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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품 이용에 대한 환멸을 불러온 독과점 재벌들의 뻔뻔함, 국내 소비자는 호구이자 마루타?

 

요즘 '경제민주화'라는 말은 많은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사용하고, 대선후보들도 아주 중요한 공약 중에 하나로 삼아 매일 강조하고 다닌다. 그런데 과연 경제민주화라는 게 뭘까? 사용하는 용어는 다 동일한데,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사람마다 다 다른 것 같다. 원론적으로 볼 때 정치민주화가 시민의 정치 참여라고 한다면, 경제민주화는 노동자의 경영 참여인가? (직접민주주의를 완전히 도입하지 않는 한) 시민의 정치 참여에서 가장 진전된 방식이라면, 대표자를 시민이 직접 뽑고 더 나아가 시민이 스스로 대표자가 되는 형태일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자의 경영 참여에서 가장 진전된 형태는 경영자를 노동자가 직접 선택하고, 더 나아가 노동자 스스로 경영자가 되는 것인가? 우리가 만약 '민주화'라는 표현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면, 보통 이 정도는 되어야 '경제민주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지금 한국사회에서 주로 말하는 경제민주화는 이런 얘기가 아니다. 그냥 '민주화'라는 용어를 잠깐 빌려왔을 뿐, 사실상 민주화와는 별로 관계가 없다. 마치 한국에서만 '거대민간기업집단'이라는 의미로 특유의 '재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다른 나라에서는 당연히 상식적으로 지켜지는 것들이 대한민국에서는 유난히 안 지켜지니까, 어쩔 수 없이 (80~90년대 정치민주화 이후의) '경제민주화'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게 아닌가 싶다.

 

실제로 사람들이 말하는 경제민주화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기껏해야 기업들이 관련법을 잘 지키고 세금을 제대로 내게 하는 정도의 범위 안에 드는 게 대부분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재벌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대표적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결국 요즘 정치인이나 언론들이 흔히 말하는 경제민주화에서 ('양극화 해소'와 함께) 가장 큰 부분은 '재벌개혁'이다.

[대선후보 빅3가 경제민주화 분야에서 자주 말하는 '순환출자'나 '출자총액제한제' 같은 내용들도 역시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된 문제다]

 

하루 24시간 재벌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국사람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거의 모든 일상을 재벌들의 영향력 아래에서 생활한다. 재벌 건설사가 지은 아파트에서 잠을 자고, 재벌 자동차회사가 만든 자가용을 타고 출근하며(중간에 재벌 정유사의 기름을 넣는다), 재벌 프랜차이즈에서 만든 커피와 빵을 먹고, 재벌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며, 재벌 전자회사에서 생산한 텔레비전을 시청한다. 온종일 재벌이 만든 휴대폰을 들고 다니고, 재벌 통신사에 가입하여 전화기를 이용하며, 주말에도 재벌이 소유한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

 

 

과연 한국에서 어떤 식으로든 재벌과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예전에 대충 이런 글을 본 기억이 난다. 미국의 어떤 저널리스트가 중국산 제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생활하기에 도전했다가 끝내 실패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한국에서 재벌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생활하기에 도전해도 결국 실패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지 않을까 싶다. 한마디로, 일반 시민이 재벌 외의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는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삼성의 제품과 금융상품을 구매하지 않은 지 몇 년 됐고 최대한 중소기업의 제품을 애용하려고 하는 편이지만, 겨우 이 정도 선택조차 솔직히 말해 한계가 느껴질 때가 있다]

 

누군가는 이런 얘기를 할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그게 왜 문제가 되느냐고, '다국적 기업'에 한국시장을 내주는 것보다는 차라리 국내 재벌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며 한국 기업과 시장을 지키는 게 더 나은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 중에 일부는 애국심이나 민족주의 등을 중시하는 사람일 수 있고, 또 일부는 한국경제나 일자리를 염려하는 것일 수 있겠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한국 재벌들의 서비스와 제품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걸 한 번 생각해보자.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외국인 지분이 60%가 넘고 휴대전화기의 해외 생산 비율이 80%를 넘어섰다고 한다. 또한 관련 보도에 따르면, 삼성은 더 이상 한국기업으로 인식되거나 한국과 연계되는 어떤 일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란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사실상 삼성은 지금 '무국적 기업'이며 삼성의 성장이 한국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생각만큼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2009년 기준 전체 일자리의 87.7%가 중소기업에 몰려 있다). 자 그러면, 과연 삼성과 같은 재벌들의 제품과 서비스는 실제로 한국에서 어떤 수준일까?

