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 사회, 한국의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의 불가피성.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결과, 2014년까지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과정상의 흠결이나 결과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의 차이가 있겠지만, 어쨌든 보편적인 복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요구를 확인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2012년 대선과 총선에서는 복지정책이 가장 큰 이슈 중에 하나가 될 테고, 정치인들은 표를 얻기 위해 복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공약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포스트에서도 이미 말했지만, 복지 문제에 있어서 한국은 이제 겨우 시작 단계이고, 복지 수준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는 앞으로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다른 나라를 봐도 그렇고 경제 수치상으로도 한국은 이미 복지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폭발하는 시기에 다다랐으며, 18대 대선과 19대 총선 출마자들은 이런 국민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복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돈이 필요하고, 재원을 생각하다 보면 세금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복지 확대는 국민의 세금을 걷어서 마련하는 국가 예산의 복지부문 지원 증가를 기반으로 해서 가능한 일이고, 이와 관련해 정부의 재정건전성도 저절로 논하게 된다. 그래서 복지 담론이 펼쳐지면 국민의 부담과 복지에 대한 수요, 정부의 재정지출과 복지 혜택의 수준에 대해 여러 가지 다양한 의견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2011년 8월 26일 경향신문 보도 내용]


오세훈 전 시장이 이임하면서도 "과잉복지는 반드시 증세를 가져오거나 미래 세대에게 무거운 빚을 지웁니다. 또는 그 둘을 한꺼번에 불러오게 될 것입니다. 저는 표 앞에 장사 없다는 말씀을 여러 차례 드린 바 있습니다. 유권자가 막지 않는다면 총선과 대선에서 선심성 복지 공약이 난무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한 걸 아예 엉뚱한 얘기라고만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그가 사용한 '과잉복지'라는 단어부터가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는 전혀 맞지도 않을 뿐더러 주민투표에 대한 해석에도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복지와 관련해서 '세금'과 '재정'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드디어 다수가 복지국가를 지향하게 된 한국 사회

그렇다면, 한국의 복지정책에 있어서 커다란 전기가 될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우리가 정말 제대로 논의해야 될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보수와 진보를 떠나서, 기본적으로 현재 한국의 국민들은 다수가 신자유주의적 시장국가보다는 보편적 복지국가를 원하고 있다는 것은 대체적으로 다들 공감을 하고 있는 듯하다. 최근의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7.6%가 복지비용을 늘려야 한다고 답한 반면, 지금 수준의 비용도 괜찮다고 답한 응답자는 29.3%에 불과했으며, 복지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9.2%로 소수에 불과했다고 한다.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한국 사람 10명 중에 9명 정도는 복지비용의 지출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과반수 이상은 복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2011년 6월 10일 한겨레21 보도 내용]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복지 확대를 위해서는 국가의 재정 지원 증대가 필요하고, 세금에 관한 논의를 할 수밖에 없다. 물론 국가 재정 자체의 방만한 운영이라든가 각 복지 예산의 잘못된 사용, 불합리한 수급 체계와 부정한 수혜자의 발생 등 예산 지출의 전반적인 문제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함은 두 말할 나위 없이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이상의 문제들은 굳이 '복지 확대' 이슈가 아니더라도 언제나 개선되어야 할 것들이고, 복지 확대를 하면서도 항상 그리고 동시에 노력해야 되는 사안들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현재 한국의 여러 가지 상황을 볼 때) 이런 문제들의 해결만으로는 복지의 확대에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고, 지금부터는 '증세'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다들 알다시피, 한국 사회는 본격적인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향후에 지속적으로 복지 재정의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며, 정부의 재정건정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안정적인 세수 확보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위의 표를 보면 알겠지만,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OECD 평균인 25.8%보다 낮은 20.7%이고, 국민부담률은 평균값인 34.8%에 훨씬 못 미치는 26.5%이다. 결국 이제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나 탈세, 양극화 등의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증세'를 진지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태이며,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한국 사회의 장기적인 삶의 질을 고려하더라도 증세에 대한 논의는 필연적인 과정이 아닌가 싶다.

