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 + α

폴더블폰, 엘지와 삼성이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하다

이제 막 시작된 폴더블폰 경쟁, 그리고 오해들


매년 2월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되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Mobile World Congress)'는 모바일 산업과 관련해서 열리는 가장 큰 박람회다. 세계적인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연초에 신제품 발표장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고, 그 해 모바일 산업의 주요 화두가 등장하는 현장이다.


MWC는 매년 1월의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 Consumer Electronics Show, 미국 라스베이거스), 매년 9월의 '국제 가전 박람회(IFA, 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 Berlin, 독일 베를린)'와 함께 전자제품을 다루는 제일 중요한 행사라고 볼 수 있다. 이 세 전시회를 살펴보면 전자제품 시장의 국제적인 흐름을 알 수 있는데, IFA 2018(8월 31일~9월 5일)에서는 삼성의 '8K TV'가 큰 주목을 받았고 CES 2019(1월 8일~1월 11일)에서는 LG의 '롤러블 TV'에 관심이 집중됐다.


다들 알다시피, 엘지와 삼성은 세계적인 가전제품 및 스마트폰 제조사다. 전자제품 시장에서 이 두 기업의 현재 위상을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엘지는 무엇보다도 가전분야에서 최고 수준이고 삼성은 상대적으로 스마트폰에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MWC에서도 삼성과 엘지는 신제품을 발표했는데, 두 글로벌기업은 그 방향성이 상당히 달랐고 우리는 이 부분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



기술력으로 정면돌파, 삼성의 '갤럭시 폴드' 발표


뭐니뭐니 해도 MWC 2019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건 삼성과 화웨이의 '폴더블폰'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엄청난 양의 기사가 쏟아져 나왔고, 각 IT 커뮤니티에서도 가장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킨 제품이다. 일단 국내에서는 삼성의 갤럭시 폴드를 더 호의적으로 보는 시선이 다수인 것 같지만, 해외매체를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듯싶다. 콘셉트상으로는 화웨이의 '메이트X'가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경우도 있고, 특히 갤럭시 폴드의 외부 디스플레이가 "너무 어중간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사실, 현재로서는 이 두 제품을 정확히 평가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MWC 현장에서 눈으로 제품을 보기는 했지만, 실상 제대로 만져보고 체험해 본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둘 다 떠들썩하게 공개만 됐지, 전시장에서도 관람객들은 유리부스 안의 제품을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 한다. 한마디로, 폴더블폰을 직접 사용해본 사람은 아직 극소수란 얘기다. 그래서 삼성이나 화웨이가 제공한 정보에만 의존하는 상태고(이마저도 사양이 전부 공개되지는 않았다), 이렇게 설왕설래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죽하면, 혹자는 현시점의 폴더블폰에 대해 "마케팅에 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번에 발표된 폴더블폰에 대해 크고 작은 오해도 있다.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을 액면 그대로 봐도, 폴더블폰에 있어서 '완성형'이 나왔다고 보긴 어렵다. 말 그대로 '완전히 접히는' 제품은 아직 아무도 보지 못했고(갤럭시 폴드와 메이트X 둘 다 애매한 구석이 있다), 삼성과 화웨이는 접히는 부분(이음매)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우리가 폴더블폰을 사용할 때 이음매가 어떤 상태일지, 사용자경험이나 내구도가 어떨지는 현재까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폴더블폰의 지향점이 'S자형'으로 접히는 거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두 제품 다 거기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갤럭시 폴드는 당장 4월에 미국에서 출시된다고 하지만, 이건 4G 모델이다. 그래서 국내언론에서는 이 가격을 기준으로 1980달러(약 220만원)라고 보도하며, 이걸 메이트X의 공개된 가격 2299유로(약 290만원)와 비교한다. 언뜻 보면 두 제품이 70만원이나 차이가 나는 것 같지만, 사실 화웨이 제품은 5G 모델이다. 당연히 더 비쌀 수밖에 없고, 삼성 제품도 국내에 5G 모델이 출시될 때는 가격이 훨씬 더 올라가게 된다. 그러니 지금 두 제품의 가격을 단순 비교하는 건 별로 의미가 없을 수 있다.


