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치아노의 [전원의 합주곡]과 [우르비노의 비너스],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과 [올랭피아]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정신과 육체를 구별했지만 둘이 서로 연결된 것으로 보았으며, 이상화된 고대 그리스의 완벽한 누드는 서양 미술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따라서 누드는 고귀한 정신과 아름다운 육체를 표현하는 수단이었고, 누드화는 화가가 자신의 특별한 솜씨를 뽐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르네상스 이후 누드는 화가의 수련 과정에서 필수적이었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같은 화가는 사람의 몸 조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신체를 직접 해부한 걸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16세기 이후 설립되기 시작한 미술 아카데미에서는 누드에 대한 공부가 회화 교육의 기초였는데, 여기에는 과거 거장들의 작품을 연구하는 것도 핵심적인 사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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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에서 그 영향력이 다른 어떤 화가보다도 막강하고, 여성 누드의 기준을 수립했다고 일컬어지는 '회화의 군주' 티치아노(Tiziano Vecellio, Titian, 1488~1576)의 작품 역시 아카데미의 주요한 학습 과제였으며, '화가들의 천국'이었다고 할 수 있는 19세기 파리에서도 물론 그랬다. 당시에 현존하던 화가들의 정기적인 전람회이자 국가적 미술 전시회인 '살롱'은 황제까지 직접 참여해서 당선작을 선정할 정도로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이때 파리에서 살롱의 인기 화가가 된다는 것은 부와 명성을 동시에 얻는 것이었지만, 앞서 말했듯이 과거 거장들의 작품이 중시되는 풍토에서 주목을 받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표현기법을 따라가는 것이 유리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예술가에게 어떤 식으로든 족쇄가 되었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 아래에서 처음으로 아카데미와 살롱의 권위에 도전한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인상주의의 아버지'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 1832~1883)였다. 그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비례를 중시하는 누드화의 고전적인 전통, 즉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이제까지의 누드를 거부하고, 구스타브 쿠르베(Gustave Courbet)처럼 사실주의적으로 누드화를 그렸다. 일부러 이상화하지 않은 마네의 그림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으며, 1863년에 그린 두 점의 누드화 [풀밭 위의 점심(Le déjeuner sur l'herbe, The Luncheon on the Grass, 1863)]과 [올랭피아(Olympia, 1863)]는 파리 미술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킨다.

당대에는 환영 받지 못한 위대한 화가들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그 당시에는 시련이 있었지만, 현재 이 두 그림은 너무나도 유명한 마네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파리 오르세 미술관(Orsay Museum)의 소장품 중에서도 가장 손꼽히는 작품들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여기서 특이할 만한 사항은, Édouard Manet의 이 두 작품이 모두 Tiziano Vecellio의 그림 [전원의 합주곡(Concerto campestre, Pastoral Concert, 1510)]과 [우르비노의 비너스(Venere di Urbino, Venus of Urbino, 1538)]를 개작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포스트에서는 티치아노
와 에두아르 마네의 닮은 듯 다른 누드화 두 쌍을 비교해 보고자 하는데, 먼저 Tiziano의 '전원의 합주곡'과 Manet의 '풀밭 위의 점심'을 살펴보도록 하자.

티치아노(Titian), [전원의 합주곡], 1510년. 캔버스에 유채, 105 x 136.5cm, 파리 루브르박물관

마네(Manet), [풀밭 위의 점심], 1863년. 캔버스에 유채, 206 x 264cm, 파리 오르세미술관

티치아노의 [전원의 합주곡(Concerto campestre, Pastoral Concert)]은 한때 조르조네(Giorgione, 1477~1510)의 작품으로 추정되기도 했으나, 요즘엔 티치아노의 작품이라는 설이 지배적인 그림이다. 이는 Tiziano와 Giorgione가 둘 다 당시의 가장 뛰어난 대가였던 벨리니 형제의 제자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티치아노의 초기 작품들이 조르조네의 기법이나 주제와 유사한 점이 많아서 그렇다고도 한다.


