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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 α

빈센트 반 고흐, 진실하고 정직한 화가의 진정한 농촌 그림 [감자 먹는 사람들]

Vincent van Gogh의 편지를 통해 본 그림, 그리고 화가로서의 철학.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는 1885년 초,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계절에 그의 대표작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감자 먹는 사람들(De aardappeleters, The potato eaters)]을 그렸다. 고흐가 1881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1890년에 자살할 때까지 약 십여 년 동안 800여 점의 유화와 700점 이상의 스케치를 남겼다고 하니, '감자 먹는 사람들'은 그의 화가 인생 전반기에 참 중요한 작품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고흐 본인이 쓴 글에서도 드러나는데, 스스로도 이 그림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자기 영혼의 동반자이자 후원자였던 친동생 테오 반 고흐(Theo van Gogh, 1857~1891)에게 1885년 4월 말에 보낸 편지에서도 꽤 긴 설명을 덧붙인 것을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이번 포스트에서는 Vincent van Gogh의 그림 [감자 먹는 사람들]에 대해서 살펴볼 텐데, 기본적으로 고흐가 쓴 편지글을 통해 이 그림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려고 한다. 사실, 어떤 그림에 대해서 그것을 그린 화가의 글을 통해 직접 파악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커다란 행운이다. 미술사에 등장하는 화가 중에 자신의 그림을 자신이 직접 글로 설명해 준 경우가 과연 몇이나 되는가? 총 900여 통에 달하는 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는 위대한 예술가의 삶을 온전하게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도 귀중한 유산이지만,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자료가 아닌가 싶다. 지금부터 인간 Vincent van Gogh를 알기 위해서, 그리고 위대한 화가의 대표작 [감자 먹는 사람들(De aardappeleters, The potato eaters)]을 잘 감상하기 위하여, 그림과 함께 고흐의 편지를 읽어보자.

우선, 반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을 얘기하려면 그림을 2개 정도는 미리 보고 시작을 해야 할 것 같다. 하나는 (주로 많이 인용되는) 네덜란드 Amsterdam의 반 고흐 미술관에 있는 'De aardappeleters(The potato eaters)'이고, 다른 하나는 (상대적으로 크기가 좀 작은) 네덜란드 오테를로의 크뢸러 뮐러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감자 먹는 사람들'이다.

[빈센트 반 고흐 [감자 먹는 사람들], 1885년, 캔버스에 유채, 81cm x 114cm, 반 고흐 미술관, 암스테르담]

[Vincent van Gogh [De aardappeleters(The potato eaters)], 1885, oil on canvas mounted on panel, 72cm x 93cm, Kröller-Müller Museum, Otterlo]

두 그림이 약간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둘 다 같은 해에 고흐가 그린 '감자 먹는 사람들'이며, 보통은 위의 것으로 이 작품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이 그림에 대해 본격적으로 살펴보기 전에, 당시 고흐가 자기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알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1885년 4월 13일경에 Vincent van Gogh가 동생인 Theo van Gogh에게 쓴 편지의 내용을 먼저 보도록 하자.

