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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은 손석희, 신문은 한겨레, 스마트폰은 팬택.. 그 다음은?


요즘 삼성을 보면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든다. 소위 말하는 '갑질'을 하던 악덕기업들이 국민들의 집중포화를 맞는 상황에서도, 우리 사회의 '수퍼갑' 삼성은 너무나 멀쩡했다. 게다가 그 와중에도 JTBC 보도담당 사장으로 손석희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고, 중앙일보는 한겨레와의 '사설 교류'를 시작했으며, 스마트폰 3위 업체인 팬택의 3대 주주가 됐다. 삼성 입장에서는 완전히 '꽃놀이패'라고 볼 수 있겠는데, 어쩌면 이젠 삼성의 공화국 장악이 과도기를 넘어서서 바야흐로 안정화에 접어드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삼성의 이런 행보를 전하는 주류 언론이나 유명인사들은 찬양 일색이다. 물론 손석희의 경우엔 약간 엇갈린 시선이 있긴 했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손석희 개인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았다. 오히려 그렇게 화제가 된 게 삼성과 JTBC 입장에서는 더 이익인데, 왜냐하면 이런 화제 자체가 JTBC를 TV조선이나 채널A와 차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다른 종편과는 뭔가 다른 JTBC', 사실 이거 하나만 해도 삼성 입장에서는 콧노래가 절로 나올 법하다. 이제 돈을 쏟아부어 물량 공세만 좀 해주면, JTBC는 종편의 핸디캡을 깨고 웬만한 케이블 인기채널 부럽지 않은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을 테니까..

 

중앙일보와 한겨레의 사설 교류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도'라며 추켜세우고, 삼성의 팬택 투자 역시 '아름다운 협력'이니 '상생 모델'이니 하면서 무척 긍정적으로 전해지고 있다. 원래 삼성은 정부와 법조계를 휘어잡고 있었는데, 이젠 알아서 기는 언론뿐만 아니라 중앙일보가 한겨레와도 관계를 맺었으니 더할 나위가 없다. 국회의원조차 삼성에 대해서는 제대로 말 한마디도 못하고, 오히려 삼성에 유리한 법들을 만들어주는 마당에 말이다. 그리고 안 그래도 국내 점유율 70%로 인해 부담스럽던 상황에서 자금 투자가 절실한 팬택을 이용해 '독점'의 따가운 시선을 어느 정도는 희석시킬 수 있게 됐으니, 정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손석희, JTBC가 삼성을 비판할 수 있으면 된다??

 

누군가는 이런 말을 한다. 손석희가 보도담당 사장으로 취임한 JTBC가 삼성을 깔 수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이라고.. 과연 그럴까? 삼성에 대한 호불호와는 무관하게, 사실 이건 너무나 손쉬운 문제다. 어차피 대부분의 주류 언론이 삼성에 대해서 부정적인 보도를 거의 하지 않는 상황에서, JTBC가 삼성을 좀 비판하는 게 뭐가 그리 대수인가? 어쩌면, 삼성 입장에서는 초반에 전시용으로 몇 건 JTBC가 터뜨리는 걸 오히려 원할 수도 있다. 그래야 앞으로 좀 느슨해진 감시 속에서 더 편하게 JTBC·중앙일보와의 밀월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테니. 이 방법은 이미지 재고에도 효과적이고, 손석희의 체면을 세워줄 수도 있으며, 장기적으로 삼성과 JTBC에게 큰 이득이 되는 것이다.

 

삼성 입장에서는 누워서 떡먹기 아닌가? 그리 치명적이지 않은 뉴스 몇 개만 JTBC에 던져주면, 모든 부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JTBC가 삼성을 비판하는 순간, 언제나처럼 유명인사들과 주류 언론은 '역시 손석희!'를 연발할 테고, 대중의 곱지 않은 시선도 급격히 부드러워지며, 앞으로 JTBC·중앙일보와 삼성과의 관계에 대한 의심도 한층 줄어들 것이다. 어차피 이제까지 삼성이 벌인 행각들이 너무나 엄청난 게 많아서, 웬만한 사건으로는 삼성이 별로 잃을 것도 없다. 그저 이제까지 삼성의 제품과 금융상품을 돈주고 사줬던 사람들이 줄어들지 않을 정도로만 하면, 별로 손해보는 장사는 아닌 셈이다. JTBC 역시 시청률은 시청률대로 얻고, 명분은 명분대로 쌓을 수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임도 보고 뽕도 따고..

