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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사고가 판치는 대한민국, Big Brother는 Blue House, 1984는 2012.



총선이 열흘밖에 남지 않은 지금, 인터넷 뉴스와 SNS는 온통 'BH(Blue House, 청와대)'의 불법사찰과 관련된 얘기로 들끓고 있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이와 유사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인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났으니, MB의 하야 또는 탄핵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주류 언론에서는 이 엄청난 사건의 '팩트'에 집중하기보다는, 오히려 '물타기'에 더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현정권의 불법 사찰이 그저 원래 있었던 범죄의 연장선상에서 발생한 일일 뿐이라는 듯, 청와대가 먼저 나서서 "사찰 사례 대부분이 노무현 정권에서 이뤄졌다"라고 말하면 주류 언론은 그걸 그대로 받아쓰기에 바쁜 것이다. 올드 미디어들 상당수가 합법적인 직무감찰과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 노무현 정권의 합법과 이명박 정권의 불법을 마구 뒤섞으며 사실을 호도하고 있는데, 이런 기자들의 행태를 보면서 '검찰 개혁'만큼이나 '언론 개혁'도 절실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자, 한 번 생각해 보자. 2008년에 정권이 바뀐 직후부터 전정권의 잘못을 이 잡듯이 뒤져서 급기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까지 불러온 인간들이, 과연 노무현 정권의 사찰 사례를 지금까지 가만히 놔뒀을까? 정말 대부분이 노무현 정권에서 이뤄졌다면, BH가 벌써 수십 번은 문제를 삼았을 테고 흔히 말하는 친노 인사들은 이미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 당한 뒤 감옥에 가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Blue House는 전정권의 불법 사찰에 대해 특별히 언급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증거를 인멸하려고 했고, 당시 청와대를 주름잡았던 친노는 아직도 건재하며 이번 총선에 출마하는 인물들도 꽤 많다. 집권 마지막 해인 5년차에 접어들어서까지도 여전히 전정권 탓을 하며 한미FTA와 제주해군기지의 책임을 떠넘기는 이명박 정권은, 불법 사찰 문제까지도 노무현 정권을 들먹이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현정권은 전정권과 북한이 없었다면 어떻게 국정 운영을 했을 건가? MB정권은 지난 4년 동안 뭐했나?

 

[사진 자료: 연합뉴스]

 

또 한편으로는 이런 말들도 생각났다.

증거인멸은 했지만, 사찰은 없었다.
전화는 했지만, 청탁은 안했다.
거짓말은 했지만, 순수함의 발로다.
선거법 위반은 맞지만, 계획성은 없었다.
사람은 같지만, 한나라당은 아니다.
강제로 강탈했지만, 시효는 지났다.
인용은 했지만, 표절은 아니다.
탄압은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비리는 많지만,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부다.
.........

