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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를 전망하는 지극히 긍정적인 미래 예측 [미래 아이디어 80]

지니 그레이엄 스콧의 미래학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누군가는 시도할 것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흔히 생각하는 '트렌드 예측'이나 '미래 전망'과 관련된 책은 한 세 가지 정도로 분류해 볼 수 있을 듯하다. 첫 번째는 사회과학적으로 '미래학'을 논하는 서적들이 있는데, 가장 대표적으로는 [앤트로피], [소유의 종말], [육식의 종말], [유러피언 드림]을 쓴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 1945~ )이나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 1943~ ) 등의 저작, 그리고 최근에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기 비상시대]와 같은 책들이다. 이런 것들은 주로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비판을 담거나 아니면 향후에 다가올 전반적인 사회의 변화를 역사적인 관점에서 다루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대개 경제적인 관점에서 미래에 대한 예측을 하는 책들인데, 사회의 흐름을 철학적으로 비평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경제 전망의 측면이 강한 편이다.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 1928~ )나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1909 ~ 2005) 등의 저작이 대표적일 테고, 보통 경영학 쪽에서 관심을 많이 나타내며 언론에서도 가장 관심도가 높은 책들인 것 같다. 마지막 세 번째가 말 그대로 마케팅적인 시각에서 철저하게 미시적인 관점으로 가까운 미래의 트렌드를 전망하는 서적들인데, 일반적으로 기업 부설의 무슨 경제연구소나 다수의 학자, CEO 또는 기자들이 공동 집필하는 경우가 많고, 매년 다음 해의 트렌드를 분석하며 주기적으로 출간되는 책들이 이런 부류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워낙 다양한 시점에서 여러 가지 층위의 서적들이 미래를 다루고 있기에 이렇게 분류하는 것 자체가 그렇게 확실하게 나눠지지는 않는다. 하나의 책 속에서도 분명하게 어느 한쪽으로 기울기보다는 양쪽에 다 속할 때도 많고, 같은 저자의 책이라도 부분적으로 어떤 측면이 더 강하거나 약한 경우도 있는 것이다. 다만 모든 출판물이 다 나름의 지향점이 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그 목적에 따라 또는 주타겟층이나 학문적 기반에 따라 각 서적의 전체적인 특징들은 조금씩 다르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제러미 리프킨의 책이 마케팅을 중심에 놓고 논리를 펼치진 않으며, 어떤 경제연구소의 트렌드 분석이 철학을 바탕으로 서술되지는 않는다. 그 방향성이 상당히 다른 서적들이라고 볼 수 있고, 가장 기본적인 출판의 의도에서부터 차이가 있기에 소위 말하는 수준이나 깊이도 다를 수밖에 없다. 당장 내년 트렌드를 예측하는데 몇 백 년 역사를 책에서 직접 거론하는 경우는 별로 없으며, (많은 이들이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부정적인 미래에 대한 경고나 현재의 근원적이고 전지구적인 잘못에 대한 비판을 하는데 있어서 그저 수박 겉핥기 식으로 논증을 해서는 사람들을 설득시킬 수가 없는 것이다. 이는 좋다 나쁘다의 문제라기보다는 출판된 도서의 본래 성격 문제이며, 각 책이 태생적으로 가진 그 자체의 생명력이 다르다는 말이다.


아무튼, 이번에 리뷰할 지니 그레이엄 스콧(Gini Graham Scott)의 [미래 아이디어 80(원제: The Very Next New Thing)] 역시 미래 전망이나 트렌드 예측과 관련된 서적이며, 한국판 제목이나 원제는 물론이고 '당신이 읽는 모든 것이 곧 현실이 된다'라고 쓴 표지의 표현이나 '재미있고 똑똑한 세상을 만드는'이라고 제목 앞에 붙인 미사여구를 봐도, 이 책은 미래에 대한 다분히 긍정적이고 만능주의적인 시각을 담고 있다. 그리고 바로 위에서 언급한 미래 서적들의 성격에 따른 분류로 나눠보자면 이 책은 두 번째와 세 번째 사이 어디쯤으로 볼 수 있을 듯한데, 책의 학술적 무게감이나 볼륨을 감안한다면 아무래도 세 번째에 더 가깝지 않을까 싶다. 미리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미래 아이디어 80]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트렌드 전망서라고 할 수 있으며, 꼭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지 않더라도 출퇴근 시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또는 화장실에서 긴 볼일을 보면서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게다가 앞부분에 80개의 목차가 순서대로 정리되어 있으니 그 제목을 보고 흥미가 생기는 챕터만 아무 때고 읽어도 좋고, 아침에 잠에서 깬 직후나 밤에 잠들기 직전에 한 두 챕터씩 기분전환용으로 봐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럼, 좀 더 구체적으로 책의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자. 프롤로그에 명시되어 있는 바대로, [미래 아이디어 80]에서는 지금 현재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획기적 발전을 살피고, 그 결과로 어떤 사회적 변화가 생길지 예측해 보기 위해 주제별로 다음과 같이 묶어보았다고 한다.
- 최신 과학과 기술
- 경영과 업무의 변화
- 생활방식, 대중문화, 사회의 변화
이를 책 속의 목차로 분류해 보면, [PART 1 - 공상과학에서 현실로]가 '최신 과학과 기술'에 속한다고 볼 수 있으며, [PART 2 - 무엇이 미래의 부를 만드는가]는 경영과 업무의 변화를, 그리고 [PART 3 - 미래 생활 100배 즐기기]가 '생활방식, 대중문화, 사회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각 파트별로 많게는 40개의 챕터, 적게는 13개의 챕터를 가지고 있으며, 전체 분량은 PART 1 > PART 3> PART 2 순으로 많은 순서가 정해진다. 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기본적으로 새로운 기술의 발달에 굉장히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미래 사회의 변화를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미래 아이디어 80]의 전체적인 그림을 봤으니, 여기서부터는 세부적인 서술에 대해서 알아보자. 이야기 전개 방식은 여든 가지 챕터가 거의 다 비슷한데, 각 챕터의 처음 시작은 대부분 이런 식이다.

