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 α

미국의 대이란 제재 와중에 보는 이란영화, 자파르 파나히의 [오프사이드(Offside)]

패권주의 미국 영화 못지않은 훌륭한 이란 영화 [오프사이드] 추천.



요즘 한창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로 떠올라 있고, 언제나 그랬듯이 미국은 다른 나라들에게까지 자신들의 이란 제재에 동참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친미를 넘어 뼛속까지 종미(從美)에 빠져있는 대한민국의 현정권은 2010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계속 미국이 시키는대로 이란에 대한 여러 가지 제재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그런데 이 사안에서 우리가 분명하게 인식하고 넘어가야 할 점은, 미국이 이란을 제재하는 건 그저 국제사회의 평화나 보편적인 시민의 인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과 패권주의에 기반한 행위라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란 제재를 작년에 있었던 중동 민주화의 연장선상에서 보는 심각한 '착각'을 범하기도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물론 언뜻 보기에는 이란의 지정학적 위치나 종교적인 색채가 아랍의 변혁과 어렵지 않게 연결되는 부분이 많지만, 이는 엄청난 자본을 바탕으로 전인류에 대한 끝없는 폭력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미국의 거대 군산복합체와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서방의 주류 언론재벌들이 만들어낸 하나의 이미지에 불과하다. 오히려 미국의 이란 제재는 (자스민 혁명이 아닌)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침공, 그리고 우리 한반도의 대북 제재와 훨씬 더 비슷한 작동 방식을 가지고 있다.

사실, 현재 이란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참 쉽지 않은 듯하다. 애초에 '이란'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우리가 전반적으로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만날 이란과 관련된 뉴스라고 해봐야 그 대부분이 다 미국과 국제적으로 좋지 않은 관계를 드러내는 기사들 뿐이니 말이다. 게다가 한국에는 '이슬람'에 대해 이상하리만치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이들이 꽤 많고, 기독교 국가도 아닌데 본토의 기독교인들보다 더 배타적인 시각을 보이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는 것 같다. 또한, 남부한국과 북부한국의 특별한 관계 속에서 '악의 축' 북한과 묘하게 연결되는 나라가 바로 이란인 것도 우리가 이 나라에 대해서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을 방해하는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다. 아무튼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해서 우리는 이란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듯한데, 그래서 아주 짧게나마 이란의 역사를 한 번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익히 알고 있듯이, 이란은 막대한 지하자원[원유(세계 2위), 천연가스(세계 2위), 아연(세계 1위), 구리(세계 2위)]을 가진 나라다. 그러다 보니 다른 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서구 제국주의의 먹잇감이 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까지 영국은 이란의 석유자원을 독점했다고 한다. 그 이후 이란 민중들은 외세를 몰아내고 석유 국유화를 이뤄냈는데, 이란의 석유자원에 눈독을 들이던 미국은 (역시 다른 많은 나라들에서 비슷한 공작을 벌였던 것처럼) 군부 쿠데타를 일으켰고, 급기야 친미정권을 세우기에 이른다. 탐욕스런 미국은 이란이 보유한 자원을 자신들의 수중에 넣는 데 성공하고, 친미정권을 위해 핵기술까지 전수해 준다. 마치 과거에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는 데에 이용하기 위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에게 생화학 무기를 제공하고, 알 카에다의 오사마 빈 라덴에게 각종 무기와 자본을 제공했던 것처럼.. 하지만 결국에는 사담 후세인과 오사마 빈 라덴을 미국의 편의에 따라 무너뜨린 것과 같이, 이란도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친미왕정이 종식된 이후에는 미국의 '적'이 되고 만다. 사실상의 제국인 미국의 패권주의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이란마저도 자신들의 세력권 아래 두려고 하며(위치상 이란의 좌우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이 있다), 이것을 위한 일련의 과정 중에 하나가 바로 미국의 대이란 제재인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국제 평화나 인권이 아니다. 단지 미국의 말에 복종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어쨌든 미국은 이란의 이슬람 정권을 굴복시키기 위해 세계 각국에 압력을 넣고 있는데, 그 길목에 '시리아'가 있다(시리아는 이라크와 이란에 붙어 있다). 최근에 갑자기 시리아 관련 뉴스가 부쩍 늘었다는 걸 느끼지 못했는가? 놀랍게도, 시리아만 무너뜨리면 이란 주변의 국가들이 모두 미국의 수중에 들어가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보면 중국, 러시아, 북한, 쿠바,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의 반미 국가들이 있긴 하지만, 중동만 놓고 보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이 미국의 군사력에 무릎을 꿇었기에 시리아와 이란만 남은 것이다. 바야흐로, 거의 끝나가는 시리아와 마지막 남은 이란만 처리하면 중동 전체가 미국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이며, 마침내 중동의 석유 자원을 미국(여기서 이스라엘의 존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이 따먹는 게임은 비로소 완성되는 셈이다. 이것 자체도 문제지만, 미국이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데 반해 한국은 스스로에게 전혀 이익이 되지 않는데도 미국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느라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게 우리에게는 큰 문제다.


