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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에서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삼성공화국'의 오명.


문재인 대통령이 5월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대사 신임장 수여식에서 김도현 주 베트남 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했다. 김도현 대사는 2013년 9월부터 흔히 말하는 '삼성맨'으로 근무했고, 직전까지 삼성전자 상무(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담당 임원)였다. 외교부가 현직에 있는 삼성전자 상무를 새 대사로 임명한다고 발표한 게 4월 29일이니, 김도현 대사는 단 5일 만에 삼성임원에서 베트남 대사로 옷을 갈아입은 셈이다.


[출처: 연합뉴스(2018/05/04), <문 대통령, 김도현 주 베트남 대사에 신임장 수여>]


문재인 대통령과 웃으면서 악수하는 김도현 대사의 사진을 보면 정말로 불길한 데자뷔를 느끼게 된다. 이것이 왜 심각한 문제인지 알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사실들에 대한 다각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단순히 한두 가지 팩트 만으로는 잘 포착되지 않는 어떤 '맥락' 같은 게 있고, 그걸 이해하려면 노무현 정권 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도 알아야 한다. 지금부터 이 문제와 관련된 여러 사항들을 최대한 쉽게 정리해 보겠다.


"삼성은 참여정부 두뇌이자 스승이었다"


노무현 정권 말기인 2007년 11월 26일 시사주간지 [시사인]에 실린 '삼성은 참여정부 두뇌이자 스승이었다'라는 기사를 보면, 이런 대목이 있다.


이건희 회장의 처남인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주미 대사 기용도 '인재 공유' 사례로 꼽힌다. 언론노조와 시민단체가 조세 포탈범을 주미 대사라는 요직 중의 요직에 기용한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거세게 비판했지만 노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게다가 홍 대사가 '삼성 X파일 사건'에 휘말리자 "정·경·언 유착과 도청 문제 가운데 도청이 훨씬 더 중요하고 본질적"이라며 그를 엄호했다.

- 시사인(2007/11/26), '삼성은 참여정부 두뇌이자 스승이었다' 기사 내용 중 발췌


노무현 정권에서 홍석현이 주미 대사가 된 게 과연 우연일까? 삼성그룹 법무팀장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가 증언한 바대로, 노무현 정권은 삼성에 각료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 첫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진대제 삼성전자 사장이 임명됐고, 어쩌면 홍석현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쳐 주미 대사가 됐을 수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주목할 사실은, 문재인 대통령이 주 베트남 대사로 임명한 김도현이 노무현 정권 시절 외교부 서기관으로 근무했었다는 점이다. 관련 보도를 살펴보면, 그는 '외교부 북미국 관계자가 노 대통령의 외교 노선을 비난했다'는 내용의 투서를 당시 청와대에 보냈다고 한다. 그래서 그때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이 투서와 관련된 조사를 지휘했고,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을 비롯해 몇몇 외교관들이 교체되기도 했다.


2013년 9월 삼성에 영입된 김도현은 바로 직전까지 삼성전자 임원으로 일했고,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을 받으며 다시 화려하게 등장한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 홍석현도 30대 중반에 전두환 비서실장의 보좌관을 하다가 얼마 뒤 삼성 계열사의 임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4년부터 홍석현은 중앙일보의 경영자로 활동하는 한편, 매형인 이건희와 함께 희대의 정경유착 사건인 '삼성 X파일'의 장본인이 된다.


[출처: 오마이뉴스 (2005/08/26)]


홍석현(전두환 비서실장의 보좌관 - 삼성 계열사 임원 - 주미 대사)과 김도현(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부 서기관 - 삼성전자 임원 - 문재인 정권의 베트남 대사). 뭔가 이상한 데자뷔가 느껴지지 않는가? 지난 2017년 1월 17일 MBC 해직기자인 이상호는 고발뉴스의 라이브 방송 [이상호의 사실은 LIVE]를 통해서 '삼성 X파일'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특검을 요구했을 때, '아직 시기상조다'라며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고 하신 분이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이었다."