 

한겨레와 중앙일보의 사설 교류, 그 목적은??

 

중앙일보와 한겨레가 동일한 사안에 대한 두 언론사의 사설을 비교·분석하여 보여주는 '사설 속으로'라는 지면을 매주 화요일 두 신문에 동시에 싣는다고 한다. 그런데 그 목적이 좀 불분명하다. 한국에서 소위 말해 대표적 진보신문이라는 한겨레와 그 이름도 유명한 '조중동' 가운데 하나인 중앙일보가 단순 기사 교류도 아니고 무려 사설을 교류하겠다는 것인데, 이게 좀 이상하다. 언뜻 보기엔 굉장히 새로운 시도처럼 보이지만, 하나 하나 따져보면 상당히 기괴한 모양새를 하고 있는 것이다. 명색이 한겨레와 중앙일보의 공통 지면인데, 이를 비교하고 분석하는 필자들은 그냥 글쓰기 교사들이다.

 

[사진자료: go발뉴스]

 

대표적 보수신문과 진보신문의 사설을 글쓰기 교사들이 비교·분석한다? 당연히 매주 사설의 주제는 달라질 수밖에 없을 텐데, 각 주제와 관련된 전문가들이나 정치사회 분야 학자들이 아니라 글쓰기를 가르치는 사람들이 이걸 담당한다는 게 뭔가 좀 허전하지 않나? 도대체 이 사설 교류의 목적이 뭔가? 그저 청소년들에게 신문 사설 읽기를 통해 글쓰기 교육을 하자는 건가? 겨우 그거라면,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손잡는다는 그 상징성과는 실제로 별로 상관이 없는 셈이다. 이건 한국 사회의 고질병인 진보·보수 편가르기와도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고, 언감생심 진영논리 극복이나 공론형성은 고민할 필요도 없다. 그냥 이제까지 여러 신문들에서 주구장창 해왔던 일종의 'NIE(Newspaper In Education)'일 뿐이다.

 

솔직히 말해서, 한겨레가 이걸 굳이 왜 중앙일보와 해야만 하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단순히 청소년 글쓰기 교육을 위한 것이라면, 딱히 못하게 할 이유도 없다. 그런데 문제는, '중앙일보와 한겨레의 사설 교류'라는 것 자체가 그 제목만으로도 대중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직접 이 내용을 확인해 보지 않고 그저 '한겨레와 중앙일보는 사설도 교류한다더라'라고만 알고 있는 사람들은(특별히 찾아서 읽어보지 않는 한, 다수의 사람들은 이 정도로만 알고 있을 공산이 크지 않을까?), 중앙일보를 조선일보나 동아일보와는 좀 다르게 인식할 수도 있다. 마치 JTBC가 채널A나 TV조선과는 뭔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과연, JTBC가 손석희를 필요로 하는 이유와 중앙일보가 한겨레와 사설 교류를 하는 이유가 크게 다를까? 이것 역시 JTBC·중앙일보와 삼성의 즐거운 베팅(!)이 아닌가 싶다.

 

70% 점유한 1위가 돈 없는 3위의 3대 주주가 되는 게 모두에게 윈윈??

 

일단, 팬택은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부회장이 투자 유치를 위해 직접 나섰다. 삼성은 어차피 팬택이 자신들의 적수가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또 팬택에 부품도 팔아치워야 한다. 게다가 팬택이 망하기라도 해서 시장점유율에 변화가 생기는 건, 여러모로 신경 쓰이는 일이다. 그저 지금처럼 국내 시장을 좌지우지하며 스마트폰을 비싸게 팔아먹는 데 아무런 장애물도 없는 상황이 계속 유지되는 게, 삼성 입장에서는 확실히 더 낫다. 그냥 껌값으로 몇백 억 원 3위 업체에 투자함으로써 2위 업체인 LG도 견제하고, '땅 짚고 헤엄치기'인 현상태를 영속화시키는 게 훨씬 더 이익인 것이다. 팬택은 투자가 필요했고 삼성이 돈을 준 거니까, 별다른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단지 폼 나게 앉아서, 알아서 기는 언론들의 성찬만 받으면 된다.

