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지난 2012년 1월 17일, 1979년 당시 전두환과 노태우 등 신군부가 일으킨 12.12 군사반란에 맞섰던 故 장태완 전 수도경비사령관의 부인이 투신자살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날인 1월 18일은 전두환(1931~ ) 씨의 81회 생일이었다. 김대중과 노무현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전두환과 노태우는 아직 살아있고, 이명박과 박근혜도 웃음 띈 얼굴로 청와대를 나왔다.


박근혜가 물러나게 하려고 적어도 1,0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100일 넘게 전국 곳곳에서 촛불을 들었으며, 국회에서도 재적의원 3분의 2가 훨씬 넘는 234표의 찬성으로 탄핵안이 통과됐다. 헌법재판소에서도 역시 8인 전원일치로 단 21분 만에 파면됐고, 아직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헌재의 판결문만 제대로 읽어봐도 박근혜의 사법처리는 불가피하다. 이런 사람이 애써 웃음 짓는 장면은, 지금도 완전히 끝난 게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출처: 연합뉴스]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전두환 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


전두환은 1997년 대법원에서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 사건 등으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제7조 2항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 "전직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하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기 때문에, 전두환은 (연금을 비롯해 기념사업과 공무원 지원 등 다른 모든 예우가 정지된 채) 그저 경호 및 경비 지원만 받을 수 있다. 박근혜 역시 '재직 중 탄핵결정을 받아 퇴임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전두환과 마찬가지로 전직대통령의 예우를 받을 수 없다.



그런데 이 법에는 '호칭'에 관한 내용은 전혀 없다. 전두환의 경우 요즘도 전두환 '전 대통령'과 전두환 '씨'가 혼용되고 있으며, 박근혜는 일단 '전 대통령'으로 불리고 있는 상태다. 물론 박근혜와 전두환은 상황이 좀 다르다. 전두환은 군사반란을 통해 집권했고, 박근혜는 통상적인 투표를 통해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두 사람은 집권 과정과 예우 박탈 이유가 상이한데, 과연 우리는 전두환과 박근혜를 앞으로 어떻게 불러야 할까?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현재 대부분의 언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부르듯이, 지금도 상당수 언론에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JTBC의 손석희 보도부문 사장은 '전두환 씨'라고 부르는 것 같고, 일부 신문에서도 그렇게 표기한다. 박근혜 씨라고 하는 언론은 거의 없는 걸로 보이는데, 아마도 탄핵된 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고 아직 사법처리가 본격화되지 않았기 때문인 듯하다. 결국 호칭과 예우의 관계 및 사회적 합의에 따라 정해질 테고, 누가 마음대로 결정하거나 정답을 제시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닐 것이다.


만약 '전 대통령'이라는 호칭이 예우를 포함한 표현이라면, 당연히 전두환 씨와 박근혜 씨로 불러야 한다. 하지만 그냥 단순히 "예전에 한때 대통령이었다"는 뜻이라면 둘 다 전 대통령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물론 이 경우에도 전두환은 군사반란을 통해 집권했으므로(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유혈진압한 독재자), 그 과정의 문제로 인해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전두환 씨'와 '박근혜 씨'로 부를 생각인데, 다수의 한국 언론들이 앞으로 어떻게 부를지는 쉽게 단정할 수 없다.


1997년의 대법원 판결 이후 무려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전두환 씨인지 전두환 전 대통령인지가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으니, 박근혜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거나 형사처분을 회피할 목적으로 도피하더라도 계속 '전 대통령'이라고 불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반란군 수괴와 탄핵된 대통령을 어떻게 부르며 대접할 것이냐는 그저 호칭의 혼란이 아닌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실질적인 사안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국립묘지에 묻힌 두 사람, 장태완과 안현태


전두환이 12·12 군사반란을 일으킨 후 장태완 장군의 아버지는 보안사로 끌려가는 자식의 모습을 보고 술만 마시다가 1980년 세상을 떠났고, 장태완 본인은 보안사 서빙고분실에서 모진 고초를 겪고 육군 소장에서 이등병으로 강등되며 강제 예편을 당했다. 그리고 장군의 아들은 서울대 자연대에 수석입학해서 재학 중이었는데 갑자기 행방불명이 됐고, 한 달 뒤에 경북 칠곡의 인동 장씨 재실 근처에서 의문의 주검으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장태완 장군의 사망 뒤 우울증을 앓았던 부인은 결국 자살로 그 한 많은 인생을 끝마쳤는데(2012년 1월 17일), 그 다음날 바로 전두환은 생일잔치를 벌였다. 매년 새해가 밝으면 대한민국의 유력 정치인들이 전두환에게 인사하러 가고, 언제나처럼 언론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고 부르며 그가 절 받는 사진을 보도한다. 20년 넘게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2011년 8월에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어처구니 없는 일도 벌어졌다.


