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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α

퀵, 너무 비싸게 찍은 코미디 영화

코미디를 위한 액션이 되어버린 블록버스터 영화 퀵, 그리고 해운대와 7광구.


영화 [퀵 (2011)]을 각 포털사이트 영화 섹션에서는 주로 액션으로 분류하고 있는 듯하다. 포스터에도 '스피드 액션 블록버스터'라고 적혀 있다. 몇 몇 기사를 보니 '퀵'은 약 100억 원 정도의 예산이 투입된 것 같고, 2년 전 거의 동일한 시기에 개봉해서 큰 수익을 올렸던 [해운대(Haeundae, 2009)]의 제작진과 출연배우들이 같이 만든 영화이다.

'해운대'라는 영화를 본 사람들은 다 기억하고 있겠지만, 이 영화는 '(재난) 액션영화'의 외형과 함께 드라마와 코미디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고 있었다. 이것은 '퀵'도 마찬가지이며, 겉모습은 '(차량) 액션영화'인데 사실 내용은 코미디영화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여기에는 해운대의 감독이자 퀵의 제작자인 윤제균의 영향이 컸을 텐데, 해운대에서 재난 액션이 차지하고 있던 부분을 퀵에서는 차량 액션이 차지하고 있고, 전자에서 드라마와 코미디가 나눠갖고 있던 것을 후자에서는 코미디가 독식했다고 보면, 아마 크게 틀리지 않을 성 싶다.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는 천 만이 넘었으니, 많은 돈을 벌었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영화 제작 역사상 처음으로, 윤제균 한 사람이 예산 100억 원이 넘는 블록버스터 2편 (퀵, 7광구)을 동시에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출연배우들도 사이 좋게, 해운대의 주연 하지원은 [7광구(SECTOR 7, 2011)]의 주연을 맡았고, 해운대의 조연 이민기와 강예원은 [퀵 (2011)]의 주연을 맡았다. 퀵이 '코미디 + (차량) 액션'이니, 7광구는 아마도 '드라마 + (괴수) 액션'이 되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결국 이 영화 세 편은 블록버스터로서, '재난'의 외투를 입고 있느냐 아니면 '차량' 또는 '괴수'를 두르고 있느냐가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해운대'가 없었다면?

먼저,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해운대 얘기를 좀 더 해보자. 이 영화는 특정 거대 배급사의 (계속 반복되고, 요즘도 매 한 가지인) 몰아주기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어쨌든 한국에서 천 만이 넘은 몇 안 되는 영화가 됐다.
일단 흥행이 되자 언제나처럼, 영화 기자들은 한국형 재난영화의 성공이라거나 여름철 성수기 한국 블록버스터의 쾌거라고 하면서 해운대를 추켜세웠다.
[개인적으로는 과연, 한국처럼 인구가 오천 만도 안 되는 나라에서 단 하나의 영화에 천 만의 관객이 든다는 것 자체가 솔직히 좀 이상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전체 영화 산업의 측면에서도 천 만 영화 1편보다는 300~400만 영화 3편이 훨씬 더 낫지 않나..]


그러면, 해운대는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영화가 영화인 만큼, 작품성이나 내적인 완성도를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으리라. 여기서 말하는 건 철저하게, 상업적인 성공의 이유다. 그 중에서도 배급사의 횡포나 다른 경쟁작의 존재 같은, 실제론 큰 영향을 미치지만 직접적으로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거나 쉽지 않은 그런 외적인 요인 말고, 해운대라는 영화 자체의 내적인 요인 말이다.

이걸 한꺼번에 뭉뚱그려 정리해 보면, 그 결정적인 이유는 영화의 전체 런닝타임 중에서 재난과 드라마, 코미디가 딱 무리가 없을 정도로, 나름대로 영리하게 배분되어 있었다는 걸 들 수 있을 것 같다. 애초에 재난 액션만 가지고는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감당할 수 없다는 걸 아예 인정하고 들어갔다고 해도 수긍이 될 만큼, 해운대는 재난영화라는 외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분량을 그다지 확대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장르영화로서는 낙제점에 가깝지만, 그래도 한국 관객들의 눈높이에서는 크게 실망을 줄 정도는 아니었던 걸로 보인다.