 

[2013년 5월 22일 한겨레 보도]

 

이제 대한민국에서는 스마트폰의 시장점유율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그와 동시에, 터무니없이 비싼 스마트폰의 가격도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확률이 높다. 운이 좋으면 사회적인 압력을 통해 약간의 조정은 이뤄질 수 있을지 몰라도, 흔히 말하는 '휴대폰 시장 정상화'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제도적으로 몇 가지를 손볼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삼성이 거의 독식하다시피하는 스마트폰 단말기 시장에서 뭐가 많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사실 자동차 시장도 비슷하지 않나? 현대기아차 역시 75%가 넘는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데, 국내 자동차 시장의 여러 가지 문제들이 언제 한 번 시원하게 해결되는 걸 본 적이 없다. 가격은 가격대로 오르고.. 그나마 자동차는 최근에 비교적 다양하게 외제차라도 들어와서 다행이지, 스마트폰은 요금제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 단말기나 쓸 수도 없다. 이게 과연 진정한 상생일까?

 

삼성동물원의 공고화와 통치 전략의 변화?

 

이건희의 처남이자 JTBC·중앙일보 회장인 홍석현이 장본인이었던 '삼성X파일'.. 다른 나라 같았으면 나라가 두세 번은 뒤집어지고 해당 기업은 당연히 퇴출되었을 사건인데, 우리의 대한민국은 전혀 달랐다. 삼성은 그저 몇 번의 허울 좋은 제스처만으로 위기를 넘겼고, 오히려 이를 세상에 밝힌 이상호와 노회찬이 옷을 벗었다. 말 그대로 삼성X파일인데 정작 삼성은 멀쩡하고, 기자와 국회의원이 쫓겨난 것이다. 무려 국회의원과 기자가 말이다. 오래된 얘기도 아니다. 불과 몇 달 전 일이다. 이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일개 사기업인 삼성으로부터 굴욕적인 통치를 받는, 그런 삼성공화국의 명백한 증거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요즘 손석희가 JTBC로 가고, 한겨레가 중앙일보와 사설을 교류하며, 팬택이 삼성의 투자를 받는 걸 보면 삼성의 공화국 통치 전략이 약간 변화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제 공화국 점령 자체는 거의 다 끝났으니, 앞으로는 안정적인 지배를 위한 전략을 구사하는 게 아닐까? 여타 기득권 세력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고(JTBC는 다른 종편과 다르다), 언론 장악력을 증대하며(중앙일보는 기존의 조중동 틀을 뛰어넘는다), 직접 움직이기보단 간접적으로 문제를 처리한다(단순히 스마트폰 점유율을 올리는 것보다는 실질적인 폭리구조를 고착화시킨다). 현재의 삼성은 굳이 나쁜기업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지 않아도, 그냥 이미 접수한 정재계·법조계와 알아서 기는 언론을 통해 아무 거리낌 없이 특혜와 지원을 받고 현체제를 존속시킬 수 있으니 말이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괴물'이 된 삼성을 제어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것인데, 삼성의 비자금 문제를 만천하에 공개한 김용철 변호사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다음 기회에 이 블로그를 통해서도 구체적으로 다룰 예정인데, 우리는 전세계적으로 성공하는 기업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착한 회사'와 의식 있는 소비자들의 화두인 '윤리적 소비' 그리고 우리가 직접 실행해야 할 '삼성 불매운동'에 대해 바로 이 순간 진지하게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사실 걱정이에요. 통제 기관이 없잖아요. 언론은 알아서 기고 있고, 국가기관도 다 그렇잖아요. 통제할 수 있는 권력이 대한민국에는 진짜로 소비자밖에 없어요 ... 삼성의 진짜 핵심은 금융이에요. 생명, 화재, 카드, 증권 등등. 100% 내수고 전부 조 단위 흑자를 내요. 그래서 삼성은 절대로 밖으로 못 옮겨요. 혹시 자영업자 있으면 카드 가맹점 철회하세요 ... 만약 삼성 카드가 조 단위 흑자를 내는데, 전부 카드를 안 써버린다, 가맹점 계약 철회한다, 바로 효과 오죠. 삼성화재 자동차 마켓 쉐어가 50% 이상의 마켓 쉐어죠. 조금 서비스가 불편하더라도 현대나 메리츠로 가면 효과가 오죠. 그 방법 빼놓고는 방법이 없어요. 손을 들게 하는 것 말고는.."

- 2010. 3. 25, 김용철 변호사와의 만남 중에서 (yes24 작가 강연회)

 

The Story of ART

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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