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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을 종용이라 부르고, 뇌물을 헌금이라 부르는 이상한 표현법에 대한 단상.

 

 

박근혜측 정준길 공보위원이 안철수측 금태섭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안철수의 대선 불출마를 '협박'했다는 사실이 폭로되었다. 사안의 심각성을 박근혜측도 인정했는지(만약 다른 나라였으면 박근혜 후보의 사퇴까지 직접적으로 거론되지 않았을까 싶다), 정준길은 금태섭의 기자회견이 언론에 보도되자마자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다. 그리고 박근혜는 언제나처럼 사과는 하지 않고, 그저 '꼬리자르기'를 위해 변명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가 입장을 밝히기도 전에 이미 포털사이트의 뉴스 추천댓글에 '정준길 사퇴-박근혜 발뺌'과 같은 말이 등장할 만큼, 그녀의 무책임한 행태는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파하고 있을 정도다.

 

왜 안 그렇겠는가? 물론 다른 사건들도 많겠지만, 바로 어제 현영희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4.11 총선 과정에서의 새누리당 공천 '뇌물' 사건 하나 봐도 그렇다. 새누리당의 공천과정 전체를 장악하고 있던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박근혜는 이 때도 마찬가지로 사과 없는 발뺌과 꼬리자르기를 하지 않았는가? 다만 공천헌금 사건에 대한 꼬리자르기의 끝과 불출마종용에 대한 발뺌의 시작이 같은 날 벌어진 게 공교로울 뿐, 박근혜의 정치적인 행위는 항상 어떤 의미에서건 일종의 '일관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런 인물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어도 되는지와는 전혀 별개로 말이다.

 

[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 공보물 (출처: 한겨레 보도 사진), 아래: 9월 5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부터 공보위원 임명장을 받은 정준길(출처: 오마이뉴스 박정호 기자 트위터 @JUNGHOPARK)]

 

그런데, 공천헌금과 불출마종용에 관한 무수히 많은 기사를 보면서 이런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왜 '뇌물'을 '헌금'이라 부르고, '협박'을 '종용'이라 부르는가? 이것은 마치 '사치품'을 '명품'이라고 부르며 전국민적인 허영심을 부추기는 천박한 짓과 유사하지 않은가? 사실, Luxury는 Masterpiece와는 엄연히 다르다. 명백히 사치품인 것을 도대체 왜 명품이라고 부르는가? 정말 이처럼 어이없는 상황도 그다지 많지 않을 듯싶다. 진짜 '명품'은 좀 다른 개념이고,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명품은 실제론 '사치품'일 뿐이다. 아무튼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처럼 공천 헌금은 뇌물이고, 불출마 종용은 협박이다. 우리는 소위 '떡값'이라고 불리는 것들의 대부분이 실상 '뇌물'이라는 것도 익히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여기서 말하는 헌금과 종용도 마찬가지다. 결국, 뇌물과 협박이 분명한 것이다.

 

헌금(獻金) - 어떠한 일에 자발적으로 돈을 바침. 또는 그 돈.
뇌물(賂物) - 사사로이 이용하거나 이권을 얻을 목적으로 일정한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을 매수하기 위하여 넌지시 주는 부정한 돈이나 물품.


종용(慫慂) - 어떤 것을 달래고 부추기어 권함.
협박(脅迫) - 남에게 어떤 일을 행하도록 을러대며 위협함.

 

아무나 포털사이트에서 이 단어들을 검색하면 그 뜻이 위와 같이 나온다(출처: Daum사전). 물론 현재 대한민국의 언론 같지 않은 언론들의 책임이 가장 크겠지만, 그래도 이런 뜻을 구별해낼 수 있을 만큼 정상적인 시민이라면 뇌물을 헌금으로 표현하고 협박을 종용으로 표현하는 게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도 금방 알 수 있으리라.

 

[사진자료: 뉴스1 <'안철수 협박' 황우여에게 날아온 긴급 메시지>]

 

위의 이미지에서 보듯이, 새누리당 관계자들도 이번 사건이 '협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오죽하면 당 대표에게 저런 문자메시지까지 보냈겠는가? 금태섭 변호사의 기자회견이 오후 3시였으니, 불과 30여 분만에 이렇게 나름의 대책을 세운 것이다. 정준길의 긴급 기자회견과 사의 표명도 안철수측의 발표가 언론에 보도되자마자 단 몇 시간만에 이뤄졌고, SNS상에 들리는 얘기에 따르면 심지어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정준길 프로필에서 소속정당 정보를 단 2시간만에 삭제시켰다고 한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 '도둑이 제 발 저리다'라는 말이 이보다 더 잘 맞아떨어지는 경우도 별로 없지 않을까?

 

그런데 대한민국의 주류언론들은 여전히 '종용'이란다. 이는 사치품의 폐해가 심각하여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도 여전히 '명품'이라고 부르는 것이나, 권력자들의 뇌물을 '떡값'이라고 애써 포장해주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언론의 타락 아닐까? 기자 같지 않은 기자들이 판치는 한국 언론의 현실을 볼 때 이는 어쩌면 자연스런 결과일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정치개혁이나 사법개혁보다도 언론개혁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대한민국 언론이 명품을 제대로 '사치품'이라고 부르고 떡값을 제대로 '뇌물'이라고 부를 때 우리 사회는 분명히 좀 더 나은 사회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언론개혁을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 일반 시민들이라도 먼저 제대로 된 용어를 사용했으면 한다.

 

[사진자료: 2007년 대통령 선거 공보물]

 

그리고 상대후보의 불출마를 협박한 정치집단은 제발 좀 제대로 된 사과를 하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길 바란다. 언제까지 발뺌만 하고 있을 텐가? 그런 무책임한 대통령후보에게 대한민국의 상식적인 유권자들은 절대 표를 주지 않을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그 어떤 나쁜 짓을 해도 그들에게 무조건 표를 주는 국민들이 최소한 4명 중에 1명은 있는 게 사실이다. 진짜 불행한 일이지만, 어쨌든 부인할 수는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하지만 다수결로 결정하는 민주주의 투표에서 4분의 1은 이기기 불가능한 숫자가 절대 아니다. 다들 알고 있듯이, 다만 문제는 투표율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4.11 총선 투표율 결과를 보건대, 수도권의 20~30대가 다른 지역의 50~60대 투표 참여율 정도로 투표장에 가서 투표를 한다면, 아마도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새누리당의 대통령후보 박근혜는 어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정준길 공보위원은) 그런 협박을 하거나 압력을 넣을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도 아닌데, 도대체 이해가 안될 뿐.." 그녀의 이런 표현법,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과연 민주주의 사회에서 상대후보에게 이런 파렴치한 짓을 할 수 있는 위치란 것 자체가 존재할 수 있는가? 이건 아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박근혜에게 있어서 이와 같은 범죄는 근본적인 상식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수직적 위계질서의 문제일 뿐이란 말인가? 그녀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데, 일반시민의 입장에서는 도대체 박근혜의 표현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누구의 말마따나, 그녀는 지금도 여전히 유신스타일이고 독재스타일인가?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사람을 유력한 차기대통령 후보로 생각해야 하나? 부디, 좀 제대로 된 언론과 제대로 된 후보들과 함께 '공정한' 12월 19일 대통령선거를 치를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The Story of ART

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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