아무튼 이 그림은 완전히 나체에 가까운 두 여성(유리병에서 무언가를 쏟아붓는 왼쪽의 여성과 플루트를 연주하고 있는 오른쪽의 여성)과 옷을 차려입고 있는 두 남성(화려한 귀족의 옷을 입고 류트를 연주하는 왼쪽 남성과 허름한 옷을 입고 앉아있는 오른쪽 남성)이 대조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이 작품은 1504년 나폴리에서 출판된 산나차로의 시집 [아르카디아(Arcadia, 르네상스 시대에 '낙원'으로 묘사된 지역)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하는데, 그림 속의 두 여인은 요정들로서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두 남자 사이의 대화에는 참여하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상당히 평화스러운 분위기와 이상적인 누드를 그린 그림이며, 등장인물들의 시선도 부드럽다.

 

공부가 되는 세계 명화 - 10점
글공작소 지음/아름다운사람들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Le déjeuner sur l'herbe, The Luncheon on the Grass)]은 당시에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결국 공식 살롱전에서 거절 당한 뒤에 낙선전에서 첫 선을 보였다. 낙선전은 탈락한 화가들의 격렬한 반발을 무마시키려는 목적으로 황제가 마련해준 것이라고 하는데, 이 그림에서 Manet는 누드를 이상화하기보다는 나체 그대로의 여인을 상류층의 정장을 입은 남자들 사이에 그렸다. 옷을 입은 남성들과 벌거벗은 여성의 조합은 마네가 르네상스 회화의 거장인 티치아노를 연구했고 거기에 영향 받았음을 드러내는데,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만의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에 주저하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이 작품의 한가운데에 위치하면서, (그때는 무척 충격적이었을) 그림 밖의 관람자를 쳐다보는 듯한 시선을 보내는 나체의 여성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녀는 [전원의 합주곡]에 등장하는 여인들처럼 이상화된 요정이 아니라, 실제로 Édouard Manet가 좋아했던 모델 빅토린 뫼랑(Victorine Meurent, 1844~1927)이었다. 마네는 이전까지의 누드화와는 달리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을 그대로 직설적인 화법을 통해 그렸고, 당시의 대중이 보기에는 너무나 사실적으로 표현했기에, 나체를 터부시하는 보수적인 부르주아 남성들의 반감을 샀던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이 그림을 비난하는 상황에서, 마네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준 이는 프랑스의 소설가 에밀 졸라(Émile Zola, 1840~1902)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분명하고 분별력 있는 시각을 가진 이 화가의 그림은 눈을 즐겁게 해주는 우아함과 거친 현실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풀밭 위의 점심]을 계기로 Manet는 젊고 진보적인 화가들의 중심인물이 되었다. 할 이야기는 참 많지만, 티치아노의 [전원의 합주곡(Concerto campestre, Pastoral Concert,1510)]과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Le déjeuner sur l'herbe, The Luncheon on the Grass, 1863)]에 관한 내용은 일단 이쯤에서 마치고, 곧바로
Tiziano의 '우르비노의 비너스'와 Manet의 '올랭피아'에 대한 얘기로 들어가 보자.

 

티치아노(Titian), [우르비노의 비너스], 1538년. 캔버스에 유채, 119 x 165cm, 피렌체 우피치미술관

마네(Manet), [올랭피아(Olympia)], 1863년. 캔버스에 유채, 130.5 x 190cm, 파리 오르세미술관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Venere di Urbino, Venus of Urbino)]는 우르비노 공작의 주문을 받아 그린 작품인데, (공작의 신부로 추정되는) 그림 속의 여자는 사랑의 상징인 장미를 손에 쥐고 있고, 새하얀 시트 위에 누운 그녀의 발치에 웅크리고 있는 개는 충실함(정절)을 상징하는 걸로 해석된다고 한다. 오른쪽 배경은 혼례용 상자에서 하녀들이 드레스를 꺼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남성에게 순종적이고 나긋하며 유혹적인 여성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다만 [전원의 합주곡]에서는 신화 속의 여인을 아름답게 그렸다면, [우르비노의 비너스]는 일반 여성을 이상적으로 그린 점이 좀 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네의 [올랭피아(Olympia)]에는 [풀밭 위의 점심]에도 나왔던 실제 인물 빅토린 뫼랑(Victorine Meurent)이 또 등장하는데, 그녀는 값비싼 실크 숄 위에 구두 신은 발을 뻗고 있다. 당시 많은 코르티잔(고급 창녀)들은 고객(남성)에게 이국적인 이미지로 다가가기 위해 예명을 쓰는 것이 흔했는데, 이 그림의 제목 역시 그녀의 역할을 명확하게 암시하고 있는 거라고 한다.

