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냄비의 선택.

요즘은 기자들도 소설을 자주 쓰더라. 그래서 본인도 소설을 한 번 써보려고 한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것은 그냥 재미로 써본 소설이다. 오해하지 마시라~

# 배경: 수도의 시장선거와 국가 의원선거, 국왕선거를 앞둔 '딴나라'
# 등장 인물
- 훈이: 정당파 소속의 前 수도 시장. 잘 생기고 말 잘하는 남자.
- 원이: 정당파 소속의 수도 시장 후보. 역시 잘 생기고 말 잘하는 여자.
- 현이: 시민파의 개혁적 추기경. 못 생기고 말도 어눌하지만, 정의로운 남자.

- 순이: 시민파의 수도 시장 후보. 역시 못 생기고 말도 어눌하지만, 정직한 남자.
- 박쫄: 정당파 소속의 現 국왕. 온갖 의혹에도 불구하고 냄비파의 실수로 국왕이 된 인간.
- 노짱: 시민파의 前 국왕. 박쫄이 국왕이 된 이후, 의문의 죽음을 맞이함.
- 문씨: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시민파를 이끌어 가고 있는 대장. 죽은 노짱의 친구.
- 안씨: 순이, 문씨와 함께하는 시민파의 얼굴. 학식과 덕망이 있는 천재.
- 박씨: 기존 질서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정당파를 이끌고 있는 차기 국왕 후보. 30여 년 전 온갖 만행을 일삼던 폭군의 숨겨진 딸. 그래서 일명 공주로 불림.
- 꼴통: 정당파의 배후. 모든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며 나라의 변화를 가로막는 암적인 존재.
- 좌빨: 시민파의 파트너. 돈도 없고 권력도 없지만, 시민파를 지원하기 위해 발로 뛰는 인물.
- 냄비파: 정당파나 시민파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불특정 다수의 시민, 노예, 하수인들. 4년 전 투표 실수로 인해 현재 극심한 고난의 삶을 살아가고 있음. 하지만 선거의 승패는 가장 쪽수가 많은 냄비파에 의해 결정됨.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아무리 중요하고 심각한 일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 잊어버린다는 점..

현이의 용기
모든 일은 현이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딴나라의 수도에서 썩을대로 썩은 노예제를 개혁하기 위해, 냄비파 모두에게 공평한 식량 배급을 해주기로 결정했다. 다른 일반적인 명령과는 달리 식량 배급은 추기경의 분명한 권한이었으므로, 모든 것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어느 날, 꼴통과 은밀한 만남을 가진 훈이는 갑자기 현이의 공평한 식량 배급 계획을 반대하기 시작했다. 그의 논리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었으며, 단지 가난한 냄비들에게 더 줘야 할 식량을 부유한 냄비들에게까지 줄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고, 그 계획에는 절대 수도의 곡간을 열지 않겠다며 훈이는 고집을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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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에 빠진 현이, 하지만 추기경으로서 냄비들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었던 그는 끝까지 훈이에 맞서기로 결심한다. 훈이의 버티기에도 불구하고 현이는 전혀 물러섬이 없었고, 급기야 훈이는 꼴통의 지원을 받아 공평한 식량 배급 계획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하기에 이른다. 바야흐로 식량 배급을 포함한 노예제가 딴나라 최대의 이슈가 되었고, 현이뿐만 아니라 노예제 개혁을 찬성하던 시민파와 좌빨도 공평한 식량 배급을 위해 발벗고 나서게 된다. 결국, 고난의 삶을 살아가던 냄비들도 투표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노예제를 찬성하는 25.7%의 지주만이 투표에 참여하며 꼴통과 훈이의 계략은 실패한다.

훈이의 오만
자존심을 구긴 훈이, 못 생기고 말도 어눌했지만 진실했던 두 여인 실이와 숙이를 제치고 연거푸 수도 시장이 된 그였지만, 이번만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는 언제나 '갑'이었다.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했던 훈이는 딴나라에서 일류 학당에 다녔고, 출중한 외모는 선망의 대상이었으며, 연극을 통해 유명세를 얻은 뒤에는 시민파가 아닌 정당파에 들어감으로써 항상 돈과 권력 주변에서 생활했다. 5년 전 시민파의 실이가 유력한 수도 시장의 후보가 되었을 때도 그는 생각 없는 냄비파 여인들을 홀려서 단숨에 상황을 역전시켰고, 1년 전 노짱의 동료했던 숙이와 대결했을 때는 무조건 노예제를 찬성하는 강 아래쪽 졸부들의 전폭적인 묻지마 지지에 힘입어 승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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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현이의 뚝심때문에 이런 훈이에게 최대의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그의 결정적인 잘못은 수도 시장을 거쳐 엉겁결에 국왕이 된 박쫄을 맹목적으로 따라한 것이었고, 이번에도 다른 모든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이길 줄만 알았다. 이대로만 가면 상대적으로 젊은 훈이는 박쫄과 박씨의 뒤를 이어 몇 년 뒤에는 자기가 국왕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는 외모, 돈, 권력을 이미 가지고 있었고, 공평한 식량 배급을 반대했던 훈이를 꼴통은 계속 지원해 줄 터였다. 하지만, 모두가 겁내는 딴나라 최대의 상인가문 쓰리스타의 비리를 용감하게 파헤칠 정도로 신실한 추기경 현이로 인해 궁지에 몰린 그는 정당파와도 불화가 생겼고, 실패를 몰랐던 훈이는 반성은커녕 그대로 시장직을 내던져버렸다.

