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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올바름과 정치적 올바름은 단순하지 않다.


지난 2013년 '미국국립과학원저널(PNAS)'에는 성별에 따른 뇌의 구조를 연구한 논문이 하나 실렸다. 이 논문은 여성과 남성의 뇌 연결구조가 서로 다르다면서 "남자는 각 반구 내부의 연결이 많은 데 비해 여자는 반구 사이의 연결이 많다"고 발표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은 성별에 따라 원래 뇌 구조가 다르다는 '가설'의 증거가 드디어 발견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017년에 [테스토스테론 렉스]로  '영국왕립학회 과학도서상'을 수상한 멜버른대학교 교수 '코델리아 파인(Cordelia Fine)'에 따르면, 이 연구는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선행연구에서 성별에 따른 행동적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았음(오히려 더 많은 부분에서 비슷했다)에도 불구하고, 성별에 따른 해부학적 차이가 어떤 행동적 차이를 만들 것이라고 가정한 것이다(일반인 중에도 암묵적으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국 연구자들의 '편견'이 작동한 셈인데, '뇌의 차이'와 '행동의 차이' 사이에 실제로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게다가, 이 논문에서 말한 뇌의 차이는 어쩌면 '뇌의 크기 차이' 때문일 수 있다(평균적으로 남성의 뇌가 10% 정도 더 크다고 한다). 말 그대로 '평균'의 차이에 불과한 부분을 뇌의 구조, 더 나아가 성별의 차이로 잘못 연결지었을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성별에 따라 사회에서 경험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연결구조의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다수의 연구에서 학습이 뇌를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해 밝히고 있다).


"이 연구는 행동적인 측면에 있어서 남녀가 얼마나 비슷한가 하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행동의 차이와 뇌신경의 차이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아무런 증거를 제시하지 않습니다. 발달의 측면 역시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를 두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드디어 남자는 화성에서 왔고 여자는 금성에서 왔음을 알려주는 고정된 증거가 발견되었다고 떠들 것인지를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군요."

- 멜버른대학교 과학철학 교수, 코델리아 파인(번역 출처: 뉴스페퍼민트)


성별의 차이와 과학적 올바름


이러한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유력 일간지의 헤드라인은 "남녀의 차이는 뇌의 고정된 연결구조 차이 때문"이라고 보도된다. 그러면 수많은 사람들은 "여자와 남자는 원래 다르다"는 걸 알려주는 확실한 증거가 발견됐다고 오해하기 쉽다. 안 그래도 각종 백신 접종과 관련해 '감염'에 대한 반응이 성별에 따라 다른 경우가 발견된 적이 있어서,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성별에 따른 고정된 차이가 마치 당연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기본적으로 과학 연구자들은 "자신의 연구내용이 성별에 따라 다른 결과를 가질 가능성을 정말로 알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성별에 따른 반응 차이를 조사하는 그런 연구 자체가 별로 많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차이가 존재하는지도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을 뿐더러, 연구 결과를 복잡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 다수의 실험은 그냥 남성들만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실험에 있어서의 '차별'). 여기에다가 앞서 말한 연구자들의 편견까지 더해지면, 근본적으로 '과학적 올바름'이 지켜지기가 쉽지 않게 된다.


이에 대해 코델리아 파인은 "남녀의 차이에 대한 잠재적인 편견이 연구 디자인과 해석에 영향을 주고 있고, 이 때문에 잘못된 결론에 이를 뿐 아니라, 결국 남녀의 스테레오타잎을 강화하게 되는, 그런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낳게 된다"고 분명히 지적했다. (사람들이 흔히 '객관적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성별 차이에 대한 실험연구 결과조차 성차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성과 논리를 바탕으로 최대한 통제된 환경에서 철저한 검증이 이뤄지는 과학 분야에서도 이토록 어려운 일인데, 하물며 실제 사회에서는 오죽하랴.