"내가 농민화가라고 자처하는 이유는 그게 사실이기 때문이야. 너도 분명히 알게 되겠지만, 나는 그렇게 불리는 게 편안해. 또 내가 광부들, 토탄을 자르는 인부, 방직공, 농민들의 집에서 난로 옆에 앉아 생각하며 - 열심히 작업한 시간을 빼고 - 수많은 저녁을 보낸 것이 무용한 일이 아니었어. 온종일 농민생활을 관찰하면서 나는 거기에 마음을 완전히 빼앗겨, 다른 것은 거의 생각하지 못하게 되었으니까.
밀레의 작품에 무관심한 일반인의 풍조 - 너는 전시회에서 그것을 보았다고 했지 - 가 예술가들뿐 아니라 그런 그림을 팔아야 하는 사람들까지 의기소침하게 만든다고 했지. 나도 전적으로 동감해. 물론 밀레 자신도 그것을 느꼈고 알았지 ... 밀레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에 한 말에 감동을 받았어 ... "그런 무관심은 내가 비싼 구두나 신사의 생활을 필요로 한다면 나쁘겠지만, 나는 나막신을 신고 어떻게든 살아갈 것이다"라는 것이었어. 정말 그렇게 되었지.
따라서 내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막신을 신고 어떻게든 살아갈 것'이라는 말, 즉 먹는 것, 마시는 것, 입는 것, 잠자는 것에서 농민이 만족하는 정도에 자신도 만족한다는 점이야. 밀레는 그것을 실천했고, 사실 그 밖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어 ... 꽤나 사치스럽게 살았던 사람들이 보여주지 않은 길을, 밀레가 인간으로서 화가들에게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해. 다시 말하지만, 밀레는 아버지 같은 밀레야. 어떤 경우에도 젊은 화가들에게 조언자이고, 선도자였어. 내가 아는 사람들 대다수는 - 물론 그들을 속속들이 알지는 못하지만 -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겠지. 아무튼 나도 밀레처럼 생각하고 그의 말을 완전히 믿고 있어.
밀레에 대해 이처럼 길게 쓰는 이유는, 도시화가들이 그린 농민상이 아무리 훌륭해도, 역시 파리 근교의 농민을 생각나게 할 뿐이라고 네가 지난번 편지에서 썼기 때문이야. 나도 같은 인상을 받았어 ... 이는 그 화가들이 인간적으로 농민생활에 깊이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밀레는 또 말했지. 예술에 모든 것을 바쳐야 한다고."

이때, 빈센트 반 고흐는 자신을 농민화가라고 생각했다.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 생활하면서 인간적으로 농민생활에 깊이 들어가고자 한 것이다. 다른 편지에서도 Gogh는 말한다. "나는 계속 가난할 것이며, 화가일 거야. 나는 계속 인간이고, 자연 속에 살 거야." 고흐는 그것이 대중의 무관심을 불러올 테고, 자신의 삶을 경제적으로 힘들게 할 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예술가였다. 그럼에도 그는 자기 마음속의 스승인 장 프랑수아 밀레(Jean-François Millet, 1814~1875)가 그랬던 것처럼, 인기에 영합하거나 이해타산적으로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Vincent van Gogh는 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까지 언제나, 보잘 것 없고 가난해도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공감하고 함께 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온몸을 다 바쳤다.

이것은 고흐가 가진 삶의 철학과도 긴밀히 연결된다. 다시 그의 말을 빌리자면, "자연에서 떠난 인간은 언제나 머리에 이것을 저것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하고, 심지어 그런 것으로 인해 자신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자연에서 떠난 인간 - 아, 그래서 그는 흑백도 구분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게 마련이야 - 그리고, 그런 인간은 자신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나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믿었던 인간과는 정반대의 인간이 되고 말아 ... 사람은 왜 평범하게 되는가? 그건 세상이 시키는 대로 오늘은 이렇게, 내일은 저렇게 순응하고 타협할 뿐, 결코 세상에 반대하지 않고 그 의견에 얌전히 따르기 때문이야!" Gogh는 세상과 타협하면서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순응하며 평범하게 살기보다는, 자연 속에서 자신이 생각하고 믿었던 인간이 되기 위해 가난하지만 진정 사람답게 살기를 바랐다. 그의 이런 가치관과 농민화가로서의 예술관이 그대로 투영된 작품이 바로 [감자 먹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럼, 고흐가 스스로도 좋아했고, 결국 자신의 대표작이 된 이 그림에 대해 직접 쓴 글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감자 먹는 사람들]은 황금색 액자에 넣으면 잘 어울릴 거야. 그렇게 확신한다. 게다가 잘 익은 밀의 색조를 짙게 바른 벽 위에 걸어도 잘 어울릴 거야. 그러나 이 그림은 이런 장치 없이 그냥 보여서는 안 돼. 어두운 배경에 걸면 그림의 장점이 온전히 살아날 수 없고, 특히 흐린 배경에 걸어서는 안 돼. 왜냐하면 이 그림이 매우 짙은 회색 실내를 포착했기 때문이야. 실제 광경도 황금색 틀 속에 있는 것 같다고 할 수 있어. 왜냐하면 그림을 보는 사람 가까이 난로가 있고, 그 열기와 불빛이 흰 벽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지. 지금 그것들은 그림 밖에 없지만, 현실에서는 그 불빛이 모든 것을 뒤쪽으로 투사하고 있거든.
다시 말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그림은 짙은 황금색이나 구릿빛의 무엇으로 그 주위를 둘러싸도록 해야만 한다. 네가 이 그림을 그에 걸맞은 방식으로 보고 싶다면, 그 점을 유의해야 해. 금색조와 결합시킴으로써 네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 밝음이 부여되고, 불행히도 어두운 색이나 검은색 배경에 둔 경우에 그림을 알 수도 없게 하는 단점도 피할 수 있지. 그림자는 푸른색으로 칠했기 때문에 금색이 거기에 생기를 부여하는 거야."

