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코프스키, 비틀즈, 엘리엇 스미스 그리고 타마스 웰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타마스 웰스(Tamas Wells)의 네 번째 앨범 [Thirty People Away (2011)] 홍보 문구는 다음과 같다.
'마음의 전쟁이 끝나는 곳에서 온 위로와 치유의 편지'
그래서 그런지 이 앨범을 여유롭고 편안한 앨범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렇지만 타마스 웰스라는 개인의 이력과 가사 내용을 애써 무시하는 게 아니라면, 이런 평가는 솔직히 반쪽짜리 평가라고밖에 볼 수 없지 않을까? 그리고 사실, 이렇게만 말하고 나면 이 앨범에 대해 특별히 더 할 말도 별로 없어진다. 관련 소개에서 볼 수 있듯이, 타마스 웰스는 호주 출신의 싱어송라이터이자 버마의 NGO 프로젝트 활동가이다.
(현재 한국에서 통용되는 '미얀마'라는 이름은 군부독재 정권이 바꿔놓은 것이라고 한다. 원래의 나라 이름인 '버마'라고 고쳐 불러야 한단다)

버마가 어떤 곳인가? 작년에도 시민들의 민주화 투쟁이 세계뉴스에 한동안 오르내렸고, 몇 년 동안의 심각한 유혈사태를 거쳐 무려 20년 만에 총선이 치뤄진 곳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독재정권의 부정선거를 막진 못했고, 최근까지도 인권문제가 제대로 개선되지 않고 있는 나라다. 올해 3월에 민간정부가 출범했으나 지금도 2200여 명의 정치범이 여전히 석방되지 못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의 난민도 그대로다. 현재 정부와 언론이 침묵하고 있어서 그렇지, 60~70년대 한국의 군사정권 시대와 별반 다름없이 민주주의와 자유를 억압당한 채, 군부의 감시와 통제로 시민들이 고통 받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바로 이런 독재국가에서 NGO에 참여하고 있는 이가 타마스 웰스이다.

물론, 위험한 곳에서 비정부기구 활동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그의 앨범을 이런 현실과 연결시켜서 바라봐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Thirty People Away (2011)]의 곡 리스트를 훑어보면 저절로 눈길이 머무는 곳이 있다. 그것은 6번 트랙 'An Extraordinary Adventure' 옆에 '(Of Vladimir Mayakovsky In A Summer Cottage)'라고 활자가 붙은 지점이다.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Влади́мир Влади́мирович Маяко́вский, Vladimir Vladimirovich Mayakovsky, 1893~1930). 체 게바라(Ernesto "Che" Guevara, 아르헨티나 출신의 사회주의 혁명가, 저술가, 쿠바의 게릴라 지도자)와 시인 김남주(군부독재 시절 대표적인 시인이자 사회운동가)가 탐독했던 위대한 러시아 혁명시인의 이름을 타마스 웰스의 4집 앨범 6번 트랙에서 보게 될 줄이야!

"러시아 혁명과 소비에트 초기의 지도적 시인이다. 15세 때 러시아 사회민주주의 노동당에 입당했으며 전제 정치에 반대하는 반국가활동으로 여러 번 감옥에 드나들었다. 1909년 독방에 수감되었을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의 시는 군중을 대상으로 한 연설조로 눈에 띄게 자기주장이 강하고 도전적인 형식과 내용을 지녔다..."
- 김남주 번역시집2, [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중 마야코프스키에 대한 소개에서 발췌 -

그러면 우선 Tamas Wells의 노래 An Extraordinary Adventure에 모티프를 제공한 Vladimir Vladimirovich Mayakovsky의 1920년 시 '어느 여름 별장에서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에게 일어난 기이한 사건-모스크바에서 야로슬라프스카야 철도를 따라 27킬로미터 떨어진 푸슈키노에 있는 아쿨로프 산 부근 루의 별장에서'를 노래와 함께 읽어보도록 하자.

Tamas Wells - An Extraordinary Adventure (Of Vladimir Mayakovsky In A Summer Cottage) 


An Extraordinary Adventure Which Befell Vladimir Mayakovsky In A Summer Cottage
by Vladimir Mayakovsky


석양은 백사십 개의 태양처럼 활활 타올랐다.