박쫄의 반격
훈이를 잃은 박쫄은 노짱을 없애기 위해 썼던 방법을 그대로 현이에게 사용하기로 한다. 그것은 자기 휘하의 비밀꼼수단과 딴나라의 공식 포졸 그리고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전문조직인 東中朝를 총동원해서 상대를 모함하는 것인데, 꼼수단이 소스를 제공하면 포졸이 사건을 만들고 東中朝가 냄비파에게 퍼뜨리는 방식이었다. 투표가 실패로 끝나자마자 박쫄의 반격은 시작되었고, 초반에는 노짱 제거공작 때와 마찬가지로 냄비들이 마구 들끓었다. 좌빨은 혼돈스러워했고, 쫄아버린 시민파는 내분까지 일어나는 듯했다. 그런데, 정당파에만 둘러싸여 살아온 박쫄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東中朝의 유언비어가 자발적인 시민조직 SNS에 의해 무력화되었고, 정신을 차린 좌빨은 노짱의 학습효과를 떠올렸으며, 늙은 시민파는 새로운 아방가르드 시민파에게 주도권을 내주었다. 게다가 현이는 노짱과는 달리 스스로 물러나지 않았고, 마침내 냄비파까지 박쫄에게 반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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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는 박쫄은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공식 포졸을 통해 현이를 지하감옥에 가두어 버린다. 박쫄이나 정당파에게 있어서 진실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저 현이가 추기경직을 계속 수행할 수 없도록 만들기만 하면 됐고, 냄비파 사이에 비관론을 확산시킬 수만 있다면 목적 달성이었다. 비록 좌빨과 시민파의 완전한 분열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수세에 몰린 정당파의 분위기를 전환하는 데에는 나름 유용했던 것이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약점에 걸려 넘어진 현이의 개혁은 중단되었고, 꼴통은 이를 빌미로 박쫄과 정당파에 대한 심판론에 물타기를 시도했다.

문씨와 안씨의 등장
문씨는 노짱의 친구였다. 그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이후 문씨는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시민파에 몸담고 있긴 했지만, 전면에 나서지는 않고 있었다. 그런데 더는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훈이가 수도 시장의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고, 시장선거와 의원선거 그리고 대망의 국왕선거가 앞으로 줄줄이 남은 상태에서 심판론이 흔들릴 위기에 처한 것이다. 문씨는 이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야겠다고 생각했고, 적극적으로 시민파의 통합과 확장을 위해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냄비파에게도 서서히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킬 필요가 있었으며, 국왕선거까지 이어질 큰 그림을 비로소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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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학식과 덕망이 있는 천재로서 재야에 머물고 있던 안씨가 냄비파의 주목을 받기에 이른다. 정당파의 실정을 똑똑히 겪은 냄비파는 오랫동안 좋은 이미지로 성공적인 삶을 살아온 안씨에게 큰 매력을 느꼈고, 그에 대한 열렬한 지지의 바람이 일면서 비어있는 수도 시장의 자리를 안씨가 맡아주길 바라게 된 것이다. 안씨 역시 박쫄이 국왕이 된 이후 도처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문제들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고, 정당파로는 이 상태를 개선시킬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난생 처음으로 강호에 뛰어드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그의 진지한 입장과 냄비파의 지지가 알려지자, 위기의식을 느낀 꼴통은 목표물을 현이에서 안씨로 바꾸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당장 문제는 안씨가 아니었다. 적어도 아직은..

