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의 'Zezé'와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속 '제제'에 대한 단상.

 

지난 10월 23일 발매된 아이유의 미니앨범 'CHAT-SHIRE'의 두 번째 트랙 수록곡 'Zezé'가 실로 간단치 않은 논란에 휩싸였다. 브라질 작가 조제 마우로 데 바스콘셀로스(José Mauro de Vasconcelos, 1920~1984)가 쓴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속 제제와 관련된 문제인데, 이 작품은 한국에서도 400만 부 이상 팔린 것으로 추정될 만큼 유명한 성장소설의 고전이다.

 

 

아이유의 'Zezé' 논란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최근 발매된 미니앨범 'CHAT-SHIRE'의 컨셉부터 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이유의 새 앨범이 처음 나왔을 때 가장 중점적으로 주목을 받으며 수많은 기사에 등장한 말이 바로 '프로듀싱'과 '자작곡',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 같은 키워드들이었다(타이틀 곡 역시 현재 자신의 나이인 '스물셋'이다).

 

[출처: 카카오뮤직 'CHAT-SHIRE' 앨범 소개 갈무리]

 

보다시피, CHAT-SHIRE라는 앨범 자체가 전체적으로 아이유 '자신의 목소리'라는 컨셉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요즘처럼 누군가에 의해 기획된 아이돌그룹이 많은 시대에, 자신의 목소리를 온전히 담으려 했다는 아이유는 자기와 비슷한 또래의 다른 아이돌가수들에 비해 상당히 운이 좋은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이와 동시에, 아이유가 앨범 전반에 대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아티스트' 아이유?

 

언론 인터뷰에서 이 앨범에 대해 아이유 본인도 '직접 프로듀싱을 하기 참 잘한 것 같다'라거나 '내 생애 가장 뜻깊고 행복하게 만든 앨범'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여타 아이돌가수들은 특정 작곡가가 만들어준 곡들을 부르기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유는 자작곡뿐만 아니라 프로듀싱까지 하며 소위 말하는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출처: 카카오뮤직 'CHAT-SHIRE' 곡 소개 갈무리]

 

아이유와 소속사도 수차례 이런 측면을 어필했고, 그 팬들 또한 이 부분을 특히 자랑스러워하는 듯한 분위기가 있었다. 논란이 된 곡 'Zezé' 역시 아이유가 직접 작사한 노래이고, '일종의 사랑노래'라고 소개됐다. 이 앨범에는 "소설 속 캐릭터에 대입해 표현"한 곡들이 수록되어 있으며, 본인도 인터뷰에서 분명하게 밝혔듯이 곡 제목 'Zezé'는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속 캐릭터인 제제를 칭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듯 씩 올라가는 입꼬리 좀 봐
그 웃음만 봐도 알아 분명히 너는 짓궂어
아아, 이름이 아주 예쁘구나 계속 부르고 싶어
말하지 못하는 나쁜 상상이 사랑스러워

조그만 손가락으로 소리를 만지네
간지러운 그 목소리로 색과 풍경을 노래 부르네 yeah

제제, 어서 나무에 올라와 잎사귀에 입을 맞춰
장난치면 못써 나무를 아프게 하면 못써 못써

제제, 어서 나무에 올라와 여기서 제일 어린잎을 가져가
하나뿐인 꽃을 꺾어가

Climb up me Climb up me

꽃을 피운 듯 발그레해진 저 두 뺨을 봐
넌 아주 순진해 그러나 분명 교활하지
어린아이처럼 투명한 듯해도 어딘가는 더러워
그 안에 무엇이 살고 있는지 알 길이 없어

당장에 머리 위엔 햇살을 띄우지만

어렴풋이 보이는 너의 속은 먹구름과 닿아있네 oh

제제, 어서 나무에 올라와 잎사귀에 입을 맞춰
장난치면 못써 나무를 아프게 하면 못써 못써

제제, 어서 나무에 올라와 여기서 제일 어린잎을 가져가
하나뿐인 꽃을 꺾어가
Climb up me Climb up me

한 번 더 닿고 싶어

여기서 매일 너를 기다려 전부 가지러 오렴
다시 부르고 싶어 여기서 매일 너를 기다려
얄밉게 돌아가도 내일 밤에 또 보러 올 거지

제제, 어서 나무에 올라와 잎사귀에 입을 맞춰
장난치면 못써 나무를 아프게 하면 못써 못써

제제, 어서 나무에 올라와 여기서 제일 어린잎을 가져가
하나뿐인 꽃을 꺾어가
Climb up me Climb up me

 

[아이유 'Zezé' 가사 전문]

 

그런데 문제는, 수백 만의 사람들이 감동적으로 읽은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속 제제는 아이유가 생각한 제제와는 많이 다른 캐릭터라는 점이다. 이 인물은 일단 기본적으로 '일종의 사랑노래'에는 등장하기가 힘든 사연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아이유가 표현하는 방식을 보면 더더욱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 캐릭터다.