나머지 부분을 해운대는 코미디와 드라마로 채웠다. 사실 말이 코미디와 드라마지, 여기에서의 코미디는 윤제균이 이제까지 보여줬던 '두사부일체 (윤제균 각본, 연출)'나 '색즉시공 (윤제균 각본, 연출, 기획, 제작)'류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는다. 쉽게 말해, 원래 자신이 가지고 있던 특기를 재난 블록버스터에 적당히 버무린 것이다. 그리고 드라마는 우리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저 그런 이야기들의 조합인데, 다만 영화의 배경이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이고 또 대표적인 여름철 피서지인 해운대이다 보니 그 정서나 인물들의 대사(사투리), 전반적인 모습 등에 지극히 '한국적'인 면이 있었다. 그래서 감정적인 호소도 비교적 효과적으로 전해졌고, 그리 새롭거나 탄탄할 것 없는 드라마도 꽤 잘 받아들여졌다.

다시 말해서, 해운대는 우리에게 익숙한 배경에 재난을 일으킴으로써 '적당히' 관객들을 긴장시킬 수 있었고, 감독이 가장 자신 있는 코미디로 '적당히' 관객들을 웃겨줬고, 한국적인 감성으로 '적당히' 감동도 줬던 것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2009년 여름에 이 세 박자가 상당히 잘 맞아 떨어졌고, 배급사의 전폭적인 지원과 한국 관객들의 바람몰이 덕분에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 결국 윤제균은 해운대로 얻은 유무형의 자산을 바탕으로 '퀵'과 '7광구'의 제작에 들어갔고, 2011년 여름에 두 영화를 (해운대가 개봉했던 시기에) 거의 동시에 개봉하게 된 것이다.


블록버스터 영화의 미덕

다들 알다시피, 블록버스터는 그 정체성 자체가 돈이 많이 들어가는 영화다. 그래서 예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했느냐가 영화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로 아주 중요하다. 물론 영화라는 매체는 태생적으로 공동작업이 될 수밖에 없기에 효율적인 예산의 사용이 원래 중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상업성의 중심에 있는 블록버스터는 예산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 전체 예산이 얼마인지에 따라 결정적으로 영화의 규모가 좌우되며 질적인 측면에서의 포커스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실사 영화에서 대다수의 블록버스터는 액션영화에 속한다. 왜냐하면 돈을 들여서 그 수준을 높이는 것이 가능하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수월한 장르가 액션이기 때문이다. 여타 장르, 예를 들면 멜로나 코미디, 미스터리는 많은 돈을 쏟아붓는다고 해서 꼭 그 수준이 올라간다는 보장이 없는 데 반해, 액션은 그래도 예산을 많이 투입하면 할수록 그만큼 퀄리티가 높아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거대 자본을 가진 헐리우드가 액션 블록버스터에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만 봐도 이건 금방 알 수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해운대는 재난 액션영화이고 퀵은 차량 액션영화이며 7광구는 괴수 액션영화이다. 해운대는 적당한 재난 액션, 친근한 드라마와 코미디의 조합으로 성공했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아무튼 효율적으로 예산을 사용한 것이다. 재난 액션을 늘렸으면 예산이 더 들어갔을 텐데, 그보다는 설정 자체에서 한국적인 정서의 익숙한 드라마를 주로 활용했고, 감독의 장기를 십분 발휘해서 나머지는 코미디로 채웠다. 그러면서도, 이게 중요한데, 영화 전반적으로 재난 액션 블록버스터로서의 끈을 놓지 않았다. 즉, 긴장과 갈등의 흐름에서 재난 액션의 정체성을 어떻게든 잃지 않고 유지했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크게 두 가지를 꼽아 보면, 하나는 스토리 내적으로 각 인물들에게 '재난'이 갖는 의미가 제대로 구현되어 있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듯하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의 현 상황에서 재난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지에 대해 관객이 긴장감을 가지고 볼 수 있을 정도의 이야기가 각 인물들에게 나름대로 다 부여되어 있었고, 재난에 대처하는 각 인물들의 행동에서 (좀 유치하긴 하지만) 감동을 느낄 만큼 갈등관계가 현실적이었으며, 재난 전후의 변화된 모습이 명확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기본적으로 해운대는 재난 액션 외에, 드라마와 코미디가 어느 한 쪽으로 크게 치우치지 않는다는 걸 지적할 수 있을 것 같다. 의도적이었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드라마가 좀 제대로 힘을 쓰려고 하면 코미디가 끼어들고 코미디가 커지려고 하면 갑자기 감동을 주려고 하는 등, 해운대는 관객이 어느 한 쪽에 몰입하게 놔두질 않는다. 전반부는 이렇게 대충 세 장르(액션, 코미디, 드라마)로 이끌어가다가, 결정적인 시점에서 재난 액션에 집중한다. 특별히 탁월한 부분은 없지만, 그렇다고 딱히 흠 잡을 만한 건 없는 것이다.

