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고전영화 '애수(Waterloo Bridge, 1940)' 줄거리로 다시보기.

초고해상도의 디지털 영화가 상영되고, 총천연색으로 온갖 특수효과가 펼쳐지는 요즘에도 사람들이 잊지 않는 흑백영화가 있다.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사랑받는 고전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아마 우리가 현재 보는 영화들의 원형이 흑백영화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여러 가지 다른 요소가 첨가되고 표현방식은 조금 변했을지 몰라도, 결국엔 같은 이야기를 다양하게 변주하는 것이기에 원형의 힘, 스토리의 힘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 남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올해 극장에서 봤던 영화에서 즐거움을 줬던 얘기들이 70년 전 영화에서 이미 시도되었다는 것을 발견할 때면, 깜짝 놀라기도 하고 평소에 익숙했던 것들이 좀 색다르게 보인다. 게다가 다른 장식이 없이 오직 원형 그대로의 형태가 온전히 맨얼굴로 드러나 있는 고전영화를 보면, 의외로 흥미롭고 심지어 어떤 희열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이건 순도 높은 이야기의 매력, 있는 그대로의 매력, 단순함의 매력이 자체적으로 빛을 발하는 것일 게다. 그런 고전 흑백영화를 보면 예상보다 상당히 재미있게 생각될 때도 많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인상적인 장면들도 꽤 있다.

 


항상 디지털 기기들과 함께하지만 가끔은 아날로그가 그리울 때도 있고 언제나 자동화된 시스템 속에서 살지만 가끔은 수작업과 손재주에 매료될 때가 있듯이, 이번에는 고전 흑백영화 [애수(Waterloo Bridge, 1940)]의 줄거리를 살펴보고자 한다. 작품 속에 등장해서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던 스코틀랜드 가곡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 old long since, 석별)'을 수잔 보일(Susan Boyle)의 목소리로 들으며..

 

Susan Boyle - Auld Lang Syne

 

애수(Waterloo Bridge, 1940) 
미국 | 전쟁,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 103 분 | 감독: 머빈 르로이(Mervyn LeRoy)
출연: 비비안 리(Vivien Leigh, 마이라 役), 로버트 테일러(Robert Taylor, 로이 役)

 

머빈 르로이(Mervyn LeRoy)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한국에서도 6.25 전쟁 당시 임시수도였던 부산에서 처음으로 개봉해 수많은 관객을 울렸다고 하는데, 두 주인공인 비비안 리(Vivien Leigh, 1913~1967)와 로버트 테일러(Robert Taylor, 1911~1969)는 지금 봐도 무척 멋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약 70여 년 전에 만들어진 흑백 고전영화 속으로 들어가보자.

 


1. 회상
1939년 독일과의 전쟁을 앞둔 영국. 1차 대전에 이어 2차 대전에도 참전하게 된 영국군 대령 로이 크로닌. 차를 타고 워털루 역으로 가던 로이는 워털루 다리에서 잠시 내린다. 그는 다리 난간에 기대 서서 행운의 마스코트를 꺼내보며, 깊은 회상에 잠긴다.

 

 

2. 만남
1차 대전 중 런던. 로이 크로닌 대위는 워털루 다리 위에서 공습경보를 듣는다. 그 옆을 지나가던 마이라 레스터와 친구들은 대피소를 향해서 달린다. 뒤쳐진 마이라를 로이가 도와주고, 함께 대피소로 들어온다. 로이는 마이라가 오늘 저녁공연을 앞둔 무용수라는 것을 알게 되고, 마이라는 로이가 내일 전선으로 떠나는 낭만적인 군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헤어질 때, 마이라는 자신의 소중한 행운의 마스코트를 로이에게 건넨다.


3. 키스
그날 밤, 로이는 마이라의 공연장에 나타나고 그녀의 아름다운 발레공연을 보게 된다. 엄격한 무용단 마담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마이라의 단짝친구 키티의 도움으로 두 사람은 촛불클럽에서 다시 만난다. 전쟁과 삶에 대해 대화하고, Auld lang syne 연주를 들으며 춤을 추는 마이라와 로이. 촛불이 하나 둘 꺼지고, 어둠 속에서 키스한다. 로이는 그녀를 바래다 주고, 마이라는 전장으로 떠나는 그와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눈다.


