, 외국에선 새 모델이라고 해서 반드시 가격이 오르지는 않는다고 한다(외국 자동차 브랜드들은 요즘 가격을 오히려 내리기도 하고, 최소한 비슷한 가격으로 내놓는 경우가 많다).

 

어째서 현대기아차는 계속해서 차 가격을 올리고, 또 이렇게 값이 올라간 차량이 한국시장에서는 그대로 잘 팔리는 것일까? 굳이 말 안해도 직감하겠지만, 이는 당연히 독과점 때문이다. 작년에 북미에서 문제가 된 연비과장과 관련해 국내에서는 특별히 주목할 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이나, 최근 5년간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품질개선 권고를 받은 차량의 절대 다수가 현대기아차일 정도로 어이없는 내수용 품질에 대해서까지는 여기서 굳이 다 지적하지 않겠다.

[그래도 상반기 점유율 하락에 자극을 받긴 했는지, 며칠 전에 현대기아차는 굉장히 이례적으로(거의 최초가 아닐까 싶다) 몇몇 차종들의 가격을 몇십 만 원이나마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연구개발투자비율은 턱없이 낮고, 순부가가치비율은 굉장히 높은 국내 맥주시장

 

지난 4월에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독과점구조 유지 산업'을 발표했는데,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자동차산업(승용차, 화물차)과 맥주산업을 주요 독과점 산업으로 분류했다. 자동차산업도 찬가지지만, 맥주산업은 그 정도가 더 심각하다. 대한민국의 맥주시장은 상위 2개사(오비맥주·하이트맥주)가 거의 반반씩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형국인데, '해외개방도{(수출액+수입액) / 출하액}'는 20% 정도이고 '내수집중도{(출하액-수출액) / 내수시장규모}'는 무려 87%가 넘는다.

[역시 독과점구조 유지 산업인 승용차는 해외개방도가 32%이고, 내수집중도는 75%이다]

 

여기서 또 눈에 띄는 게 바로 '순부가가치비율{순부가가치(부가가치-총급여) / 출하액}'과 '연구개발투자비율{자체사용연구개발비 / 매출액}'인데, 일단 광업·제조업의 전체 평균 순부가가치비율은 26.8%이며 연구개발투자비율은 전체 평균이 2.1%로 나왔다. 그런데 독과점인 맥주산업은 순부가가치비율이 무려 49.6%에 달하고, 연구개발투자비율은 겨우 0.75%에 불과했다. 언뜻 봐도 두 맥주기업의 순부가가치비율은 전체 평균에 거의 2배에 가깝고, 연구개발투자비율은 단지 3분의 1 정도에 그친다. 한마디로, 국내 맥주기업은 그 어떤 기술개발이나 대외적인 경쟁도 없이 그저 국내에서만 얌체같이 땅 짚고 헤엄치기를 하는 셈이다.

 

[2013년 3월 1일 SBS뉴스 캡처]

 

오죽하면 수입맥주를 좀 마셔본 사람들은 그 뒤로 한국맥주를 다시는 마시지 않는다고 말할까? 맥주산업에서 국내기업의 수준은 진짜 어디가서 말하기 창피한 수준이다. 좀 과도한 표현이긴 하지만, 어떤 이들은 심지어 한국맥주를 '오줌'이라고까지 부른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한국맥주는 소맥용(소주와 섞어서 마시는 용도)으로만 먹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와인과 마찬가지로 맥주에 대한 평가도 원래 주관적일 수밖에 없지만, 수입맥주의 다양성과 그 깊이 있는 풍미 등을 한국맥주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이건 단순히 '맥주 역사'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은 말할 것도 없, 때로는 중국이나 북한의 맥주보다도 한국맥주는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대체 왜 이렇겠는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독과점 때문이다(국내의 관련법과 제도의 문제를 드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것도 결국 유착과 진입장벽 등 독과점으로부터 파생되는 부분이 많지 않나 싶다).

[소규모 맥주업체 대표 "저희가 내고 있는 세금은 대기업 주세의 세배 정도 내고 있습니다. 외부에 나가는 것조차 안 되기 때문에 어디 가서 시음행사하고 싶어도 안 되는 거고요"]

 

 

국내 독과점 기업들의 횡포, 이제 소비자들이 더 이상 봐주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국내 2개 회사의 맥주만 마셨고, 맥주란 게 본래 그런 맛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이제 전세계의 다양한 맥주맛을 아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고, 마침내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수입맥주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는 또 어떤가? 예전처럼 정보가 어둡고 무조건 국산차를 타야 되는 줄만 알았던 소비자들이, 지금은 재벌 대기업 독점의 폐해를 다 느끼고 있으며 좀 더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자동차를 원하고 있다.

[사실 혼자 사는 게 대세가 된 것도 수입맥주와 수입차 열풍에 크게 일조했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예상컨대, 현대·기아 자동차와 하이트·오비 맥주가 독과점으로 폭리를 취하며 천하태평으로 횡포를 부리는 것도 아마 그리 길게 가지는 못할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 어떤 극적인 변화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지만(오비와 하이트가 각종 외국맥주를 직접 수입하고 있기도 하다), 비록 개과천선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더 이상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수 없다는 건 분명히 인식하게 될 테고, 앞으로 맥주산업과 자동차산업에서 국내 독과점 기업에 대한 위협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보면, 6개월 남은 올해 2013년이 그런 결정적인 분기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제 현명한 소비자들은 알만큼 다 안다. 작년의 '경제민주화' 논쟁과 올해의 '갑을관계' 논란은 어쩌면 그 신호탄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쨌든 변혁의 초창기이므로 그 숫자나 깊이가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앞에서 구체적인 수치로 살펴본 바대로 확실히 상황은 달라지고 있으며 실질적인 변화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삼성이 망해야 대한민국이 살 수 있듯이, 횡포와 폭리를 일삼는 독과점 기업은 설사 국내기업이라도 의식 있는 소비자들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몇십 년 동안 그렇게 속아왔는데 21세기에 또 당하면, 속는 소비자들도 문제가 있는 셈이다. 최신 경영이론이 지향하는 것처럼, 이젠 나쁜 기업이 성공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우리도 적극적으로 자유로운 선택권을 행사하고, 악덕 기업에 대한 자발적인 불매운동을 생활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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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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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포장지기 2013.07.09 08: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식 잘 접하고 갑니다^^
    좋은 하루 여시기를..

  2. 늙은 호텔리어 몽돌 2013.07.09 13: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표적으로 이들 두 종의 제품들은 국내시장에서 그야말로 편하게, 감나무 아래서 떨어지는 감 줏어 먹듯 장사해 왔죠. 소비자들 개무시해 가며~
    국내시장의 지형이 급변할 일종의 임계점에 도달한게 아닌지....
    저도 차 바꿔야 하지만 고민하고 있습니다. 호갱님 되고 싶지 않거든요.

  3. sephia 2013.07.12 15: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뒤늦게 말하는 거지만, 솔직히 기아차를 현대가 인수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정부는 독과점의 폐해를 알면서도 현대에게 인수하라고 했는데, 이건 진짜 악수거든요.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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