 

[2012년 10월 25일 뉴스토마토 보도]

 

재벌의 독과점에 완전히 장악되어버린 한국사회

 

지난 5년간 이명박 정권 치하에서 10대 재벌그룹이 계열사의 수를 두 배 가까이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한 30대 기업집단의 작년 매출액이 국내총생산(GDP)을 처음으로 추월했다고 하며, 최근 1~2년 사이에 대기업집단의 당기순이익은 일반 가계의 소득증가율에 비해 무려 10배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고 한다. 이처럼 재벌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은 무척 심각한 상황인데, 양극화의 책임은 일단 차치하고라도 재벌들이 중소기업에 대해 납품단가 인하를 강제하는 등과 같은 여러 가지 횡포를 부리는 건 비단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라는 사실쯤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재벌의 이런 파렴치함은 중소기업을 향해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국내 소비자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뻔뻔함을 보이는데, 이는 한국 재벌들이 국내시장에서 독과점을 하고 있기 때문에 비로소 가능한 횡포라고 볼 수 있다.

 

독과점: 하나의 기업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상태인 독점과 두 개 이상의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과점을 아울러 이르는 말. (출처: Daum사전 검색)

 

여기서 독과점의 폐해에 대해 이론적 설명을 따로 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 대신 대표적인 산업 몇 개의 참혹한 현실에 대해서는 한 번 짚고 넘어가야 되겠다. 최근 보도들을 살펴보면, 우선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0%에 달한다고 한다(세계 최대 자동차기업인 도요타는 일본 내수시장 점유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리고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상반기에 60%를 돌파한 이후 점유율 비공개)과 LG의 점유율 합은 적게 잡아도 최소한 75%가 넘고 있으며, 극장 체인인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중앙일보+JTBC 계열사의 자회사) 3개 영화관의 스크린 점유율 역시 85%가 넘는단다.

 

현행법으로도 '한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셋 이하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의 합계가 75% 이상(이 경우 시장 점유율이 10% 이하인 사업자는 제외)'일 때 '시장 지배적 사업자'는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법적으로만 보면 현대기아차나 삼성과 엘지, 씨지브이와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당연히 시장 지배적 사업자일 테고, 단순히 점유율만 봐도 무시무시한 독과점 기업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다들 알다시피, 이들 독과점 재벌들이 국내 소비자들을 대하는 태도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으며, 우리들을 마치 호구(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나 마루타인 양 이용해먹고 있는 것이다.

 

[2012년 2월 14일 한겨레 보도]

 

국내 소비자를 호구이자 마루타로 여기는 독과점 재벌들

 

2009년에 대한민국 정부가 국내 자동차산업을 지탱한다는 명목으로 노후차량 교체 시 취득세와 등록세를 70% 깎아줄 때도 현대기아차는 자동차 판매 가격을 인상했고, 최근 6~7년 동안 주력차종들의 가격도 20~30% 정도씩 인상되었다고 한다. 현대기아차는 동일 차종의 신모델을 내놓으면서 매번 가격을 올리는 편인데, 외국에선 새 모델이라고 해서 반드시 가격이 오르지는 않는다고 한다(외국 자동차 브랜드들은 요즘 가격을 오히려 내리기도 하고, 최소한 비슷한 가격으로 내놓는 경우가 많단다). 어째서 현대기아차는 계속해서 차 가격을 올리고, 또 이렇게 값이 올라간 차량이 한국시장에서는 그대로 잘 팔리는 것일까? 굳이 말 안해도 직감하겠지만, 이는 당연히 독과점 때문이다.

[이번에 북미에서 문제가 된 연비과장과 관련해 국내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이나, 최근 5년간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품질개선 권고를 받은 차량의 절대 다수가 현대기아차일 정도로 어이없는 내수용 품질에 대해서는 여기서 굳이 다 지적하지 않겠다]

 

현대기아차가 동일한 차종에 사용하는 부품의 내수용과 수출용 품질을 차별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인데, 국내 휴대폰 업계의 양대 산맥인 삼성과 LG는 이와는 다른 방법으로 국내 소비자들을 차별하고 있다. 최근 구글은 레퍼런스(다른 제품 개발의 기준이 되는 프리미엄 사양 제품) 태블릿PC인 넥서스10을 삼성전자와 함께 만들고, 레퍼런스 스마트폰인 넥서스4를 엘지전자와 함께 만들어서 전세계에 공개했다. 그런데 한국 재벌 삼성과 LG는 정작 국내에는 넥서스10과 넥서스4를 출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하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 두 제품(30~50만원대)은 내놓지 않은 채 가격이 보통 2배가 넘는 고가의 전략제품만 출시하는 '이상한' 정책을 펴고 있다. 도대체 삼성과 엘지는 국내 소비자들을 얼마나 업신여기고 있는 것인가?

