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그빌(Dogville)의 줄거리를 통해 보는 우리의 해병대 문제.

요즘 해병대의 가혹행위 문제로 아들을 둔 부모들이 많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군 수뇌부와 국방장관까지 나서서 악습의 고리를 끊겠다고 하는데, 어제 뉴스 보도를 보니 "구타와 가혹행위를 한 병사는 해병대의 상징인 '빨간 명찰(붉은 명찰)'을 박탈하는가 하면 해당부대를 해체하는 방안까지 거론"됐다고 한다.

글쎄.. 군대를 갔다온 사람으로서, 이 문제에서만큼은 모든 일반 병사들이 다 피해자라는 입장을 갖고 있는데, 이런 식의 해결 방안은 그저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드는 것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안 그래도 지금의 군대는 신세대 장병들에게 버티기 힘든 압박을 주는 곳인데, 명찰을 박탈당한 병사나 해체된 부대의 병사나 모두 우리의 '멀쩡했던' 자식들 아닌가?


사회와 현재 한국의 군대는 분명 커다란 차이가 있는데, 사회에서 학교 잘 다니고 있던 젊은이들이 군대에 가면, 자살을 하고 가혹행위의 가해자가 된다. 그러면 원래 군대에 있던 인간들에게 문제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것이지, 어째서 애꿎은 병사들에게만 도저히 견디기 힘든 처벌을 하려 하는가? 직업 군인들에 대한 개혁과 자기 반성이 먼저이지, 일반 병사들을 향한 책임 전가가 우선되어서는 절대 안 되는 것이다.

[(좌) 해병대 문제 관련 보도사진, (우) 2011년 7월 18일 세계일보 보도 내용]

언론에서도 계속 병영 '문화' 혁신이라는 말을 하는데, 문화라는 것 자체가 그렇게 강압적인 규정 몇 개로 변화되는 게 아니지 않는가. 결국, 오랜 시간동안 서서히 변화되는 것인데, 직업 군인들에 대한 개혁과 자기 반성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병영 문화는 저절로 바뀌게 되어 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직업 군인들의 혁신이다.


여기 영화 하나가 있다. 라스 폰 트리에(Lars Von Trier)가 연출하고 니콜 키드먼(Nicole Kidman)과 제임스 칸(James Caan)이 출연했으며, 어느 마을에서 벌어진 어떤 사건에 대한 이야기인데, 가혹행위가 벌어진 해병대와 그 부대에 대한 군 수뇌부의 대처 방식을 보면서 이 영화가 생각났다. 누가 마을 사람들이고, 도대체 누가 주인공이며, 또 누가 주인공의 아버지인 갱 두목인가?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겠다. 그저 줄거리를 보여주겠다, 그대로..



우리도 이 영화의 결말처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과연 맞는 방법일까? 해병대의 상징인 명찰을 박탈하고 해당 부대를 해체하면, 문제가 해결되는가? 만약 우리가 그렇게 한다면, 또 하나의 도그빌 또 하나의 가혹행위 부대는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도그빌 (Dogville, 2003)
덴마크, 스웨덴 | 드라마 | 178 분 | 각본, 감독 : 라스 폰 트리에(Lars Von Trier)
출연: 니콜 키드먼(Nicole Kidman, 그레이스 役), 제임스 칸(James Caan, 갱 두목 役)


# The film “DOGVILLE” as told in nine chapters and a prologue – 도그빌

PROLOGUE (which introduces us to the town and its residents)
- 프롤로그
록키산맥에 위치한 오래된 폐광 옆, 막다른 국도 끝에 ‘도그빌’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었다. 주민들은 선량했고, 마을을 사랑했다. 아버지의 연금으로 살아가는 백수, 자칭 작가인 톰. 그는 글쓰기를 미루는 핑계로, 마을의 도덕적 개선을 위한다며 주민회의를 수시로 소집한다.


Chapter ONE : In which Tom hears gunfire and meets Grace
- 제1장 : 톰이 총소리를 듣고 그레이스를 만나다
어느 날, 도로 쪽에서 총소리가 들리고, 마을에 있는 개 ‘모세’가 낯선 여인을 보고 짖기 시작한다. 젊고 아름다운 여인 ‘그레이스’는 갱들에게 쫓기고 있었고, 톰은 그녀를 숨겨준다. 이를 눈치채지 못한 갱들은 두둑한 보상을 약속하며, 톰에게 명함을 건네고 사라진다. 톰은 주민회의를 통해, 그녀가 계속 숨어있어도 될지 안 될지를 결정할, 2주간의 말미를 얻어낸다.

Chapter TWO : In which Grace follows Tom’s plan and embarks upon physical labour
- 제2장 : 그레이스의 육체노동
첫날부터, 난생 처음 육체노동을 하기 위해, 그레이스는 집집마다 다니며 막일을 자청한다. 주민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그녀의 노동은, 이 작은 마을의 주민들에게는 별로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굳이 안 해도 되는 일 중에서 그래도 해놓으면 좋은 일을 찾아 열심히 도움을 줌으로써,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고, 여러 가지 일을 맡게 되었다.


Chapter THREE : In which Grace indulges in a shady piece of provocation
- 제3장 : 그레이스에게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
2주 후, 그레이스가 마을에 계속 살아도 될지 안 될지를 결정할, 주민회의가 긴장 속에 열린다. 그녀는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떠날 채비도 해두지만, 그레이스의 진심어린 노력에 주민들은 우정으로 답했고, 만장일치로 그녀가 계속 마을에 머물 수 있도록 허락한다.



