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 + α

차세대 블루투스, 2016년의 다크호스 (사물인터넷 & 웨어러블)

2016년, 우리가 새로운 블루투스를 주목해야만 하는 이유.

 

드디어, 차세대 블루투스(Bluetooth,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 규격)의 청사진이 공개됐다. 지난 11월 11일(현지시각) 블루투스 규격을 총괄(기술표준 제정, 인증프로그램 관리, 등록상표 보호, 기술개발 추진 등)하는 국제 컨소시엄 '블루투스 SIG'가 2016년을 앞두고 새로운 로드맵을 발표한 것이다.

 

블루투스 SIG(Bluetooth Special Interest Group)는 올해에 회원사가 27,000개를 넘어섰고, 에릭슨·인텔·레노버·마이크로소프트·모토로라·노키아·도시바를 비롯해 국내에서도 크고 작은 기업 1,000여 개가 포함되어 있는 비상장 연합체다(블루투스 SIG 이사회에는 주요 기업들의 고위임원이 속해 있는데, 올해 6월 애플도 정식 합류했다).

 

 

블루투스 SIG에 따르면, 2014년 한 해에만 약 30억 대의 블루투스 탑재 기기가 출하됐으며, 2018년에는 이 숫자가 49억 대에 달하고 전체 스마트폰의 98%가 블루투스를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바야흐로 세상은 '무선의 시대'로 급속하게 전환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와이파이(Wi-Fi, 흔히 말하는 무선랜)'와 블루투스가 있는 셈이다.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경우 유선으로 'LAN(Local Area Network)' 연결이 필요했지만, 요즘은 아예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무선랜이 곳곳에 많이 보급되어 있다. 블루투스와 와이파이의 가장 큰 차이점을 'AP(Access Point, 흔히 말하는 공유기)'의 존재 여부로 볼 수 있을 텐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살펴보도록 하자.

 

Bluetooth의 유래

 

원래 블루투스는 근거리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선 주파수를 이용해, 다양한 기기들을 저렴한 비용으로 복잡한 설정 없이 곧장 연결되도록 만드는 게 목표였다(블루투스도 안드로이드처럼 오픈소스 기술이다). 초창기 블루투스 기술은 1990년대에 스웨덴기업 '에릭슨(Ericsson)'과 핀란드기업 '노키아(Nokia)' 등이 적극적으로 개발에 참여했는데, 아무래도 북유럽 기술자들이 주도하다 보니 이 지역의 역사적 인물로부터 명칭을 만들어냈다.

 

그 인물은 바로 '하랄 블로탄(Harald Blåtand)'이고, 10세기에 현재의 덴마크와 노르웨이를 비롯해 스칸디나비아 일대를 통일한 위대한 바이킹(Viking) 왕이다.

[무척 유명한 게임인 '시드 마이어의 문명5(Sid Meier's Civilization V)'에도 나오는데, 하랄 블로탄은 한국으로 치면 거의 세종대왕 급이 아닌가 싶다]

 

[출처: PC게임 '문명5'에서 지도자로 등장하는 하랄 블로탄과 세종대왕 갈무리]

 

하랄 블로탄의 'Blåtand'을 구글 번역기로 돌리면 영어 'Bluetooth'가 나온다(원래 이 왕의 별명이 '푸른 이빨'이었다고 한다). 즉 스웨덴어 블라탄이 곧 블루투스인 것이다. 하랄 블로탄이 스칸디나비아를 통일했듯이, 블루투스도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 규격을 통일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셈이다. 파란색 블루투스 로고 역시 그의 이니셜(H, B)을 스칸디나비아 룬문자로 표현한 것이다.

