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 스펜서와 케이트 미들턴, 영화 '더 퀸' 속 엘리자베스 여왕과 블레어 총리.
1981년 7월, 귀족의 딸 다이애나 스펜서는 영국 왕위 계승 1순위인 찰스 왕세자와 동화같은 결혼식을 올렸고, 그로부터 30년 뒤인 2011년 4월에 다이애나의 첫째 아들인 윌리엄 왕자가 평민의 딸 케이트 미들턴과 역시 세기의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 당시 갓 스무 살이었던 다이애나는 12살 많은 찰스와의 순탄치 않은 결혼 생활 끝에 1996년 8월 왕세자와 이혼하고, 1997년 8월에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이한다. 연인이 따로 있었던 찰스 왕세자는 귀족 출신이고, 처녀이며, 성공회 교도(당시 왕세자비의 세 가지 조건)인 다이애나와 사랑 없는 결혼을 했고, 결국 이혼과 다이애나의 죽음 이후 2005년 4월에 50대 중반이 되어서야 원래 연인과 결혼한다.
반면에 서른 살에 가까운 케이트는 정략결혼에 가까웠던 다이애나와는 달리 연애결혼인 것으로 알려졌고, 결혼 직전까지 찰스를 Sir라고 부른 다이애나에 비해 케이트는 윌리엄과 동갑내기 친구이며, 불행한 가정 환경을 가지고 있었던 다이애나와 대조적으로 상당히 재력 있고 든든한 가족과 친구들이 주변에 있다고 한다. 이렇듯 서로 상이한 상황에서 영국 왕실의 일원이 된 다이애나와 케이트.
케이트 미들턴은 다이애나 스펜서와 과연 얼마나 다르게 살아갈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다이애나의 죽음으로 위기를 맞는 영국 왕실을 그린 영화 '더 퀸'의 줄거리를 다시 보는 것도 꽤 흥미로울 것 같다. 영화는 다이애나의 죽음이 영국에 전해진 이후 일주일 동안 엘리자베스 2세와 토니 블레어, 그리고 영국 국민들 간의 갈등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더 퀸 (The Queen, 2006년)
영국, 프랑스 | 드라마 | 102분 | 각본: Peter Morgan, 감독: Stephen Frears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재위 1952년 2월 ~ )
- 1926년 4월에 태어나, 1952년 2월 아버지 조지 6세가 갑작스럽게 사망함에 따라 영국의 여왕이 되었다. 1947년 에든버러공 필립과 결혼하여, 슬하에 황태자인 찰스(1948~ )와 차남 앤드류(1960~ ), 삼남 에드워드(1964~ )와 장녀 앤(1950~ ) 등 3남 1녀를 두었다.
토니 블레어 총리 (재임 1997 5월 ~ 2007년 6월)
- 1953년 5월에 태어나, 1997년 5월 총선에서 노동당이 집권 보수당에 압승을 거둠으로써 영국 역사상 최연소 총리로 당선된다. 1980년 동료 변호사 셰리와 결혼하여, 슬하에 3남 1녀를 두었다.
1997년 5월 2일, 영국 런던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 신임 총리가 된 토니 블레어의 취임 첫 날. 엘리자베스 2세는 자신의 10번째 총리인 블레어를 만나 왕실 인증 절차를 마친다. 왕실 반대론자를 아내로 둔, 급진적 개혁 성향의 총리를 마뜩지 않아 하는 여왕.
1997년 8월 30일, 프랑스 파리
여왕을 비롯한 왕실 가족들과 별로 사이가 좋지 않던 다이애나 비가 프랑스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슬퍼하는 찰스 황태자와 달리, 이혼했으니 이젠 왕족이 아니라며 냉정한 모습을 보이는 왕실 가족들. 소식을 전해 듣고 사태가 간단치 않음을 직감한 블레어.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추모 성명 발표를 준비한다.
1997년 8월 31일, 일요일
여왕은 총리와 통화하면서, 민간인의 일이므로 자신은 추모 성명을 발표하지 않을 것이며, 장례는 가족 장례로 할 것이라고 말한다. 국민들의 감정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블레어는 다이애나에 대한 여왕의 차가운 태도에 당황한다. 애정이 담긴 추모 성명을 발표하는 블레어. 성명서 발표 장면은 텔레비전을 통해 생중계된다. 파리로 가서 다이애나의 시신을 영국으로 들여오는 찰스. 시신을 맞이하러 공항에 나온 블레어와 함께,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르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데에 뜻을 같이 한다.
1997년 9월 1일, 월요일
국민들의 추모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다이애나의 장례를 위한 비상대책회의가 열린다. 자신의 뜻과는 다르게, 국장으로 장례를 치르게 됐다는 회의 결과를 보고 받게 되는 여왕. 반면에, 블레어는 찰스로부터 총리와 뜻을 같이 하겠다는 호의적인 전화를 받는다. 다이애나에 대한 감정과 국민들이 왕실을 바라보는 감정에 대해 이견을 드러내는 여왕과 황태자.