 

 

창착물은 (저자 바스콘셀로스와 아이유를 포함해서) 누구나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고 또 그것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데, 아이유의 'Zezé' 해석에 대해 (저자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 한국에서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출간한 출판사 '동녘'이 공식 페이스북에 입장을 밝혔다. 아이유가 'Zezé'를 자유롭게 해석하고 표현할 수 있는 만큼, 또 누구나 아이유의 노래 'Zezé'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평가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출판사가 문학의 해석에 있어 엄정한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거나 "한 가지 해석을 강요하는 건 국정교과서와 다를 바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과연 겨우 이 정도의 글에 대해 '엄정한 가이드'라고 규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고, 요즘처럼 온갖 소개글과 리뷰가 난무하는 시대에 국내 출간된 지 40년 가까이 됐고 400만 부 넘게 팔린 책과 관련해 출판사가 한마디 한 게 그렇게 문제될 일인지도 잘 모르겠다. 어차피 독자가 저자나 출판사의 견해를 무조건 진리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근본적으로 그걸 읽은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닌가.

 

[출처: 출판사 '동녘' 페이스북 갈무리]

 

이미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읽은 수많은 사람들이 처음 아이유의 'Zezé'를 들었을 때 어리둥절했던 이유가 바로 이 책을 출간한 출판사의 글에 정리되어 있다. 물론 여기서 '표현의 자유'나 '예술의 해석'에 대해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올 수 있겠지만, 아이유의 이 노래가 어쨌든 간에 뭔가 좀 특이한 구석이 있다는 것 자체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전적으로 동의한다는 게 아니라, 누군가는 그렇게 느낄 만한 소지가 있다는 뜻이다).

 

출판사도 지적했지만 앨범 표지에서 제제를 표현한 저 삽화부터 시작해서, 가사의 흐름, 가수의 창법, 또 이를 설명하는 아이유의 인터뷰 내용까지 전부 다 '일정한 방향'을 향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부터는 그 일정한 방향에 대한 문제를 좀 다뤄보고자 한다. 도대체 왜, 아이유는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속 제제를 통해 그런 걸 표현하고자 했을까? 굳이 제제가 아니더라도 모순된 양면성을 가진 존재들은 많은데..

 

성적 매력?

 

다들 알고 있다시피, 아이유가 다른 여자아이돌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앞서 말했듯이 '아티스트'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점이고, 나머지 하나는 섹시한 이미지를 완전히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여자아이돌 무대는 섹시 컨셉을 주로 내세우고, 거기에 양념처럼 한두 곡 순수한 느낌의 발라드를 넣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아이유도 여기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겠지만, 아무튼 대놓고 섹시를 어필하는 무대는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

 

10대 중반(2008년)에 데뷔했고 '동안(童顔)'인 아이유는 다른 걸그룹과는 달리 섹시한 춤을 추기보다는 기타를 들고 노래부르는 모습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보여줬고, 가창력이 뛰어난 선배 뮤지션들과의 콜라보레이션도 자주 선보였다. 이런 활동들이 '솔로' 아이유의 차별성을 부각시켰고, 모두가 섹시를 향할 때 아이유는 따로 거리를 둔 채 자기만의 독보적인 인기를 모으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성 평등이 이뤄지지 않은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남성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있는 여성은, 불행하게도 '자신의 성적 매력을 어필하면 남들보다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높은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 흔히 '성적 매력'이라고 하면 섹시함만을 생각하기가 쉽지만, 사실 '귀여움'이라든가 '청순함'도 그 주된 수단만 다를 뿐이지 결국엔 자신의 여성적 매력을 드러내는 셈이다.

 

이런 상황은 불평등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언제 어디서고 겪을 수 있는 일이고, 거의 항상 그런 시선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람들도 평소엔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게 일상적으로 적용되는 일이다. 섹시한 옷을 입은 여자 · 귀엽게 말하는 여자 · 청순한 외모를 가진 여자는 그렇게 꾸미지 않는 여자보다 권력을 가진 남자들에게 더 높은 평가를 받을 확률이 높은데, 이것 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을 갖기가 생각만큼 그렇게 쉽지 않다.

