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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을 통해 사과한 박근혜, 진정성 말고도 다른 심각한 문제들이 많다.

 

새누리당 대선후보 박근혜가 그동안 계속 지적되어 왔던 역사인식 문제에 대해 기자회견을 통하여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한 달이나 먼저 집권여당의 대통령후보로 확정되었지만, 그녀는 한 달 내내 측근비리와 함께 역사인식 문제에 발목이 잡혔고, 결국 크게 유리한 고지를 지키기 못하고 안철수와 문재인에게 추월당하고 말았다.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후보에게 추석을 앞둔 현시점에서 이건 굉장히 부정적인 흐름이었고, 아버지 박정희와 관련해서는 끝까지 고집스러웠던 박근혜조차 이번에는 한 발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급한 불은 끄고 볼 일이고, 추석 이후 10월부터는 대권행보를 어떤 식으로든 정상화시켜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명분과 시간 싸움이라는 정치에서, 박근혜의 역사인식 사과 기자회견은 그리 높은 점수를 받기는 힘들 듯하다. '지지율 추락'이라는 악재 앞에서 억지로 한 꼴이 되어 버린 사과는 명분을 얻기에 역부족이고, '추석 민심'이라는 과제 앞에서 등 떠밀려 한 기자회견은 시간상으로도 별로 좋은 선택이 못된다. 새누리당을 완전 장악하고 있는 박근혜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겠지만, 아무리 늦어도 최소한 민주통합당의 대통령후보가 확정되기 전 그리고 안철수가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하기 전에 어떻게든 역사인식에 대한 입장표명을 했어야만 했던 것이다. 새누리당 후보확정 이후 무려 4주간의 여유가 있었지만 박근혜는 그 시기를 놓쳐버렸고, 이제 다시는 그런 황금기가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진정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었고, 사태 해결을 위한 박근혜 최후의 기회는 이렇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그냥 평범하게 지나가고 말았다. 좀 더 적극적으로 해석을 해보면, 이런 기자회견은 박근혜의 아킬레스건인 역사인식 문제를 극적으로 이용해서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절호의 찬스였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명분과 시간을 제대로 챙겼다는 가정하에) 8분 남짓한 기자회견 내내 애꿎은 프롬프터만 그대로 읽으며 '인혁당'을 '민혁당'으로 발음하지 않았던들, 또 기자들의 질문도 하나 받지 않고 그저 뻣뻣하게 서있기만 하다가 나가지 않았던들, 그리고 단지 기자회견뿐만 아니라 전향적인 후속조치와 함께 곧바로 피해자들에게 달려가 능동적으로 사죄하며 애쓰는 모습을 보였던들.. 어쩌면 일종의 향수(?)를 갖고 있는 일부 국민들에게는 감동을 줄 수도 있는 이벤트였던 것이다.

 

박근혜가 박정희를 부정한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일부 국민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 될 수도 있었는데, 박근혜 캠프는 이를 적절히 활용하지 못한 셈이다. 사실 진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지극히 주관적인 부분이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진정성은 온전히 인간 내적인 문제인데, 그걸 어떻게 일방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결정할 수 있단 말인가. 명분과 시간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이번 기자회견조차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의 평가가 엇갈리는데, 바로 위에서 말한 몇 가지 상황들이 달랐다면 진정성 문제도 지금과는 많이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튼 박근혜의 역사인식 사과 기자회견은 사실상 실패가 아닌가 싶은데, 이 포스트에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과연 진정성 말고 다른 문제는 없는가'를 한 번 살펴보고자 한다.