4. 청혼
다음 날, 전선 투입이 이틀 연기된 로이는 그녀에게 청혼하고, 마이라는 행복하게 그를 따른다. 고아이고 무용수인 마이라의 출신에 개의치 않는, 귀족 가문의 로이는 자신의 상관이자 친척인 연대장에게 허락을 받는 데 성공한다. 곧바로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려고 하지만, 법이 정하는 시간을 놓쳐서 별 수 없이 내일 오전에 결혼하기로 한다. 마이라는 가진 돈을 전부 쇼핑하는 데 쓰고, 무용단 친구들과 함께 기쁨을 나눈다.


5. 이별 그리고 가난
갑자기 로이는 전장으로 떠나는 기차에 몸을 싣게 되고, 마이라는 공연을 포기한 채 워털루 역으로 향한다. 제대로 얘기도 못 나누고 헤어진 두 사람. 공연을 하지 못한 마이라는 무용단 마담과 대면하고, 그녀의 편을 들던 키티와 같이 무용단에서 해고당한다. 직장을 구하지 못해 무척이나 궁핍한 생활에 놓이고 파산할 지경에 처해서 키티는 힘들어 하지만, 마이라는 로이가 걱정할까 봐 그런 상황을 알리지 않는다.



6. 죽음
어느 날, 로이의 어머니 마거릿이 런던으로 와서 마이라를 만나기로 하는데, 만남 직전에 마이라는 신문에서 로이의 사망소식을 보게 된다. 극도의 충격에 빠진 마이라, 마거릿에게 로이의 죽음에 관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헤어진다. 아픈 마이라의 약을 사기 위해 그리고 너무 배가 고팠기 때문에, 키티는 매춘을 하게 된다. 나중에 그것을 알게 된 마이라는 자포자기에 빠지고, 어쩔 수 없이 자신도 매춘을 하기 시작한다.



7. 재회
계절은 바뀌고, 마이라는 워털루 다리와 역을 오가며 계속 매춘을 하고 있다. 놀랍게도, 워털루 역에 나타나는 로이. 다시 돌아온 로이는 마이라에게 행복을 약속하고, 결혼하자고 한다. 지금 자신의 처지 때문에 로이를 거부하려는 마이라. 하지만, 로이는 그녀를 사랑으로 다독여 주고, 마이라도 사실을 숨긴 채 그의 마음을 받아들인다. 두 사람의 결혼을 단짝친구 키티, 로이의 어머니와 연대장에게도 알리고, 모두 기뻐한다.


 

8. 작별
행복한 마이라와 로이. 그러나, 명예롭고 품위 있는 부유한 귀족가문의 로이와 그의 가족들을 보면서, 마이라는 자책과 불안을 느끼며 괴로워한다. 견딜 수 없는 마이라, 급기야 로이의 어머니 마거릿에게 모든 사실을 다 털어놓고 로이와 결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작별의 편지를 남기고 마이라는 사라지고, 로이는 그녀를 찾아서 동분서주한다. 키티와 만나 마이라를 찾던 로이, 결국에는 그녀의 과거를 알게 된다.



9. 회상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도망친 마이라 레스터. 안개 낀 워털루 다리 위를 걷다가, 열을 지어 지나가는 군용트럭에 몸을 던진다. 오래 전 마이라가 남긴 행운의 마스코트를 바라보며, 여전히 그녀를 잊지 못하는 영국군 대령 로이 크로닌..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을 들으며 비비안 리(Vivien Leigh)와 로버트 테일러(Robert Taylor)가 출연했던 비극적 러브 스토리의 고전, 흑백영화 '애수(Waterloo Bridge)'의 줄거리를 정리해 보았다. 전쟁통에도 이 작품을 보며 로버트 테일러에 설레었고 비비안 리에 반했던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참 많았으리라.

 

또 머빈 르로이(Mervyn LeRoy) 같은 감독이 되기를 꿈꿨던 영화인들도 있었을 테고, 한국 영화 중에도 영향을 받은 작품들이 아마 있을 것이다. 이 사랑 이야기는 전쟁도 뛰어넘고, 국경도 뛰어넘어 그리고 시간도 뛰어넘어 여기까지 왔다. 오늘은 흑백 고전영화를 한 편 찾아 보는 것은 어떨까..

신고
The Story of ART

Posted by Arthur Jung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soo 쑤 2011.07.17 02: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 음악이면 음악 영화면 영화.. 그림이면 그림.. 다방면에 많은 지식을 가지고 계시군요! ^^

    • Arthur Jung 2011.07.17 09: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하고 싶은 일에는 다 도움이 되죠 ㅋ
      음악, 영화, 미술을 차곡차곡 쌓아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패션에 대한 지식은 전혀 없습니다 ;;;;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