 

 

보통 직장에서 남성이 섹시함이나 귀여움·청순함 같은 걸 이용하는 경우는 드문데 반해, 여성은 섹시하거나 귀엽거나 청순하면 이득을 보는 상황에 어쩔 수 없이 서게 된다. 남성들은 이게 마치 당연한 듯이 생각하고, 심지어 여성들 중에서도 별로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남성은 거의 신경 쓰지 않는 부분들을, 여성은 언제나 그런 걸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며 살아간다. 남성과 달리, 상대적으로 여성은 섹시하거나 귀엽거나 청순하면 어떤 분야에서든 성공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

 

 

섹시는 저급하고, 순수는 고급스럽다?

 

남성들이 좋아하는 게임 중에 'Dead or Alive(데드 오어 얼라이브, DOA)'라는 게 있다. 1996년부터 지금까지 시리즈가  계속 발매되고 있는 인기 격투게임으로서, 유저는 외모가 돋보이는 여성들 중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선택해서 대전격투를 벌인다. DOA는 특히 '바스트모핑(여성의 가슴이 흔들리는 장면이나 연출을 표현한 기법)'이 유명한데, 격투게임의 특성상 여성 캐릭터 특정 신체부위의 쉴새없는 움직임은 남성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로리 캐릭터' 마리 로즈 소개 영상]

 

게임의 역사가 오래되니 그동안 수많은 여성 캐릭터가 등장했고, 대부분 흔히 말하는 '글래머'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몇 년 전에 추가된 새 캐릭터 중에 소위 말하는 '로리(롤리타 콤플렉스의 일본식 표기인 '로리콘'에서 따온 말)' 캐릭터 '마리 로즈'가 있었고, 그 새로운(?) 시도에 데드 오어 얼라이브 팬들의 평가는 크게 엇갈렸다. 하지만 시리즈 최초의 로리 캐릭터는 곧 특유의 취향을 가진 남성들의 눈길을 끌었고, 어느 인기투표에서는 캐릭터들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때 유저들 사이에서 나왔던 말이 "게임상에 섹시 글래머는 여러 명이고, 순수 로리는 혼자여서 인기를 독차지한다"는 것이었다. Dead or Alive는 철저하게 남성들의 시선을 이용하는데, 그렇다고 게임성이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대전격투 게임으로서 상당한 수준의 완성도를 갖추고 있으며, 그것이 바로 이 작품이 20년간 꾸준히 이어져온 비결이다(물론 전투 미소녀 컨셉 자체도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니 단순 이미지와 실제 완성도는 좀 분리해서 봐야 한다.

 

어쨌든, 글래머나 로리나 둘 다 이걸 보는 남성들의 성적 만족을 위한 장치일 뿐이다. 섹시함을 이용했다고 저급하고, 순수함을 내세웠다고 해서 고급스러운 게 절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 표현이 나오게 된 기제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이건 아이돌그룹의 무대를 볼 때에도 마찬가지다. 노래 가사와 창법·퍼포먼스 등의 전체적인 흐름이 기본적으로 음악을 출발점으로 가지는지, 아니면 그저 특정 시선을 만족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계산된 것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대체 왜?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질문을 다시 던져보자. 도대체 왜, 아이유는 굳이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속 제제를 통해 '일종의 사랑노래'를 표현하고자 했을까?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이, 또 누군가 말했듯이, 제제를 둘러싼 상황은 절대 "썸도 데이트도 아니었다". 그런 것과는 전혀 상관 없는, 단지 '학대'일 뿐이었다. 도대체 왜 학대 받은 다섯 살짜리 아이를 통해 사랑을 표현한 건지 일반 대중들은 궁금할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이 문제는 아이유가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다고 해도 이상하고, 안 읽었다고 해도 이상한 일이다.

 

책을 다 읽었다면 이런 식으로 연결시키는 것 자체가 상당히 특이한 경우라고 볼 수밖에 없는데, 스물 세 살의 인기 아이돌가수가 학대 받은 다섯 살짜리 캐릭터(게다가 자전적 소설이다)에 대입해 사랑을 표현했다는 게 기이하기까지 하다. 아이유가 무슨 아방가르드 뮤지션도 아니고, 노이즈 마케팅을 해서 주목을 받아야 할 정도로 대중의 관심 밖에 있는 연예인도 아니지 않은가? 단순히 아이유가 잘했다 못했다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안네의 일기'나 '도가니'에 등장하는 아이를 보고 우리가 성적인 이미지를 떠올리진 않으니까.

