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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α

페드로 알모도바르, 페넬로페 크루즈의 [귀향(Volver)] 줄거리

모든 여성들을 위한 가족사 [귀향(Volver, To Return, 2006)]

스페인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Pedro Almodóvar, 1949~ )의 신작 [내가 사는 피부(La Piel que Habito, The Skin I live in, 2011)]가 최근에 개봉했다. 영미권(英美圈) 감독이나 일본과 중국 같은 주변국 감독 외에, 이렇게 한국에서 꾸준히 주목받으며 신작이 비교적 때맞춰 개봉하는 감독은 그다지 많지 않은 듯하다. [내가 사는 피부]를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각종 영화제에서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고 하니, 다시 한 번 Pedro Almodóvar의 특별한 재능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의 영화 중에서 개인적으로 참 감동적으로 본 작품이 바로 [귀향(Volver, To Return, 2006)]이라는 영화인데,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매력적인 배우 페넬로페 크루즈(Penélope Cruz, 1974~ )가 주연으로 나오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주인공들이 모두 여성이고, 어머니와 딸의 이야기가 중심에 있으며, 여성의 인생 자체에 대해 깊이 있는 시선을 보여주는 작품이다(흔히 말하는 여성영화 또는 페미니즘영화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그래서 꼭 여성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남성 감독인 페드로 알모도바르가 각본을 쓰고 연출을 했다는 걸 상기한다면 꽤 놀라운 일인 것 같다. 물론 영화 전체적으로 모성애와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남자가 모녀 관계에 대해서 이토록 밀도 있으면서도 아름답게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게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래서였는지, 이 작품은 제59회 칸영화제(2006)에서 이례적으로 페넬로페 크루즈를 포함해서 주연급으로 출연한 여배우 6명이 모두 여우주연상을 공동수상하기도 했다. 자 그럼, 이번에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내가 사는 피부] 개봉을 맞아 그의 전작인 [귀향(Volver)]의 줄거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보도록 하자.


귀향 (Volver, To Return, 2006) 
스페인 | 드라마, 코미디, 판타지 | 120 분 | 각본, 감독 : 페드로 알모도바르(Pedro Almodovar)
출연: Penélope Cruz(라이문다 役), Carmen Maura(이렌느 役), Lola Duenas(쏠레 役), Blanca Portillo(아우구스티나 役), Yohana Cobo(딸 파울라 役), Chus Lampreave(이모 파울라 役)

1. 고향 방문
라이문다와 딸 파울라, 그녀의 여동생 쏠레는 함께 고향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눈이 잘 보이지 않고 치매에 걸린 이모 파울라의 집을 찾아 간다. 그리고 바로 앞집에는 친한 이웃 아우구스티나가 살고 있는데, 그녀는 거동이 불편한 파울라 이모에게 신경을 많이 써준다. 라이문다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화재로 돌아가셨고, 같은 날 아우구스티나의 어머니도 실종되었다. 라이문다와 파울라, 쏠레는 움직이기조차 힘든 파울라 이모의 집에 있는 헬스 자전거를 이상하게 생각하고, 이모에게서 받은 맛있는 도너츠를 먹어보고는 놀란다.

2. 남편의 죽음
마드리드의 집에 돌아와보니 라이문다의 남편 파코는 해고 당했다. 식당과 세탁소에서 일하고 건물청소부까지 하며 억척스럽게 사는 라이문다.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왔는데 파울라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 자기를 덮치는 파코를 칼로 찔러 죽인 파울라. 라이문다는 파울라에게 자기가 파코를 죽인 걸로 하자고 말한다. 집 바로 옆 식당의 주인이 식당 열쇠를 맡기고 한동안 여행을 떠나자, 라이문다는 식당 냉동고에 파코의 시체를 숨긴다. 파울라 이모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지만, 장례식에 가지 못하게 된 라이문다.



3. 이모의 죽음
라이문다는 쏠레 혼자 고향으로 보내 장례식을 치르게 한다. 장례식에 온 쏠레는 파울라 이모의 집에서 죽은 엄마의 모습을 보고, 바로 도망친다. 아우구스티나는 장례를 잘 치르고, 쏠레를 다독여 준다. 쏠레는 아우구스티나에게서 엄마의 유령 얘기를 들으며 놀라고, 마을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미신을 잘 믿는 시골 사람들은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례식을 마치고 마드리드로 돌아온 쏠레.

4. 엄마의 출현
쏠레의 차 트렁크에 몰래 타고 마드리드로 온 라이문다와 쏠레의 엄마, 이렌느. 이렌느는 무허가 미용실을 하는 이혼녀 쏠레 앞에 나타난다. 남자 복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세 모녀 이렌느, 라이문다, 쏠레. 쏠레는 엄마를 주변 사람들에게는 러시아 사람이라고 속이고 미용실에서 같이 일한다. 라이문다는 우연히 쏠레의 집에 들렀다가 엄마가 뀌던 방귀 냄새를 맡고, 이렌느가 가져온 이모의 보석상자를 보고는 쏠레가 그것을 훔쳐왔다고 오해한다. 하지만 쏠레는 엄마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언니에게 숨긴다.



5. 라이문다의 노래
라이문다는 얼떨결에 근처에서 영화를 찍는 스텝들의 식사를 책임지게 되고, 이웃 여자들의 도움을 받아 식당을 운영해 돈을 번다. 영화의 촬영이 끝나고, 마지막 파티를 하는 날 밤. 라이문다는 자신의 노래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딸 파울라를 위해 노래를 부른다. 그 노래는 어렸을 때 이렌느가 가르쳐 준 노래였고, 노래를 부르면서 라이문다는 눈물을 흘린다. 쏠레와 함께 차를 타고 식당에 왔다가, 차 안에 숨어서 라이문다를 보고 있던 이렌느. 그녀는 라이문다의 노래를 듣고 역시 눈물을 흘린다.

