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 사진 PIXTA
약속도 안 지켰고, 개혁 의지도 없으며, 참신하지도 못한 민주통합당의 비례대표 명단.



우여곡절 끝에 민주통합당의 비례대표 공천자 명단이 발표되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비례대표 명단이 발표된 셈인데, 아무래도 양당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원이 40명 정도는 되기에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불과 한 달 반 전만 해도 이명박 정권의 실정으로 인해 집권당인 새누리당보다는 민주통합당의 승리가 예상되었지만, 국민들이 차려준 밥상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민주통합당의 바보같은 처신때문에 요즘은 두 당 사이의 지지율이 거의 엇비슷하게 나오고 있다. 하긴 원래부터 민주통합당이 잘해서 얻은 지지율이라기보다는 이명박과 새누리당이 못해서 반사이익으로 얻은 지지율이니, 안타깝기는 하지만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볼 수도 있겠다.

아무튼 새누리당이든 민주통합당이든 양당의 비례대표 후보들 중에 어느 정도 당선이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는 순번은 대충 20번대 내외가 되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민주통합당은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신당과의 관계도 있기 때문에, 지역구에서는 새누리당보다 좀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하더라도 비례대표에서는 약간 적은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이것은 야권연대 문제와 통합진보당의 원내교섭단체 진출 이슈가 있기에, 아무래도 지역구는 야권단일후보에게 투표하고 정당 투표는 진보정당에 하는 유권자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현재 상황에서는 이런 식의 전략적인 투표 방법이 그래도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4년 동안의 19대 국회에서 좀 더 나은 모습을 보기 위해 꼭 필요한 유권자의 노력이라고 본다. 


지역구 후보와는 달리, 비례대표 후보는 (지역구 후보와 지지 정당에 투표하는) 1인 2표제하에서 전국적인 정당지지율로 당락이 결정되고 이들의 얼굴이 각 정당의 이미지와 선거 전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 각 지역구 후보의 당락이 개인의 역량에 많은 부분 좌우된다면, 비례대표 후보의 당락은 해당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군 면면과 사회적인 이미지에 많은 부분 좌우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건 일종의 상징성 싸움이고, 어떤 식으로든 자세한 내용보다는 일반적인 평가와 전반적인 분위기에 휩쓸릴 공산이 크다. 이건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정상적으로 시행된다면 달라질지 몰라도, 현재와 같이 명목상으로 유지되고 있는 비례대표제하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 정당들은 이미지 자체가 좋고 화제성 있는 비례대표 후보 영입에 상당히 공을 들이는 것이고, 또 이것이 꽤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잘하면, 전체 선거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도 있고 각 정당의 이미지를 쇄신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포스트에서는 이번에 발표된 민주통합당의 비례대표 공천 명단에 대해 나름대로 평가를 좀 해보려고 한다. 어떤 사안에 대한 평가라고 한다면 좋은 얘기와 나쁜 얘기를 함께 하는 것이 정상이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명단을 보니 좋은 얘기를 많이 하기는 힘들 듯하다. 기껏해야 상징적인 인물 몇 명이 있을 뿐이고, 나머지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다. 그럼 민주통합당의 비례대표 공천에서 과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지금부터 세 가지 정도 구체적으로 정리를 한 번 해보자.


[2012년 3월 21일 한국일보 보도 내용]

첫째, 애초에 했던 약속을 안 지켰다.