[2011년 3월 10일 조선일보 보도 내용]

그런데 앞서 인용한 설문조사를 좀 더 살펴보면,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현실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전체 응답자의 76.4%가 '세금을 늘리지 않고 지금 예산에서 복지비용을 늘려야 한다'고 답한 반면, 증세를 찬성하는 응답자는 20.9%에 그친 것이다. 한 마디로, 복지 확대를 원하면서도 증세를 원하지 않는 국민이 상당히 많은 편인데, 이런 이중적인 태도는 많은 지출이 소요되는 복지정책을 내세우면서도 (조세 저항을 의식해서) 감세 정책을 유지하며 조세부담률을 낮추겠다고 말하는 정치인들의 이율배반적인 모습과 비슷하다. 선거가 시시각각 다가오는 현 시점에서, 복지의 확대는 원하지만 세금을 더 내는 건 바라지 않는 국민과 복지정책을 들먹이지만 재원 확보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는 정치인이 '엉뚱한 야합'을 하게 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세금은 더 내기 싫은 국민, 선거를 앞두고 솔직하지 않은 정치인

한국은 현재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와있다. 복지국가들의 공통점 중에 하나는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서면서부터 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크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명백하게 확인됐듯이, 역사의 도도한 물결은 벌써 방향이 정해졌고 2012년 대선과 총선 이후 복지에 대한 정책 드라이브는 필연적이다. 마침내, 복지국가를 원하는 한국인들에게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에 대하여 우리 모두가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됐다고 할 수 있으며, 그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도 진정성을 가지고 잘 고민해 보아야 할 것 같다.

[2011년 8월 18일 한겨레신문 보도 내용]

이런 한국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최근에 상당히 의미심장한 흐름이 미국과 프랑스에서 포착됐다. 그것은 바로 증세와 관련된, 이른바 '슈퍼 부자'들이 행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사회적 지위에 걸맞은 도덕적 의무) 차원에서의 솔선수범이다. 미국의 억만장자인 워런 버핏으로부터 시작된 '부자 증세' 이슈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부호 16명의 동참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감세 정책을 펴던 사르코지 대통령까지 정책을 전환해 '부유층에 대한 증세'와 '각종 감세 혜택 중단' 등을 포함한 재정적자 감축 방안을 프랑스가 공식 발표하기에 이른 것이다. 위의 도표에서 보이듯이 법인세율이 상당히 낮은 편이고, 다른 나라에서 보기 힘든 '재벌'이 존재하며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매우 시사하는 점이 많은 뉴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자 감세 철회로 시작해서 부자 증세로

그 동안 이명박 정권은 '부자 감세' 정책을 고수해왔고, 2010년에는 소득세와 법인세율을 각각 2% 포인트씩 내리는 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국민 정서에 부담을 느낀 국회는 고소득자와 재벌에 대한 세율 인하를 2년간 유예시켰고, 만약 올해 안에 개정된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내년에는 정부의 계획대로 최고 법인세와 소득세율은 인하된다. 그러나 여러 뉴스를 통해 알려지고 있는 것처럼, 이에 대해 한나라당 내에서도 18대 대선과 19대 총선의 승리를 위해 추가 감세는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이것은 부자 감세를 지속적으로 펼쳤던 이명박 정권 3년 반 동안 국가 채무가 그 전보다 100조원 가까이 늘었고, 국가채무비율도 급등하는 등 재정건전성이 크게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언급했듯이, 한국이 본격적인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 여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재정 상태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부자 감세 정책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10년 6월 30일 경향신문 보도 내용]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이제부터 한국도 부자 증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며, 아울러 보편적 증세에 관해서도 터놓고 얘기해야 할 때가 되었다. 물론, 누구라도 세금을 많이 내는 것에 대해서는 일단 거부감이 먼저 들 수 있다. 그건 솔직한 마음이며,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불공평한 사회에 대한 불신과 불공정한 분배, 극심한 양극화를 겪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느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진정한 복지 국가로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하여 보편적 증세는 불가피하며, 저출산 고령화의 저주를 벗어나기 위해서도 단계적 증세는 필연적이다. 어쩌면 지금 한국의 상황에서 '복지 확대'와 '증세'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보편적 증세를 위한 국민의 의식 전환과 공감대 형성