6. 아우구스티나의 발병
아우구스티나가 암에 걸려 마드리드의 병원으로 오고, 그 소식을 들은 라이문다는 파울라를 쏠레에게 맡기고 병원으로 찾아간다. 아우구스티나에게서 이렌느가 이모를 돌봐줬다는 말을 듣는 라이문다. 아우구스티나는, 이렌느에게 사라진 자기 엄마의 소식을 물어봐 달라고 부탁한다. 엄마가 나타났다는 것을 믿지 않는 라이문다는 난처해 하면서도 일단 그 부탁을 받아 들인다.



7. 손녀와 만나는 이렌느
쏠레의 집에서 손녀 파울라와 만나 얘기를 나누는 이렌느. 이렌느는 라이문다와 원래는 사이가 좋았지만 딸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관계가 안 좋아졌고 라이문다는 파울라 이모에게 맡겨져서 생활했다고 하면서, 손녀에게 라이문다를 많이 사랑해 주라고 말한다. 라이문다는 파코가 좋아하던 강가에 그의 시체를 묻고 돌아온다. 식당에 찾아온 아우구스티나는 라이문다의 아빠와 자신의 엄마가 몰래 만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데, 같은 날 죽은 라이문다의 부모님과 실종된 자기 엄마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제기한다.

8. 엄마와의 재회
결국, 엄마와 다시 만나게 된 라이문다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얘기들을 나눈다. 자기 남편이 딸 라이문다를 강간하고 아이를 갖게 했다는 것, 그래서 파울라는 라이문다의 딸이면서 동생이라는 것을 알게 됐던 이렌느. 그녀는 오두막에 불을 붙여 남편과 아우구스티나의 엄마를 죽였고, 남편과 함께 묘지에 묻힌 건 이렌느가 아니라 아우구스티나의 엄마였던 것이다. 화재 사고가 있은 뒤, 그 충격으로 정신을 놓아버려 치매에 걸린 파울라 이모를 이렌느는 죽는 날까지 돌봐주었다. 남편과의 일을 처음에 몰랐다는 것에 대해 라이문다에게 사과하는 이렌느.



9. 귀향
파코를 묻은 강가에 들른 이렌느, 쏠레, 파울라 그리고 라이문다. 한 데 뭉친 네 여자는 끝까지 함께 하기로 하고, 이모의 집에서 같이 살게 된다. 외롭게 암투병을 하는 아우구스티나 앞에 나타난 이렌느는 아우구스티나의 간호를 해준다. 아우구스티나가 죽는 날까지 자신이 돌봐주겠다고 라이문다에게 말하는 이렌느. 라이문다는 엄마와 할 얘기가 너무나 많다고 말하며 사랑하는 엄마를 껴안고 행복해 한다.


귀향(Volver) CE [2disc] - 10점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페넬로페 크루즈 외 출연/AltoDVD (알토미디어)

이상으로 페드로 알모도바르(Pedro Almodóvar) 각본, 연출 그리고 페넬로페 크루즈(Penélope Cruz) 주연의 칸 영화제 각본상과 여우주연상 수상작 [귀향(Volver, To Return, 2006)]의 줄거리를 다 정리해 보았다. 남편을 죽인 직후부터 가족과 떨어져 숨어 산 이렌느. 아버지에게 성폭행 당해서 딸을 낳은 라이문다. 아버지의 겁탈을 거부하다가 살인을 저지른 파울라. 이게 바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안타까운 여성 3대의 삶이다. 라이문다는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해서 딸을 낳았는데, 그녀의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죽인 다음부터 라이문다의 앞에 나설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은 그녀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딸을 강간하려다가 죽임을 당하고, 라이문다는 어머니에게서 딸로 반복되는 참혹한 비극 앞에서 죽은 줄만 알았던 어머니를 다시 만난다. 라이문다의 아버지는 어머니가 죽였고, 라이문다의 남편은 딸이 죽였다. 라이문다의 아버지는 딸을 강간했고, 라이문다의 남편은 딸을 성폭행하려 했다. 정말 충격적이고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너무나 슬프게도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아주 가끔 이런 비슷한 뉴스가 실제로 보도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감동적이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까닭은,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아름다운 미장센과 페넬로페 크루즈를 비롯한 출연 여배우들의 감동적인 연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위의 포스터나 이미지들에서도 살짝 엿볼 수 있듯이, 감독은 굉장히 강렬한 색감과 관능적인 구도를 통해 잔혹하지만 환상적으로 예쁜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 속에서 언제나 위트를 잃지 않는 대사와 일관되게 여성들의 따뜻한 몸짓이 살아있는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으며, 여배우들의 솔직한 연기는 모녀간의 지극한 사랑을 감동적으로 잘 표현해내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강간, 살인, 시체 유기 등이 줄거리상 주요 사건으로 등장하지만, 그것 자체가 중요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이런 것들은 단지 상황일 뿐, 그 안에 존재하는 여성들의 관계와 감정선이 밀도 있게 온전히 이야기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작품 속에 남자 배우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 것처럼, 그 어떤 남성의 폭력도 여성의 사랑을 훼손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귀향(Volver)]은 가식적으로 여성의 희생을 들먹이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 여성들의 생존의지와 자기방어, 본능적인 투쟁을 보여준다. 이게 바로 이 작품에서 우리가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