민주통합당은 4.11 총선 비례대표 공천에서 원래 했던 약속을 별로 지키지 않았다. 이 부분에서 가장 크게 문제시 되는 것이 바로 청년비례대표인데, 민주통합당은 처음에 청년비례대표를 선출하기 시작하면서 최종 통과한 4인에 대해 '당선가능권'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걸 기준으로 얼마 전에 민주통합당은 청년비례대표 후보 4명의 명단을 발표했고, 그 후보들은 성별 연령별로 최다득표를 한 장하나(여, 34세, 532표), 정은혜(여, 28세, 387표), 김광진(남, 30세, 1245표), 안상현(남, 29세, 818표)이다.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알겠지만, 여자 2명에 남자 2명, 30대 2명에 20대 2명이다. 명색이 청년비례대표인데 정말 두 말이 필요 없을 만큼 '극단적으로' 최소한의 인원이었고, 민주통합당이 청년비례대표의 취지에 진정으로 공감한다면 이 사람들 정도는 아무리 못해도 원래 자신들이 약속했던 당선가능권에 배치했어야만 했다.

그런데, 민주통합당은 이것조차도 지키지 않았다. 어느 때부터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갑자기 '당선안정권'과 '당선가능권'을 구분하며 말장난을 치더니, 결국에 30대 두 명은 비례대표 10번과 13번에 배치했지만 20대 두 명은 고작 27번과 28번에 배치하고 말았다. 민주통합당의 표현대로라면, 김광진과 장하나는 '당선안정권'이 맞지만 안상현과 정은혜는 전혀 '당선가능권'이 아니다. 감히 단언컨대, 지금 현재 분위기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후보 27번과 28번은 절대 '당선 가능'하지 않다. 더 솔직하게 말해, 21번 '통일의 꽃' 임수경도 완전히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굳이 일반인이 알기 쉬운 예를 찾자면 16번 도종환 시인 정도가 느긋하게 선거일을 기다리며 국회 입성 준비를 하면 될 텐데, 청년비례대표 4명 중에 2명을 20번대 후반에 배치한 것이다. 이건 진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한명숙 대표가 19대 총선과 관련해 토론회에 참석할 때마다 청년비례대표 선출을 언급하며 자신들이 퍽 잘하고 있는 것처럼 얘기하더니, 자기는 비례대표 15번이고 젊은이들은 27번과 28번이다. 겨우 이런 수준으로 할 거면 애초에 청년비례대표에 대해 당에서 그렇게 떠들 필요도 없었다. 그냥 예전처럼 비례대표 공천을 하면서, 젊은이 2명 정도를 자연스럽게 명단에 넣으면 그뿐이다. 민주통합당은 4.11 총선의 공천 과정 전체에서 많은 실망감을 안겨주더니, 이 사안에서도 역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비단 청년비례대표만 문제가 아니다. 민주통합당이 이번에 잘못한 점 세 가지 중에 두 번째 잘못과도 그대로 연결되는데, 그들은 앞으로의 비전 제시에 있어서도 전혀 약속을 안 지켰다. 이 시대의 화두인 경제민주화를 위해 필요한 한국개발연구원(KDI)  유종일 교수(민주통합당 경제민주화특위 위원장)가 공천에서 배제됐고, 교육 개혁을 위한 상지대 정대화 교수나 4대강 사업 전문가인 관동대 박창근 교수, FTA 해결을 위한 한신대 이해영 교수 그리고 요즘 너무나 심각한 상황인 언론계에서 추천한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등이 전부 다 공천되지 않았다. 도대체 민주통합당은 경제, 교육, 환경, 통상, 언론 등 전문가들이 꼭 필요한 분야에 대한 개혁 의지가 있긴 한가? 어떻게 이 사람들을 몽땅 다 빼고(거의 유일하게 비례대표 4번에 홍종학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이 있긴 하다) 제대로 된 개혁을 할 수 있겠는가? 이건 새누리당의 다수 전문가 그룹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자원을 스스로 버리는 짓이고, 개혁에 대한 의지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다.

둘째, 개혁 의지를 드러내지 못했다.

