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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를 잘 하면 실생활에 반드시 좋은 변화가 온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



전체적으로 고(故) 노무현은, 그다지 훌륭했다고 보기는 힘들고 아쉬움도 상당히 크지만, 그래도 '선방(善防)'했다. 사실, 그와 같은 사람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었고, 한국 사회 전반적으로 권위주의를 타파하는 데는 어느 정도 기여했다. 물론, 지금까지 큰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 FTA만 해도 커다란 패착이었고 다른 잘못들도 많지만, 어쨌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몇십 년 동안 기득권을 철옹성처럼 지켜왔던 이들에겐 그의 출현이 일종의 충격이었을 테고 그 동안 아무도 말 못했던 문제들, 예를 들면 수구 언론의 타락이나 사학 비리, 사법 개혁에 관한 것들을 '공식적으로' 도마 위에 올려놨다. 그런데 다들 알다시피, 성공하지는 못했다. 그저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한국 사회에 이런 심각한 문제들이 있다는 걸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만 했을 뿐, 제대로 변혁을 이뤄내진 못한 것이다. 지금도 수구 언론, 비리 사학, 법조계의 복마전은 여전한 걸 보면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이명박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벌어진 일들만 봐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노무현은 자신을 뽑아준 국민들에게, 실제로 생활의 변화가 온다는 것을 잘 보여주지 못했다. 2002년에 그를 뽑은 사람들은 그래도 뭔가 다를 줄 알고 그에게 표를 줬을 텐데, 정치적인 변화 외에 실생활은 (정권 교체 하기 전과 비교해서)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김대중은 IMF 구제금융 뒤처리를 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손 치더라도, 노무현은 분명히 어떤 변화를 보여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다. 물론, 앞에서 '선방했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막강한 기득권층의 방해가 엄청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해야만 했던 일들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상당히 일리가 있는 핑계라고 한들, 받아들여주기 힘든 것이다. 이건, 이명박도 마찬가지다. 성격이 좀 다르지만, 아무리 국제 금융 위기와 세계적인 불황이라는 요인이 있다 한들 지금처럼 너무나 엉망진창인 한국의 경제 상황을 외부 탓으로만 돌리는 건, 도무지 받아 들여줄 수 없다. 어쨌든 '경제를 살리겠다'란 말 한마디로 대통령에 당선된 자가 다른 영역은 말할 것도 없고 경제 분야에서조차 처참하게 실패했다면, 국민들 입장에서는 (외부 상황이 어떻든지 간에)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노무현이나 이명막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야만 하는 일을 못 했으니 말이다.