 

 

처음에 그런 목표를 가지고 출발한 이 기술은, 무선의 시대·모바일의 시대에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과 '웨어러블(Wearable)' 기기 등에서 각광 받고 있다(블루투스 채택률이 다른 무선통신 규격에 비해 많게는 3배 이상 높다). 그리고 이제 블루투스 진영은 2016년을 맞아 새로운 로드맵을 공개했고, 그 청사진을 보면 우리는 차세대 블루투스에 주목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차세대 블루투스의 주요 내용

 

Bluetooth라는 것 자체가 전문적인 기술 규격이기 때문에, 일반인이 구체적으로 다 이해하기는 힘들다. 다만 개념적으로 어떻게 작동하고, 그걸 통해서 어떤 일들이 가능해지는지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최대한 쉽고 단순하게 새로운 블루투스의 핵심 변화를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도달 거리 4배 확대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에서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도달 거리다. 각종 데이터가 과연 얼마나 멀리 떨어진 거리까지 무선으로 제대로 전달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고, 보통 와이파이가 주변환경과 공유기(AP)의 성능에 따라 좁게는 20미터에서 넓게는 200미터 정도까지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하다.

 

그런데 기존에 블루투스는 아무리 최대한의 거리를 '이론적으로' 상정해 본다고 해도 100미터를 넘을 수가 없었다(일반적으로는 10미터 내외를 양호한 도달 거리로 본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무선랜에 비해서 블루투스가 더 좁은 범위를 커버한다는 인식이 강했고, 와이파이와는 달리 따로 공유기가 필요 없이 각 기기가 곧장 연결되는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블루투스의 활용성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블루투스 SIG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차세대 블루투스는 신호 도달 거리를 4배나 확장시킬 것이라고 한다. 웬만한 와이파이보다 블루투스가 더 넓은 범위를 커버하는 셈이고, 2014년 말에 발표된 Bluetooth 4.2 버전의 '인터넷 직접 접속' 기술과 더불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걸로 보인다.

[블루투스에 맞서 와이파이 진영에서는 '와이파이 다이렉트(WiFi Direct, AP 없이 휴대기기간 직접 연결)'를 발표한 바 있다]

 

2. 전송 속도 100% 향상

 

차세대 블루투스는 도달 거리를 4배로 확장함과 동시에 데이터 전송 속도도 기존에 비해 100% 향상된다. 그렇게 되면 이론적으로는 (거추장스러운 공유기도 필요 없이) 시중에 설치되어 있는 웬만한 와이파이 부럽지 않은 속도가 나오는 셈이고, 블루투스 4.2 버전에서 패킷(packet, 데이터 전송 단위) 용량도 늘어났으므로, 블루투스를 통해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작업들이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

 

 

특히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내용은, 이처럼 블루투스의 성능이 좋아짐에도 전력 소모량은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2010년 4.0버전부터 블루투스 진영은 전력소모를 최소화하고 배터리 수명을 연장하는 데에 중점을 뒀고, 이런 기반 위에서 꾸준히 성능 향상을 이뤄왔기 때문에 요즘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웨어러블(Wearable)' 기기에 적용하기가 더 유리한 편이다. 모바일 시대에 배터리 소모가 적다는 것 자체가 블루투스의 큰 강점이다.

 

3. 블루투스 기기끼리 네트워크 형성

 

어쩌면 차세대 블루투스에서 가장 큰 변화라고 볼 수도 있을 텐데, 새로운 로드맵에 따르면 블루투스 기기끼리 데이터를 공유하는 '메쉬 네트워킹(Mesh Networking)'이 앞으로 지원된다고 한다. 기존에 블루투스는 주로 일대일 연결로 많이 사용됐고, 기껏해야 하나의 스마트폰에 몇 개의 장비들이 독자적으로 연결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제는 각 기기들이 전체 블루투스 네트워크의 한 부분으로서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모두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다양한 기기 간에 서로 제어가 가능해진다. 그래서 집 전체나 한 건물을 블루투스로 다 연결할 수 있고(네크워크 허브와 각종 센서의 결합), 무선충전 기술과 연계해 여러 가지 편리함을 누릴 수도 있게 된다.