바로 위에서 말했듯이, 개혁적인 전문가 그룹이 민주통합당의 이번 비례대표 공천자 명단에서 대부분 다 빠졌다. 직접 눈으로 확인을 좀 해보라.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공천명단 30번 이내 중에 각 분야 전문가가 몇 명이고, 통합민주당의 공천명단 30번 이내 중에 전문가가 몇 명인지를.. 그냥 단순하게, 새누리당에 교수가 몇 명인가? 최소한 5명 이상이다. 게다가 각 전문분야의 이익단체 대표들도 여럿이다. 그런데 통합민주당은 전문가의 숫자 자체가 상대적으로 적을 뿐만 아니라, 외부 인사라기보다는 당 내부(민주당, 시민통합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인사라고 볼 수 있는 인물들이 태반이다. 시민단체나 노동계,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비례대표를 통해 국회에 입성하는 것을 아예 반대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비교했을 때 이들은 꼭 비례대표가 아니더라도 지역구 출마를 할 수도 있는 인사들이다. 그런데 굳이 이런 사람들 다수를 민주통합당의 비례대표로 공천한 것은, 그저 계파 안배라고 볼 수밖에 없다. 민주당 몇 명, 시민통합당 몇 명, 한노총 몇 명.. 겨우 이런 식으로 비례대표 나눠먹으라고 70만이 넘는 시민들이 민주통합당의 출범에 적극 참여한 건 아니지 않은가?

이건 단순히 민주통합당 내부의 나눠먹기로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보면 다 알겠지만, 새누리당은 그래도 외부 인사 위주의 전문가 그룹이 상당수 있다. 물론 한국의 역사와 사회 전반적인 헤게모니 측면에서, 자칭 보수 인사들이 '전문가를 가장한 장사치'로서 전횡을 일삼으며 권력을 휘두르는 경우가 많은 건 사실이다. 그래서 새누리당은 권력을 가진 각 분야의 이익단체 대표들이나 기득권을 가진 전문가들을 영입하기가 상대적으로 좀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설사 이런 측면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새누리당이 비례대표로 영입한 인사들은 일반 시민들보다는 분명히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고, 이들에 맞서서 민주통합당이 개혁을 추진해 나가려면 아무래도 개혁적인 전문가 그룹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상대방은 전문가이면서 동시에 국회의원인데, 이쪽은 전문가 따로 국회의원 따로여서야 제대로 된 싸움이 되겠는가? 아무리 시민단체, 노동계, 운동권 출신이라도 전문성은 현역 전문가들에게 뒤질 테고, 이런 상황은 지난 민주정부 10년 동안 우리가 계속 봐왔던 현실 아닌가? 왜 노무현이 경제민주화에 실패했는가? 2013년 정권 교체 후에 또다시 노무현의 실패를 반복할 텐가? 재벌들이 만들어준 경제 보고서를 정권 교체 이후에 집권당의 실세들이 그대로 인용하는 꼴을 또 보고 싶은가? 이명박을 극복하기 위해선 노무현도 극복해야 하는데, 민주통합당이 이런 식으로 비례대표를 공천한 것은 정말 잘못이다. 노무현을 뛰어넘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지 않을 건가?



   관련글 - 동전의 양면 같은 노무현과 이명박, 한미FTA와 제주해군기지 [클릭]


셋째, 오히려 새누리당보다도 참신하지 못하다.