한국과 이란은 1962년에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1977년에 한국의 수도 서울은 이란의 수도 테헤란과 자매결연을 맺으며 서울에는 '테헤란로'를 테헤란에는 '서울로'를 만들었다고 한다. 한국과 이란 수교 40주년을 맞아 테헤란에는 2002년에 '서울공원'이 조성되기도 했고, 이제 수교 50주년이 넘었다. 이란은 인구가 7천 5백만 명 정도로 중동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다고 하며, 2009년에 중동에서 한국의 최대교역국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의 이란 제재를 무조건 쫓아가는 현정권의 반이란 정책이 시행된 이후로 이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고, 중동에서 '반한감정(反韓感情)'까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항상 비지니스 프렌들리를 외치면서, 왜 이런 사안에서는 완전히 거꾸로 가는가? 오로지 미국에만 의존해서 외교정책을 펼치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우리의 외교 문제도 미국이 해결해줄 줄 아는지 모르겠지만, 다들 알다시피 미국은 우리의 손해를 절대 책임지지 않는다. 만날 자원 외교를 떠들어봐야,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80%인 한국은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를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다면 불안정한 상태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중동에 친미정권들이 득세한다고 해도, 미국에 수탈 당하는 산유국들이 종미정권이라고 한국까지 신경 써주길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중동 국가들이 그러면 그럴수록, 외교 역량과 국제적 입지가 좁은 한국은 점점 더 미국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경제 분야에서의 한미 FTA에도 모자라, 외교 분야에서까지 정녕 그러고 싶은가?

이번 포스트에서 복잡하게 한미 동맹이 어떻고, 대이란 제재에서 한국 정부가 어떻게 해야할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한반도에 사는 우리에게 친일(親日)이 위험하듯이, 종미(從美)도 결코 좋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이 무조건 선한 것도 아니고, 이슬람 세력이 항상 잘못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동포 북한이 그저 악의 축이 아니듯이, 이란도 무조건 나쁜 국가가 아니다. 이런 기본적인 인식 위에서 우리가 이란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서로 정상적인 동반자 관계가 된다면, 이제까지 말했던 문제들의 상당수는 저절로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이란 국민들과 한국 국민들은 앞으로도 계속 이 지구촌에서 더불어 살아야 한다. 단순히 정부의 정책이 이렇다 저렇다를 뛰어넘어, 이란 민중과 한국 민중이 서로를 제대로 아는 게 훨씬 더 중요할 것이다. 그래서 여기 영화 한 편을 소개한다. 이란 영화다. 2006년에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고, 우리에게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Abbas Kiarostami, 1940~ )의 조감독 출신이 만든 영화이다. 제목은 오프사이드(Offside), 각본과 감독은 자파르 파나히(Jafar Panahi, 1960~ ).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2011년 광주국제영화제의 김대중노벨평화영화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고, '오프사이드'는 폐막작으로 상영되었다고 한다]
영화의 주무대는 2006년 독일월드컵의 본선 진출 국가를 가리는 최종 예선전이 벌어지는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축구경기장이고,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여성의 경기장 출입이 금지되어 있지만, 축구 경기를 보고 싶어서 축구장을 찾아온) 이란의 젊은 여성들과 의무 경찰들이다. 앞에서 글이 좀 길었으니 설명은 짧게 줄이고, 곧장 [오프사이드]의 줄거리 속으로 들어가보자.


 
오프사이드 (Offside, 2005)
이란 | 코미디, 드라마 | 91분 | 각본, 감독 : 자파르 파나히(Jafar Panahi)


1. 월드컵 축구 최종예선, 바레인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는 이란의 수도 테헤란. 한 중년남성이 경기장으로 간 딸아이를 걱정하며 찾아 나선다. 이란 '남성'들은 뜨거운 열기에 흥분한 채 경기장으로 들어가지만, 이란 '여성'들은 경기장에 원래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남성들만의 축제 속에서, 한 소녀가 경기장에 들어가려다 경찰에 붙잡힌다.

중년남성 - 걸리면 봉변 당할 게 틀림없어, 잡히기 전에 찾아야 할 텐데, 큰일났어.
소녀를 본 청년 - 쟤도 가고 싶은가 보지, 모른 척 해줘.
어떤 남자 - 집에서 보시면 되잖아요?
맹인 할아버지 - 경기장은 맛이 다르잖나!

경찰
- 여기는 왜 들어왔어? 저 계집애 잡아!

소녀 - 들여 보내주시면 몰래 볼께요, 제발요.
경찰 - 안 돼!