미술사적 의미는 물론, 대중의 인기면에서도 그렇고, 그림의 가격으로 봐도,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 중에 한 사람인 Vincent van Gogh는 이렇게나 자상하게 자신의 그림을 보는 방법을 알려 주고 있다. 이런 예술가는 거의 전무후무하지 않을까? 그의 말에 충실하게 그림을 보는 것이 우리가 지켜야 할 예의라고 생각한다.

[빈센트 반 고흐 [감자 먹는 사람들], 1885년, 캔버스에 유채, 81cm x 114cm, 반 고흐 미술관, 암스테르담]

[Vincent van Gogh [De aardappeleters(The potato eaters)], 1885, oil on canvas mounted on panel, 72cm x 93cm, Kröller-Müller Museum, Otterlo]

어떤가, 그림이 좀 다르게 보이는가? 솔직히, 모니터 화면으로 고흐가 말한 그 차이를 알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거의 1m 정도의 크기를 가진 그림을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보는 것이, 과연 얼마나 실제 그림의 모습을 느낄 수 있을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이것은 마치 뮤지션의 라이브 영상을 컴퓨터로 보는 것과 비슷하다. 아무리 좋은 스피커로 고화질 영상을 본다고 해도, 콘서트장에서의 느낌은 정말 나올 수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라이브가 녹화된 것을 화면을 통해 보는 것이지, 뮤지션의 라이브를 직접 느끼는 것이 절대 아니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고해상도로 처리된 그림이라도 일반적인 모니터 화면으로 보는 것은 많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명히 뭔가 다르다. 화면상으로 우리가 실제 느끼는 것도 다를 테고, 무엇보다 작품을 보는 우리의 마음가짐이 확실히 다를 것이. 어쨌든, 그림을 그린 화가가 직접 가르쳐준 방법대로 그림을 보려고 노력하는 것은 참 중요하다.

이어서, 고흐의 말을 좀 더 들어보자.