폴더블폰은 이제 시작이고, 아직 제대로 사용해본 사람도 없다. 세계 최초의 폴더블폰은 2018년 11월에 중국회사 로욜(Royole)이 발표한 '플렉스파이'고, 이것도 완전히 접히지 않았다. 애플의 아이폰이 처음 발표된 때가 2007년 1월인데, 이 당시에는 아이폰도 사람들을 완전히 사로잡지는 못했다. 이후 2009년 6월에 성능이 대폭 향상되고 동영상 촬영이 가능해진 3GS 버전부터 본격적으로 다른 폰들을 압도하기 시작했고, 결국 스마트폰 시장 전체를 뒤집어 버렸다. 그 유명한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조차 2~3세대 정도의 성숙기간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삼성은 현단계 기술력으로 정면돌파하며 폴더블폰을 발표한 반면, 엘지는 "아직 때가 아니다"며 다른 길을 선택했다. 삼성의 갤럭시 폴드를 하나의 '대형모니터'로 멀티태스킹을 하는 데스크톱 환경에 비유할 수 있다면, LG의 신제품 'V50 씽큐 5G'는 '듀얼모니터'로 멀티태스킹을 하는 데스크톱이라고 볼 수 있다(함께 공개된 엘지 'G8 씽큐'는 '갤럭시 S10'과 비교되고, 둘 다 플래그십 모델이다). 미리 말해두지만, 듀얼모니터와 대형모니터의 선택에서 정답은 없다. 


위험한 모험, 엘지의 'V50 씽큐 5G' 발표


현시점 모바일 산업의 가장 큰 화두는 4G에서 5G로의 이행이고, 어차피 5G가 보편화 되기까지는 어느 정도 공백이 있을 수밖에 없다. 최대한 빠르게 5G폰을 구매할 의향이 있는 일부 소비자 외에는 어쨌든 웬만하면 대부분 새 스마트폰 구입을 미룰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은 (아직 100% 완성되었다고 말하기는 힘든) 폴더블폰을 발표했고, LG는 듀얼 디스플레이폰을 공개했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갤럭시 폴드의 호의적 분위기에 비해 엘지의 듀얼 디스플레이를 향한 시선은 상대적으로 굉장히 부정적인 편이다.



그 이유로는 우선, 폴더블폰은 거의 최초이고 듀얼 디스플레이폰은 이전에도 비슷한 콘셉트의 제품들이 좀 있었다. 화웨이와 삼성이 폴더블폰을 발표한 상황에서, 디스플레이 기술로는 전 세계에서 손꼽히며 삼성과 쌍벽을 이루는 엘지가 고작 철지난 화면 두 개짜리 전략폰을 공개한 것이다. 듀얼 디스플레이를 일종의 액세서리로 발표했다면 모르겠지만, MWC 현장에서 플래그십 주력폰으로 공개하기에는 아무래도 좀 부족한 감이 있다. 쉽게 말해, 일단 시점상 좋은 평가를 받기에는 무리라는 얘기다.


하지만 또, 바로 그 '시점' 때문에 오히려 더 변명의 여지가 있기도 하다. 앞서 말했듯이 5G 이행기인 동시에 폴더블폰의 첫 등장 시기에, 엘지는 남들이 두 걸음 전진할 때 그저 한 걸음만 내딛었다. 5G는 아무튼 절대적으로 시간이 필요한 일이고, 폴더블폰은 결국 '디스플레이+알파'가 필수적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디스플레이 기술을 보유한 LG는 폴더블폰 대신 그 '중간단계'로 듀얼 디스플레이를 내걸었다. 삼성이 '+알파'를 정면돌파한 반면, 엘지는 우회로를 선택한 셈이다. 특히 갤럭시 폴드와 V50 씽큐의 관련 정보를 보면서 주목되는 게, 두 스마트폰의 활용 방식이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이다.


[출처: 삼성전자, LG전자]


기본적으로 폴더블폰은 화면을 물리적으로 확장한다는 개념인데, 화면을 안쪽으로 접는 '인폴딩 방식'의 갤럭시 폴드는 외부 디스플레이가 4.6인치에 불과하기 때문에 어쨌든 펼쳐서 사용해야 폴더블의 의미가 있다. 게다가 펼쳤을 때의 화면비율은 (요즘 대부분의 영상에서 채택하는) 양쪽으로 길쭉한 직사각형보다는 예전 텔레비전처럼 위아래가 두툼한 정사각형에 좀 더 가깝기 때문에, 화면을 100%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 우리가 사용할 때는 화면의 일부분이 그냥 비어 있거나 다른 앱을 쓰게 될 텐데, 이는 V50 씽큐의 활용 방식과 결과적으로 유사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형모니터와 듀얼모니터 비교가 유용하고, 결국 본인이 선호하는 방식이 무엇이냐가 핵심이다.


