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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부터 일선 고등학교에서 채택할 수도 있는 교학사 역사교과서의 맨얼굴.

 

교육부의 위탁을 받아 한국사 교과서 검정 작업을 하고 있는 국사편찬위원회가 지난 8월 30일,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검정심의위원회의 최종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5월 10일 본심사(전체 대상 9개 중에 1종 탈락)를 통과한 총 8종의 교과서가 모두 최종 심사에 합격했고, 이들 교과서는 이번 달부터 각 학교에 전시돼 학교별 채택과정을 거친 뒤 내년 3월부터 실제로 일선 고교에서 한국사 교재로 사용된다고 한다.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내년부터 이 교과서로 공부하고, 대입 수능 필수과목이 된 한국사 시험을 보는 첫 세대인 셈이다]

 

  

   [관련글] 2013/08/28 - 수능 한국사 필수, 마냥 환영할 수 없는 이유 [클릭]

 

 

최종 심사에 올라온 책들 중에는 소위 '보수' 진영 학자들이 집필을 주도한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도 포함되어 있었고(언론에서 흔히 말하는 뉴라이트 역사교과서), 국사편찬위원회는 교학사의 교재도 검정심의에서 최종적으로 통과시켰다. 물론 그 내용을 면밀히 살펴봐야 하겠지만, 결국 일선 학교에서 내년 3월에 교과서를 채택하기 전까지 이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은 불가피해진 것이다. 2013년 고등학교 역사과 교과용도서 검정심사 최종 합격 도서의 실제 견본은, 9월 2일 바로 오늘부터 경기도 과천시에 있는 국사편찬위원회를 방문해 직접 열람이 가능하다고 한다(오전 10:00 ~ 오후 5:00).

 

 

일각에서는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교육부에서 제시한 검정 기준과 집필 기준에 입각해서 만들어졌으며 최종 심사에도 통과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지만, 그 내막을 좀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원래 교과서 검정작업 중에 검정 대상 교재들은 위원회의 수정보완 권고에 따라 수정을 하게 되는데, 교학사의 역사교과서는 기본적으로 이 수정사항의 개수가 다른 7종의 교재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훨씬 더 많다.

[국사편찬위원회 홈페이지에 가면 누구나 관련 자료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고, PDF 파일을 열어서 누구든 쉽게 다 살펴볼 수 있다]

 

수정보완권고에 의한 수정사항 개수 비교

- 두산동아(왕현종): 225개

- 천재교육(주진오): 208개

- 미래엔(한철호): 207개

- 교학사(권희영): 479개

- 리베르스쿨(최준채): 302개

- 지학사(정재정): 207개

- 비상교육(도면회): 283개

- 금성출판사(김종수): 267개

 

[국사편찬위원회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검정 최종심사 결과 (2013/8/30 발표 자료)]

 

그러니 상식적으로, 교학사의 고교한국사 교과서가 특별히 문제가 더 많았고 또 상대적으로 더 세심한 '배려'를 받지 않았나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도대체 왜 교학사의 역사교과서는 이토록 수정사항이 많았을까? 총 8종이 최종 심사를 통과한 상황에서 나머지 7개는 수정사항이 최소 207개에서 최대 302개 사이인데 반해 유독 교학사만 수정사항이 무려 479개에 달한다면, 객관적으로 봐도 뭔가 좀 이상하지 않나? 수정사항 개수가 다른 교과서에 비해 2배 이상 많은데, 어떻게 평가결과 점수똑같을 수가 있는지.. 물론 전문가가 아니어서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일반인 입장에서 이런 의문을 가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닐까 싶다.

 

 

게다가 국사편찬위원회가 공개한 검정심사 수정·보완 대조표를 보면, 이와 같은 의구심은 더 짙어진다. 분명히 최종견본에서는 수정이 됐겠지만(총 479개의 수정사항), 사실 교학사의 역사교과서는 상당히 특이한 부분들이 눈에 많이 띈다. 우리 역사와 관련해서 보통 일반 기사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실수(?)가 연이어 등장하고,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할 만한 서술도 곳곳에 있는 것 같다. 그저 수정·보완 대조표만 보고 전체를 다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기본 용어 문제는 몇 개 짚어보고 넘어가는 게 좋을 듯하다(대표적으로 6개만 다루는데, 이 중에는 여러 번 반복되는 것도 있다).