"오늘날 하이테크 신도시들이 조성되면서 현재 우리 대부분이 살고 있는 도시는 과거의 유물로 전락해가고 있다. 앞으로 우리 일부와 후손은 신도시로 이주하게 될 것이다. 혹은 지금 우리가 사는 도시가 다음 세기에 걸맞게 크게 달라질지도 모른다."

지니 그레이엄 스콧은 챕터의 맨 앞에 우리가 지금 실제로 살고 있는 사회 현실에 대한 전반적인 언급을 하며 독자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그와 동시에 전망을 결과론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이는 어쩌면 80개의 서로 다른 소재를 별다른 정리 없이 그대로 이어 붙인 책의 구성에서는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형식이라고 할 수 있으며, 독자로 하여금 별로 부담스럽지 않은 책읽기를 가능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그 다음으로 저자는 곧바로 자기 얘기에 나름대로 근거를 제시하며 본론에 들어간다.

"신도시에 대한 이 같은 이야기가 꿈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2010년 <오클랜드 트리뷴> 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이미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시스코 시스템즈가 참여하고 있는 최초의 미래형 기술 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인천 서해안에 건립될 '송도 신도시'는 보스턴 시내 정도의 면적에 인구 100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주택 25만 호를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도시에는 최신식 정보 기술 장비가 설치되며 에너지 효율을 높여 온실가스 방출을 기존 도시의 3분의 1로 낮추었다. 도시 건축 설계에는 콘 피더슨 폭스사와 HOK사, 뉴욕에서 새로 건립중인 쌍둥이 빌딩 청사진을 제작한 다니엘 리베스킨트 등이 참여했다."

이처럼 각 챕터의 본격적인 서술은 기본적으로 사실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를 테면, "캐나다 과학자들이 털복숭이 매머드의 뼈에서 DNA를 복구해 혈액 단백질을 만들어냈다는 소식이 유전학 전문지 <네이처 지네틱스>에 실렸다"라든가 "BBC 방송은 자연사 다큐멘터리의 일환으로 100퍼센트 침팬지들이 찍은 최초의 영화를 2009년 1월 27일 방영했다" 또는 "<타임> 온라인의 2010년 기사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구 어디든지 한 시간 내에 타격할 수 있는 빠른 공격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신 비핵무기 개발계획을 승인했다"와 같은 최신 소식들 말이다. 이 책에서는 이런 사실들의 출처로 기존 언론뿐만 아니라 특정 분야 전문가의 저술이나 인터넷사이트 유튜브의 동영상까지 망라해서 총동원하고 있는데, 저자가 평소에 얼마나 새로운 소식과 변화에 민감한지 알 수 있으며 그것들에 대한 일종의 '스크랩'이 바로 [미래 아이디어 80]의 출발점이라는 것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스크랩에 덧붙여 그와 관련된 각종 정보들을 나열한 뒤, 지니 그레이엄 스콧은 마지막 단계에서 자신의 생각을 (그리 심각하지 않은 말투로) 가볍게 정리하면서 챕터를 끝낸다.

"결국 신도시들이 생겨나고 주민이 신기술에 익숙해지면 점진적인 사회문화적 변화가 진행될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부채 문제와 삐거덕거리는 경제로 서양이 위축되고 있는 와중에 동양과 중동에서는 이런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 선진국들이 21세기 신도시 붐에 맞춰 변화하지 못한다면, 지금 이 신도시들이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세계적 변화의 조짐이 될지도 모른다."