소위 말하는 진보적인 유권자들에게 있어서 노무현 정권하에서의 집값 폭등은 감정적으로 절대 용서가 안 되고, 한미 FTA 추진은 정서적으로 도저히 용납이 안 된다. 이런 요인들이 그에게서 등을 돌리는 원인이 되었을 테고, 뭔가 생활이 달라질 줄 알고 노무현을 찍었던 중도적인 유권자들은 별다른 변화도 없이 계속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니 '그 놈이 그 놈이고, 다 똑같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을 것이다. 보수적인 유권자들이야 어차피 처음부터 지지하지도 않았으니 관심도 없었겠지만, 보수 언론의 융단 폭격을 보며 '그럴 줄 알았다'라고 말하면서 준수한 경제 상황과 치솟는 집값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수는 있겠다. 아무튼 노무현의 실패는 국민들의 정치혐오와 무관심을 불러왔고, 이명박의 당선으로 이어졌으며, 이것이 또 다시 더 심한 무관심과 혐오로 이어졌다. 수많은 혐의와 근본적인 흠결이 있는 대통령이지만, 원래는 차기에 박근혜에 대적할 만한 인물을 보유하지 못했던 야권을 생각한다면, 정말 바보스러운 무리수와 정떨어지는 탐욕을 숨긴 채 그냥 보통 수준만 유지했어도 아마 2012 대선 역시 여권이 유리했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반적으로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혐오와 무관심이 여전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권력자나 민중이나 그 누구에게든, 역사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권의 실정은 (그를 신뢰하지 않는 이들이 보기에도 무척 놀랄 만큼) 실로 급격하게 한국 사회를 강타했고, 시계를 완전히 거꾸로 돌리는 것 같은 그들의 괴상망측한 행위들은 일반 국민의 혀를 내두르게 했으며, 흔히 말해 '알아서 기는' 인간들의 무지막지한 득세는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인사들이 도무지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자극이 되기에 충분했다. 결국, 몇 번의 재보선을 통해 유권자들은 이명박 정권이 잘못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깨우치지 못하고 오히려 거짓을 덮기 위한 거짓, 대화가 아닌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오만을 들키며 국민들의 불만을 한층 키웠다. 마침내, 안철수가 부상했고 박원순도 나왔으며, 시민들을 자각시켜 투표장으로 이끌었다. 이건 어떤 누군가의 의도적인 결과라기보다는, 저들이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이 다음 스토리는 모두가 다  아는 대로니까 굳이 여기서 복기할 필요는 없을 듯하고, 드디어 박원순이 서울시장이 되었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자 그럼, 박원순이 시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건 무엇일까? 어쩌면 참 간단한 것 같기도 하다. 노무현이 못했던 걸, (서울시장의 수준에서) 그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 그건 바로 투표를 잘 하면 실생활에 반드시 변화가 온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특별히 개혁을 하지 않더라도, 이제까지 오세훈 전 시장이 못해놓은 게 워낙 많으니, 이것들만 잘 처리하고 제자리로 돌려놓기만 해도 시민들은 좋은 인상을 받지 않을까 싶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명백히 드러났듯이, 이제까지의 서울시정에 대해 시민들은 큰 불만을 느끼고 있었으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인물인 박원순에게 힘을 실어줬다. 2002년의 기회가 다시금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며, 어차피 시간이 갈수록 촛불을 들었던 청소년들이 점점 더 많이 유권자로 편입될 테니 시간은 대체로 야권의 편이다. 노무현의 안타까운 실수를 반복하지만 않으면 되고,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될 문제들 때문에 불필요한 다툼을 벌일 이유도 없다. 그저 박원순이 아름다운 가게나 희망제작소에서 했던 것처럼, 실제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전임 시장들과는 뭔가 다르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박원순 시장은 취임 첫 날부터 재래시장 상인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한편 지하철로 출근했고, 첫 번째 공식 업무로 시교육청에 대한 무상급식비 지원안을 승인하는 등 시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변화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대중교통 요금 인상이나 건축 리모델링 정책에서도 차별성을 드러내고 있으며, 서울광장 사용 방식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꾼 조례와 관련된 소송을 취하하겠다고 약속했다. 게다가 "멀쩡한 보도블록을 공무원들이 갈아엎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말한 것이 여러 신문에 보도되기도 했고, 자신의 취임식을 온라인으로 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박원순 시장은 분명히 뭔가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으며, 당장 11월 1일에는 서울시 전지역에서 초등학생 전학년에 대한 무상급식이 실제로 이뤄졌고 앞으로도 계속 그 범위가 확대될 것이다. 곽노현 교육감의 공약이었고 서울시 의회도 찬성했지만, 오세훈 전 시장의 무리한 고집으로 인해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던 일이 박원순 체제가 들어서자마자 정상화된 것이다.

이와 같이, 박원순 시장이 '투표를 잘 하면 실생활에 반드시 좋은 변화가 온다'는 걸 지속적으로 잘 보여준다면 어떻게 될까? 분명히 말하건대, 2012년의 19대 총선(4월)과 18대 대선(12월)의 투표율이 높아질 테고, 정권 교체에 훨씬 유리해질 것이다. 정치 혐오와 무관심을 등에 업고 낮은 투표율에 기대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파렴치한 인간들이 더 이상 발을 붙일 수 없게 되는 것이며, 현재 급속하게 퇴보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행로를 극적으로 반전시킬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만큼 박원순 시장의 역할이 중요하고, 우리 유권자들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똑똑히 지켜봐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으로 인해 습득한 부정적 사실들의 학습효과와 박원순 시장으로 인해 습득하게 될 긍정적 사실들의 학습효과를 한 데 모아, 전체 국민의 의식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보다 더 성숙한 유권자로 다시 태어날 의무가 (4년 전 이명박을 대통령을 뽑았던 우리들) 모두에게 있기 때문이다. 부디 박원순 시장이 잘 해주길 바라고, 우리도 노무현과 이명박의 실패를 거울 삼아 내년엔 정말 현명한 선택을 해야만 할 것이다. 변혁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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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of ART

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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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노지 2011.11.02 10: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해주리라 믿고 있습니다.

  2. 두루안 2011.11.22 13: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근에 노무현이 만난 링컨이란 책을 읽었습니다.
    노짱께서 지지자들에 반하면서 행한 몇 가지가 조금 이해가 되었습니다.

    뭐든지 현실에 기반하지 않고서는 한발짝도 나아갈수 없다는게 안따까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