이런 어처구니없는 언어들이 난무하는 2012년의 대한민국에서, 사회가 조금이라도 정상적으로 돌아가려면 이 역시 언론이 제 역할을 잘 해줘야 한다. 그렇지만 KBS, MBC, YTN, 연합뉴스 등 대표적인 언론사들이 현정권의 무리한 낙하산 인사와 언론 장악 시도에 저항하며 대거 파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솔직히 그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적극적으로 SNS를 사용하며 인터넷 뉴스를 보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고 텔레비전 뉴스와 극히 한정된 종이신문만 보는 사람들 사이에 큰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마치 다른 세상 얘기를 하고 있는 양 서로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인데, 여기서 누가 옳고 그르냐를 따지려는 건 아니다. 다만 위와 같은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버젓이 내뱉는 무리들을 상식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고, 이와 관련된 뉴스 보도를 하는 언론들에서 전혀 비판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믿을 수 있는 언론은 아닐 것이다. 대명천지에 어떻게 저런 언어들이 시도 때도 없이 횡행할 수 있단 말인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 Eric Arthur Blair, 1903~1950)의 유명한 소설 중에 [1984(Nineteen Eighty-Four, 1949)]가 있다. 많이들 알고 있듯이, 이 소설에는 Newspeak, Big Brother, Doublethink 등의 용어가 등장하고, [1984] 속에서 중요한 메타포를 지닌다. 이 세 단어는 번역본마다 약간씩 다른 한국어를 사용해 번역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쨌든 이 소설에서 Big Brother는 언어적으로는 Newspeak로, 의식적으로는 Doublethink를 통해 전체주의 사회를 지배한다. 이와 관련해서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 1874~1965)은 850단어로 만들어진 연합군의 링구아 프랑카(lingua franca, 모국어를 달리하는 사람들이 상호이해를 위하여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를 '베이직 잉글리쉬'라고 칭하며 적극적으로 활용하던 당시에 이렇게 말했다. "미래의 제국은 의식(意識)의 제국이다." BBC에 재직하던 조지 오웰 역시 베이직 잉글리쉬에 흥미를 가졌고, 이것이 그의 소설 [1984]에 언급된 'Newspeak'라는 전체주의적 언어를 만들어낸 계기가 되었다.

 

왜 갑자기 이런 얘기들을 할까? 그 이유는 위의 몇 가지 예들처럼, MB와 BH, SP(Saenuri Party) 등이 구사하는 언어들을 보면서 이중사고(Doublethink)에 의한 뉴스피크(Newspeak)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1984]의 BB(Big Brother)는 역사적 기록과 현재의 사실을 날조하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음을 알았고, 그래서 사람들의 의식을 Doublethink와 Newspeak를 바탕으로 통제하려고 한다. Doublethink는 스스로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면서도 그것 자체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의식적이면서 동시에 무의식적인 조작의 개념이고, Newspeak는 그렇게 믿도록 해주는 데 적합한 표현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데, MB, BH, SP 등의 언어는 이런 조건을 모두 갖춘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이들의 말을 '유체이탈 화법'이라고도 부르던데, 상호 모순된 내용을 문장의 앞부분과 뒷부분에 함께 배치해서 억지로 한 문장을 만들다보면 아마 그럴 수밖에 없을 듯 싶다. 다시 한 번 그들의 뉴스피크를 곱씹어 보자. 이중사고를 염두에 두고..

비리는 많지만,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부다.
탄압은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인용은 했지만, 표절은 아니다.
강제로 강탈했지만, 시효는 지났다.
사람은 같지만, 한나라당은 아니다.
선거법 위반은 맞지만, 계획성은 없었다.
거짓말은 했지만, 순수함의 발로다.
전화는 했지만, 청탁은 안했다.
증거인멸은 했지만, 사찰은 없었다.
.........

조지 오웰이 1948년에 얘기한 이중사고와 뉴스피크를, 2012년에 대한민국에서 보게 될 줄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을까? 이런 말을 하는 인간들과 우리들은 '모국어를 달리하는 사람들'도 아닌데, 도대체 왜 이들은 이중사고에 의한 뉴스피크(또는 유체이탈 화법)를 사용하는 것일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무래도 친일(親日)과 종미(從美)로 대변되는 저들의 정체성하에서는 한국어만으로는 자신들의 진면목을 온전히 다 표현할 수 없는가 보다. 하긴, 자신들은 친일인데 순진한 국민들에게는 친일이 아닌 것처럼 보여야 하고 종미인데 종미가 아닌 척 해야 하니, Doublethink와 Newspeak가 저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지도 모른다. 또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집권도 하고, 다수당이 될 수 있었는지도..

