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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α

American Pie와 Vincent, 그리고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버디 홀리, 리치 밸런스, 빅 바퍼, 리틀 리차드, 엘비스 프레슬리, 돈 맥클린, 로버타 플랙.

 

1959년 2월 3일, 세 명의 로큰롤 스타가 한꺼번에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경비행기 사고가 발생한다. 최초의 백인 싱어송라이터 가운데 한 사람이며, 비틀즈와 롤링 스톤즈 그리고 밥 딜런과 에릭 클랩튼에게도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 버디 홀리(Buddy Holly, 1936년 9월 7일~1959년 2월 3일).

[비틀스가 1964년에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에드 설리번 쇼}에 출연한 존 레넌은 '이곳이 버디 홀리가 섰던 무대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스무 살도 채 안 되는 나이에 명을 달리했지만, 우리에게 영화 '라 밤바(1987)'로 익숙하고 역시 노래 'La Bamba'와 'Donna'로도 잘 알려져 있는 리치 밸런스(Ritchie Valens, 1941년 5월 13일~1959년 2월 3일). 그리고 초기 로큰롤 역사에서 디스크자키, 싱어, 작곡가로서 유명한 빅 바퍼(The Big Bopper, 1930년 10월 24일~1959년 2월 3일). 그 사고로 이 세 명이 동시에 사망한 것이다. 미국인들에게 이것은 마치 한국으로 치자면 김현식, 유재하, 김광석이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이들을 단 한 순간에 모두 잃는 것과 비슷한 충격이었으리라.

[버디 홀리, 리치 밸런스, 빅 바퍼 순]

이 사건이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졌던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단, 원래 비주류와 흑인의 음악이었던 로큰롤이 백인 청소년의 열광을 받게 되자 미국 보수층으로부터 급기야 '악마의 음악'이라는 취급을 받으며 탄압을 받게 된다.

[이런 식의 반응은 70년대에 한국에서도 똑같이 있었고, 아니 최근에 게임 문화를 대하는 일련의 상황을 보면 지금도 여전하다]

 

그리고 1957년에는 초기 로큰롤의 슈퍼 스타였던 리틀 리차드(Little Richard, 1932년 12월 5일~ )가 종교적인 이유로 로큰롤을 그만 두며, 당시 미국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던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1935~1977)까지 1958년에 군입대를 하게 된다. [리틀 리차드와 엘비스 프레슬리는 둘 다 'Tutti Frutti'라는 곡으로 큰 인기를 얻었는데, 흑인인 리틀 리차드가 1955년에 먼저 불렀고, 백인인 엘비스 프레슬리가 1956년에 뒤이어 불렀다] 이렇듯 계속된 로큰롤의 불행 속에서 앞서 말한 1959년의 비극적인 경비행기 사고가 발생했고, 이것은 미국인들에게 로큰롤의 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커다란 충격이었던 것이다.

 

 Don McLean - American Pie


1971년, 이 사건은 싱어송라이터 돈 맥클린(Don McLean, 1945년 10월 2일~ )이 'American Pie'라는 곡을 발표하면서 다시 음악사의 전면에 등장하게 된다. 너무나 혼란스러웠던 60년대를 보내고 나서, 돈 맥클린은 자신의 노래 'American Pie'를 통해 1959년의 그 날을 'The Day the Music Died'라고 지칭한다. 순수의 50년대와 혼돈의 60년대를 가르는, 음악이 죽은 날이라는 것이다. 러닝타임이 무려 8분 30초가 넘고 가사 자체도 여러 가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하나의 대서사시와도 같은 이 곡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차트 No.1에 오른 곡들 중에서 가장 긴 곡이라는 말도 있다]

 

앨범 'American Pie'에는 돈 맥클린이 만든 또 하나의 명곡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Vincent'이다. 'Starry, Starry Night'로도 알려져 있는데, 익히 알고 있듯이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에 대한 오마주이며, 고흐의 풍경화와 자화상이 여럿 언급되어 있다. 이 곡의 시적인 가사는 돈 맥클린이 고흐의 일생에 관한 책을 읽고 썼다고 한다.

 

 Don McLean - Vincent (Starry, Starry Night)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1889년. 캔버스에 유화, 72×92 cm, 뉴욕 현대미술관

 

마지막으로, 돈 맥클린이 직접 부른 곡은 아니지만 그와 밀접하게 관련된 노래를 하나 소개할까 한다. 그 곡은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이라는 노래인데, 여러 가수들이 다양한 버전으로 불렀고 무척이나 유명한 곡이다. 이 노래가 돈 맥클린과 관련이 있는 이유는 이 가사가 돈 맥클린으로부터 모티브를 얻어 쓰였기 때문이다.

 

때는 1970년대 초, (작곡자, 작사가와 함께 음악작업을 하고 있던) 이 노래를 처음 부르게 된 가수가 돈 맥클린의 콘서트를 보게 된다. 돈 맥클린의 아름다운 노래를 듣고 너무나 큰 감동을 받은 이 가수는 그 감흥을 작사가에게 전하게 되고, 여기에 자극을 받은 작사가가 곧바로 그것을 가사로 쓰게 된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제목에도 나와 있는 'His'가 American Pie와 Vincent를 부른 돈 맥클린이며, 이 노래는 그를 향한 마음을 담은 곡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Roberta Flack -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의 여러 버전(Fugees의 Lauryn Hill 버전도 좋다) 중에, 1973년 그래미에서 이 곡으로 Best Pop Vocal Performance와 Record of the Year을 수상한 로버타 플랙(Roberta Flack, 1937년 2월 10일~ )의 버전이 괜찮을 듯하다. [로버타 플랙은 조지 마이클과 셀린 디온도 불렀던 '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라는 곡으로도 유명하다]
아무튼 우리는 돈 맥클린 덕분에 정말 좋은 노래들을 이렇게 한꺼번에 들을 수 있게 된 셈이다. 'American Pie'와 'Vincent' 그리고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