화면 전체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갤럭시 폴드, 두 개로 분리되어 있는 V50 씽큐. 여기서 오는 결정적인 차이가 당연히 있을 테고, 물론 사용자경험 자체도 다를 것이다. 그래서 현시점에서는 폴더블폰이 훨씬 비싼 이유를 여기서 찾게 된다(듀얼 디스플레이를 포함해도 최소 70만 원 이상 갤럭시 폴드가 비싸고, 화웨이 메이트X는 약 2배 가격이다). 무게나 두께는 어차피 폴더블이든 듀얼 디스플레이든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폰들보다 더 무겁고 두꺼운 건 마찬가지다. 그리고 배터리 소모 문제 역시 둘 다 비슷한 약점을 안고 있다. 스펙 자체만 보면 큰 격차를 발견하기 힘들고, 오디오와 카메라도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다만, 삼성 갤럭시 폴드는 거의 세계 최초의 선구적인 제품이기에 최적화나 편의성 측면에서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줄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앞으로 폴더블폰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된다면 차차 개선되리라고 생각하는 게 상식적일 것이다. 반면에 엘지 V50 씽큐는 사용자 편의성과 최적화에 중점을 두며 "탄탄한 기본 성능"을 내세운 제품이기에, 적어도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볼 수 있겠다(폴더블폰은 불가피하게 기존 앱의 최적화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듀얼 디스플레이폰은 곧장 다 사용할 수 있다).


정면돌파와 우회, 폴더블폰의 시장 안착 여부


삼성은 예전부터 계속 초일류나 1등을 강조해 왔다. 그래서 폴더블폰도 선도적으로 시장에 내놓으려고 하며, 일단 그 만듦새도 괜찮아 보인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처럼 완성형이 나오기까지는 2~3세대가 더 걸리겠지만, 어쨌든 현재로서는 갤럭시 폴드가 폴더블폰 중에서 가장 앞서 있다. 지금 예상하기로는 5월에 국내 공급되는 5G 모델 가격이 아마도 '250만 원 이상' 되지 않을까 싶은데, 과연 1세대 갤럭시 폴드가 이 가격에 어느 정도나 팔릴지 무척 궁금하다. 범용 스마트폰 중에서는 거의 최고가일 테고(화웨이 메이트X는 출시일이 발표되지 않았다), 정면돌파의 결과물인 갤럭시 폴드의 판매량은 한창 폴더블폰을 계획하고 있는 다른 제조사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엘지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사후지원을 강화하며 "믿고 오래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을 표방했다. 꾸준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해 'SW 업그레이드 센터'의 역할을 강화하고, 중고 스마트폰 보상 프로그램도 실시했다. 그리고 이번 MWC에서도 최적화와 편의성에 중점을 둔 신제품을 발표했으며, 서둘러 폴더블폰을 내놓기보다는 한발짝 우회하면서 그 중간단계로 듀얼 디스플레이를 선택했다. 사실 엘지는 가전에 비해 모바일이 상대적으로 많이 약한데, 상당히 위험한 모험이라고 할 수 있는 V50 씽큐 5G가 과연 얼마나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한 이번에 새롭게 적용된 기술인 '크리스털 사운드 올레드'나 'Z 카메라', '에어모션' 등이 향후 LG의 폴더블폰에 어떻게 적용될지도 관심거리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 하나가 남았다. 이제 막 나오기 시작한 폴더블폰이 시장에 어떻게 안착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도대체 물리적으로 화면이 커지면 우리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데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어떤 이점이 있는가? 단순히 "큰 화면을 볼 수 있다"는 것 외에 폴더블폰이 가지는 장점이 좀 더 확실히 드러나야만 한다. 이런 측면에서 갤럭시 폴드와 메이트X의 화면비율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한 게 사실이고(유기적 작동이나 내구성은 현재까지 '확인불가'), 애플이나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아직 폴더블폰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괜히 무겁고 두꺼우며 비싸기만 하다면(현재까지 정확한 사양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관련보도를 종합해 보면 일반적인 플래그십 모델에 비해 두께는 최소 1.5배 이상이고, 무게는 약 2배, 가격은 거의 2.5배에 육박한다) 폴더블폰은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당장 두 달 뒤에 250만 원이 넘는 돈을 주고 새로운 스마트폰을 구입할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지 지켜보자. 참고로, 250만 원이면 갤럭시 S10과 V50 씽큐를 모두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