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 사진 PIXTA

다른 나라의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고 시대에 역행하는, 4대강 사업과 철도 민영화.

 

이젠 모두가 다 알고 있듯이, 이명박 정권이 불러온 가장 큰 재앙은 바로 4대강 사업이다(FTA는 노무현 정권에서 시작했고, 이명박 정권에서 마무리지었다). 이 사업 자체가 너무나 엄청나게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기에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난감할 정도이고(그래서 오히려 외면하고 있기도 하다), 일단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곤 하지만 사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건 전체 4대강 사업의 재앙 중에 그저 일부분에 불과하다. 지금은 워낙 다른 이슈들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4대강 문제가 좀 가라앉아 있지만, 아마 한 번 터지기 시작하면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의 '충격과 공포'가 대한민국을 온통 뒤덮지 않을까 싶다.

 

이명박 정권이 4대강 사업을 초반에 추진하려고 할 때, 많은 전문가들이 반대를 하며 예로 들었던 나라가 바로 독일이었다. 독일 운하는 사실 현재 시점에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과거의 유물이고, 지금 독일은 운하 자체와 그 경제성에 대해 극히 부정적이다. 그들은 몇십 년 역사를 가진 기존의 운하를 어쩔 수 없이 유지·보수할 뿐(막대한 세금이 소요된다), 21세기에 새로운 운하 사업을 하려는 한국에 대해 시대에 역행하는 '미친 짓'이라고까지 말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4대강 사업을 강행했고, 최근 기사에서도 밝혀졌듯이 완전히 망해 버린 경인운하와 함께 4대강 폭탄은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로 우리 앞에 놓여있다. 과연 언제 터질까..

[지난 4월 23일 미국으로 출국했다는 이명박의 귀국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사진자료: 뉴스엔, 연합뉴스]

 

애물단지 독일 운하와 영국의 철도 민영화 실패, 그리고 프랑스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에 대선 후보 시절, KTX 민영화에 대한 생각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서 문제가 됐던 적이 있다. 그래서 선거를 앞두고 결국 "지금과 같은 KTX 민영화는 반대한다"거나 "국민의 뜻에 반하는 민영화는 추진하지 않겠다"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하지만 당선 후 측근들의 입에서는 본격적인 국정운영이 시작되기도 전에 벌써부터 '공약 폐기'와 같은 어처구니 없는 말들이 흘러나왔고, 각종 공약에 대해 얼버무리기 시작했다. 어쩌면 박근혜가 당선된 순간부터, 이명박 정권이 마지막까지 붙들고 있었던 '철도 민영화'는 예정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대통령선거가 박근혜의 승리로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철도 민영화를 위한 관련 시행령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고 한다(4대강 사업도 시행령 개정으로 시작했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처럼, 애물단지가 된 독일 운하와 같은 사례를 우리는 영국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박근혜 정권이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려고 하는 바로 이때, 그 반대의 근거로 영국의 철도 민영화 실패를 들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의료 민영화' 역시 4대강 사업 못지 않은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미국의 공공의료 붕괴만 봐도 누구나 알 수 있는 문제다. 다른 건 다 미국을 추종하면서, 도대체 왜 미국의 실패로부터는 교훈을 얻지 못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철도 민영화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의 롤모델이 영국의 대처 전 수상이라고 하는데, 대처도 민영화를 추진했고 자신이 직접 완료하지는 못했지만 끝내 영국의 철도는 민영화됐다. 그리고 영국의 철도 민영화는 명백히 실패했다.

 

[2012년 4월 18일 시사인 보도]

 

관련 보도에 따르면 2013년이 시작되자마자 영국 전역에서는 철도 요금 인상에 대한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고 하는데, 민영화 이후 지난 10년 간 영국의 철도 요금은 50%나 인상되었단다. 2008년 세계 경제 공황 이후 영국 철도의 운임은 평균 임금 상승률보다 3배나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다른 유럽 시민들이 정기승차권에 지불하는 비용에 비해 영국인들은 무려 10배 이상을 부담하고 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철도 요금이 빠르게 인상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영국 철도의 서비스 수준은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영화를 추진하는 이유로 항상 등장하는 '서비스 개선'과 '경쟁을 통한 요금인하'는, 마치 '낙수 효과'처럼 전혀 현실적으로 실현되지 않는 망상이자 진실을 호도하는 거짓된 미끼인 셈이다.