 
2. 경기장에 몰래 들어가려다 붙잡힌 소녀들은 관중석 바로 옆에 임시로 격리되어 있었다. 소녀는 그곳에 갇히고, 의무복무 경찰들이 그 앞을 지킨다. 관중들의 함성을 들으며 경기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소녀들과 억지로 지키고 서있는 의경들은, 온갖 푸념을 다 늘어 놓는다. 그러면서도 의경들은 좁은 틈으로 경기장을 보며, 소녀들에게 축구 중계를 한다.

후임 의경 – 몇 달 남았습니까?
선임 의경 – 4개월..
후임 의경 – 좋겠습니다, 전 18개월입니다.

의경 - 담배 꺼!
여자 - 담배 피우는 것도 죄냐?
의경 - 피우고 싶으면 집에 가서 피워.
다른 소녀 - 경기 보는 것도 아닌데 왜 막아요?
의경 - 명령이 그래.
의경 - 그깟 축구가 무슨 상관이야, 나야말로 휴가 받을 참이었는데.
여자 - 아저씨 휴가랑 우리랑 뭔 상관이야.
의경 - 너희들 때문에 내가 이러고 있잖아, 지금쯤 휴가 가서...
의경 - 제발 봐줘라. 우리가 책임자라서 문책 당할 거야.
여자 - 나도 아저씨가 벌 받는 건 싫어.

 
3. 갇혀있던 소녀들 중에 한 명이 경기장엔 여자화장실이 없어서 의경과 함께 남자화장실에 가는데, 혼란을 틈타 관중석으로 도망가버린다. 그사이 경찰복을 입고 귀빈석에서 축구를 보던 한 소녀가 잡혀오고, 딸을 찾아 나섰던 중년남성도 임시 격리소에 나타나 딸을 찾는다. 화장실에서 도망쳤던 소녀는 의경들을 생각해서 다시 돌아오고, 경기를 직접 봤다며 신나게 떠든다.

여자 - 왜 여자는 경기장에 못 들어가는 거야?
의경 - 여자는 남자랑 앉으면 안 돼.
여자 - 그럼 일본 여자는 어떻게 들어가?
의경 - 일본 여자니까.
여자 - 그럼 이란 여자인 게 문제인 거네? 일본 여자면 볼 수 있고?
의경 - 우리 말을 못 하잖아. 욕을 해도 못 알아들으니까 괜찮아.
여자 - 그럼 욕하는 게 문제네?
의경 - 그것만이 아니지, 여자랑 남자는 동석이 금지야.
여자 - 그럼 극장에서는?
의경 - 그건 다르지.
여자 - 어떻게 다른데? 어둡기까지 한데.
의경 - 극장은 같이 못 앉아.
여자 - 여자랑 남자랑 같이 앉던데?
의경 - 그럴 리가 없어, 여자가 거기 있었다면, 가족이랑 같이 있었겠지.
여자 - 그래? 아빠나 오빠랑 오면 들여보내 줄거야?
의경 - 안 돼, 아빠랑 남편, 오빠랑도 안 돼. 결혼했어?
여자 - 아니, 너무 일러, 공부하고 싶거든.
의경 - 좋겠네, 그러니까 아빠나 오빠도 다른 여자한테는 외간 남자일 수 있지. 넌 아는 사람이라도, 다른 여자는 모르잖아.

 
4. 갑자기 나타난 경찰 대장은 소녀들을 풍기단속반으로 호송하라고 명령하고 사라진다. 폭죽을 지니고 있다가 적발된 한 소년과 함께 소녀들은 버스에 앉고, 의경들도 같이 버스를 타고 경기장을 떠난다. 이동 중에 한 소녀가 집 근처라고 내리려고 하자 다른 소녀들이 계속 함께 놀자며 말리고, 의경들은 목마른 소녀들을 위해 물을 사온다.

한 소녀 - 세워 주세요, 우리집 이에요. 잘 있어, 얘들아.
의경 - 내린다는 소리마.
한 소녀 - 전 여기에 산다구요.
다른 소녀 - 진짠가 봐요, 얘네 엄마도 만나보세요.
여자 - 딸 데려다 줬다고 칭찬할 것 같은데, 밥이라도 대접할지 알아요?
한 소녀 - 남은 경기도 같이 보면 되잖아.
의경 - 가긴 어딜 가? 풍기단속반에 넘겨야 한다니까. 한 명이라도 없으면 큰일나.
여자 - 이렇게 우리만 놔두고 지루한 집에 가려고? 우린 모두 우아한 축구팬들이야, 같이 가보자.
다른 소녀 - 내일 아침 일찍 들어가면 되잖아.
한 소녀 - 목마른데, 물이라도 사올게요.
소녀들 - 나도 목마르다.
의경 - 내가 사오지, 가만히 있어.