저자가 '신도시'라고 지칭하는 '최첨단 미래 도시' 챕터의 마무리는 이렇다. 직접적으로 한국의 인천 송도 신도시를 예로 들고 있는데, 깊이 있는 분석이나 발생 가능한 문제에 대한 언급은 사실상 거의 없다. 한국인인 우리가 이 챕터를 읽으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인천의 송도 신도시가 세계적으로도 중요 사례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최첨단 미래 도시'의 컨셉을 가지고 있다는 것뿐이며, 책에서 서술한 각종 정보는 솔직히 말해서 그냥 인터넷 검색만 한 30분 하면 대부분 알 수 있는 내용들이다. 이렇게 신도시가 됨으로써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 수 있으며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력 있는 접근을 이 책에서 얻을 수는 없는 것이다. 좀 심하게 말하면, 인천 송도 신도시와 관련된 좋은 르뽀 기사 한꼭지보다도 이 [미래 아이디어 80]의 해당 챕터는 더 유의미하게 비판적인 시각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기획 자체가 애초부터 그런 목적이 없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은 과학기술에 대한 상당히 긍정적인 시각을 담고 있으며, 깊이보다는 흥미로운 예측에 치중하고, 복잡하고 무겁게 읽히기보다는 편하고 가볍게 읽히기를 원한다. (단정적으로 말하긴 조심스럽지만) 굳이 비판적으로 접근할 생각도 없는 것 같고, 출판 의도에 충실하다면 그럴 필요성도 별로 없어 보인다.

[2011년 11월 23일 디지털타임스 보도 사진]

만약 [미래 아이디어 80]이 맨 위에서 말한 미래 서적 분류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가 아닌 첫 번째에 가까운 책이었다면, 인천 송도 신도시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최첨단 미래 도시'챕터에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겼을지를 한국의 독자들이 나름대로 상상해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생각이 아닐까 싶다. 외국인인 저자보다 한국의 문화와 인천이라는 도시에 대해 더 잘 아는 우리가 아무래도 그런 부분에서는 더 나은 직관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단순히 과학기술이 현재 어디까지 왔고, 신도시에 이 기술들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으며, 앞으로 이렇게 될 것 같다는 장밋빛 전망보다는, 직접 인천에 접해서 살면서 훨씬 실질적인 판단에 도움이 되는 고찰을 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이다. 사실, 각종 자료 수집과 종합, 그에 대한 자신의 견해 표명 등 저자가 했던 방식만 그대로 따라 하면 적어도 송도 신도시 문제에서만큼은 (이 책의 수준과 깊이에 비교해서) 어느 정도 괜찮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미래 아이디어 80]은 어렵지 않은 책이며,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트렌드 예측서이다.

이 책에 나와있는 80가지 아이디어들은 대부분 저자가 관련 팩트들을 곧장 제시할 수 있을 정도로 SF 소설에나 나올 법한 멀고 먼 얘기들이 아닌, 실제로 우리가 짧게는 몇 년 길게는 몇 십 년 내에 경험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들이다. 그러니 평소에 자신이 지니 그레이엄 스콧처럼 시사에 관심이 많고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이라고 한다면,  [미래 아이디어 80]을 언제나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에 두는 게 좋을 듯하다. 그래서 일상적으로 뉴스를 읽다가 이 책에 나온 아이디어와 연관되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수시로 책과 뉴스의 내용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테고, 책에서는 이렇게 설명했는데 실제로는 어떻게 되더라는 걸 스스로 분석한다면 상당히 재밌는 놀이가 될 수도 있으리라. [미래 아이디어 80]이라는 책의 미덕은 바로 이런 것이다. 아무 때고 아무 페이지를 무작위를 펼쳐서 읽어도 되고, 앞으로 계속 등장할 각종 뉴스와 연관지어서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원래 한치 앞도 모르고 살아가는 게 인간이기에, 이 책의 정확성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미래를 알 수 있는 사람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어차피 이런 책은 언제나 예상일 뿐이고, 그것이 나름 흥미로운 이야기로 엮였다면 이 자체로 존재 이유는 일단 충족되는 것 같다.

재미있고 똑똑한 세상을 만드는 미래 아이디어 80 - 10점
지니 그레이엄 스콧 지음, 신동숙 옮김/미래의창

이상으로 지니 그레이엄 스콧의 [미래 아이디어 80]에 대한 리뷰를 마친다. 사람들은 미래에 대해 언제나 미리 알고 싶어하지만, 그건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그저 주변을 둘러보며 미래에 대한 가정을 할 수 있을 뿐이며, 그것조차 현실에 충실한 게 가장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우리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우리의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하는데, 그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이런 미래 예측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진지하고 심각하게 문제를 대하고, 또 다른 이는 경쾌하고 부드럽게 하나의 트렌드로서 사안을 다룬다. 한 마디로 이 책은 후자에 충실한, 지극히 밝은 톤의 저작이다. 현실적으로 한국의 음악이 생동감을 잃지 않고 계속 발전하려면 인디밴드와 나는가수다와 아이돌가수가 모두 필요하고, 더 나아가 음악 유통구조나 뮤지션의 처우에 대한 진지한 접근도 중요하듯이, 미래를 제대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제레미 리프킨의 저작이나 [장기 비상시대] 등의 서적들도 중요하고, [미래 아이디어 80]과 같은 책들도 필요하다. 사람들은 모두 원하는 게 다르고 그런 다양성 속에서 최대한 좋은 책을 자기 스스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진정 즐거운 독서 생활을 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