 

그리고 독일 철도와 함께 유럽 철도시장의 양대 산맥인 프랑스 철도는, 작년 10월 30일 철도의 '시설(철도시설공단)'과 '운영(철도공사)'을 분리하는 '상하분리' 체제(시장개방에 유리한 방식)를 철회하고 그저 형식적인 분리만 있는 독일과 같이 '상하통합' 시스템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일본 철도 역시 상하통합 체제). 그러니 흔히 말하는 철도 선진국(프랑스 테제베, 독일 이체, 일본 신칸센)은 모두, 철도의 시설과 운영을 통합해서 관리하는 걸 21세기인 지금 이 순간 분명히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신자유주의가 맹위를 떨치던 때에 안전문제와 비효율성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도 상하통합 시스템을 포기했었지만, 이제는 다시 비정상적 철도 체체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셈이다.

[유럽 최대 전략컨설팅회사 RolandBerger "철도는 네트워크 산업의 특성상 통합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관련글 - 전기와 가스 민영화, 국민 생존권을 위협한다 [클릭]

 

 

4대강 사업처럼 완전히 거꾸로 가는 철도 민영화

 

시대를 역행하며 재앙을 불러온 4대강 사업처럼, 이명박 정권에 이어 박근혜 정권에서도 현재 추진되고 있는 철도 민영화는 분명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 문제도 역시 FTA와 비슷한데 신자유주의가 대세였던 시절 민영화를 추종하고 FTA를 추진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기관인 철도청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운영 담당)'로 전환되면서 '한국철도시설공단(시설 담당)'이 출범한 것이다.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구호가 나왔을 정도로 신자유주의가 쇠퇴하고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지는 요즘, FTA의 의미도 크게 퇴색되었듯이(실제 결과도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게 훨씬 더 많다) 철도의 시설과 운영을 분리하는 것도 미래를 위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진자료: 연합뉴스]

 

이제는 우리도 프랑스처럼 철도의 운영과 시설을 다시 통합해도 모자를 판에, 얼마 전 국토교통부는 상하분리에서 한술 더 떠서 아예 '철도 관제권(철도 편성에 관한 권한, 쉽게 말하자면 방송편성권과 비슷함)'마저 코레일에서 철도시설공단으로 넘기기로 했다. 열차 운행과 관련한 각종 지시·통제 기능을 수행하는 코레일의 관제권을 철도시설공단으로 이관한다는 말은, 사실상 철도 운영을 민영화하겠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국토부가 말하는 민영화의 개념이 바로 '시설'은 국민의 세금을 들여 구축하, '운영'은 코레일과 또다른 회사(사기업 참여)가 운영권을 놓고 다투게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는 초기 투자비용이 굉장한 철도 산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민간 사업자에게 엄청난 특혜다]

 

그러니 국토교통부는 철도 관제권을 철도시설공단으로 이관함으로써, 철도 편성의 코레일 독점을 없애고 민간 사업자가 철도 운영에 뛰어들 수 있는 요건을 갖춘 셈이다. 이제 사기업이 철도 운영 사업을 시작하면 코레일이 아닌 철도시설공단이 열차의 운행 시간이나 노선 등을 결정하게고, 이는 곧 철도 민영화가 본격화됐다는 걸 의미한다. 바로 어제 보도된 내용에 의하면, 국토부는 수서발 KTX를 비롯해 향후 신규 노선마다 지분 입찰 등을 통해 민간자본이 들어올 길을 열어줄 계획이라고 한다. 결국 지금까지 코레일이 철도 운영을 도맡아 하면서 KTX와 같은 흑자 노선의 수익을 적자 노선에 보조하며 지켜왔던 철도의 공공성은, 앞으로 민간 사업자가 수서발 KTX처럼 알짜 노선에 진입함으로 인해 근본적으로 허물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다른 나라의 실패사례를 쫓아가는 대한민국 정부

 

이명박 정권은 독일을 비롯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을 추진했고, 이 사업은 지난 5년이 만든 최대의 재앙으로 남았다. 도대체 4대강 사업에 들어간 국민의 혈세 몇십 조는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규모가 작은 경인운하의 실패가 이미 명백해졌듯이, 머지않아 4대강 사업도 수많은 폐해를 드러낼 것이다. 검찰 조사는 지금 진행 중이고, 요즘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은 박근혜 정권이 어쩌면 4대강 사업 주동자들을 생각보다 빨리 불러낼 수도 있으리라. 몇십 년 전에 운하 사업을 벌인 독일에 대해 현재 시점에서 단순히 '실패 사례'라고 말하는 건 좀 무리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21세기의 독일은 절대 4대강 사업처럼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굳이 왜 다른 나라의 실패 사례를 쫓아가서 재앙을 자초하는가?