 
5. 의경은 버스의 망가진 안테나를 고쳐, 라디오를 듣게 해준다. 축구 중계에 열중하던 여섯 소녀는 마침내 이란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버스 안의 사람들은 모두 환호하고, 소년은 폭죽을 터뜨린다. 열광하는 테헤란 시민들 사이에 갇힌 버스. 의경들과 같이, 소녀들은 많은 시민과 함께 큰 기쁨을 나눈다. 모두의 축제 속에서..

여자 - 왜 울어?
소녀 - 아무것도 아냐...
여자 - 이겼잖아, 축구 좋아서 경기장 간 거 아냐?
소녀 - 친구 때문이야.
여자 - 무슨 소리야?
소녀 - 저번 일본전에서 압사 당했거든, 살아 있으면 좋아했을 텐데.
여자 - 어쩔 수 없잖아.
소녀들 - 친구 대신 축하하자, 친구라도 그럴 거야.
소녀 - 갑자기 슬퍼져서...
여자 - 월드컵 생각을 해봐.
테헤란 시민들 - 월드컵 진출!

오프사이드(Offside) - 10점
자파르 파나히(Jafar Panahi) 감독/대경DVD


이상으로 자파르 파나히(Jafar Panahi) 감독의 이란 영화 [오프사이드(Offside)]의 줄거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해 보았다. 줄거리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테헤란 시민들도 다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이다. 국방의 의무를 지고 있는 한국의 군인들이 빨리 시간이 가길 바라는 것처럼 이란의 의경들도 남은 개월 수를 세고, 한국의 축구팬들이 월드컵 경기에 열광하듯 이란의 소녀들도 축구를 보고 싶어한다. 다만, 한국에서 여성이 담배 피우는 것을 무슨 큰 잘못인 것처럼 취급할 때가 있었듯이 이란에서는 여성의 경기장 출입을 터부시하는 문제가 있으며, 한국보다는 이란이 상대적으로 좀 더 폐쇄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물론 한국인들 입장에서 보면 그 정도가 꽤 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란인들 입장에서도 한국 사회를 봤을 때 이상한 점이 한 둘이 아닐 거란 것쯤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유럽인이 한국을 보고 이해 안 되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듯이, 한국인이나 이란인도 서로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런 통상적인 이해 부족은 큰 문제가 아닐지 모른다. 정말 심각한 것은 한국에서 흔히 '개독'이라고 불리는 배타적인 특정 종교인들의 존재와 같이, 이란에도 있다고 하는 소수의 폭력적인 근본주의자들일 것이다. 아마도 영화속의 소녀들이 남자들과 함께 경기장에서 월드컵 축구경기를 보지 못하는 이유 역시 이런 소수의 근본주의자들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국에서 특정 종교인들이 문제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란 사회에서도 이들이 문제시 되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 자파르 파나히의 [오프사이드] 같은 영화도 나왔을 테고, 꽤 특수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나라에나 이런 식의 문제는 있기 마련이기에 이 작품이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받을 수 있었으리라. 아무튼 이 영화는 그리 녹록치 않은 주제를 담고 있지만 무척 밝고 유쾌하게 얘기를 풀어나가고 있으며, 코믹하면서도 끝까지 주제의식을 잃지 않는 훌륭한 이야기 구조와 연출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인들처럼 이란이라는 나라에 대해 거의 모르는 사람들도 이 작품을 통해 이란 사회의 현실을 이해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고, 모든 걸 다 떠나서 영화 자체적으로도 상당한 재미와 감동이 있으니, 만날 미국 영화만 보지 말고 이런 영화도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보길 권한다.

영화는 일종의 환상인데, 미국 영화만 보는 사람들은 미국에 대한 환상을 가지기도 쉽지 않을까? 특히 거대 자본으로 만들어지는 헐리우드 영화는 특별히 상업적인 흥행을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고,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을 갖게 하는 경우가 좀 많은 편이다. 그래서 의도적이든 의도적이 아니든 미국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가지게 되기도 하는데, 맨 앞에서 말했듯이 미국이라고 항상 세계 평화와 보편적 인권을 위해 싸우는 건 아니다. 미국과 이란이 충돌할 때, 설사 한국 정부가 무조건 미국 편을 들더라도 우리 민중은 그런 식으로 무턱대고 따라가서는 안 되지 않을까? 각 사안마다 과연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고, 각국 정부보다는 각국의 민중들에게 무엇이 더 도움이 되는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인류 역사를 통해 언제나 확인할 수 있듯이, 정부가 원하는 것과 민중이 원하는 것이 항상 동일하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미국 영화만 보고 미국 편만 드는 건 참 바보같은 짓이다. 이렇게 괜찮은 이란 영화도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