 

[사진자료: 뉴스1]

 

오전에는 사과하고 오후에는 말춤을 추게 만든 무개념 선거캠프

 

우선, 진정성 문제의 연장선상에 있는 얘기부터 해보자. SNS상에서 이미 큰 논란이 됐듯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오전에 역사인식에 대한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난 뒤, 같은 날 오후에는 부산까지 내려가 선거대책위 출범식에 참석해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개사한 '부산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췄다고 한다. 집권여당의 대통령후보가 같은 옷을 입은 채 단 몇 시간 차이를 두고, 서울에서는 침통한 표정으로 사과하고 부산에서는 신나게 웃으며 춤을 췄다는 말이다. 솔직히 이런 사태를 보며 참 뭐라 할 말이 없는데, 그래도 몇 십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집권하며 대다수 대통령을 배출한 세력의 대선후보 캠프가 겨우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게 정말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도대체가 일반 유권자들보다 더 개념도 없고 눈치도 없는 집권여당의 선거캠프라니..

 

이건 단순히 진정성의 문제가 아니다. 설사 부산 선대위 출범식이 미리 일정에 잡혀 있었다손 치더라도, 갑자기 기자회견을 하게 됐으면 어떤 식으로든 일정을 조정해야 되는 것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최소한 그날 하루는 박근혜 후보가 자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선거캠프에서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하는데, 자중은커녕 곧바로 똑같은 옷을 입고 후보가 말춤을 추게 한다는 게 도저히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설사 일정 조정에 불가능해서 출범식에 참석하게 됐더라도, 어떻게든 후보가 웃으며 춤추는 상황만은 안 만들어야 되는 것 아닌가? 이게 뭐 특별히 어려운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일도 아니고 그저 아주 기초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의 문제인데,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선거캠프의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이런 것 하나 알아서 대처할 수 있는 인물이 전혀 없나? 진짜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우리가 이런 인간들에게 정치를 맡기고 있다는 게 참 서글프기까지 하다.

[생각이란 게 있는지 없는지, 수첩공주 박근혜 본인에 대한 얘기는 굳이 하지 않겠다]

 

[2012년 5월 28일 동아일보 보도]

 

구시대적이고 부정부패와 가까우며 오히려 부담이 되는 주변인물들

 

바로 앞의 한심한 새누리당 선거캠프 얘기와 좀 연결되는 것 같은데, 한동안 박근혜의 원로 자문그룹 '7인회(김용환, 김용갑, 최병렬, 안병훈, 김기춘, 현경대, 강창희)'에 관한 기사가 포털뉴스 메인을 장식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어떤 상태로 박근혜 후보와의 관계가 이어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7인회의 면면에 대해서는 소위 말하는 보수 언론들조차 부정적인 관점의 보도가 많았고,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이들의 영향력이 주목받는 걸 경계하는 듯한 분위기였으며 상당히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는 7인회 관련 보도 자체가 거의 없는데, 과연 이들이 요즘 뭘하고 지내는지 개인적으로도 무척 궁금하다. 예전부터 박근혜를 측면지원했다는 7인회는 주로 박정희 유신과 전두환 5공 출신 인사들인데,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현재 별다른 말이 없는) 이들에 대해 여기서 직접적으로 다루기는 좀 그렇고, 그 대신 자세한 내용은 얼마 전에 써놓은 포스트로 대체하겠다.

 

 

 관련글 - 문재인 출마, 박근혜의 7인회와 이명박의 6인회 [클릭]

 

 

원로자문그룹 7인회 외에도 우리는 이제까지 여러 가지 뉴스를 통해 박근혜의 주변인물들이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지 대충은 알고 있다. 이미 보도가 다 된 상태이기에 구체적인 내용까지 적진 않겠지만, 단지 그들의 이름만 나열해봐도 유권자들은 많은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공천뇌물' 현영희, '불출마협박' 정준길, '불법자금' 홍사덕, '금품요구' 송영선, '막말파문' 김재원, '역사왜곡' 김무성 등등.. 불과 한두 달 그 짧은 기간동안 어쩌면 이렇게나 다양한 문제를 마구 일으킬 수 있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인데, 계속 이대로 가다간 11월 말쯤 되면 박근혜 측근들은 모두 정치생명이 끝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녀의 주변은 정말 엉망진창이다. 측근 비리가 앞으로 3개월동안 어디까지 이어질까? 요즘 비박들은 새누리당 내에서 큰소리 한 번 못 치고 중심에서 멀리 떨어져 지내는 것 같던데, 과연 나중에 12월 공식 선거기간에는 박근혜 옆에 누가 서있을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정확한 친인척 관계조차 파악하기 힘든, 박근혜의 수많은 가족들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이미지 출처: 이명박과 박근혜의 2007년 TV토론 유튜브 영상 캡처]