 

[국사편찬위원회가 8월 30일 공개한 한국사 검정심사 수정·보완 대조표 내용 중 발췌]

 

먼저, 교학사의 고교한국사 교과서에는 '중전 민씨'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위 표에서 보듯이 수정·보완 과정에서 '명성 황후'로 바뀌었다. 그러므로 오늘부터 열람이 가능한 최종견본에 실제로 중전 민씨라고 써있진 않을 것이다). 자, 한 번 생각해 보자. 평상시에 우리가 '중전 민씨'라는 말을 사용하는가? 그리고 요즘 신문기사에서 중전 민씨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던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대부분 '명성 황후'라고 표현하며, 예전에는 어땠는지 몰라도 이제는 명성 황후라는 말 자체가 익숙하다. 그런데 교학사의 역사교과서에서는 굳이 왜 중전 민씨라는 용어를 반복해서 사용했을까?

[교학사를 제외한 나머지 7종 모두에서는 '중전 민씨'와 관련된 수정사항이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PDF 파일의 '찾기' 기능으로 검색해 보면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결국 이번에 검정을 최종 통과한 대한민국 고등학교의 한국사 교과서 8종 중에 '중전 민씨'라고 쓴 경우는 오로지 교학사의 역사교과서뿐인 셈이다(물론, 국사편찬위원회에서 공개한 수정·보완 대조표만을 대상으로 검색해 본 결과다). 유독 이 한국사 교과서만 당연히 '명성 황후'라는 명칭으로 표현해야 할 대상을, 난데없이 '중전 민씨'라고 계속해서 쓴 것이다. 혹시, 명성 황후라고 해야 된다는 걸 몰라서 그랬을까? 웬만한 일반인도 다 아는 걸, 설마 한국사 교과서를 집필하는 전문가들이 몰랐을 리는 없다. 교학사의 고교한국사 집필을 주도한 두 명의 교수는 '한국현대사학회'라는 학술단체에서 무려(!) 초대회장(권희영)과 현직회장(이명희)을 역임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걸 단순 실수로 보기는 어렵다. '정한론(1870년대를 전후로 일본에서 일어났던 조선 정복에 대한 주장)'이나 1944년 '강제' 징용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위의 표에서 보듯이 정한론도 여러 번 반복됐는데, 원래는 '조선침략론'이나 '소위 정한론'으로 써야 하는 용어다. 왜냐하면 정한론이라는 말 자체가 다분히 일본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용어에 가깝기 때문이다. 조선을 정복한다니, 자기들이 무슨 권리로 조선을 침략한단 말인가? 그런데 한국현대사학회가 주도한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는 계속 '정한론'이라고 썼다. 1944년 징용도 그냥 '징용'이 아니라 '강제 징용'이다. 대일본제국의 고등학생들을 위한 교과서가 아닌 다음에야, 분명히 강제 징용인 것이다.

 

여러 번 동해 표기가 빠진 것이나 김성수(아마도 친일 지주이자 동아일보 사주 김성수를 지칭하는 듯하다)의 이름 앞에 뻔뻔스럽게도 '민족주의자'를 붙인 거, 또 대구 10.1 사건과 시위 군중을 대구 폭동과 폭도들로 표현한 것 등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다. 이 한국사를 집필한 이들은 마치 요즘 역사왜곡 교과서를 펴내는 일본인들이 그러는 것처럼 '명성 황후', '조선침략론', '강제 징용'이라고 부르길 원치 않을 수도 있지 않나? 그들에게는 '중전 민씨', '정한론', 그냥 '징용'이 훨씬 편한 워딩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친일파를 오히려 민족주의자라고 부르고 싶어하며, 친일 또는 친미를 하지 않고 시위하는 군중은 무조건 폭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 아닐까?