 

[출처: 카카오뮤직 'CHAT-SHIRE' 앨범 페이지 갈무리]

 

그렇다면 누군가는 아이유가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다 안 읽었다는 가정을 해볼 수도 있는데, 앞서 봤듯이 이번 앨범 'CHAT-SHIRE'는 그 컨셉상 아예 그럴 수가 없는 모양새다. 아이유가 프로듀싱을 했고, 아이유가 직접 'Zezé'의 작사를 했으며, 전체적으로 '자신의 경험과 생각들이 바탕이 된 이야기들'이다. 달랑 7곡 들어있는 미니앨범인데, 그 중 한 곡의 모티브가 되는 책을 제대로 읽지 않았다고? 과연 이게 말이 되는가? 아이유가 이번 앨범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라는 걸 감안했을 때, 이 역시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서 다른 이유를 찾게 되는데, 어쩌면 아이유는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의 왜곡된 시선에 부응하는 데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여기서 아이유의 로리콘 컨셉에 대해 직접적으로 다루진 않겠다). 'Zezé'의 가사를 아이유가 직접 썼다는 걸 완전히 믿는다고 하면, 뭔가 특이한 이 가사의 관점은 아동학대를 저지른 어른이나 여성을 성적으로 학대한 남성의 시각과 묘하게 일맥상통하는 부분들이 있다는 게 눈에 띈다. 특히 '짓궂어', '교활하지', '더러워' 등은 여성에 대해 왜곡된 시선을 가진 남성들이 심심찮게 사용하는 표현들이다.

 

아이유가 비록 섹시한 이미지를 완전히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마치 DOA의 마리 로즈와 같은 위치에서 인기를 끌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남성들의 이런 문제적 시선에 무뎌졌고, 그게 가사로까지 이어졌다고 본다면 괜한 억측일까? 동녘이 인용한 아이유의 인터뷰에서 ("밍기뉴의 관점에서 만들었다"고 말한 것도 이상하지만) 학대 받은 다섯 살 아이 캐릭터를 향해 "매력있고 섹시하다고 느꼈다"라고 한 것 역시 기이하기는 마찬가지다.

[단, 이 인터뷰 내용이 아이유가 말한 그대로를 담고 있고 왜곡되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그렇다]

 

 

차라리 아이유가 제제에 자신의 내면을 투영했다면,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것보다는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섹시함보다는 순수한 이미지를 더 내세우고 있긴 하지만, 결국 영악한 계산에 의한 행위라는 측면(모순된 양면성)을 다룬 거라면 이는 전혀 다른 의미에서 '예술적 표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에 대해 아이유가 (기존의 해석을 거부하는) 완전히 전복적인 해석을 하고 있다는 가정하에 말이 되는 것이긴 하지만, 아무튼 전위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나 '예술의 해석'에 있어일종의 파격적 상상력으로 봐줄 수는 있겠다.

 

DOA 마리 로즈와 엠마 왓슨

 

아이유(93년생)와 비슷한 또래의 여성 연예인 중에 '엠마 왓슨(Emma Watson, 1990~ )'이 있다. 여권신장과 관련해 UN에서 훌륭한 연설을 할 만큼 대표적으로 개념있는 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인데, 이런 엠마 왓슨에게도 '화이트 페미니즘(White Feminism, 인종차별을 겪거나 장애를 가진 여성 그리고 트렌스젠더 여성과 관련된 이슈를 무시하거나 고려하지 않는 '백인 여성만의' 페미니즘)'이라는 비판이 따라붙는다. 이렇듯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낸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이번에 아이유는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속 제제를 보고 정말 온전히 자신의 목소를 통해 노래 'Zezé' 그대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이것 자체가 무조건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표현의 자유'나 '예술의 해석' 측면에서 다양한 견해가 나올 수 있다. 다만, 이와 관련한 아이유의 말과 행동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설사 아이유가 원래부터 아방가르드 뮤지션이었다고 해도 본인의 의도에 대해 일반 대중들은 설명을 원할 것이다). 출판사와 소속사 관계자까지 논란에 휘말린 상황에서, 자기 팬들을 위해서라도 모든 열쇠를 쥐고 있는 아이유가 침묵하는 건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닌 듯싶다.

 

어떻게 보면, 스물셋 아이유는 엠마 왓슨과 DOA 마리 로즈의 모순된 양면적 성격을 함께 갖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섹시 컨셉은 아니지만 남자들의 성적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고(일각에서는 아이유를 향해 '합법적 로리 이미지'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자 하나 아직 충분히 인정 받지는 못했다. 어쩌면 이번 논란과 책임지는 과정이 (긍정적으로 마무리 된다면) 앞날 창창한 아이유에게 예방주사가 될 수도 있을 테고, '아티스트' 아이유로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리라. 부디, 자기 팬들에게만 둘러싸여서 묵묵부답하지는 말길 바란다. 아이유도 엄연한 성인이고, 대중가수로서 소통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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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of ART

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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