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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α

새로운 '모모세대'의 특징과 시사점

진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가 온다.


흔히 말하는 '모바일 시대'는 2010년을 전후로 해서 본격화 됐다. 최신 기술의 집약체인 스마트폰에 기본적으로 동영상 기능이 들어가기 시작했고(아이폰은 2009년 중반에 발표된 3GS부터 동영상 촬영이 가능했다),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런칭과 국제적 서비스가 활발하게 이뤄진 시점도 이 무렵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은 시간상으로는 4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그 구체적인 모습은 참 많이 달랐다. 베이징올림픽 때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가 별로 대중화되어 있지 않았고 SNS도 크게 활성화가 안 되어 있었다. 그때만 해도 전통적인 방식의 올림픽 감상이 일반적이었고, 기껏해야 데스크탑PC를 활용하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부터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굳이 텔레비전이나 PC 모니터 화면에 눈을 고정한 채 한자리에서 올림픽을 감상할 필요가 없어졌다. 아무때고 어디에서나 이역만리에서 펼쳐지고 있는 경기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고, SNS를 통해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 직접 축하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게 된 것이다.


'모모세대(MOre MObile generation)'의 등장


기존 세대와는 상당히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Momo 세대는 90년대 후반 이후에 출생해서 언제나 스마트폰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데스크탑PC보다 스마트폰이 더 익숙한 세대, 2008년 베이징 올림픽보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더 많이 기억하고 더 친숙한 이들. 현재의 10대가 바로 모모세대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지금의 10대들에게 '모바일' 인터넷은 '메시징 서비스(카카오톡, 라인, 페이스북 메신저 등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서비스)'와 'SNS(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트위터 등 사람과 정보를 연결하는 서비스)' 때문에라도 항상 가능해야만 하는, 마치 공기처럼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그저 휴대전화기가 아니라 반드시 스마트폰이어야만 하는 세대다.



최근에 한국언론진흥재단(한국언론재단, 신문발전위원회, 신문유통원을 통합해 2010년 출범한 준정부기관)에서 이런 10대들의 미디어 이용과 관련해 대규모의 본격적인 조사가 실시됐고(2016년 6월 23일~7월 29일), 그 결과가 1월 초에 발표됐다. 상당히 의미심장한 부분들이 많은데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한 듯해서, '2016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좀 정리해보고자 한다.


모바일 인터넷과 '1인 방송', 그리고 텔레비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보고서 본문에서도 밝힌 바대로, 국내외 미디어 이용 관련 조사는 수없이 많지만 대부분은 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10대의 미디어 인식과 미디어 이용 현황 등을 실체적으로 파악하기가 어려웠고, 이번에 전국의 10대 청소년(초등학생 4학년~고등학생 3학년) 2,291명을 대상으로 직접 대면조사를 한 게 그래서 더 의미 있고 중요하다. 단순 짐작과 실제 분석은 분명히 다르니까.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2016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 보고서 (2017. 01)]


'지난 1주일간 미디어 이용률'은 이 조사의 전체 그림을 한눈에 가장 간단히 알아볼 수 있는 대표적인 항목이 아닐까 싶다. 일단, 모바일 인터넷(미디어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개인 휴대'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이용한 인터넷)의 비율이 가장 높다는 게 눈에 띈다. 그리고 메시징 서비스와 텔레비전의 비율이 거의 비슷하고, SNS 역시 확고한 위치를 잡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PC 인터넷(데스크톱, 노트북 등 미디어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이용한 인터넷)과 모바일 인터넷의 차이가 꽤 난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고, SNS와 1인 방송을 기점으로 살아남은 뉴미디어와 쇠락하는 올드미디어가 확연히 구분된다. '1인 방송(유튜브, 아프리카TV, 페이스북 등을 통해 PD 겸 진행자가 방송하는 서비스)'의 이용률이 라디오, 종이신문, 잡지를 모두 뛰어넘었다는 게 여기서 제일 놀라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2016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 보고서 (2017. 01)]


기존 매체 중에는 유일하게 텔레비전이 살아남았는데, 하루 평균 미디어 이용 시간에서도 모바일 인터넷(139분)에 이어 TV가 두 번째로 높은 82분을 기록했다(모모세대는 메시징 서비스와 SNS를 '매일 60분 이상' 이용한다). 그래서 향후에도 텔레비전은 여전히 영향력이 크고 유력한 매체로서 기능하게 될 걸로 보인다. 아마 TV방송국들은 앞으로 1인 방송의 성장에 큰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메시징 서비스와 SNS의 위력, 그리고 게임