성차별과 정치적 올바름


최근에 여러 매체에서 거의 대동소이한 내용으로 전해진 뉴스를 한 토막 읽어보자(서술상 필요에 의해 약간의 임의적인 편집이 있었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부산지법 백효민 민사28단독 판사는 부산 모 대학 교수 B씨가 같은 대학 교수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A씨가 B씨에게 15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4월께 동료 교수들과 같이 술을 마시던 중 B씨를 향해 큰 소리로 "불쌍한 인간 아닙니까. 이 나이에 결혼도 못하고 성관계도 못 하고 얼마나 불쌍합니까. 솔직히 얘기해서 바보 아닙니까"라는 취지로 모욕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1심 재판 과정에서 "해당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한 농담에 불과하고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 위법성이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경멸적인 표현으로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깎아내리기 충분했고, 도를 지나치게 넘어선 부적절한 언행으로 미필적으로 명예훼손의 고의가 있었다고 본다"며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자, 일부러 성별을 제거한 채 사건의 핵심 내용만을 추려서 기사를 옮겨왔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동료교수들이 있는 자리에서 A교수가 미혼인 B교수를 향해 '결혼도 못하고 성관계도 못하는 불쌍한 인간, 솔직히 바보 아니냐?'라고 말하며 모욕한 것에 대해 손해배상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는 말이다. 아마도 이 판결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있을 테고, 그런 여러 시선 중에는"A교수와 B교수의 성별에 따라 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번 가정을 해보자. 만약 A교수가 남성이고 B교수가 여성이라면, 이 판결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될까? 다른 교수들이 다 있는 곳에서 남성교수가 여성교수를 향해 '시집도 못가고 성관계도 못하는 불쌍한 인간, 솔직히 바보 아니냐?'라고 말했다면, 우리는 그 남성교수에게 어떤 처벌을 내리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하겠는가? 어쩌면 단순히 명예훼손 정도가 아니라 성폭력 문제로 다루는 게 적합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더 많을 수 있다. 그만큼 심각한 범죄라는 뜻이며, 바로 이런 온도 차이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반대로, A교수가 여성이고 B교수가 남성이라면 어떨까? 여성교수가 '장가도 못가고 성관계도 못하는 불쌍한 인간, 솔직히 바보 아니냐?'라고 말했다면, 우리는 남성교수가 이런 말을 했을 때와 비교해서 과연 어떤 생각을 하게 되겠는가? 감히 짐작건대, 이 두 가지 경우를 좀 다르게 바라보는 사람들도 꽤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만약 A와 B 둘 다 남성이라면, 이 역시 판결에 대한 평가가 약간 달라질 수도 있을 듯싶다. 도대체 왜 그런지, 그 이유를 한번씩 각자 생각해 보는 게 필요하겠다.


성 '차이'인가 성 '차별'인가


이쯤 되면 다들 눈치를 챘겠지만, 사실 이 사건에 등장하는 A교수와 B교수는 둘 다 여성이다. 다른 남자 교수들과 함께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여성교수 A가 여성교수 B에게 "불쌍한 인간 아닙니까. 이 나이에 시집도 못가고 성관계도 못 하고 얼마나 불쌍합니까. 솔직히 얘기해서 바보 아닙니까"라고 말한 것이다. 이에 B교수는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고, 벌금 100만 원과 손해배상 150만 원 판결을 받았다.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과하거나 부족하다고 보는 이들도 있을 텐데, 여기서 하고 싶은 얘기는 사건 당사자들의 성별이 바뀜에 따라 판결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앞에서 과학 연구자들이 성차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했는데, 과연 우리는 어떤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사건 당사자들의 성별을 모를 때와 나중에 알게 됐을 때, 판결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는가? 만약 달라졌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종합적으로 모든 걸 따져 봤을 때, 성별을 고려해서 판결에 대한 평가를 달리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성별과 무관하게 언제나 동일해야 한다고 보는가? 각 사람마다 다양한 관점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남성교수가 여성교수에게 저런 말을 했다면 굉장히 중대한 범죄라고 생각할 테고, 또 다른 누군가는 남성교수가 남성교수에게 말했을 때와 여성교수에게 말했을 때의 판결이 다르다면 그건 '차별'이라고 보는 이가 있을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같은 성별끼리 저런 얘기를 하는 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며, 성별이 다를 때에야 비로소 큰 문제가 된다고 보기도 할 것이다. 이런 여러 시선들을 설명하는 논리도 사람마다 다를 테고, 때로는 표면적으로만 보면 똑같은 이야기인데 완전히 반대의 근거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을지 모른다.


코델리아 파인은 이제까지의 많은 과학 연구들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을 뿐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잘못되었다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했지만, 그와 동시에 견고하게 지어진 사회적 구조물인 '성적 이중 잣대'와 '차별적 젠더 규범으로 가득찬 발달 체계'를 재배열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인정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실제로 발생한 사건을 단순히 정치적 올바름만을 가지고 옳고 그름을 구분하여 줄세우는 것 역시 무척 어려운 일이다. 위 사건의 내용을 처음 접했을 때 혹시라도 편견에 사로잡혀 지레짐작한 부분이 있다면, 스스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찬찬히 따져보는 게 바로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첫걸음이 아닐까 싶다.

The Story of ART

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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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갸메이 2019.01.30 10: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3년 논문은 구조적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지 그것을 통한 행동의 차이를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아님.
    코델리아 파인은 철학자지 과학자가 아님. 교양서로 논문을 반박한다?
    평균이라는 의미를 이해를 못하시고 계시고 근본적인 과학 논문의 기술 방법론에 대한 몰이해가 돋보임.
    필자의 주장(?)하는 조건들(어쩌면 ~일 수 있다. )은 모두 통제되어야 하는게 논문의 기본중의 기본.

    제발 '한다, 그렇다더라, 어쩌면' 이라는 말로 과학을 더럽히지 말아주시길.
    연구에서 젠더 차별? 그건 페미니스트들의 뇌내에서만 존재하는 것.
    애초에 성별이 유효한 변인이 되는 실험 설계에서 어느 한 성별을 배제한다는건 통계분석적 관점에서도 불가능함.
    편의를 위해서? ㅋㅋㅋㅋ 논문의 신뢰성을 버리고?

    취지는 이해하나 논리적으로 써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