한편, 퀵은 어떤가? 퀵은 차량 액션과 코미디의 조합이다. 영화의 장르와 예산의 측면에서 봤을 때, 퀵은 차량 액션 블록버스터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코미디가 나머지 부분을 채우며 자연스럽게 웃음을 줘야 한다. 그런데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퀵은 이런 구성이 뒤죽박죽되고, 어느 것 하나 확실히 보여주지 못하는 불행한 결과를 맞이하고 말았다. 이것은 영화의 기본 설정 자체에서 기인하는 내적 불협화음이기도 하고, 각 인물들의 취약한 갈등관계에서 오는 단절이기도 했으며, 스토리의 전체적인 허술함에서 야기된 불균형의 문제이기도 하다.

해운대는 했지만, 퀵은 하지 못한 것

그럼 지금부터, '퀵'의 문제점들을 하나씩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퀵의 기본 설정은 '폭탄을 배달하게 된 퀵 서비스맨. 헬멧을 벗어도, 질주를 멈춰도 폭탄은 터진다'이다. 설정상 긴장의 큰 축이 '시간 제한이 있는 폭탄 배달', '주인공에게 배달을 시키는 의문의 목소리', '주인공과 경찰의 도심 추격전' 등인데, 폭탄이나 추격전이 바로 차량 액션의 재료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의문의 목소리다. 이민기가 연기한 주인공 한기수가 처음부터 계속 분통을 터뜨리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도대체 왜 이 목소리가 한기수에게 이런 명령을 내리는지가 이 시나리오에서는 중요한 긴장의 출발점이고 사건의 열쇠 중에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이 부분은 스릴러적인 장치이고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흥미요소이다. 하지만 코미디를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제작진은 (코미디와 드라마를 같이 가져 갔던 해운대와는 달리) 코미디와 스릴러를 같이 가져가는 게 너무 부담스러웠는지, 원래 내용상의 스릴러적인 부분은 거의 다 없애고 경찰의 대사 몇 마디를 통해 관객에게 설명하며 그냥 넘어가 버린다.



쉽게 말해서, 퀵은 스릴러로 풀기에 적합한 기본 설정만 그대로 놔둔 채, 내용 자체는 코미디 코드로 풀어가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긴장의 한 축이 사라진 것은 물론, 누구나 쉽게 예상 가능한 이야기 흐름이 되고 말았다. 초반에 고창석이 역할을 맡은 서형사가 더듬거리며 폭탄과 관련된 음모를 별다른 재미 없이 곧이곧대로 설명해주고, 의문의 목소리 자체도 해당 캐릭터에 어울리지 않게 생뚱맞은 코미디를 선보인다. 해운대에서는 효과적이었던 윤제균식 코미디가, 여기에서는 스릴러가 사라진 자리를 메우기 위해 무리하게 사용된 것이다.