"삼성의 횡포가 문재인 정부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현재 최강의 재벌인 삼성이 급격하게 성장한 지난 20년 동안 (현직인 문재인을 제외하고) 대한민국에는 총 4명의 대통령이 있었다. 김대중과 노무현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이명박과 박근혜는 둘 다 감옥에 있다. 저승 아니면 감옥, 이게 바로 IMF 이후 우리 대통령들의 불행한 역사다. 그런데, 삼성그룹 이재용은 지금 해외 여행 중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역시 감옥에 있었고, 수많은 시민들의 비판 속에서 석방되었다.


요즘 "삼성이 망해야 대한민국이 산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진짜 심각하게 들려오고,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의 어감은 '헬조선'과 거의 동일한 효과를 낸다. 적폐 청산과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에게는 이런 삼성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게 최우선 과제인 게 당연하고, 문재인 정권의 성패도 삼성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과론일지 몰라도, 노무현 정권의 결정적 실수가 '삼성과의 관계정립 실패'라는 걸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삼성 임원이 곧장 해외 공관장에 임명됐다. 이건 단순히 외국 대사 한 자리를 삼성에 내어준 정도가 아니라, 훨씬 더 복잡한 의미가 있는 사안이다. 혹시 기억하는가?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 때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최순실이 면접 봤던 삼성임원 출신 인물이 미얀마 대사에 임명되었다가 나중에 사임한 것이다(특검은 이 사건이 최순실과 삼성과의 관계에서 영향을 받은 거라고 발표했다).


[출처: SBS뉴스(2017/01/30) 갈무리, <"최순실이 직접 면접 본 뒤에…미얀마 대사 임명">]


물론 이걸 문재인 대통령의 김도현 대사 임명과 기계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더 고약한 문제일 수도 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공익법센터, 공익인권법재단, 국제민주연대, 좋은기업센터 등이 참여하는 '기업인권네트워크'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 지난 4월 30일 발표한 긴급 성명은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삼성은 16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베트남 최대 외국투자기업이다. 그러나 2017년 11월 6일에 국제환경보건단체 IPEN과 베트남 시민단체 CGFED에 의해 발표된 베트남 삼성전자 공장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노동자들이 임신한 경우에도 휴식을 취하지 못하여 유산하는 경우가 흔하며, 과도한 초과근무로 인하여 기절하는 사례를 포함한 여러 질병을 겪고 있음에도, 제조과정에서 사용하는 유해물질에 대한 정보제공 및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보고서가 발표된 후에, 삼성은 인터뷰에 참여한 노동자들과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하거나 베트남 당국에 허위정보 유포로 인한 형사절차를 개시하도록 요구하겠다는 협박을 했다는 것이 해외 언론을 통하여 확인되었다. 삼성의 이러한 행태에 대하여 올해 3월 20일에 유엔 유해물질 특별 보고관과 기업과 인권 실무그룹은 “‘기업과 정부의 관리자들이 유해하고 부적절한 노동조건에 대해 보고한 연구자와 노동자들을 겁주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 기업인권네트워크와 반올림의 긴급 성명(2018/04/30) 내용 중 발췌


한마디로, 삼성은 국내에서 하던 나쁜 짓을 베트남에서도 똑같이 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직 삼성전자 상무를 주 베트남 대사로 임명하다니, 도대체 이게 가당키나 한 일일까? 반올림과 기업인권네트워크는 성명에서 이렇게 덧붙이고 있다. "현직 삼성임원을 베트남 대사에 임명하는 것은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삼성전자의 베트남 노동자 인권문제는 일말의 관심도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보일 수밖에 없고, 국익에 반하는 경우에도 삼성의 편을 들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는 것이다."