여름의 절정인 칠월,
농염한 무더위가
점점 더 기승을 부리며
별장 주위를 부유하고 있었다.
푸슈키노 근교의 언덕은
아쿨로프 산처럼 부풀어 올랐다,
산 밑에
자리한 마을
나무껍질로 얽어놓은 주름투성이 지붕.
마을 뒤에는
구멍이 있어
그 구멍 속으로
천천히 그리고 변함없이,
매일 해가 저물었다.
그리고 내일
또다시
세상을 붉게 물들이기 위해
태양은 떠오를 것이다.
그런데 매일
바로 이것이
나를
극도로 화나게

했다.
언젠가 모든 것이 새하얗게 질릴 정도로 무섭게
화를 내면서
나는 직접 태양에게 맞대놓고 소리 질렀다.
"그만 내려가라!
공연히 열기나 뿜어대며 돌아다니는 것도 이젠 충분하다!"
나는 태양에게 소리쳤다.
"구름 속에 파묻혀 있는 그대
기식자여!
이리 와 계절도, 세월도 잊고
앉아서 포스터나 그려라!"
나는 태양에게 소리쳤다.
"잠깐!
내 말 좀 들어봐, 이 황금 대가리야,
하는 일 없이 그렇게 빈둥거릴 바에야
차라리
나한테
차나 한 잔 마시러 와라!"
대체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나!
나는 이제 죽었다!
태양
스스로
제 발로
성큼성큼
대지 위
내게로 다가왔다.
나는 놀라움을 감추고
등 돌려 숨고 싶었다.
그러나 정원에는 이미 그의 눈이 반짝였고,
벌써 그곳을 지나
창으로
문으로
틈으로 들어왔다.
마치 물밀듯이
밀려 들어왔다.
한숨을 돌리고
태양은 낮은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창조 이후 처음으로
나는 내 편력의 방향을 바꾸었다.
그대가 나를 불렀나?
차와 잼을
내오게나, 시인이여!"
눈에 눈물이 맺히고
열 때문에 약간 혼미했다.
그러나 나는 그에게
사모바르를 권했다.
"자, 태양
이리와 앉으시오!"
얼떨결에 나는 그에게 소리칠 정도로
뻔뻔해졌다.
당황한
나는 벤치 끝에 살짝 걸터앉아
사태가 더 악화되지나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태양에서 선명한 광선이
흘러나오자
분별력을 잃고
점차 태양과
앉아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나는 이것저것 말했고,
로스타가 무엇을 물어 죽였는가에 대해
말해주었다.
태양은 말했다.
"됐어,
슬퍼하지 마,
사물을 단순하게 봐!
너는
빛을 비추는 내 일이 쉽다고
생각하지?
자, 그럼 한번 해봐!
자, 가서
전력을 다해
한번 비춰봐!"
우리는 어두워질 때까지 그렇게 수다를 떨었다,
즉 어제 저녁까지.
어떻게 어둠이 이곳에 머무를 수 있겠는가?
"너"라고 부르면서
그와 나는 서로 완전히 익숙해졌다.
그리고 그 즉시,
우정을 숨기지 않고
나는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태양 역시 그렇게 했다.
"너와 나,
우리 둘은 동지야!
시인이여, 가서
보고
노래하자
비록 음울한 폐물 더미의 세계지만.
나는 태양 빛을 쏟아 부을 테니
너는 너의
시를 쏟아 부어라."
어둠의 벽,
밤의 감옥은
태양이 퍼붓는 총구 밑에서 분쇄되었다.
빛과 시가 뒤범벅되어
어떤 일이 있더라도 비춰라!
지치고
졸린 태양은
밤의 안식을
원했다.
갑자기 나는
전력을 다해 날을 밝혔고
또다시 하루가 힘찬 종을 울렸다.
항상 비춰라
어디든 비춰라
삶이 끝나는 그날까지,
빛을 비춘다는 것-
오직 그것뿐!
이것이 바로 나와 태양의
슬로건이다!