결국 코미디만 남은 영화는 말도 안 되는 해프닝을 계속 보여주고, 말 그대로 '코미디'이기 때문에만 가능한 이야기 흐름에 모든 것을 내맡기는 상황이 벌어진다. 영화 내적으로는 황당한 우연을 남발하고, 실제로는 사람들의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심각한 내용인데도 그 의미를 애써 축소하며 그저 폭발과 충돌의 순간만을 위한 도구로만 사용한다. 또 외적으로는 매끄럽게 이어지지도 않는 튀는 편집과 스턴트맨들의 고생에 의존하는 과장되고 어이없는 액션에 치중하게 된 것이다.

스릴러를 거세시키고 그저 코미디가 될 수밖에 없는 얘기가 되자, 인물들의 엉성한 관계도 더 이상 나아지지 않는다. 폭탄을 함께 배달하는 운명공동체이기에 상당히 중요한 한기수와 여주인공인 아롬이의 관계도 그냥 과거 에피소드 하나로 얼렁뚱땅 넘어가고, 김인권이 연기한 명식이나 악당들의 캐릭터도 그저 웃기기 위해서나 음모를 영화 끝까지 유지하기 위해서만 쓰인다는 느낌이 강하다. 한기수와 아롬이의 관계가 폭탄 배달이나 그 외 인물들과 유기적으로 결합하지 못하고 동떨어져 있으며, 각 인물들의 행동도 차량 액션이나 폭탄과 제대로 연결되지 못한 채 따로 논다. 그 어떤 인물에게도 감정이입을 하기 힘들고, 액션의 진짜 이유라고 할 수 있는 도덕적인 판단이나 정의감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서 그저 슬랩스틱 액션만 난무하는 것이다.

급기야, 스릴러로 출발했던 스토리는 일방적인 코미디가 되면서 전반적인 안일함에 빠지고 만다. 미리 다 상황을 파악하고 있던 경찰들이 눈 앞의 깡패들을 특별한 이유도 없이 놓치며, 주인공 커플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다지 감동적이지도 않은 눈물을 흘리거나 밀고 당기기를 벌이고, 뻔한 원한 관계를 절정까지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주인공 때문에 일반 시민들이 마구잡이로 죽어나가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차라리 주인공이 중간에 쓰러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해운대 학습효과'의 잘못된 버전?

물론, 지금까지 말한 단점들은 바로 이 영화가 '코미디'라면 어느 정도는 용서가 되는 것들이다. 그런데 퀵의 진짜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대놓고 코미디가 되는 순간, '스피드 액션 블록버스터' 퀵은 완전히 본말이 전도되어 버리며 엉망진창이 되는 것이다. 해운대는 끝까지 재난 액션영화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고, 퀵도 마지막까지 차량 액션영화로 마무리 되었어야 했다. 위에서 말했듯이, 블록버스터는 많은 돈을 들여서 그 퀄리티를 높일 수 있는 액션 장르에 가장 큰 지분을 할애해야 진정 효율적일 수 있는 것이다. 돈을 들인 만큼 효과가 나오고, 관객들도 그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돈을 많이 쏟아붓는다고 코미디가 좋아지는가? 그렇지 않다. 100억이나 돈을 쓰는 것은 액션을 위해서 그러는 것이지, 코미디를 위해서 쓰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코미디는 적은 돈으로도 언제든지 찍을 수 있다. 코미디는 어설픈 특수효과도 얼마든지 용서가 되고, 오히려 그것이 더 큰 웃음을 줄 수도 있는 장르다. 블록버스터 중에 대놓고 코미디인 것이 몇이나 되는가? '오스틴 파워' 같은 몇 몇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거의 없다. 그만큼 코미디를 비싸게 찍는 것은 별로 효율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돈을 들인 액션은 최소한 눈이라도 즐겁게 해주지만, 많은 돈을 들인 코미디는 오히려 자신의 약점만 노출시킬 가능성이 다분한 것이다.