 

어설픈 제품을 국내에 먼저 출시해서 국내 소비자들을 마루타로 이용해먹은 뒤 해외에는 이보다 훨씬 더 개선된 제품을 출시하는 것도 모자라, (지난 10월 초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이 지식경제부로부터 자료를 제출 받아 단말기 출고가 현황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국내 출고가가 세계 평균가보다 무려 2.5배 이상 높은 것도 있다. 다시 말해, 국내 소비자들은 삼성과 LG가 만든 레퍼런스 제품도 사용하지 못하고, 해외 판매제품의 품질에도 못 미치는 제품을 훨씬 더 비싼 가격을 주고 구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황당한 일이 왜 일어나겠는가? 이 역시 재벌의 독과점 때문이다.

[보도에 의하면, 올해 6월까지 삼성 갤럭시 노트 전체 판매량 700만 대(공급기준) 가운데 무려 300만 대를 한국 소비자가 구입해줬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수출용보다 못한 제품을 국내에 출시했고, 레퍼런스 태블릿PC인 넥서스10은 아예 출시조차 안하고 있다]

 

[상: 2011년 12월 14일 SBS뉴스 보도, 하: 관객 1천만 명을 돌파한 <도둑들>과 <광해>]

 

다음으로 국내 시장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3개의 극장 체인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에 대해 잠깐 얘기해 보자. 사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길게 얘기할 필요도 없을 듯싶다. 요즘 멀티플렉스에 가면 보고 싶은 영화를 자유롭게 선택해서 볼 수 있는가? 절대 아니다. 워낙 한두 영화가 많은 스크린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독과점 재벌들이 걸어놓은 영화를 봐야 한다. 게다가 돈 주고 입장권을 사서 들어간 극장에서 영화 상영 전에 어찌나 많은 광고를 틀어대는지, 도대체가 상업광고를 보러 온 건지 작품을 보러 온 건지 분간을 할 수가 없다. 영화 시작 전에 광고를 보는 건 전혀 당연한 일이 아닌데(광고 상영 자체가 없는 시네마테끄도 있다), 관객 천만 명을 돌파한 영화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광고 보느라고 허비했을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김기덕 감독이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왜 공개적으로 제기했겠는가? 저예산 독립영화들의 상영기회가 사라지는 결정적인 문제도 물론 있지만 도저히 그냥 두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재벌의 횡포가 심각하고, 관객들이 보고 싶은 영화를 쉽게 볼 수 없을 만큼 선택권이 제한되며, 온갖 지역에 마구잡이 확장으로 인해 떨어진 수익성을 과도한 상업광고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하며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 전혀 공정한 경쟁도 아니고, 자본주의에서 말 그대로 '실패'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다. 어째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이 대명천지에 대놓고 발생할 수가 있을까? 결국 재벌들의 독과점이 원인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국산품 이용에 대한 환멸 그리고 등 돌리기 시작하는 국내 소비자들

 

이 포스트의 앞부분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얘기를 했다. 몇 년 전부터 양극화가 점점 더 심해지면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커졌고, 이와 동시에 국내 독과점 재벌의 횡포를 국민들이 점점 더 체감하게 되면서 경제민주화가 제일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물론 이것들은 전체적으로 다 연결된 사안이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문제다. 아무리 재벌들이 언론을 장악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조작한다고 해도, 어차피 직접 고통을 받는 서민들이 독과점 재벌의 횡포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으므로, 계속 분노가 속에서 차오르다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마침내 밖으로 표출된 것이다. 국산품 이용에 환멸을 느낀 소비자들이, 요즘은 심지어 이런 말까지 하기도 한다. "독과점 재벌의 상품 불매운동이 경제민주화의 시작!"

 

현재 유력한 대선후보 세 명은 지금까지 경제민주화를 반복적으로 약속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지난 11일 오전 11시에 정책공약을 발표하면서 경제민주화에 대해 나름대로 비전을 제시했다. 마지막 남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오는 16일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를 불과 며칠 앞두고 경제민주화를 위해 영입한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박근혜가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사실 김종인이 말하는 경제민주화도 지금에 와서는 그리 전향적일 게 없는 편인데,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이마저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아주 기본적인 수준이라고 볼 수 있는 겨우 그 정도의 공약도 실천할 생각이 없다면, 박근혜에게서 경제민주화를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인 셈이다. 안 그래도 재벌들의 반발이 만만찮을 텐데, 대통령에게 확고한 의지가 없다면 경제민주화는 아예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독과점 재벌들의 횡포를 분명히 확인했다면, 정권교체를 위해 꼭 투표해야 하지 않겠는가.. 

 

The Story of ART

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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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ephia 2012.11.13 17: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건 참 답이 안 나오는 겁니다. 에휴...

  2. Na 2014.05.17 14: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루빨리 완전경쟁시장이 오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우리부터 시작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