어떤가, 마야코프스키의 시와 타마스 웰스의 곡이 잘 연결되는가? 웰스의 노래를 편안하고 여유롭게만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엄연히 이 시는 앨범에 직접적으로 언급되어 있고, 제목도 똑같다. Vladimir Mayakovsky의 작품에 과연 위로와 치유의 감정이 담겨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대중의 취향에 따귀를 때려라."라고 선언했던 이 불세출의 러시아 혁명시인은 37세의 나이에 권총으로 자살했다.

그럼 다음 얘기로 넘어가서, Tamas Wells의 앨범을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와 관련된 문서도 찾아보게 되었는데, 그가 2010년에 참가했던 Singapore Fringe Festival을 맞아 싱가포르의 한 매체와 한 인터뷰도 읽어볼 수 있었다. 아래는 그 인터뷰 내용 중 한 대목.

"When I was growing up, we didn't have a very large music collection so I spent most of my time listening to Sgt Pepper's album by The Beatles."

다른 인터뷰에서는 이런 말도 덧붙인다.

"In fact the only album I had for most of my teenage years was Sgt. Pepper's"

타마스 웰스는 성장기에 비틀즈의 1967년 걸작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를 무척이나 자주 들었던 모양이다. 익히 알고 있듯이, 이 앨범은 20세기 대중음악사에서 최고의 찬사를 받는 앨범들 중에 하나로서 명실상부한 Beatles의 기념비적 작품이다. 예술성뿐만 아니라 앨범 커버의 아트워크, 그리고 당시로선 최첨단의 기술이 총동원된 녹음으로도 화제가 되었으며, 지금까지도 최고의 명반으로 손꼽힌다. 이런 앨범을 들으며 웰스는 청소년기를 보냈고, 본인이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비틀즈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가히 부담스러울 정도로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앨범인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1967)]를 "the only album I had for most of my teenage years"라고 표현할 만큼, 정말이지 많이 듣고 자란 타마스 웰스. 이런 그의 음악이 그리 단순하지는 않을 거라는 건, 쉽게 예상할 수 있지 않을까? 특히 [Thirty People Away (2011)]의 노래 가사를 보면 더 그렇다.
(아래는 앨범 부클릿 속의 가사 해석 발췌)

"에드몬드 호수의 끝자락에 낙엽들이 쓸려 있는 그 곳에서
당신은 빵 부스러기와 사람들이 있었던 흔적을 발견하고는
이 곳에서 몸서리치도록 무서운 일이 있었음을 알게 되죠."
- 첫 싱글 The Crime at Edmond Lake 중에서 -

"영국에는 전쟁에서 만나 머리가 이상하게 된
몽상가와 결혼한 여왕이 있었다고
비바람을 막기 위해 드리워진 드럼통에
숨겨진 42페이지의 릴(reel)
그것은 가죽으로 만들어졌고 안에는 총이 들어있었을 것이라고
예식을 시작하기 전까지 모두가 숨을 죽이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 2번 트랙 England Had a Queen 중에서 -

"불길이 타올랐을 때
당신이 넘어졌다고 들었어요
몇몇은 아직도 넘어져있고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사람들은 소리치기 시작했어요
얼굴은 불길로 인해 까맣게 타버렸고요
뉴스에서는 그들의 이름을 읊기 시작했어요
5월 4일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그날을 떠올리며 우리는 웃었어요
때때로 우리는 나이가 들어버린 영화배우에 대한 얘기도 했어요
마치 그들이 17살이었을 때 찍었을 법한 영화
게다가 단돈 1달러를 주고 본 듯한 영화에 대한 이야기."
- 앨범명과 제목이 같은 Thirty People Away 중에서 -