"언젠가는 이 그림이 진정한 농촌 그림이라는 평가를 받게 될 거야. 나는 그런 그림이라고 확신해.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보이는 농민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에 가장 맞는 것을 찾으면 돼. 나로서는 농민을 조잡한 대로 그리는 쪽이, 그들에게 상투적인 감미로움을 갖게 하는 것보다 길게 보면 더 좋은 결과를 얻으리라고 믿어 ...
나는 농민화를 상투적인 방식으로 세련되게 그리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해. 농민화에 베이컨, 연기, 찐 감자 냄새가 난다고 해도 좋아 - 그게 건전하지 않은 게 아니야 - 마구간에서 거름 냄새가 나는 게 좋은 거야, 그게 바로 마구간이니까 말이야. 만일 밭에서 잘 익은 옥수수나 감자 냄새, 새똥 냄새, 퇴비 냄새가 난다면 그게 특히 도시인에게는 정말 건강한 거야. 그들이 그런 그림을 접하면 무언가 얻을 게 있을 거야 ...
여하튼 우리가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고 있음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라도 이 그림을 그들에게 보여주렴. "웬 쓰레기 같은 그림이야!"라는 소리를 들을 게 틀림없지만 그것은 각오해야 해. 나 자신도 그렇듯이. 그래도 우리는 진실하고 정직한 그림을 계속 그려야 해. 농민생활을 그리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야. 그러나 예술과 인생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진지하게 생각할 내용을 부여하는 그림을 그리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나로서는 스스로를 비난할 수밖에 없어 ...
농민을 그리려면 자신이 농부인 것처럼, 그들 자신과 같이 느끼고 생각하면서 그려야 해. 지금 현실에 존재하는 인간의 모습은, 그럴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그려야 해. 나는 너무나 자주 농민은 하나의 독립된 세계이고, 수많은 관점에서 바라볼 때 그 세계는 문명화된 세계보다 더욱더 뛰어나다고 생각해 ..."

고흐가 그리고 싶었던 것은 '진정한 농촌 그림'이었다. 상투적이며 미화된 농민상이 아니라 진정한 그들의 삶을 보여주는, 있는 그대로의 진실한 그림 말이다. Gogh는 단순히 예쁜 게 아닌 정녕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길 원했고, 이미 예상되는 대중의 무관심을 감수하고서라도 오로지 예술과 인생을 진지하게 생각하며 최선을 다했다. 인공적인 냄새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냄새가 표현되길 바랐고, 자연에서 살아가는 농민들과 같이 느끼고 생활하면서 작품 활동을 했던 것이다. 그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진정성'이 중요했고, 이런 진실하고 정직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그렇게 불멸의 예술을 만들어냈으며, 이 위대한 작품은 지금도 우리 곁에서 정말 많은 진실들을 보여주고 있다.

 

Vincent van Gogh의 [감자 먹는 사람들(De aardappeleters, The potato eaters)]은 1885년 봄에 그린 그림이고, 위의 편지 내용도 딱 이 작품을 그릴 동안에 직접 쓴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림과 편지글이 동시에 이 세상에 나온 것이고, 한 예술가의 정신세계가 온전히 정리된 형태로 표현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같은 편지 내용에 보면 이런 부분도 있다. "[감자 먹는 사람들]을 꼭 보내고 싶었어. 작업은 순조롭지만 아직 완성하지는 못했단다 ... 어제 나는 그림을 들고 에인트호벤에서 유화를 그리는 친구를 찾아갔어. 3일 정도 지나 거기에 다시 가서, 계란 흰자로 그림을 씻고 세부를 완성할 생각이야." 이것만 봐도 편지를 쓰는 일과 그림을 그리는 일이 함께 진행되었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다]

편지에서 반 고흐는 이런 말을 한다. 그림에서 거름 냄새, 새똥 냄새, 퇴비 냄새가 난다면 그게 특히 도시인에게는 건강한 것이라고. 그런 그림을 접하면 무언가 얻을 게 있을 거라고 얘기한다. 알다시피, 인류는 그가 이 그림을 그린 지 몇 십 년 뒤에야 이와 같은 자연친화적이며 탈도시적인 인식을 본격적으로 광범위하게 가지게 된다. 쉽게 말해, 요즘에 크게 각광 받고 있는 웰빙이니 로하스니 하는 것들이 모두 자연주의적인 가치관의 확산에 따라 등장한 트렌드 아닌가? 물론 상업적으로 변질된 측면이 많지만, 아무튼 Gogh의 그림과 글이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가 있는 것이다. 이제 도시화율이 80~90%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고흐의 편지와 그림은 우리가 여전히 '무언가 얻을 게 있는' 예술임이 분명하다. 특히 한국처럼 물질만능주의와 극도의 몰개성이 팽배한 사회에서는, 그의 탈자본적이고 각 개인의 자유의지와 개성을 중시하는 세계관이 우리에겐 참으로 소중한 정신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