1997년 9월 2일, 화요일
추모 열기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국민들은 다이애나의 죽음에 대해 추모의 뜻을 표하지 않고, 계속 휴가지에 머무르고 있는 왕족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다. 이와 함께, 왕실의 지지도는 점점 떨어지고, 총리의 지지도는 반대로 올라간다. 왕실 반대론자인 아내와 달리, 그 누구도 왕실의 폐지를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블레어. 두 사람은 군주제에 대해 전혀 다른 시각차를 보인다.
1997년 9월 3일, 수요일
왕실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은 크게 나빠지고, 총리의 보좌관들도 반색하지만, 정작 블레어는 이런 상황을 반기지 않는다. 여왕에게 전화해서, 왕궁에 조기를 게양하고 런던으로 돌아올 것을 제안하는 총리. 그러나 여왕은 이를 거절한다. 그렇지만 국민들의 태도에 당황하는 여왕을 이해하며, 왕실에 대한 적대감을 부채질하는 언론 보도를 자제 시키려 하는 블레어. 혼자 벌판을 운전하다가 차가 물에 빠져 홀로 있게 된 여왕. 뿔이 14개로 갈라진 아름다운 제왕급 사슴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 언론 앞에서 왕실을 두둔하는 발언을 하는 총리, 그리고 이를 텔레비전을 통해 보게 되는 여왕.
1997년 9월 4일, 목요일
국민들의 여론 추이를 보며 심각한 고민에 빠지는 총리와 여왕. 여왕에게 전화를 건 총리. 군주제 폐지에 대한 국민들의 뜻을 언급하며, 자신의 생각을 따라주길 간곡히 부탁하는 블레어. 결국 여왕은, 왕궁에 조기를 게양하고, 즉시 런던으로 돌아가며, 직접 다이애나의 관에 조의를 표하고, 텔레비전 생중계로 추도문을 발표하겠다고 결정한다.
1997년 9월 5일, 금요일
런던으로 떠나기 직전, 사냥 당한 제왕급 사슴의 죽음을 보고 여왕은 만감이 교차한다. 드디어 런던으로 돌아와, 다이애나를 추모하는 국민들 앞에 선 여왕. 블레어는 텔레비전을 보며 여왕을 비난하는 보좌관을 나무라고, 여왕을 두둔하며 크게 역정을 낸다. 왕실을 미워하고 다이애나를 사랑하는 국민들의 추모 글귀들을 보고 충격을 받는 여왕. 하지만, 추모 인파 속에 있던 한 아이는 폐하께 드릴 것이라며 꽃을 건네고, 추모객들도 여왕에게 예의를 지킨다. 생중계를 앞두고, 여왕은 추도문의 내용에 대한 총리실의 요청도 받아들이고,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서 성심 성의껏 추도사를 읽어 내려간다.
1997년 9월 6일, 토요일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다이애나의 장례식이 치뤄지고, 그 자리엔 여왕을 비롯한 왕실 사람들, 그리고 총리와 함께 수많은 명사들이 참석한다.
2개월 후
여왕을 다시 알현하게 된 총리. 그 동안의 일에 대해 사과하고, 여왕을 위로한다. 여왕도 시대가 변했으니 생각을 바꿀 때가 되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자신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하는 블레어. 여왕과 총리는 왕궁을 함께 산책하며 화해한다.
(영화는 이렇지만, 윌리엄과 케이트의 로열웨딩에 정작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초대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렇게 '더 퀸'의 줄거리를 전체적으로 살펴보았다. 영화 '더 퀸'의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약 17년 전이며, 다이애나 스펜서 때와는 달리 영국 왕실 자체도 많이 변했다고 한다. 요즘은 여왕도 페이스북 계정이 있을 정도라고 하며, 케이트 미들턴은 왕실결혼식의 전통인 남편에 대한 순종 서약 대신 "사랑하고, 위로하고, 존중하며 지켜주겠다"는 언약을 했다고 하니 그것이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그렇지만 만약 다이애나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그녀가 없었더라도 과연 영국 왕실의 묵인 아래 찰스 왕세자가 이혼녀인 자신의 오랜 연인과 30여 년 만에 결혼을 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귀족의 딸이 아닌 평민의 딸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기쁜 마음으로 다이애나의 아들인 윌리엄 왕자와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을까? 아마도 다이애나로 인해 엘리자베스 여왕이나 찰스 왕세자, 윌리엄 왕자 등의 왕실과 전체 영국 국민들이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며, 그것이 새로운 현실을 만든 것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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