 

2016년 이후 달라질 우리의 일상

 

물론, 아직 직접적인 기술사항도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변화를 우리가 체감하기까지는 좀 시일이 걸릴 것이다(블루투스 SIG는 앞으로 몇개월 안에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이미 웨어러블 기기와 사물인터넷(IoT) 전반에 대해서는 꽤 많은 논의가 있었고, 차세대 블루투스가 바로 핵심 수단이기에 우리들 각자는 나름대로 향후에 달라질 일상을 상상해 볼 수가 있다.

 

[출처: 애플스토어(애플워치), 안드로이드닷컴(안드로이드웨어) 갈무리]

 

먼저,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차세대 블루투스는 각종 웨어러블 기기의 활용성을 엄청나게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실시간 정보수집을 위해서는 피트니스 트래커(Fitness Tracker)를 달고 스마트폰까지 몸에 지니고 있어야 했지만, 앞으로는 각종 센서(체온, 혈압, 혈당, 맥박, 운동량, 칼로리 소모량 등등)만 몸에 붙이고 몇십 미터 떨어진 가방에 스마트폰을 그대로 놔둘 수 있다. 헬스장에서 운동하면서 음악을 듣는 사람들도 많은데, 앞으로는 블루투스 이어폰만 귀에 꽂고 있어도 된다.

 

만약 여러 명이 운동을 함께 한다면 어떨까?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끼리 블루투스 네트워크 허브를 구축해 놓고, 각자의 활동량을 체크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축구를 한다고 했을 때는, 블루투스를 통해 일정 활동량을 넘긴 선수를 파악해 우선적으로 교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야구를 한다면 수비 선수들의 이동거리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고, 요가 교실이나 골프 연습장에서는 신체센서를 이용해 고객들의 자세를 교정할 수도 있다.

 

그리고 점심에 자가용을 타고 밥을 먹으러 간다면, 식당 앞 주차장에 세워둔 자동차 내부의 센서들과 스마트 기기를 연결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 단독주택에 살면 방범 센서를 블루투스로 연결할 수 있고, 집 앞 텃밭에서 일하다가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집 안의 보일러나 에어컨을 켜거나 끌 수 있다. 아파트 단지에서는 이웃에 갔다가도 인터폰을 통해 누가 집에 찾아왔는지 볼 수 있으며,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에게 무슨 특이사항이 발생하면 블루투스 트래커를 이용해 알림을 받을 수도 있게 된다.

 

 

저녁에 대형마트에 가면 '비콘(Beacon, 저전력 Bluetooth를 통한 근거리통신 기술, 동시 연결 수에 제한이 없고 일정 범위 안에 있는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하여 여러 가지 정보를 전달한다)'을 통해 깜짝 할인 소식이나 쿠폰을 받을 수 있다. 블루투스를 이용해 주문을 받는 술집이 생길 수도 있고,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밤에 퇴근하면서 우편함이나 택배보관함에 물건이 있으면 알림을 받을 수 있으며, 집 현관문을 열기 전에 미리 전등을 켜놓을 수 있다.

 

한겨울이나 한여름, 안방에 누워 지하 주차장의 자동차 히터 또는 에어컨을 켜놓고 싶었던 적이 없는가? 침대에 누워서 거실의 텔레비전이나 전등을 끄고 싶었던 적은? 그리 머지않은 시일 내에 이 정도 일들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여기에 더해서 자율주행 자동차나 가사 로봇도 나중에 상용화 된다면,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로 인한 우리 일상의 변화 폭은 훨씬 더 커질 테고 생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네비건트리서치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오는 2025년까지 가정용 IoT 기기 출하에 따른 매출 총액은 3300억 달러(약 380조 원) 이상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그리고 올해에는 약 3천 300만 개의 웨어러블 제품이 출하됐는데, 불과 4년 뒤인 2019년에는 무려 1억 4천 800만 개가 출하될 전망이다. 아마도 내년부터 근거리 무선통신 분야에서 블루투스의 약진이 두드러지지 않을까 싶고, 결국 블루투스는 태블릿이나 시계뿐만 아니라 냉장고와 세탁기를 포함한 모든 가전에 필수적인 기능이 될 걸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