영화 퀵의 무대는 현재의 한국 도심이며, 주요 인물들은 평범한 사람이다. SF처럼 공들여 세트를 만들 것도 없고, 판타지처럼 특수효과를 많이 사용할 필요도 없다. 결국 폭발씬과 오토바이 추격전에 돈을 쓰는 것이고, 그래서 스피드 액션 블록버스터가 되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액션보다 코미디가 더 중심이 됐고, 액션영화를 봤다기보다는 코미디영화를 봤다는 느낌이 더 강해져 버렸다. 그냥 코미디를 할 거라면, 뭐하러 첫 장면부터 끝 장면까지 그토록 열심히 터뜨리고, 부수고, 태운 것인가? 도대체 왜 스턴트맨들이 생고생하면서 트럭에 돌진하고 바닥에 구르고 오토바이로 자동차에 부딪혔는가? 비싼 돈을 도로에 마구 뿌려가면서.. 그 대신 엉성한 시나리오나 바로잡고, 위트 있는 대사 한 줄을 더 넣는 게 정말 코미디 영화에 더 잘 어울리지 않는가 이 말이다.

안타깝게도, 퀵의 액션은 (쓸데없이 가스통을 도로에 쏟아부으며 의미 없는 폭파씬을 만들어낸 것처럼) '코미디를 위한 액션'이 되고 말았다. 굳이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될 액션을 한 셈이 됐고, 굳이 그렇게까지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될 폭파씬을 만든 게 된 것이다. 아예 처음부터 스피드 액션 블록버스터에 대한 욕심을 버렸으면, 퀵을 한 50억 이하로도 찍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해운대는 재난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서 돈을 썼다. 하지만 퀵은 코미디를 하기 위해서 돈을 쓴 것이다. 과연 이걸 효율적인 영화 제작이라고 할 수 있는가? 결론적으로, 해운대에는 재난 액션이 중심에 있었지만 퀵에서는 차량 액션이 아닌 코미디가 중심에 서게 되었으며, 그러면서 이도 저도 아닌 여러모로 부족한 영화가 되었고, 비교적 효율적으로 돈을 쓴 해운대에 비해 퀵은 별로 그렇지 못한 영화가 된 것 같다.



만약 퀵이라는 영화 자체의 완성도를 위해 100억을 썼다고 한다면, 솔직히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정녕 퀵의 액션이 블록버스터로서의 완성도를 위해 필요했는지, 아니면 불안한 코미디를 보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오바한 건 아닌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그저 해운대의 타성에 젖어 그 연장선상에서, 지금 당장은 돈이 많으니까, 원래 스릴러였던 걸 코미디로만 하기엔 자신이 없어서, 한국 관객들에겐 적당히 한국적인 양념을 쳐서 뭔가를 시끌벅적하게 보여주기만 하면 흥행이 된다는 생각으로 블록버스터에 기댄 건 아니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윤제균 감독의 개인적인 욕심이 퀵을 이렇게까지 끌고 온 것이 아니기를..

퀵(100억)+7광구(100억)이 아닌 퀵(50억)+7광구(150억)이었다면..

7광구는 아직 보지 못했다. 하지만 우려 되는 것은 사실이다. 괴수 영화의 특성상 인간과 괴수의 다툼만으로도 상당 부분을 채울 수 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이제까지 드라마에는 그리 강한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던 윤제균이 얼마나 선방을 했을지 걱정되는 것이다. 또 7광구에 코믹적인 요소가 얼마나 들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해운대보다 코미디를 더 많이 활용할 수는 없었을 테고, 쓰나미보다 더 디테일하고 직접적으로 표현되어야 하는 괴수가 어느 정도의 기술적 수준으로 나타나 있을지도 문제다. 다만 분명한 건, 해운대보다 익숙한 배경도 아니고 한국적이지도 못한 7광구가 확실히 더 불리하다는 것이며, 바로 위에 적었듯이 상대적으로 코미디를 더 많이 활용할 수도 없고 기술적으로도 위험 부담이 큰 7광구 역시 퀵만큼이나 불안한 것이다.

퀵의 제작비 100억 중에 한 50억만 빼서 7광구의 괴수와 기타 특수효과의 완성도를 좀 더 높이는 데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퀵은 충실한 코미디 영화로, 7광구는 제대로 만든 괴수액션 블록버스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