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임기 반환점, 남북의 무박 4일 · 44시간 마라톤 협상의 이모저모.

 

남한과 북한의 고위당국자 접촉이 2015년 8월 22일부터 25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이 협상에는 남측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측의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가 참석했다. 약 44시간에 걸친 무박 4일 동안의 마라톤 회의가 진행됐고, 남북은 다음과 같은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쌍방은 접촉에서 최근 남북 사이에 고조된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하고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문제들을 협의하고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


1. 남과 북은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며 앞으로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해 나가기로 하였다.

2.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였다.

3.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8월25일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하였다.

4. 북측은 준전시상태를 해제하기로 하였다.

5. 남과 북은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고, 앞으로 계속하기로 하였으며, 이를 위한 적십자실무접촉을 9월초에 가지기로 하였다.

6. 남과 북은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하였다.

 

 

결국, 북한은 지뢰 폭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남한은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로 했다. 그냥 양쪽이 하나씩 주고 받은 셈이고, 남북 관계의 전반적인 긴장 완화 외에 특별히 주목할 만한 수확이 있는 협상은 아니었다. 사실, 이산가족 상봉이나 민간교류 활성화는 언제라도 남북이 만났다 하면 으레 따라붙는 기본 전리품에 가깝다.

 

아무튼 협상은 타결됐고, 남북의 긴장 고조 속에서 이번에도 역시 박근혜의 지지율은 상승했다. 6월 메르스 사태 이후 약 3개월간 30%대의 답보 상태에 있던 지지율이 이번에 40% 위로 올라서면서, 8월 25일에 임기 절반을 지나는 박근혜에게는 남북 접촉이 상당한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무박 4일 동안 협상이 계속 진행됐다는 점도 놀랍지만, 25일 새벽에 딱 맞춰서 결과가 발표된 점도 우연의 일치 치고는 참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임기 반환점을 도는 박근혜에게 남북의 공동합의문은 꽤 훌륭한 축하선물인데, 22일부터 시작된 고위당국자 접촉 전후로 벌어졌던 흥미로운 장면들을 한 번 살펴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출처: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 3군사령부 순시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의 긴장감이 한껏 고조되던 지난 21일 3군사령부를 방문해 군사대비태세를 점검했다. 이 자리에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부장관도 함께했는데, 전쟁이 벌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굳이 박근혜까지 군복을 입을 필요가 있었는지는 좀 의문이다. 대통령은 보통 정장을 입거나 기껏해야 자켓을 하나 걸치는 게 일반적이지 않은가? 다른 나라의 최고 통수권자가 박근혜처럼 저렇게 정식 군복을 차려입고 있는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실제로, 끊임없이 충돌이 벌어지며 자국 사상자가 여럿 발생한 아프가니스탄을 직접 방문한 오바마 미국대통령이나 메르켈 독일총리조차도 정식으로 군복을 입지는 않았다. 전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분단국가의 대통령인 박근혜는, 어쩌면 메르켈이나 오바마보다도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일부러 보여주기 위해 군복을 입었나?

 

[출처: 연합뉴스]

 

건재한 황병서의 남북회담 참석

 

이번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에는 북한내 권력서열 2위이자 군부서열 1위인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참석했다. 그런데 황병서는 지난 5월 13일 국내 일부 언론을 통해 숙청 당한 것으로 보도됐던 인물이다. 긴급 속보로 전해진 이 뉴스는 국정원발 보도였고 당일 사실이 아닌 걸로 정정되긴 했지만, 어쨌든 적지 않은 혼란을 불러온 오보사건이었다.

 

[출처: 포털 Daum 뉴스 검색 결과 갈무리]

 

그리고 이는 남측 대표로 참석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의 이력도 묘하게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는 것 같다. 김관진은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10년 12월 제43대 국방부장관으로 임명되었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을 앞두고 2013년 2월에 새 국방부장관으로 지명한 김병관은 검증과정에서 수많은 악질적인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40여 일 만에 자진사퇴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김관진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이전 정권의 국방부장관이 다음 정권에서도 유임되는 매우 이례적인 사태의 주인공이 된다. 게다가 박근혜는 2014년 6월에 김관진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함으로써, 무려 4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한 사람이 이 나라의 국방분야 최고위직에 머물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번 회담은 어떻게 보면 남북 양측의 군부 장기집권자 간의 접촉이었다(황병서와 김관진은 49년생 동갑이기도 하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한반도가 분단될 즈음에 태어난 이들의 장기적인 군부 장악. 안 그래도 요즘 군대의 부정부패가 아주 심각한데, 21세기 유일한 분단국가에서 이런 전근대적인 상황이 과연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출처: 육군 페이스북 갈무리]

 

대한민국 육군의 물색없는 자화자찬

 

지난 8월 21일 오후, 육군의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사진 몇 장이 올라왔다. 젊은 예비군들이 '불러만 달라'고 말하는 내용이었는데, 육군 페이스북의 관리자가 직접 편집해서 올린 게시물이었다. 그리고 한창 남북회담이 진행 중이던 24일 오전에도, '현재까지 50여 명의 장병들이 전역연기를 희망했다'며 그들 중 몇몇의 소속부대와 전역예정일 · 실명과 얼굴사진까지 전부공식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남북의 긴장이 한층 고조되는 상황에서 마라톤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대한민국 육군이 굳이 이렇게 자극적인 게시물을 올릴 필요가 있었을까? 여기에 등장하는 남성들은 한때 군인이었거나 곧 민간인이 될 사람인데, 어차피 일시적으로만 군인이고 원래 민간인이다. 이토록 민감한 시기에 민간인을 이렇게 홍보수단으로 이용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고, 그래도 육군이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거라면 좀 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부자들이 전쟁을 일으키면, 죽는 건 가난한 이들이다."
- 프랑스 사상가 · 작가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 1905~1980)

 

"아이들은 자기네 나라가 치른 전쟁은 모두 방위를 위한 전쟁이고, 외국이 싸운 전쟁은 침략전쟁이라고 생각하도록 유도된다. 자기 나라가 외국을 정복할 때는 문명을 확대하기 위해, 복음의 빛을 비추기 위해, 높은 도덕이나 그 밖의 고귀한 것을 널리 보급시키기 위해 그렇게 했다고 믿도록 교육된다."

- 영국 작가 ·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 1872~1970)

 

"전쟁을 선포하는 건 늙은이들이지만, 싸워야 하고 죽어야 하는 건 젊은이들이다."
- 미국 제31대 대통령 허버트 후버(Herbert Hoover, 1874~1964)

 

"악한 인간일수록 훌륭한 군인이다."
- 프랑스 군인 · 황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Napoléon Bonaparte, 1769~1821)

 

"현대 전쟁에서 더 이상 아름답거나 조화로운 죽음은 없다. 당신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개처럼 죽을 것이다."
- 미국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1899~1961)

 

마지막으로, 역사 속에서 전쟁의 직접적 원인이 된 사건 2가지를 살펴보자. 1931년 9월 18일, 일본은 자작극 '만철폭파 사건'을 일으키면서 그 책임을 중국에 돌린다. 그리고 이 음모는 곧 일본제국의 만주침공 구실이 된다. 또 1964년 8월 2일, 미국은 자신들의 선제공격을 마치 북베트남의 공격인 것처럼 조작한다. 결국 이 '통킹만 사건'은 미국이 베트남 전쟁을 시작하는 구실이 되었다. 누군가 말했듯이, 전쟁의 첫 번째 희생자는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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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of ART

Posted by 아서정 Arthur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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