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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의 내용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

 

결국 올 것이 왔다.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어쨌든 역사교과서 문제는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순간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이명박 정권에서도 문제가 불거지긴 했지만 사실 그건 예고편에 불과했고, 지금부터가 진짜다. 앞으로 김구와 이승만, 장준하와 박정희, 4.19와 5.16, 전두환과 5.18 등등 무수히 많은 지점에서 논쟁이 벌어질 것이다. 설사 개별 전투에서는 승리한다고 해도 전체 전쟁에선 질 수도 있고, 지금 당장의 결과보다 어쩌면 10~20년 뒤가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 아무튼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싸움은 쉽사리 끝나지 않을 듯하다.

 

역사교과서 문제를 이렇게 낭만주의적(?)으로 표현하는 걸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어차피 동북아시아 4국이 모두 사실상의 세습 체제에 들어선 이상, 이런 식으로 바라보는 것도 그다지 허황된 건 아니지 싶다. 3대 세습을 한 북한의 김정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괴뢰국가인 만주국과 지금의 자민당을 만든 'A급 전범'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외손자 아베 신조, 공산 혁명 원로 시중쉰 전 부총리의 아들이자 '태자당'의 대표인물인 시진핑, 그리고 '친일과 독재의 아이콘' 박정희의 딸 박근혜.. 2013년 동북아의 구도가 이렇게 될 줄 그 누가 알았으랴.

 

[국사편찬위원회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검정 본심사 결과 (2013/5/10 발표 자료)]

 

전에도 썼지만, 일본과 중국의 역사교과서에 한반도의 역사가 잘못 기록되는 데 대해 우리가 민감하게 반응하며 분노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한 나라의 역사교과서는 단순 기록물이나 학교 교재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중국이나 일본의 역사왜곡 의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 중에 하나가 역사교과서이며 또 그 사악한 계략의 첫 번째 타겟 역시 역사교과서인 동시에, 양국 정부의 역사인식 수준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도 당연히 역사교과서일 것이다. 그만큼 역사책은 중요하고, 수학책이나 과학책과는 분명히 다르다.

 

이런 역사교과서가 지금 격랑의 한복판에 서있다. 뉴라이트 역사교과서로 우리 아이들을 교육하게 될지도 모를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일본과 중국의 역사교과서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단순히 누가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국내에서의 역사교과서 논쟁은 중국과 일본의 역사교과서 논란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물론 당장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은 '근현대사'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충돌은 별로 없을지 몰라도, 지난 4월 23일 아베 총리가 일본 국회에 출석하여 직접 "서울대의 한 분이 일제시대에 왜 (조선의) 인구가 증가했는가 하는 관점에서 분석한 자료도 있습니다"라고 말한 것에서 보듯이, 언젠가는 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현대사학회 홈페이지 학회 현황 갈무리]

 

일제시대에 조선의 인구가 증가했다는 말은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이 주창하는 내용이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한마디로 '일제의 식민 지배가 한국의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것인데, 이걸 주장하는 인물들 중에 대표적으로 알려진 이가 바로 안병직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안병직은 뉴라이트 재단 이사장과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이번에 뉴라이트 역사교과서의 집필을 주도한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현대사학회의 '고문'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올해 2월에도 안병직은 경기도의 보수편향 '현대사' 발간 논란의 중심에 서있었다]

 

안병직과 함께 우리가 주목할 만한 인물이 한 명 더 있다. 그는 바로 5.16쿠데타를 '혁명'이라고 기술한 고교 교과서 집필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뉴라이트 계열 '교과서포럼'의 공동대표), 서울대 사범대 윤리교육과 박효종 교수이다. 지난 1월 박근혜의 대통령직 인수위 정무분과 간사로 임명되기도 한 박효종은 종북 척결을 내세운 뉴라이트 시민단체들의 연합 '자유민주국민연합' 상임대표를 맡았으며,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공동대표도 역임했다. 그는 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객원 논설위원이며,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을 지냈고, 작년 7월 한 방송에 출연해서 박근혜가 '5.16은 아버지의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한 발언을 두둔하는 입장을 표명해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박효종 역시 한국현대사학회의 '이사' 명단에 이름이 올라있다.