Chapter FOUR : Happy times in Dogville
- 제4장 : 행복한 나날
마을에서 가정부, 개인교사, 대화상대, 장애인 도우미 등으로 분주히 활동하며 즐겁게 지내는 그레이스. 그러나, 갑자기 경찰이 마을로 찾아와 그녀에 대한 실종 벽보를 붙이자, 주민들은 동요하기 시작한다. 이에 톰은 주민회의를 열어, 사람들을 설득하고 안심 시킨다.


Chapter FIVE : Fourth of July after all
- 제5장 : 독립기념일
마을은 독립기념일을 즐기고, 톰과 그레이스는 사랑 고백을 하지만, 경찰은 그녀의 수배 전단을 붙인다. 현상금을 본 주민들은, 그레이스를 계속 숨겨주는 대가로, 그녀에게 더 오래 훨씬 더 많은 일을 하게 하고, 더 적은 급료를 주기로 결정한다. 정신없이 바빠서, 그 어떤 일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 그레이스. 주민들은 불만을 가지게 되고, 관계는 악화된다.

Chapter SIX : In which Dogville bares its teeth
- 제6장 : 이빨을 드러낸 도그빌
그레이스는, 심한 장난을 치며 때려 보라는, 마을 아이를 어쩔 수 없이 때리게 된다. 예쁘고 연약한 그레이스. 경찰이 나타나자 마을 남성은 그녀를 협박하고, 그것을 빌미로 강간한다.


Chapter SEVEN : In which Grace finally gets enough of Dogville, leaves the town, and again sees the light of day
- 제7장 : 도그빌에 질려 떠나는 그레이스
아이를 때린 것이 문제가 되고, 마을 여성들은 시기와 질투에 눈이 멀어, 성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그레이스를 이해하지 못하고, 집단린치를 가한다. 결국, 그녀는 마을에서 도망치려고 하지만 발각되어 실패하고, 주민들은 그녀의 목에 족쇄를 채워 노예처럼 부린다.

Chapter EIGHT : In which there is a meeting where the truth is told and Tom leaves (only to return later)
- 제8장 : 회의에서 진실을 밝히다
남성들의 상습적인 성폭력과 여성들의 계속되는 핍박, 철없는 아이들의 놀림에 괴로워하며, 고통 속에 하루 하루를 보내는 그레이스. 주민회의에서 모든 사실을 다 밝히지만, 그 누구도 그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사랑을 앞세워 욕정을 해소하려다가 거부당하고 자신의 위선을 들킨 톰은, 그녀를 배신하여 갱들이 주고간 명함을 보고 그레이스를 밀고한다.


Chapter NINE : In which Dogville receives the long-awaited visit and film end
- 제9장 : 방문객이 오고 영화는 끝나다
갱들이 마을에 나타나고, 주민들은 그레이스를 팔아 넘기기 위해 갱들을 맞이한다. 그러나, 사실 갱 두목은 그녀의 아버지였다. 권력과 책임, 오만과 용서, 개와 인간의 본능과 인간성에 대해 논쟁하는 아버지와 딸. 인간의 나약한 본성에 사로잡혀 최선을 행하지 못한 주민들.



자신의 권력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쓰고 싶다는 그레이스. 그녀는 세상을 위해 이런 곳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갱 두목은 주민들을 모두 사살하고, 마을을 불태워 버리도록 명령하며, 그레이스는 직접 톰을 쏘아 죽인다. 모두 죽고, 잿더미가 된 마을. 그레이스와 갱들은 떠나고, 마을에 있던 개 ‘모세’만이 살아 남는다. 인간 세상에서 사라져 버린 도그빌..

이상으로, 라스 폰 트리에(Lars Von Trier)의 도그빌(Dogville) 줄거리를 다 살펴보았다. 지금 한국의 해병대 문제를 볼 때, 누가 니콜 키드먼(Nicole Kidman)이고 또 제임스 칸(James Caan)인가를 각자 나름대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정리를 해봤다. 아마도, 가혹행위 부대의 모든 구성원들이 마을 사람들일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마을 사람들은 우리 모두일지도....

The Story of ART

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Char 2011.07.19 16: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거운 주제인데 도그빌은 매우 기억에 남는 영화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항상 새로운 시각과 흥미로운 내용을 보여주는 Arthur님이세요. 중학교 시절부터 큰 관심을 가진 문제라 할 말은 많은데, 여자의 입장으로써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너무 한정된 나머지 항상 관련 내용 포스트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미루는 거 같아요. 많은 생각을 하게 돕는 좋은 포스트 잘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

    • 아서정 Arthur Jung 2011.07.20 08: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별 말씀을..^^;;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불행하게도, 군대와 관련된 문제는 특히 더 민감한 주제가 되어 버렸습니다. 사실 이것 자체도 그리 긍정적인 건 아닌데, 여기에 성별까지 결부되면 정상적인 대화가 정말 힘들어질 정도로 논점이 흐려지고 마는 경우가 많죠..
      한국에서 군대 문제가 성별이나 기타 다른 요인들에 의해 흔들리지 않고 합리적으로 얘기될 수 있을 때, 진정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2. soo 쑤 2011.07.20 23: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님을 글을 보고 이 영화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