한국기업들의 2대 수출시장, 베트남


2017년에 한국의 대 베트남 수출 규모가 거의 50%나 증가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무역협회(Korea International Trade Association, KITA)'는 2020년이 되면 베트남이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2대 수출 시장이 될 거라고 전망하고 있다. 요즘 한국과 베트남의 교류가 무척 활발하다는 건 이런 쪽으로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알 수 있는데,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베트남과 한국은 (베트남전쟁 파병과 한국군의 잘못 외에는) 정서적으로 크게 거부감이 없는 편인 것 같다.


현재 한국 내에서 일하고 있는 베트남 사람들도 많고, 여행지로 베트남을 선택하는 한국인들도 굉장히 많다. 각 지방의 공장 기숙사에서 한국 노동자가 베트남 친구들과 함께 방을 쓰는 경우도 흔하고, 국내 호텔에서 일하는 베트남 노동자들도 자주 볼 수 있다. 익히 알고 있다시피 베트남 여성들과 국제결혼하는 한국 남성들도 많고, 나중에 나이 먹으면 베트남에 가서 살겠다고 말하는 한국 젊은이들도 종종 만날 수 있다. 이미 베트남은 그 어떤 나라보다 더 한국과 가까운 곳이 된 셈이다.



베트남은 점점 더 한국에 중요한 국가가 될 것이 확실하고, 수출시장과 생산기지의 다변화를 꾀하기에 베트남은 상당히 매력적인 나라다. 올해 1분기 베트남 경제는 전년 동기 대비 7.4%나 성장했다고 하며, 전체 인구 중 3분의 1이 15세~34세라고 한다. 저출산 고령화와 함께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인 한국의 입장에서, 생산기지이자 수출시장으로서 베트남은 최적의 파트너다.


그래서 한국기업들은 베트남을 주목했고, 드디어 2017년에 한국은 미국을 밀어내고 베트남 내 최대 외국 투자자가 됐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3월 23일 한국·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서 "한국의 5,500개 기업들이 지금 베트남에 진출해 있다. 100만 명의 베트남 노동자들이 좋은 일자리를 갖게 되었고, 한국의 기업들은 유능하고 성실한 베트남 노동자들을 만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두 나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나라인 베트남 대사로 ("기업인의 시각으로 기여하는 공관장이 돼야 한다", "저를 세금 내고 쓰는 기업 주재원으로 생각해주세요"라고 대놓고 말하는) 삼성맨을 임명했다. 이제까지 삼성이 해온 만행들을 볼 때, 박근혜 정권 하에서의 미얀마 대사 임명과 문재인 정권의 베트남 대사 임명이 다를 거라고 과연 단언할 수 있을까? 이를 보고 "문재인 정부 역시도 '삼성'문제에 있어서는 이전 정부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말하는 게 괜히 오바하는 것일까? 이런 불길한 데자뷔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문재인 대통령은 삼성 임원을 베트남 대사로 임명하는 걸 재고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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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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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도리맘 2018.05.15 13: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회사 다니면서 유산 해본 사람으로....
    회사생활에서의 과도한 스트레스로 유산하는 경유는 흔합니다 노조가 있건 없건....여성친화 기업이든 아니든 눈치가 보이는 건 직장상사와 나의 진로에 대한 욕심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다닌 회사가 다 여성이 다니기 좋은 기업이었습니다만 삼성이 그보다 근무환경이 열악하다 보지는 않습니다

    • 아서정 Arthur Jung 2018.05.15 14: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유산 문제는 이 글의 핵심도 아니고 하나의 사례로 등장한 겁니다만, 설사 유산이 흔하다고 한들(유산이 흔하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죠) 그런 기업들이 삼성처럼 대놓고 노조 파괴 공작을 벌이고 협박을 일삼지는 않죠. 이는 여성친화 기업이든 아니든, 근무환경이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절대 있으면 안 되는 일입니다. 유엔이나 세계적인 노동단체들이 다 지적하듯이, 삼성은 지구상에서 손꼽히는 악덕기업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