'2016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에서 1인 방송의 성장과 함께 가장 주목되는 부분이 바로 메시징 서비스와 SNS의 막강한 위력이라고 할 수 있다. 남녀 청소년 모두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용률과 이용시간을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여성들에게 더 큰 지분을 갖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부분은 게임과 관련해서도 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듯하다.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2016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 보고서 (2017. 01)]


보다시피, 메시징 서비스와 SNS 둘 다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이용률도 높고 이용시간도 많다(반면, 1인 방송 이용률은 남성이 훨씬 높다). 이런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아무래도 게임의 영향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아직도 많은 게임들은 PC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조사 결과를 보면 PC 인터넷 이용률과 이용시간은 남성 상위이고, 1인 방송 이용 장르도 게임이 절대적으로 많았다.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2016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 보고서 (2017. 01)]


물론 성별에 따라 그렇게 결정적인 차이는 없겠지만, 어쨌든 게임은 비교적 남성이 더 많이 이용하고, 메시징 서비스와 SNS는 비교적 여성이 더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1인 방송에서 뷰티/패션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총 400페이지가 넘는 전체 보고서 곳곳에서 직간접적으로 게임의 영향력이 감지되고 있으며, 21세기는 역시 '게임의 시대'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아마 여성들도 앞으로 게임을 더 많이 하게 될 것이다).


종이신문은 과연 생존할 수 있을까


이번 조사에서 종이신문 관련 내용은 한마디로 처참했다. 지난 1주일간 하루 평균 미디어 이용시간을 보면, 종이신문은 겨우 2분 남짓이다. 메시징 서비스나 SNS와 비교하면 30분의 1에 불과하고, 심지어 종이신문의 존재이유라고 할 수 있는 '뉴스 이용률'로 봐도 SNS나 메시징 서비스와 비교해서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 10대들은 뉴스도 종이신문이 아니라 모바일 인터넷을 통해 접하고, 청소년 10명 중에 9명은 지난 1주일간 종이신문을 전혀 이용하지 않았다.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2016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 보고서 (2017. 01)]


종이신문을 읽지 않는 이유 중에서 어쩌면 가장 치명적일 수도 있는 대답이 바로 "종이신문을 접할 기회가 없어서"다. 10대들은 종이신문을 아예 찾아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종이신문이 없어도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며, (읽기 부담스럽고 돈 주고 사야 하는) 종이신문이라는 형태 자체가 낯설다. 이런 사람들이 나이를 먹고 성인이 된다고 한들, 갑자기 종이신문을 사서 볼까?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각 미디어 및 서비스별 필요성'에 대해 5점 척도(1점=전혀 필요하지 않다~5점=매우 필요하다)로 질문한 결과, 종이신문은 중간점인 3점에도 훨씬 못 미치는 2.38점에 불과했다(모바일과 PC는 4점이 넘었고, 텔레비전은 3.52점이었다). 결국 텔레비전은 이용률이나 시간·필요성을 볼 때 여전히 유효한 매체지만, 종이신문은 별로 그렇지 못하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다. 향후 종이신문의 입지는 점점 더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


모모세대 그 이후


이렇게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최근에 발표한 '2016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 보고서를 바탕으로 모모세대의 특성을 정리해봤다. 곧 이들이 미디어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를 테고, 메시징 서비스와 SNS · 게임과 1인 방송이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모모세대는 언제나 자신이 원하는 걸 골라서 보는 데 익숙하고(수동적 시청이 아닌 능동적 선별), 다른 이들과 실시간으로 교류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언제 어디서나 서로 연결되는 초연결사회).


그렇다면 모모세대 이후,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스마트폰에 자기 모습이 찍히고 걸음마를 떼기 시작할 때부터 자기 손으로 잡는 첫 물건이 스마트폰인 세대는 도대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이들을 어떤 명칭으로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거 하나는 분명하다. 그들의 세상에서는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말 자체가 불필요할 것이다. 혹시 주변에 2010년쯤 태어난 아이가 있다면 잘 관찰해 보라. 어쩌면 그 아이는 기존 인류와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소통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