 

문재인이나 안철수와 직접 토론을 해야만 하는 박근혜 본인의 수준

 

자신이 달변이든 아니든, 토론을 잘하든 못하든, 대통령후보는 어쨌거나 후보간 토론에 참석해야 한다. 박근혜의 후보간 토론회 참석이 문재인과 안철수의 단일화 이후에 있을지 아니면 그 이전에 두 사람과 토론회에서 동시에 맞붙어야 할지 아직 모르겠지만, 시기야 어떻든 박근혜는 문재인이나 안철수와 직접 토론을 벌여야만 한다. 이는 2007년에 이명박과 토론을 했을 때나, 저번 달에 새누리당 경선 후보들과 토론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변호사 출신 문재인과 CEO 출신 안철수는 무척 점잖고 신사적인 사람들이지만, 토론회에서는 박근혜의 가장 아픈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것이다. 박근혜에 비해서도 그리 떳떳할 게 없는 이명박이나 여타 새누리당 후보들이 감히 건드리지 못한 약점들에 대해, 깨끗하고 진중한 안철수나 문재인은 과감하게 질문을 던질 테고, 박근혜는 어떤 식으로든 대답을 해야 한다.

 

도대체 박근혜는 많은 국민들이 지켜보는 생방송 TV토론에서 문재인이나 안철수에 맞서 제대로 토론을 할 수나 있겠는가? 이명박과 박근혜의 토론 영상을 찾아본 사람들은 다들 느끼겠지만, 사실 이명박도 토론 수준이 별로인데 박근혜는 그런 이명박한테도 제대로 대적하지 못하는 것 같다. 두 사람이 토론하는 걸 보면 '도대체 이 사람들이 서로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고 토론을 벌이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이명박의 2007년 경선 승리 이유가 후보간 토론회였다는 근거는 없지만, 그 누가 보더라도 박근혜 후보의 토론 수준은 말 그대로 안습이다. 토론 상대방을 어이없게 만들 뿐만 아니라, 그걸 보는 유권자들도 모두 멘붕시킬 정도다. 짐작컨대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캠프는 최대한 토론을 회피하려고 할 텐데, 그런 행태 자체가 국민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줄 것이다. 과연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까? 수첩공주 박근혜의 토론을 보고 유권자들은 얼마나 신뢰감을 가질 수 있을까? 이런 재밌는 쇼가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다는 데 대해 설레기까지 한다.

 

무개념 선거캠프와 도움은커녕 부담만 되는 측근들, 또 피할 수 없는 토론까지.. 박근혜에게는 진정성 말고도 대선가도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50%에 가까운 지지율을 보이며 '대세론'으로 밀고가던 시절이라면 웬만한 건 다 무시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대세론은 무너진 게 분명하고 강력한 상대가 둘 이나 있으니, 박근혜 입장에서는 진짜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으리라.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치열한 이번 대선의 승부처는 '수도권 20~30대의 투표율'과 '박근혜 콘크리트 지지층의 이탈률'이라고 생각하는데, 만약 수도권 젊은이들 사이에 투표 바람이 불거나(새누리당은 투표시간 연장을 끝까지 반대할까?) 콘크리트 지지층 사이에 균열이 발생한다면, 박근혜는 필패한다고 본다. 무개념 선거캠프와 부담되는 측근들 그리고 야권후보와의 토론이, 과연 젊은이들의 투표율과 콘크리트 지지율 균열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벌써부터 흥미진진하다!

 

The Story of ART

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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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강여호 2012.09.26 09: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면면을 보니
    박근혜의 왜곡된 역사인식이 화석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