 

[뉴라이트 교과서에 대한 교학사의 공식입장 (2013/5/31 보도자료 전문)]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명심할 필요가 있다. 현재 '뉴라이트 역사교과서'라고 불리는 책의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금 쏟아져 나오고 있는 모든 기사들의 내용은 여러 가지 정황을 바탕으로 추정한 것일 뿐이다.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는 이제 본심사를 통과한 상태인데, 수정과 보완을 거쳐 8월 30일 최종합격이 결정되면 일선 학교에서 수업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교육부의 교과서 검정법상 검정 중인 교과서는 최종 합격 전에는 공개할 수 없게 되어 있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을 정확하게 읽어본 사람은 집필과 검정에 직접 관여한 몇몇 인사들 빼고는 전혀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교과서의 내용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뭔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듯싶다. 그저 신문기사의 추정이나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확실치 않은 정보들에만 기대어 부화뇌동 하기보다는, 말 그대로 '팩트'에 근거해서 비판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이 문제의 핵심은 당연히 검정을 통과한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 자체의 실제 내용일 테고, 이 내용을 우리가 확인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교과서는 검정에 최종합격된 이후 공개된다'는 교육부의 검정법 때문이다. 어차피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는 꼼짝없이 8월 30일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2013/08/30교학사 역사교과서 검정 최종 통과 (수능 한국사 필수, 마냥 환영할 수 없는 이유) [클릭]

 

 

지금 이 순간, 정치권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비록 교육부의 교과서 검정법상 검정 중인 교과서는 최종 합격 전에는 공개할 수 없게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국회에서 여야간 협의를 통해 미리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볼 수는 없는가? 대중이나 언론에 공개할 수는 없더라도, 정해진 몇몇 국회의원들은 해당 교과서를 최소한 열람할 수는 있지 않을까? 국회의원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 기밀도 '비밀취급 인가증'을 이용해 볼 수 있는데(현행 군사기밀보호법상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의정 활동에 필요한 군사기밀을 국정감사 자료 요청과 대면보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취득할 수 있다고 한다), 고작 역사교과서 한 권 미리 살펴보는 게 그리 불가능한 일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국회상임위 중에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라는 것도 있지 않나? 이 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교육부에 해당 교과서의 열람을 요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정 안 되면 특위라도 만들어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만들어 보는 건 어떤가? 지금 이 역사교과서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건, 뉴라이트와 다른 역사 인식을 가진 이들이 과연 이 교과서에 실제로 어떤 내용이 담겨져 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만약 어느 국회의원이라도 현행법의 테두리 내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는 '묘안'을 찾아낸다면, 국내외적인 역사 왜곡에 분노하는 시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다. 그런 정치인이야말로 지금 뉴라이트 역사교과서 논란에서 무의미한 소모전을 줄이기 위해서 우리에게 간절히 필요한 존재다..

 

The Story of ART

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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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티스토리 운영자 2013.06.07 12: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TISTORY 입니다.


    티스토리 메인에서 '뉴라이트'를 주제로 회원님의 글을 소개하였습니다.
    궁금하신 사항은 tistoryeditor@daum.net 메일을 통해 문의 주세요.
    앞으로도 재미있고 유익한 글로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 역사연구가 2013.10.30 20: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는 지금까지 오랜기간 역사왜곡에 대해 연구해 왔습니다. 현행 교과서 심사에 합격한 8종 교과서는 전부 애곡되었고 다행히 임균택 저 역사 교과서가 한국역사를 비교적 철저한 고증을 거쳐 출판한 사실ㄹ을 알았다

  3. 역사연구가 2013.10.30 20: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는 지금까지 오랜기간 역사왜곡에 대해 연구해 왔습니다. 현행 교과서 심사에 합격한 8종 교과서는 전부 애곡되었고 다행히 임균택 저 역사 교과서가 한국역사를 비교적 철저한 고증을 거쳐 출판한 사실ㄹ을 알았다

  4. 역사연구가 2013.10.30 20: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를 들어 사고전서와 25사 산해경 죽서기년의 내용을 보면 한반도에는 고조선 발해 삼국시대의고려의 수도가 중대륙에 있다. 그러니 한국인들은 중국과 일본에 대해 역사왜곡에 대한 비판할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