 

[국사편찬위원회가 8월 30일 공개한 한국사 검정심사 수정·보완 대조표 내용 중 발췌]

 

사실, 이것 말고도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문제는 복잡다단하게 많다. 여러 기사를 통해 갖가지 쟁점들이 보도되었기에 여기서 직접적으로 다루진 않겠지만, 특히 근현대사 부분에서 진짜 많은 문제들이 있을 것이다. 아직 전체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이런데, 오늘부터 본문의 열람이 가능해지면 도대체 얼마나 괴상망측한 작태가 드러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자세히 읽다 보면, 교묘하게 '아' 다르고 '어' 다른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우리가 일본이나 중국의 역사 왜곡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고 수정을 요구할 수 있을지 심히 걱정스럽다. 향후 우리가 우경화된 일본의 잘못된 근대사 교육에 대해 도대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한반도와 관련된 고대사를 자기들 입맛에 맞게 조작하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 당당하게 목소리를 높일 수 있을까?

 

그런데 이번에 교학사 역사교과서 집필을 주도한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한국근대사, 한국현대사학회 초대회장)와 이명희 공주대 교수(역사교육과, 한국현대사학회 2대 현직회장)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정말 교과서에 문제가 있다면, 검정이 모두 끝난 뒤 실제 기술 내용을 가지고 공개 토론을 하면 되지 않습니까. 교과서 내용에 대해 모르면서, 악의적 선동을 하는 것은 학문적 태도도 아니고, 바람직한 토론 문화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6월 6일 권희영 교수의 조선일보 인터뷰 중에서)

 

"헌법 정신이 국사 교과서 논의의 출발점이자 판단기준이 돼야 한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리는 이번 교과서도 헌법 정신에 따라 사실을 선택하고 서술하려고 노력했다. 앞으로의 논쟁도 우리의 진정한 헌법 정신이 무엇인가를 둘러싸고 벌어지기 바란다" (6월 14일 이명희 교수의 조선일보 인터뷰 중에서)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을 판단기준으로 해서 실제 기술 내용을 보고 토론을 하자는 말인 것 같다. 그래서 어쩌면 이제부터 김구와 이승만, 장준하와 박정희, 4.19와 5.16, 전두환과 5.18 등등 무수히 많은 지점에서 논쟁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 설사 개별 전투에서는 승리한다고 해도 전체 전쟁에선 질 수도 있고, 지금 당장의 결과보다 어쩌면 10~20년 뒤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아무튼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싸움은 쉽사리 끝나지 않을 듯한데, 당장 오늘부터 바로 이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경기도 과천시에 있는 국사편찬위원회 국사관 207호에서 열람할 수 있다고 한다.

 

다들 알다시피, 내년 3월까지는 그렇게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 내년부터 이런 교과서로 역사를 배우게 될지도 모를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양심적인 역사학자와 의식 있는 언론인들이 어서 국사편찬위원회 국사관으로 달려가서 전문적으로 역사 왜곡 여부를 제대로 검증해주길 바라고(개인적으로도 가능하면 한 번 읽어 보고 싶다), 우리 일반 시민들도 이런 교재가 실제로 채택되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The Story of ART

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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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포장지기 2013.09.02 08: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말씀대로 기성세대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부분인듯 합니다^
    잘보고 갑니다^^

  2. 찬성 2013.09.02 11: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아침 동아찌라시가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음해한 민주당은 정식으로 사과하라" 요딴 잠꼬대를 사설이랍시고 실었던데, 조선찌라시도 비교적 조용(?)히 넘어간 것을 왜 동아찌라시가 대문짝만하게 악악거리나 했더니... 김성수 때문이었더구먼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3. 늙은 호텔리어 몽돌 2013.09.02 11: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런 단순 오탈자도 아닌 것들에 대한 수정요청을 보면, 이 저술자들이 일본놈들이 아닌 다음에야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네요.....
    친일친일 수시로 들어왔지만, 이 정도로 아예 대놓고 서술할 정도면 상태가 아주 엄중한 듯~

  4. sephia 2013.09.02 13: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귀찮은데... 가봐야 하나...... ㄱ-

    한번 과 선배 중 누군가와 같이 갈까?

  5. 김석종 2014.01.06 13: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째서 그런 어구를 사용했을까 그이유를 생각해보건데
    1.자기 조상이 일제강점기때 친일해서 잘 살았다거나
    2.좀더 색다른 표현으로 현학스러움을 과시한다거나
    3.현재의 정권담당자들이 외세에 의해서 잘살아온 자손들로
    구성되어있다고 보아 친일에 가까운 내용을 써 아부쪽으로 갔을지도 모르거나
    4.또는 일본의 보이지 않는 공작을 느꼈을지도 모르거나 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