 

[사진 자료: 2007년 대통령 선거 공보물]

 

조지 오웰의 [1984]에서 Big Brother(BB)의 하명을 받은 사상경찰들은 곳곳의 텔레스크린과 마이크로폰을 통해 사람들의 사생활을 끊임없이 감시한다. BH의 하명을 받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은 소설 속의 사상경찰들이 한 짓과 거의 비슷하다. 독일이 통일되기 전에 동독 비밀경찰들이 했던 것과도 유사하고, 아마도 북쪽의 공산당이 북한 주민들에게 매일 저지르는 만행과도 매우 흡사할 것이다. 한마디로, BH가 한 범죄는 빨갱이들이나 하는 짓이다. 만날 빨갱이들 때려잡자고 말하는 인간들이 하는 게 고작 빨갱이들 따라하기인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제대로 된 보수라면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일이고, 만약 MB가 이 사건을 원래 알았다고 한다면 보수주의자들이 먼저 나서서 그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직을 계속 유지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고, 대한민국에도 진짜 보수가 있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는 길이다. 과연, 그 많은 (자칭) 보수단체들이 이번 사건에 어떻게 대처할지 분명히 지켜볼 일이다.

 

1984 (반양장) - 10점
조지 오웰(George Orwell) 지음, 김기혁 옮김/문학동네

 

이상으로, 요즘 한국 사회를 보면 저절로 떠오르는 조지 오웰(George Orwell, Eric Arthur Blair)의 소설 [1984(Nineteen Eighty-Four)]에 대해서 간단하게 포스팅을 해보았다. 'BH 하명'은 소설 속의 BB 하명이나 마찬가지고, 이중사고(Doublethink)가 판치는 2012년의 대한민국에서는 뉴스피크(Newspeak)도 횡행한다. 지난 4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자행된 일들은 정권 교체를 하든 탄핵이나 하야를 하고 피바람이 몰아치든, 아무튼 어떤 식으로든 우리 사회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것이다. 니체가 말했던가. "괴물과 싸우는 자는 그 자신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라"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소위 '운동권' 출신 중에서도 BH와 SP에 가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이 흔히 말하는 '꼴통짓'을 하는 걸 우리는 종종 보게 된다.

[보도에 따르면, 민간인 불법 사찰의 몸통이라고 자처하다가 오늘 구속영장이 신청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역시 노조위원장 출신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가 어이없는 '호통' 기자회견을 하는 말투만 보고도 단박에 운동권 출신이라는 걸 알아차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체 게바라도 다음과 같은 글을 쓴 적이 있다.

"비록 그대들이 떠나 어느 자리에 있든
이 하나만은 꼭 약속해다오
그대들이 한때 신처럼 경배했던 민중들에게
한줌도 안 되는 독재와 제국주의의 착취자들처럼
거꾸로 칼끝을 겨누는 일만은 없게 해다오
그대들 스스로를 비참하게는 하지 말아다오
나는 어떠한 고통도 참고 견딜 수 있지만
그 슬픔만큼은 참을 수가 없구나"

지금 괴물들과 싸우는 사람 중에 분명히 저들의 방법을 보고 배우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너무나 안타깝지만,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그렇고 우리는 그런 경우를 계속 봐왔다. 어쩌면 얼마 전에 발생했던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의 관악을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벌어진 일들도 이런 종류의 비극일지 모른다. 부디, MB정권 5년의 후유증이 최소한으로만 남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마음 같아서는 아예 5년 전체를 몽땅 다 지워버리고 싶지만 그것은 불가능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4월 11일 이후 그리고 12월 19일 이후 '과거 청산'을 정말 제대로 하는 것이다. 만일 친일파나 독재 부역자들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것과 같은 역사적인 잘못을 또다시 반복한다면, 그 책임은 지금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의 자식들에게도 그대로 이어지는 커다란 짐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일제의 잔재, 독재의 잔재들이 아직도 우리 주변을 유령처럼 떠돌아다니고 있는 걸 모두 다 알지 않는가? 현시점에서 우리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열흘 뒤에 확실한 심판을 하는 것이다!

관련글: 2012/03/30 - 탄핵과 하야, 4월 11일에 유권자가 결정한다!

 


The Story of ART

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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