이 글의 앞부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비례대표 공천은 일종의 이미지 싸움이다. 개인적으로야 하루 빨리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제대로 시행되길 바라지만, 어쨌든 이번 19대 국회는 명목상의 비례대표제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니 현실적으로 상황을 좀 바라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먼저 결론부터 말하자면, 민주통합당의 이번 비례대표 공천은 새누리당의 그것보다 오히려 참신성이 떨어진다. 상징성 싸움에서 진 것이다. 새누리당이 아무리 수구적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이번 공천에서 새로운 인물들을 영입하려는 시늉은 했다. 예를 들어 전에 없이 이공계 여성들을 환대한 점도 보이고, 대표적으로는 17번에 필리핀 출신 귀화 여성인 이자스민 물방울나눔회 사무총장을 영입한 것도 눈길을 끈다.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후보 17번이면 사실상 당선 가능성이 높고, 그녀가 만약 당선된다면 결혼이민 여성으로서 헌정사상 최초로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을 냉정하게 봤을 때 다문화 사회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 점을 감안하면, 새누리당이 이자스민을 공천한 것은 어쨌든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은 것이고 확실히 인정 받을 만하다. 그만큼 인상적인 부분이었으며, (진정으로 진보적인 유권자들이 다문화 사회에 대해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덜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새누리당의 이미지에는 분명히 플러스 요인이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의 비례대표 공천 명단을 보면, 1번에 상징적으로 올라간 故 전태열 열사의 여동생인 전순옥 참여성노동복지터 대표나 21번의 임수경을 제외하면, 별로 인상적인 부분이 없다. 기껏해야 홍종학 교수나 7번의 배재정 전 부산일보 기자가 눈에 띌 뿐이다. 이래가지고서야 유권자들에게 민주통합당의 참신성을 어필할 수 있겠는가? 그저 민주당, 시민통합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관련 인사들만으로는 새누리당과의 이미지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 안 그래도 한명숙 대표와 여성계의 깊은 관계 때문에 여기저기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데, 여성 공천 문제에 있어서도 이런 식으로 이공계 여성과 결혼이민 여성에 대한 이슈까지 맥없이 선점 당해 버리면 도저히 방법이 없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먼저 비례대표 공천자 명단을 발표했으니 민주통합당은 아예 더 파격적으로 나가든가, 아니면 위에서 말했듯이 진짜 전문적인 인사들로 아주 알차게 채우든가 했어야 한다. 그런데 민주통합당은 이도 저도 아니었고, 그냥 전혀 참신하지 않은 계파 인사들 위주로 공천을 해버렸다. 이러니 국민들이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분명히 말하지만, 한명숙 대표를 포함한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이번 지역구 공천과 비례대표 공천에서 불거진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한국 정치사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시기였고 국민들이 다 밥상을 차려줬건만 그걸 걷어 차 버렸으니, 역사적으로도 평가를 받을 것이고 실질적으로도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

이렇게, 어제 발표된 민주통합당의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 발표에 대해 나름대로 평가를 하면서 크게 세 가지 잘못을 지적해 보았다. 벌써 확정된 일이지만 이렇게라도 하는 이유는, 이미 야권의 압도적인 승리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선택의 방법이 무엇인지를 한 번 고민해보기 위해서이다. 어쨌든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과 엇비슷한 (동시에 둘 다 과반에 못미치는) 국회 의석을 차지할 걸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굳이 바보같은 민주통합당에게 비례대표 의석 몇 개를 더 주는 건 그다지 필요가 없다고 판단된다. 그보다는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신당에 정당 투표를 해서, 진보정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게 해주는 게 훨씬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이게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도 부합하고, 이명박 정권 심판에도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어차피 새누리당을 소수정당으로 밀어내지 못하는 이상 민주통합당은 야권의 두 정당과 정책 연대를 해야 하고, 그런 상황이라면 민주통합당의 비례대표가 몇 명 더 늘어나는 건 사실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지역구 투표는 야권단일후보에게 하고, 정당 투표는 진보정당에 하는 게 확실히 더 나은 방법이다. 민주통합당의 거듭된 잘못으로 이것은 더욱 더 분명해졌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The Story of ART

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jk 2012.03.21 12: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국회의원 공천이 참신해야 한다는 헛소리까지 봐야 하다니...

    한나라당의 공천은 그냥 쑈잖슴? 필리핀 출신을 공천한게 참신하다고 말할수 있음????

    쫌 어이없음....

    • 아서정 Arthur Jung 2012.03.21 13: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본문에 썼듯이, 현행 비례대표제하에서는 비례대표 후보 공천이 참신해야 함~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을 제대로 본다면, 필리핀 출신 공천에 대해 이렇게 헛소리 못할 텐데..
      새누리당처럼 쇼조차 못하는 민주통합당은 참 한심하고 어이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