 

박근혜 정권은 영국을 비롯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려 하고, 단언컨대 시대에 역행하는 철도 민영화는 또다른 재앙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영국이 이미 경험한 것처럼 서비스 개선 없는 이용 요금 상승은 불을 보듯 뻔하고, 재벌 특혜로 인한 사회양극화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우리는 이제까지 너무 많이 봐왔지 않은가? 독점적 대기업의 '갑질' 횡포와 민자고속도로 이용요금의 어이없는 인상을.. 서울지하철 9호선도 마찬가지다. 서비스 수준은 더 나을 게 없는데, 요금은 훨씬 비싸게 받으려고 난리다. 박근혜 정권의 철도 민영화 때문에 우리가 10년 뒤에 영국처럼 시위를 벌여야 될지도 모른다.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에 만든 9호선 때문에 지금까지도 박원순 시장이 골치 아픈 것처럼 말이다.

 

독일 운하의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으로 재앙을 만들었고, 영국 철도의 민영화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 박근혜 정권은 또다시 철도로 재앙을 잉태하고 있다("민영화된 철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만약 미국 의료의 붕괴로부터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의료 민영화를 추진한다면, 이 역시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다. 4대강 사업은 막는 데 실패했지만, 철도 민영화와 의료 민영화는 아직 기회가 있다. 우리는 반드시 철도와 의료의 민영화를 막아내야만 한다. 그것이 멍청한 정부로부터 우리의 행복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The Story of ART

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즈 2013.05.17 13: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명박 대통령을 보면서 자기가 돈을 챙길만한 이득이 될만한 일은 무엇이든지 하는 매우 이기적인 사람으로 밖에 생각이 안됩니다. 대부분의 국가적 사업보다 자신혹은 자신의 측근들이 이득이 될 정책은 반드시 강행처리했으니까요. 4대강 살리기 사업과 철도 민영화 사업, 실패한 신자유주의를 왜 우리는 시행을 하려고 할까요?

  2. 강시현 2013.05.17 16: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박근혜 대통령이 KTX 민영화를 재개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말 울분이 터지네요. 선진국에서도 실패한 민영화를 대체 왜 하는건지 모르겠어요. 제가 미국에 살면서 가장 불편했던 점이 의료보험 민영화였거든요. 유학생들끼리 농담식으로 보험 없이 다치면 파산한다고, 한국 못 돌아간다고, 그런 대화를 했던게 기억이 나네요.

    • 아서정 Arthur Jung 2013.05.17 16: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미국에 살아보셔서 잘 아시겠군요.
      근데 한국에서 전국민의료보험의 혜택이 당연할 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 사태의 심각성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서 참 안타깝습니다.
      미국도 오바마가 개혁을 하는데, 한국은 미국의 실패를 쫓아가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

    • 강시현 2013.05.20 17: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미국에서는 오바마가 의료보험을 한국처럼 국가 소유로 바꾸려고 난리인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는게 정말 어이가 없어요 ㅠㅠ

  3. 몽돌 2013.05.17 20: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민영화 이유가 경쟁으로 인한 가격인하와 서비스 향상이라고 하는데, 그게 논리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잘 모르겠군요. 같은 파이에 이익을 나눠야 할 입들이 많아질텐데...
    위 영국의 예가 그 결과를 대변하는 것 아닌지~

  4. 이즈 2013.05.17 20: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격 경쟁이 아닌 업체간의 가격 담합으로 매우 비싼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사야할 수도 있습니다.

  5. 대기업 2013.05.17 22: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돈없는 인간들은 제발 ktx 타지마라. 시끄럽고 냄새난다.개나소나 ktx야. 빨리 민영화해서 자본주의로 갑시다..돈 없으면 무궁화나 타고 찌그러져 있기를...난 강남 대기업^^

  6. 민영화 반대요~! 2013.05.18 18: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철도민영화 하면 요금도 더 올라가고..시민들은 더 불편해집니다.
    제발..이런 철도나 수도 등등은 민영화 시키지 마세요~!
    시민들을 위한다면 더더욱 민영화 하지말아주세요..

  7. 2015.07.22 16: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