순이의 출전
순이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지금 현재 상태에서도 그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도탄에 빠진 냄비파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순이는 정당파나 시민파, 좌빨은 물론, 심지어 꼴통에게도 그 실력을 어느 정도 인정 받고 있었는데, 끝까지 강호에 뛰어드는 것은 마다해왔다. 그런데, 박쫄의 비밀꼼수단이 순이를 함부로 건드렸고, 그는 사회의 변화를 위한 자신의 노력이 위협 받는 것을 느꼈다. 훈이처럼 '갑'의 길을 충분히 갈 수 있었는데도 그러지 않고, 오로지 사회를 위한 연대와 희망을 위해 살아온 순이로서는 도저히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순이는 수도 시장이 되기로 결심했고, 예전부터 그의 진심을 알고 있었던 안씨는 순이에게 전격적으로 자리를 양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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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순이와 안씨의 통합에 깜짝 놀란 꼴통은 즉각 대항마를 찾아 나섰고, 우여곡절 끝에 훈이와 마찬가지로 잘 생기고 말 잘하는 원이를 앞에 내세우게 된다. 이것은 일종의 벤치마킹으로, 훈이가 실이와 숙이를 이긴 것처럼 원이도 순이를 이겨주길 바랐기 때문이다. 원이 역시, 부패했지만 막강한 사설 학당을 소유한 마피아의 딸이었고 딴나라 최고의 학벌을 자랑했으며, 개념과 기억력은 엉망진창에 수준 이하였지만 그래도 공식 포졸 집단의 최상층 출신이었다. 남녀만 바뀌었을 뿐, 원이는 훈이와 거의 똑같은 모습이었고, 젊은 나이였지만 꼴통의 말을 아주 잘 따랐다. 결국, 좌빨과 시민파는 순이를 통해 그리고 꼴통과 정당파는 원이를 통해 수도 시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하여 한 데 뭉쳐 싸우게 된 것이다.

꼴통의 음모
문씨와 안씨는 순이를 믿고 지지했으며, 박씨 공주는 원이를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냄비들의 지지는 양쪽으로 완전히 갈렸고, 일단은 막상막하였다. 하지만 꼴통의 관심은 이런 표면적인 선거전에 있는 게 아니었다. 사실 꼴통의 음모는 네거티브 자체에 있었는데, 그것은 시장선거뿐만 아니라 의원선거와 국왕선거가 모두 연결된 꼼수였다. 네거티브.. 네거티브.. 네거티브.. 꼴통은 대망의 국왕선거까지 절대 네거티브를 포기할 수 없었고, 그것은 정치혐오에 의한 투표율 감소를 염두에 둔 전략이었다. 한 마디로, 네거티브의 반복은 냄비들의 정치혐오와 피로도를 급격히 증가시키고, 이로 인해 투표율이 낮아지면 어쨌든 정당파나 꼴통에게 유리한 게 당연한 것이다.


우선, 수도 시장선거에서는 투표율을 45~50% 정도까지만 낮춰도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정당파를 지지하는 25.7%는 떼 놓은 당상이라고 보면 이런 자신감도 무리는 아니었고, 설사 이번 시장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네거티브를 해서 냄비파의 피로도를 높여 놓는 게 유리했다. 그들을 비관적인 회의론에 빠지게 만들고 자포자기하도록 부추기면, 자연히 투표율은 내려갈 것이고, 정치에 무관심한 냄비는 언제나 꼴통이 바라는 바였다. 진실은 전혀 상관없다. 무조건 내거티브를 해서 정치 자체에 대한 혐오감을 키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투표율이 낮을수록 국가 의원선거에서 정당파의 의석수가 늘어난다. 그러면 일단 반은 성공이다. 남은 건 박씨 공주를 앞세워 국왕선거에 나서고, 문씨가 나오든 안씨가 나오든 무차별적인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기만 하면 된다. 좌빨이나 시민파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투표율이 낮으면, 꼴통이 무조건 이긴다.

냄비파의 도전
과연 냄비파는 꼴통과 정당파의 막무가내식 네거티브 앞에서, 정치혐오를 극복하고 악착같이 투표장에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선거의 계절은 너무 일찍 시작되었고, 네거티브 공세를 펼칠 시간은 차고 넘치며, 돈과 권력 그리고 모든 조직을 장악한 꼴통과 정당파의 네거티브 앞에서 피로감의 쓰나미를 모면하기는 어렵다. 또 냄비들의 의식 수준도 솔직히 좀 의심스럽다. 시장이든 의원이든 국왕이든, 이들 정치인의 수준은 곧 냄비파의 수준이다. 냄비들의 선택이 승패를 가르고, 딴나라를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냄비파가 끝까지 정치에 무관심해지지 않고 어떻게든 투표를 한다면, 그들의 도전은 성공할 것이고 딴나라도 훨씬 살기 좋은 곳이 된다. 이제 냄비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소설은 여기서 미완성인 채 끝난다. 신물 나도록 지겨운 시간이 되겠지만, 마지막까지 관심을 가지고 반드시 투표를 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게임은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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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of ART

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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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har 2011.10.16 00: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 저 이렇게 재밌게 읽으면 안 되는거죠? ㅠㅠ 지겹고 짜증나는 이야기, 이렇게 적어주시니 술술 넘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