누차 말한 것처럼, 2012년 총선과 대선은 한국이 복지사회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고, 정치인들은 복지공약을 선거의 전면에 내세울 것이다. 그들은 표를 조금이라도 더 얻기 위해서 재원 마련에는 입을 다문 채 선심성 공약을 남발할 수도 있고, 조세 저항을 우려해 증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부자 감세 철회 --> 부자 증세 --> 보편적 증세]가 제대로 된 논의 과정을 거쳐 반드시 이뤄져야 함을 분명히 인식해야 하고, 이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하는 정치인을 정확히 알아봐야 할 것이다. 내년 선거 레이스가 본격화하기 전에, 당장 지금부터라도 복지 담론을 펼치는 데에 있어서 증세에 대한 활발한 토론을 시작해야 하고, 여러 가지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어야 하며, 모든 국민에게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11년 2월 12일 시사IN 보도 내용]

이제 한국은 복지국가를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고, 2012년을 기점으로 지금까지와는 많이 다른 사회의 모습이 점차 나타날 것이다. 바야흐로 사회 구조의 전환기에 와있다고 할 수 있으며, 올바른 변화를 위해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에서 국민은 꼭 현명한 선택을 해야만 한다. 어차피 우리가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앞으로 계속 살아나가야 한다면, 제대로 된 복지국가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보편적 증세 역시 한국 사회가 분명히 감내해야 할 불가피한 선택이다. 증세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하루 빨리 이뤄져서 국민들의 의식 전환은 물론, 사회 구성원들 간의 공감대 형성을 바탕으로 내년 선거에서도 국민들의 의사가 정확히 반영되길 바란다. 부디, 역사의 퇴보가 또 다시 발생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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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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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도톨 2011.08.27 15: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재밌게 잘 보고 갑니다.
    결국은 많이 버는 사람이 더 많이 내는 구조로 갈 수 밖에 없겠지요.
    사회 복지가 현 수준에서 고착 된다면
    얼마가지 않아
    커다란 사회 혼란의 원인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 Arthur Jung 2011.08.27 15: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럼요~ 누진세는 굳이 말 안 해도,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할 수 있겠죠.
      지금 상태를 좀 냉정하게 바라본다면, 한 30년 그러니까 1세대 안에 진정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땐 정말 비극적인 상황이 벌어질 지도..

      도톨님 블로그 글도 잘 읽었습니다^^

  2. 2011.08.27 20: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에 대한 증세도 필요하지만.. 부의 원천에 대해서도 고민이 있어야겠지요.

    고소득자라고 할때 해당 소득이 근로소득인지, 자본소득인지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

    흔히 고소득자하면 생각하는게 전문직 고소득자죠.

    억대 연봉이니 옵션이니 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근로소득도 8800만원만 넘으면 33% 이상의 세율을 먹입니다.

    거기다가 국민연금, 건강보험같은 준조세의 누진 비용을 추가하면 실제론 40% 이상을 공제당하게 되지요.

    연봉 8000 이상 받는 근로자도 꽤 많습니다. (물론 수당이나 옵션 채운 금액일 수도 있겠죠.)

    그들이나 삼성에 재직하는 이사들이 년에 몇 십억을 근로소득으로 가져가도 떼가는 비율은 동일한거죠.

    근로소득 누직 상한을 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게다가 사업소득 (자영업자)들 같은 경우엔 소득증빙도 잘 안되지만, 누진율은 훨씬 작지요.

    이러니 사회가 근로소득자를 자영업자로 내모는 형국입니다.


    고소득자에 대해서 근로소득인지, 사업소득인지, 자본소득인지.

    다른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 Arthur Jung 2011.08.28 00: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세금에 대해서는 누구나 여러 가지 생각이 있겠지요..
      유리지갑이라는 월급쟁이의 세금에 대해서도 그렇고, 근로소득 상한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각자 입장이 있을 겁니다.
      다만, 이 글은 8800만원이니 8억8천이니 하는 각론을 얘기하기보다는, 보다 전반적인 내용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근로소득이든 사업소득이든 자본소득이든, 고소득자는 세금을 더 많이 낸다는 기본 원칙 아래에서 각론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전반적인 견지로 볼 때 지금 이 시점에서 한국은 어느 정도의 증세는 불가피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감사합니다~

  3. 참교육 2011.08.28 07: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많이 배우고갑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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