 

흑인 하녀는 어느 고객이 보내온 것이 분명한 꽃다발을 전해주고 있으며, 티치아노의 얌전한 개와는 달리 덤벼들 듯이 등을 곧추 세운 침대 끝의 고양이를 통해 직접적으로 도전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더욱 당혹스러운 것은 그림 안에서 그림 밖의 관람자를 응시하고 있는 나체의 매춘부가 보여주는 도발적인 시선인데, 대중들을 불편하게 만들려고 작정한 듯한 그녀의 표정은 당시 사람들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때 언론은 "누런 뱃살을 드러낸 질 나쁜 모델을 도대체 어디서 발견했는가"라고 하며 마네를 조롱했으며, 비평가들도 [풀밭 위의 점심]에 쏟아냈던 비난 이상으로 혹평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작품은 걸작으로 평가 되었고, 진정 현대적이며 사실적이고 탁월한 자연주의 누드로 인정 받게 된다.

 

조르조네(Giorgione), [잠자는 비너스], 1510년. 캔버스에 유채, 108.5 x 175cm, 드레스덴 회화관

마네가 그린 에밀 졸라(Émile Zola)의 초상화, 1868년. 캔버스에 유채, 146 x 114cm, 파리 오르세미술관

글을 마무리 짓기 전에, 이 작품들과 관련된 작품 2개를 잠깐 보고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다. 그 중 하나는 위에서 언급한 조르조네(Giorgione)의 그림인데,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Venere di Urbino, Venus of Urbino, 1538)]가 여러 가지 면에서 참고한 그림인 [잠자는 비너스(Venere dormiente, Sleeping Venus, 1510)]이다. 워낙 많이 비슷해서, 굳이 다른 설명은 필요 없을 듯하다.

 

두 번째 그림은 Manet가 자신을 지지해준 에밀 졸라의 초상화를 그린 것인데, 마네 스스로도 [올랭피아(Olympia, 1863)]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는지, 에밀 졸라에게 초상화를 선사하면서 일본 판화 옆에 이 작품을 그려넣은 걸 볼 수 있다.

이상으로, '화가들의 천국'이었던 19세기 파리에서 아카데미와 살롱의 기준이 되었던 위대한 화가 티치아노(Tiziano Vecellio, Titian)의 누드화 [전원의 합주곡(Concerto campestre, Pastoral Concert)]과 [우르비노의 비너스(Venere di Urbino, Venus of Urbino)]를 살펴보면서, 그런 아카데미와 살롱의 권위에 직접 도전했던 한 사람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의 누드화 [풀밭 위의 점심(Le déjeuner sur l'herbe, The Luncheon on the Grass)]과 [올랭피아(Olympia)]를 함께 비교해 보았다.

이렇게 두 화가의 닮은 듯 다른 누드화를 같이 보면, 동시대의 조르조네를 따라 그렸던 티치아노만큼이나, 몇 백 년 전의 티치아노를 철저히 연구했던 마네 역시 선배 화가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마네의 도전은 단순히 티치아노를 부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재능을 바탕으로, 지금 바로 여기에서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행하기 위한 진정한 모험이었으리라. 결국 19세기 파리에서 마네는 사실주의와 인상주의 사이의 훌륭한 다리가 되었고, 근대적이면서도 지극히 세련된 작품으로 끝내는 모두에게 인정 받는 역사적인 화가로 영원이 남게 된 것이다. 마네의 바로 옆에서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잘 몰랐지만, 우리는 이제 안다. 마네도 티치아노처럼 위대한 화가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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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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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lla O. 2011.08.19 06: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덕분에 많이 배우고 갑니다 :)
    예술은 역시 아는만큼 보이는 것 같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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