도대체 누가 이런 가사의 노래들을 그저 여유롭고 편하게만 들을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마치 김남주의 시를 단지 여유롭고 편한 쪽으로만 해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일이다. 그래서 위에 썼듯이 반쪽짜리 평가라고 말한 것이고, 그런 단순한 감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좀 정치 사회적으로 살펴볼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버마 양곤에서 벌어진 폭격사건을 다룬 '서른 명의 사망'이라는 앨범의 타이틀도 그렇고, 총이나 약물, 묘지와 화재 등의 단어가 가사 곳곳에 등장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앨범의 사운드나 보컬 자체는 나지막히 읊조리는 형태를 취하지만, 그 속에 담긴 실제 내용은 별로 그렇지 않다는 걸 우리는 이제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타마스 웰스의 음악 장르인 포크가 원래 그런 측면이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포크 가수인 밥 딜런(Bob Dylan)조차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노래를 부르지는 않는다고 말하지만, 사람들은 그의 노래에서 정치적 신념과 저항, 예술적으로 충만한 시대정신을 찾지 않는가? 70~80년대 한국에서도 역시 포크 가수들이 민중의 아픔을 노래로 표현했고, 좀 전에 등장한 비틀즈 멤버인 존 레논(John Lennon)의 작품 중에도 Working Class Hero(노동자 계급의 영웅) 같은 곡들이 있다. 밥 딜런의 진정성이나 '백만장자' 존 레논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는 둘째치고, 포크송이나 비틀즈의 정서에 어느 정도 이런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인 것이다.

자 그럼, 이런 시각을 가슴 한 켠에 담고서 Tamas Wells의 [Thirty People Away (2011)] 앨범 속 각 노래의 제목들과 가사, 곡을 다시 한 번 음미해 보자.

1. The Crime At Edmond Lake 
2. Fire Balloons
3. England Had A Queen
4. The Chemicals Took Their Toll I Believe
5. An Organisation For Occasions Of Joy And Sorrow
6. An Extraordinary Adventure (Of Vladimir Mayakovsky In A Summer Cottage)
7. Her Eyes Were Only Scars
8. Before Elizabeth Arrived At The Club
9. Thirty People Away
10. True Believers
11. Your Hands Into Mine

이 앨범을 편하고 여유로운 것으로만 생각하고 들었을 때와는 분명히 다를 테고, 뭔가 더 느끼는 게 있을 것이다. 노파심에서 말하지만, 절대 강요하는 건 아니다. 어떤 경우에도 음악은 자기 스스로 자유롭게 느끼는 것이고, 음악 감상에 정답은 없다. 추상적인 음악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누구에게나 무척 어려운 것처럼, 음악을 듣고 각자 느끼는 방식은 누구나 다 나름대로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다만, 어떤 앨범을 듣고 다양한 시각에서 여러 가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면 한 방향으로만 획일적으로 듣는 것보다는 훨씬 더 풍부한 감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게 바로, 우리가 음악을 들으며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을 하나 덧붙이고자 한다. 타마스 웰스의 4집을 듣자마자 떠오른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그는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였고, 포크 가수였다. 우리에게는 구스 반 산트(Gus Van Sant)가 연출하고 로빈 윌리엄스(Robin Williams), 맷 데이먼(Matt Damon), 벤 애플렉(Ben Affleck)이 주연한 영화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 1997)의 삽입곡으로 꽤 알려졌었다. 그리고 굿 윌 헌팅에 삽입된 곡으로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도 올랐고, 인디뮤지션으로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노래까지 불렀다.

하지만 그는 우울증과 각종 중독에 계속 시달렸으며, 34세의 나이에 끝내 자신의 가슴을 칼로 찔러 자살하고 말았다. 그는 바로 엘리엇 스미스(Elliott Smith, 1969~2003)이다. Tamas Wells의 음악을 들으며 왜 Elliott Smith가 생각났는지는 명확히 설명하기 힘들다. 아마도 비슷한 또래의 서양 남자이고, 같은 인디 포크 가수로서 두 사람으로부터 일맥상통하는 감성을 느낀 것 같다. 어쨌든 왠지 그가 생각났으며, [Thirty People Away (2011)]를 다 듣자마자 곧바로 Elliott Smith의 노래를 들었고, 이 포스팅을 읽은 이들도 함께 들었으면 좋겠다.

Elliott Smith - Between the Bars

타마스 웰스는 부디,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나 엘리엇 스미스처럼 되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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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of ART

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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