[출처: 연합뉴스]


이명박 정권 때인 2011년 8월, 대한민국의 국가보훈처는 전두환의 재임시절 청와대 경호실장을 맡은 바 있으며 5공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징역이 확정돼 복역한 전력이 있는 故 안현태를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한다. 사진에서 보듯이 안현태의 묘는 장태완 장군의 묘 바로 앞에 자리잡았고, 아마도 생전의 장군 부인은 이런 절망적인 현실에 굉장히 큰 충격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이때 일각에서는 전두환과 노태우의 국립묘지 안장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안현태를 어떻게 해서든 국립묘지에 안장함으로써, 독재자 전두환의 시체도 국립묘지에 안장할 구실로 삼을 심산이라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박근혜에 대한 사법처리는 불가피한데, 만약 전두환이 국립묘지에 묻힌다면 박근혜도 그럴 수 있다고 봐야 한다. 과연, 우리는 전두환 씨와 박근혜 씨의 국립묘지 안장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친일파와 독립운동가, 반란군 수괴와 탄핵된 대통령


전두환의 국립묘지 안장은 단순한 기우가 아닌, 지극히 현실적이며 심각한 사안이다. 지난 2월 16일, 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는 5.18기념문화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5.18학살의 최고책임자인 전두환의 국립묘지 안장을 못하도록 막고, 떼어먹고 있는 국가추징금도 끝까지 추징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를 '전 대통령'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반란군 수괴' 전두환 씨로 볼 것이냐는 그저 관념적인 구분 이상의 직접적인 판단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는 문제인 셈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가 스스로 좀 생각을 해봤으면 한다. 당신은 전두환을 '전 대통령'으로 인정하는가, 아니면 반란군 수괴로 인식하는가? 전 대통령이라면 안현태가 국립 대전현충원에 묻혔듯이 국립묘지 안장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천정배 전 대표의 말대로 국립묘지 안장은 절대 불가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 묻혀 있으니, (장태완 장군의 묘 바로 앞에 자리잡은 안현태의 묘처럼) 어쩌면 전두환도 김 전 대통령 묘소 근처에 묻힐지 모른다.



역사는 반복된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 매국을 하면 3대가 떵떵거린다"라는 말이 있다. 대표적인 친일파들의 후손은 대한민국 사회 각계에 포진해 대를 이어 기득권을 이어가는데 반해,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들의 후손은 대부분 극심한 가난 속에서 비참하게 살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독립운동가들의 후손은 극심한 가난에 찌들어 지내고, 친일파들의 후손은 대한민국의 상류층으로 편하게 살고 있다. 친일파의 역사는 전두환(+전씨 집안)의 삶과 닮았고, 독립운동가의 역사는 장태완(+장씨 집안)의 삶과 닮았다.


전두환은 1997년 12월 김영삼과 김대중의 정권 교체기에 (요즘도 한국 언론에서 계속 떠들어대는) 국민대통합을 명분으로 특별사면됐다. 올해 5월에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전두환이 특별사면된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통합'을 들먹이며 박근혜의 사면에 대한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든 간에, 박근혜의 특별사면과 전두환의 국립묘지 안장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가능성이 있다. '전 대통령'으로서 전두환이 국립묘지에 안장되면, 박근혜 역시 자연스럽게 국립현충원으로 갈 수 있다(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는 박정희도 묻혀 있다).


촛불혁명을 통해 박근혜를 탄핵시켰듯이, 결국 선택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하는 것이다. 5월 대선을 앞두고 통합을 거론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얘기하는 후보에게 표를 줄 수도 있고, 아니면 민간인 '박근혜 씨'가 제대로 조사를 받고 처벌해야 한다고 말하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을 수도 있다. 박근혜가 청와대에서 쫓겨나면서도 웃은 결과가 어떠해야 하는지, 전 대통령이 아니라 반란군 수괴인 전두환의 마지막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는 우리가 5월에 과연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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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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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노문진 2017.03.28 12: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랙 ㅏ어드애ㅐ어채더처으아ㅑㅓㅐㅓ추ㅐㅓ ㅜ어태아ㅓ채어ㅓ양청ㅇ어ㅓㅓ데ㅓ우채더ㅓ챠저처댜ㅐㅜ츠앙

  2. 정직 2017.05.20 11: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신의글은 인리가있고 명쾌한 글이지만내가 좀부정한다면 그전의 10.26사태나
    혼란기시절 그이전 자유당시절 온갖부패가만연하고 그런상화이라면 당신은 그시절 어떤생각을 가지고있는지?

    또 몇년전 광우병사태로 미국산소기를 먹으면 마치 광우병에 걸린것처럼 상상하고
    지금 미국산소기를 먹고 광우병걸린사람 있나요?
    또한 촛불의힘. 자꾸애기하는데 나도 촛불시위여러번 참석했지만 소위말하는 개나소나 다욕하고 이런게 군중심리라는거 잘알고있을련지..

    그리고 어째거나 일국의 대통렁인데 그런식으로 글쓰는건 좋지않다고 생각함.
    고 노무현대통령.두분 김대통령도 그렇게
    비하할수 있는지 되묻고싶고 당신또한 군대를 다녀왔다면 그당시 군복무시 나라의충성을 다한다는 구호도 많이했을거라 믿고있음.

    그러면 그당시 누가 대통령인지 모르겠지만 군대를 가지말고 거부하는거 도리아닌가? 하는마음이 드네요,

    정리하자면 당신은 과거의 대통령들너무 펌하지 말았으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